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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한미 FTA, 기사로 일기 쓰기 - 1 <연설문> 한미 FTA에 관련한 오늘 자 기사를 따다가 일기를 써 본다. 주소를 첨부하여 원문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기사 내용을 요약하거나 인용하여, 논쟁적일 수 있거나 발목을 붙잡힐 수 있는 사견은 최대한 줄이기로 한다. 1. 이명박 현 대통령은 얼마 전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 FTA 및 양국 간 공조 관계에 관련해 미 의회와 상공회의소 에서 연설을 행한 바 있었다. 미 의회 사상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도 하고, 미 의회는 본디 꽉 차는 법이 없 는데 국내 언론에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의석을 채우는 '꼼수'를 부렸다고도 하는 이 연설의 연설문이 워싱턴에 있는 로비업체이자 연설문 작성회사인 '웨스트윙 라이터스'의 외주로 작성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의뢰액은 46,500 달러. 한화로 약 5,100만원이다. h.. 더보기
한미 FTA, 기사로 일기 쓰기 - 2 <ISD> 4. 사안이 국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차치하고, 사실 연설문 작성에 있어 현지의 사정에 밝은 업체로부터 정 보를 구하고 미국식 정서에 맞도록 표현을 다듬는 것은 오히려 사려깊은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러 한 과정이 거센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은 한미 FTA의 실상과 그 영향력의 크기에 관해 큰 관심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FTA와 관련된 많은 조항 중에서도 각종 토론 등을 통해 화제의 중심에 오른 것은 ISD(투자자 - 국가 제소권) 조 항이다. ISD 조항에 따르면, 국외 투자자는 국내에서의 투자 행위가 국가 기구나 정책 등에 의해 손해를 받게 되 었다고 판단되었을 시 조정 단체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일반적으로 익시드라고 읽는다)에 소송을 걸 수가 있다. 문제는 이 조정.. 더보기
한미 FTA, 기사로 일기 쓰기 - 3 <진실과 소문> 10. 한편 FTA의 많은 조항 가운데 ISD만이 논란에 올라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캠브리 지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비판해온 장하준 교수는 7일 기독교방송의 에 출연해 “유럽연합이 됐든 미국이 됐든 우리보다 (경제 규모) 수준이 높은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게 되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손해”라고 지적하며 한-미 FTA 체 결에 대해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끼리 자유무역을 하면 서로 자극도 되고 시장도 넓 어지고 좋지만 수준이 맞지 않는 나라들끼리 하면 후진국이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이어 "개방이 되면 첨단기술 등의 새로운 산업을 보호하거나 육성할 수 없고, 그쪽에 다 맞춰서 해야 .. 더보기
피크를 선물받았다 선물해 준 이는 슈퍼스타K 3에서 버스커 버스커 1위의 허황된 꿈을 바라는 아가씨. 본인은 순수한 마음의 선물 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유력한 최종 보스 중 하나였던 크리스티나의 탈락을 기뻐하며 기념하는 의 미로 사 준 것이 아닌가 한다.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중 한 곡만이라도 연주할 수 있게 될 즈음엔 어차피 다른 곳으로 흥미가 가 계실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쨌든 악보는 찾아보기로 한다. 더보기
내일 26일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입니다. 역삼1동 주민 김 양(28)은 내일 저녁 정시에 맞춰 강남의 일터에서 퇴근하여 본적지인 왕십리로 투표를 하러 가 기 위해 이틀째 야근을 하였습니다. 선거 관련 기사를 퍼나르고 주위의 대학생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느라 일기 까지 뜸했던 요 며칠이었지만, 따뜻한 방 안에 사루마다 두르고 앉아 키보드나 치고 있었던 제 팔자에 비하면 그야말로 노고(勞苦)라 할 만 합니다. '벽에다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했던 김 대통령님, '깨어있는 시민이 세상을 바꾼다'고 했던 노 대통령님, 보고 있습니까. 여기에 시민이 있습니다. 연이은 노동과 부족한 수면으로 눈밑주름은 늘었으나 풍모와 마음씀은 요정에 다름없는 김 양에게 팅커벨을 그 려 헌사합니다. 그동안 읽고 공부하고 영향을 받아온 어떤 말과 기사, 책보다 당신의 야근을, .. 더보기
<미디어오늘>, ‘SNS 선거운동’ ‘투표인증샷’ 모두 합법이다 쫄지 말자. 의 오늘 아침 자 기사를 발췌하여 옮긴다.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인터넷, SNS, 문자메시지를 통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내용이다. 10월 13일 0시부터 공식 선거운동은 시작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는 특정한 직업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은 누구나 인터넷 SNS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지금은 선거운동 기간이기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관위는 분명히 ‘SNS 선거운동’을 허용했다. 물론 단서 조항은 있다. 후보자 비방과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분명히 알아둬야 할 점은 평소에도 후보자 비방이나 유언비어 유포는 금지된다는 점이다. .. 더보기
藏頭露尾 감출 장, 머리 두, 드러날 로, 꼬리 미. 머리는 감추었으나 꼬리가 드러났다. 진실을 숨기려고 하나 거짓이 이미 드러났다는 뜻, 혹은 속으로 감추면서 들통날까 두려워하는 모양을 가리킨다. 연말이 되면 에서는 한 해 동안의 한국사회 모습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장두노미藏頭露尾는 바로 작년에 뽑힌 사자성어이다. 그러나 작년만으로 끝난 것 같지는 않다. 하나. 총수이자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 '색다른 상담소'가 이 번 달 21일을 끝으로 6개월 만에 폐지된다. '색다른 상담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다른 주제로 시청자 들의 투고 사연에 대해 상담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철학박사 강신주 씨, 정신과 의사 김현철 씨 등 여러 스타들 을 배출시키며 M.. 더보기
대법원, '쥐 그림' 대학강사 유죄 확정 제목은 의 기사 제목. 핵심 내용이 모두 담겨 있어 그대로 가져왔다. 대법원은 어제인 13일, 지난 해 10월 31일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강사 박정수(41) 씨에게 '공용물건 손상'으로 벌 금 200만원의 형을 확정했다. 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본래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고 한다. 시대의 표상으로 이 일기에 오래 남겨두기 위해, 언론사를 통해 공개된 정보 이외의 사사로운 감상은 적지 않는 다. 포스트 삭제 따위의 처분을 피하기 위함이다. 더보기
이병우 기타 콘서트, LG 아트센터 콘서트 팜플렛부터 다짜고짜 기타 바(Guitar Bar) 홍보. 공연 중에는 다른 신기한 기타들도 많이 나왔지만, 역시 내 눈에는 기타 바만 보였다. 1부에는 이병우 씨의 영화음악 들이 주로 연주되었다.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보아도 좋고, 연주 팀 뒤로 영사되는 영화 편집본을 보아도 좋고, 눈을 감고 음악만 듣고 있어도 좋고. 이래저래 좋았다. 2부에는 이병우 씨 의 기타 솔로와 초대 손님인 정재형 씨, 루시드 폴과의 합연이 있었다. 머뭇머뭇 궁시렁궁시렁 하는 이병우 씨 의 호흡 느린 개그에 푹 빠져있던 탓에, 정대세 님이 나올 때에는 시골 교회 송년의 밤 같은 그 분위기가 사그 라지면 어쩌나 좀 걱정도 됐는데, 둘은 '저도 정재형 씨처럼 멋있어지고 싶어서 내년부터는 가발을 쓰려구요'나 '형은.. 더보기
10번을 만나다. 낮 두 시 반쯤 책을 고르려 신논현역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세 시부터 박원순 씨의 사인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작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기다리는 줄도 그리 길지 않아 사인을 받기로 했다. 세 시가 되자마자, 관 용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수행원 하나 없이' 박원순 씨가 굽신굽신 인사를 하며 줄 옆을 지나갔다. 노 타이에 가 다마이, 누가 봐도 주말에 읽을 책을 고르러 온 평범한 아저씨였다. '다행히도 박원순 펀드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잘 써 주십시오.'라고 생색을 냈더니 박원순 씨는 사인을 하던 손을 잠시 멈추고 눈을 맞추며 악수를 해 주었다. 나는 사실 이런 표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마음이 느껴지 는 눈길이었다. 하루 중에 응원하고 지지하는 말들을 얼마나 많이 들으셨겠는가. 그릇이 훨.. 더보기
삼화고속 파업 독서를 하던 중, 학원 출강을 할 때 이용하는 서울-인천 간 삼화고속 시외버스가 지난 여름에 이어 또다시 파업 에 들어갔다는 뉴스를 접했다. 9일까지는 밤 아홉 시부터 새벽 세 시까지의 야간 운행이 중단되는 부분 파업이 며 10일까지 노사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시외버스가 아니라 대중교통만으로 지금 살고 있는 연희동에서 인천의 일터에 오가자면, 버스와 지하철을 합하 여 환승이 네 번이다. 가장 짧은 루트가 그렇다. 환승 장소 중에는 수도권에서 가장 지옥의 모습에 가깝다는 신 도림역도 포함되어 있다. 학교의 오후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니, 수업은 빨라도 밤 열 시가 넘어야 끝난다. 당 장 내일부터 수업을 마친 뒤 시외버스를 못 타는 것은 결정.. 더보기
. 사람이 터 잡고 이름을 붙였을 뿐 그곳의 하늘에도 가을은 흐른다. 시월 초 강남역. 더보기
오늘 야권 후보가 단일화된다. 만약 박영선 씨로 단일화되고, 시장선거에서 나경원 씨와 같은 인물에게 패배하면, 나 는 적어도 내년의 총선에서는 민주당에 단 한 표도 던지지 않겠다. '원내에서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의 유일한 비 토이니까'도 정도가 있지. 양심도 민심도 모두 잊고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도대체 한나라당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더보기
원순 씨 펀드  박원순 씨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선거법정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박원순 펀드에 십만 원을 기탁했다. 연금리 3.58%.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음료수 몇 병을 사서 면식없는 주위 사람들과 나누어 먹은 것 말고는 시민 사회에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어 본 적이 없는 나인지라 시작 치고는 큰 금액이지만, 최저 기탁 금액이 십만 원 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한 번도 정규직이었던 적이 없는, 앞으로도 계획 없는 이가 내는 십만 원이지만 꼭 이겨 달라고 우악스런 부탁은 하지 않겠다. 잘 써 주시라. 본적은 여전히 인천이지만 영종도에서의 군 생활 2년을 빼고는 내내 서대문구에서 살아왔다. 투표권이 없다고 해서 '원순 씨'에게 응원을 보낼 자격 또한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지자체장을 대권으로 가는 포.. 더보기
VOPO 에게 신촌 굴다리부터 연희 삼거리까지는 벽이나 자재함, 길바닥 등에 그라피티가 드문드문 이어져 있다. 적게 잡아 도 수십 점 정도의 작품이 눈에 띄는데, 글씨의 삐침이라든지, 캐릭터의 눈 모양새라든지를 잘 살펴 보면 특히 재주가 좋은 몇 명의 작가를 발견할 수 있다. 위의 작품은 오늘 오전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것으로, 연대 정문을 기점으로 하여 오른 쪽으로 가는 도로에 많 은 흔적을 남긴 작가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작품을 보았을 때에는 어, 그 친구 걸 또 찾았네, 하고 잠깐씩 서서 글씨체를 감상해 보는 재미를 갖는데, 이 경우는 조금 고민이 됐다. 사진의 오른쪽에는 연세대의 운동장으로 진 입하는 쪽문이 있는데, 이 거울은 특히 나가고 들어오는 차량들에게 진입로의 교통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설치 한 것으로.. 더보기
2006년 10월 인도에 다녀온 뒤로는 가을 바람이 불면 갠지스 강이 생각난다. 여전히, 수중에 돈이 넉넉히 있어도 해외여행 은 부자들이나 가는 거라고 홍콩조차 가지 못 하는 깜냥인데, 생각해 보면 신기하다. 인도 여행은 준비할 때부 터 돌아올 때까지 한 번도 그것이 신기한 결정이라거나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야할 곳에 가서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학교의 서문 밖에 있는 내 방으로, 노천극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고전의 응원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부럽 고 배가 아파 쌓인 일 제쳐두고 블로그의 재미있는 글들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지금 인도 여행을 하고 있는 이 가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쓴 일기를 읽었다. 요새 세상에는 이 억을 준 사람은 감방에서 추석을 보내는 판에, 십 수 억을 받고도.. 더보기
<귀신 소리 찾기> 컨디션이 좋은 날 봐야지, 집중해서 볼 수 있는 날 봐야지, 더 더운 날 봐야지 하고 내처 미루다가 끝내 여름이 가도록 못 본 단편영화, . 인코딩해서 PMP에 넣어설랑 봤다. 만원버스와 홍대길 등 사람으로 꽉꽉 찬 곳을 지나며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화면으로 보았는데도 보고 난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뒷 목이 뻣뻣하다. 귓구멍에 꼭 맞는 이어폰을 끼고 소리를 들어서 그런 걸 거야, 하고 애써 변명을 해 본다. 그렇 지 않아도 날이 갑자기 추워져 몸이 으슬으슬하던 판이었는데 괜한 짓 했다 싶다. 책 읽기는 틀렸고, 오늘은 일 찌감치 이불 휘어감고 추리소설이나 좀 읽다 자야겠다. 꿈에 나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면 높은 확률로 꿈에 나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어쩔 줄을 모르겠.. 더보기
9월 시국 관찰 - 1 안풍(安風)이 지나갔다.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고, 국립대의 교수인 공무원 신분 으로서는 선거 지원에 나설 수 없으니 적어도 이번 선거와 관련해 안철수 씨가 택할 수 있는 행동은 모두 끝난 셈이다. 그러나 그가 불어넣은, 혹은 그를 통해서 드러난 여론의 한 향배는 거대한 동력을 거의 잃지 않은 채로 잠류하기 시작했다. 박원순이라는 이름으로 일단의 매듭을 지을 때까지 요 몇 달 사이의 흐름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 번에 읽기는 조금 긴 것 같아 두 편으로 나눈다. 이후 호칭은 생략한다.) 1. '안철수'라는 특급 키워드가 나오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던 차기 대선의 핵심어는 '복지'였다는 것을 감안할 때, 포문을 연 것은 박근혜였다. 현 정권이 실정, 혹은.. 더보기
9월 시국 관찰 - 2 4.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안철수의 출마 소식이 전해졌다. 정치경력이 전무하다는 점, 그가 박경철 원장과 진 행하고 있는 '청춘콘서트'의 기획자 중 한 명이 군사정권에 복무했으며 이회창 정권을 창출하려는 데에 일익을 담당했던 이라는 점 등이 인구에 회자되었지만 본인이 의사를 표명하기도 전 그의 지지율은 50%를 상회했다. 그 이전까지 한명숙에 대항하여 집요하게 나경원과의 양강 구도를 형성해 나가던 보수 언론지들은 논조를 잃고 허둥거렸다. 안철수 본인은 예의 수줍은 웃음을 지으면서도 자신에 대한 비난과 지적에 대해 '대한민국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한 경력'을 들어 반박하고 아울러 정치인이 아닌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기의 크기와 내용에 대해 정치권이 오히려 반성해야 한다는 일갈까지 내었다. .. 더보기
송도유원지 지난 7월, 서울 강남역에서 인천 연수동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처음 타 봤다. 버스는 원래 있던 노선을 따라 인천을 구 비구비 돌았을 뿐이지만, 졸업한 고등학교를 지나고 당구를 치러 드나들던 인하대를 지나고 면허 실기시험을 보던 옥 련동을 지나는 그 길이 내게는 마치 추억 투어 기획상품과도 같았다. 차창에 달라붙어 정신없이 구경하는데, 버스는 목적지인 연수동에 닿기 전 마지막으로 크게 돌아 송도유원지를 끼고 달렸다. 부동산 광풍이 불기 전 인천 사람들이 '송도'라고 말하면 대개 송도유원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윗 세대부터 우리 세 대까지 송도는 꾸준히 중고등학교 시절의 소풍지였고 사랑을 고백하는 데이트 장소였고 아이가 걷게 되면 처음으로 데리고 가는 가족 야유회지였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 일기장에.. 더보기
방통위와 여성부에 문의 드립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비누를 덜 닦았는지 손에서 수건이 미끄러져 우연히 위와 같은 형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저 는 단순히 홈페이지에 큰 트롬 곰을 가지고 있음을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는데, 혹 음란물에 해당하거나 성경적 가치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시간이 되시면 위 사진을 판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 엎드려서 사진을 찍다 보니 의도치 않게 특정 부위가 더욱 강조된 위 사진의 경우, 음란성의 수위가 더 높아지는지 혹은 성경적 가치에 한층 위배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더보기
트램폴린 얼마 전 경기도에 사는 선배님 댁에 놀러 갔다가 동네에 있는 트램폴린을 보았다. 부자집 애들이 뜰에 놓고 뛰는 한두 명 짜리 말고 천막 지붕에 쇠파이프 기둥으로 된 구식 트램폴린이었다. 실제로 운영을 하고 있는 트램폴린을 보는 것 은 십수 년 만의 일이다. 차를 얻어타고 이동하는 중이라 사진을 찍거나 내려서 구경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여남은 명 의 아동들이 길길이 뛰어대는 모양새를 쳐다만 봤다. 열 살 무렵까지 살던 연립주택 마을에는 아주 작은 공터가 있었다. 공터래봐야 사실은 건평이 조금 넓은 집터 정도인 데 주위의 건물들이 헐리고 또 올라가는 와중에도 그 터는 내내 비어있어, 뽑기 장수와 잉어엿 장수, 솜사탕 장수들이 낮부터 진을 치고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고, 한가운데의 가장 좋은 자리에는 트.. 더보기
생일 오늘 밤이 넘어가면 만으로 서른. 경건한 마음으로 자축하며 낙지를 그렸다. 더보기
청송 심씨와 반남 박씨 요새 강독하고 있는 홍한주의 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을 번역하게 되어 그 결과를 옮겨 적는다. 전고의 세세 한 고증 등에서는 부족한 실력 탓에 흠이 있을지 모르나 대강의 문맥을 전달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여긴다. 작 업을 마치고 나서 추가로 공부를 하는 도중에 이미 훨씬 좋은 번역들이 많이 나와 있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스스로 옮 긴 것이 가상하기도 하고 읽는 이 가운데 혹 이전에 이런 사실을 몰랐던 분이라면 재미삼아 접할 법한 이야기라 생각 하여 윤문해서 올린다. ...세종께서 새로이 즉위하셨을 때 태종께서는 상왕의 자리에 있었다. 박은은 총애를 받아 태종 곁에서 일을 맡고 있었 는데, 안효 심온이 세종의 장인인 것을 시기하여 마침 그가 중국에 사신으로 간 틈을 타 백방으로 근거 없는 비방을 퍼.. 더보기
8월 22일 홍대 벼룩시장, 한강 플로팅 스테이지 우쿨렐레 콘서트 서늘한 바람에서 추석의 느낌이 났던 어제보다는 더웠지만 그래도 불볕더위는 확실히 넘긴 일요일을 틈타 홍대 앞과 한강을 쏘다녔다. 홍대 앞 놀이터의 벼룩 시장에서, 부채에 선택한 문구의 캘러그래피를 써 주거나 미리 만들어 놓은 엽서를 파는 분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름을 물어 보고는 즉석에서 작은 명함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확대해서 올려 놓으니 큰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이다. 내 이름을 써 준 것이 기분 좋기도 하고 공짜로 뭔가를 받고 보니 뭐라 도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래의 엽서를 구입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다시 꺼내어 보니 결국은 작은 종이에 글 자 두 개 쓴 것에 불과했다. 사람 좋은 얼굴로 첨단 마케팅 전략을 발휘하였구나, 깨닫고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른 사.. 더보기
활에 관한 얕은 지식과 추억을 한데 얽어 일기를 쓰다가, 글과 함께 올리기 위해 다운받은 사진을 다시 보고는 모두 지 워버렸다. 우주적 아름다움의 저 한 획 앞에서 꾸며낸 말뭉치가 다 무어냐. 총포와 도검류를 비롯한 여타의 무기와 병 기에는 예비역으로서의 심심한 관심만을 갖고 있지만 활만은 은퇴한 뒤 꼭 한 자루 만들어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 내 가져오던 차에, 영화 을 보고는 욕정이 다시 한껏 치솟아 검색을 해 보았다. 의외로, 딱히 큰 마음을 먹지 않고도 보급형이라면 한 자루 정도 살 수 있고, 혹여 공돈이 생긴 경우를 틈탄다면 제법 멋을 낸 작품도 눈독을 들일 수 있을 법한 가격대였다. 상시는 아니고 이따금 이벤트 성으로 하는 모양이지만 활 박물 관 등에서 소정의 돈을 내고 나만의 활을 만들 수.. 더보기
아마도 올 해의 마지막 납량 팔월의 중순을 막 넘긴 지금, 아직도 뙤약볕에 돌아다니다가는 지치기 딱 좋긴 하지만 그래도 볕의 끝맛은 무자비한 한여름이 아니라 고추 말리는 향 나는 초가을이다. 납량의 납納은 들이다, 는 뜻이고 량凉은 서늘하다, 라는 뜻이다. 합치면 '서늘함을 들이다'는 말로, 우리말이 있을까 해서 찾아보니 '서늘맞이'라는 예쁜 말이 있었다. 사전에 기재된 표준어이니 자주 써도 좋겠다. 위의 사진은 언젠가 써먹어야지 하고 받아두었던 KBS '전설의 고향' 포스터. 요새같은 날씨의 추세라면 올 여름에도 못 써먹고 넘어갈까 싶어 마침 딱히 쓸 것이 없는 날에 올린다. 얼핏 보면 별 거 없지만 처녀귀신의 눈과 표정을 찬찬 히 뜯어보다 보면 서늘함이 스물스물 들어온다. 역시 구관이 명관. 옛 시리즈 가운데 '내 다리 내놔' .. 더보기
에라이 치토스처럼 결연한 표정으로 언젠간 짓고 말거야, 하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그려 두었던 땅콩집. 무척 못 그린 그림 이라 혼자서만 가끔 쳐다보는 재미거리로 삼았는데, 오늘 연합뉴스의 한 기사를 읽고 어처구니가 없어 에라이 하고 올 린다. 다음은 기사 전문이다. 한나라당이 20대 중반께 결혼하는 남녀에게 임대주택 분양이나 전세금 융자 등에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저출산대책특별위원회인 '아이좋아 특위' 위원장인 임해규 의원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찍 결혼하는 사람 에게는 임대주택이나 전세자금 융자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남녀 결혼 연령이 5년 마다 2년씩 늦어지는 모양새"라며 "현재 초산연령이 30세인데 이를 27세까지 앞당긴다는.. 더보기
크림치즈 베이글 한참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던 때, 연습을 구경하러 오는 OB들이 주로 손에 들고 있던 것은 던킨 도너츠의 12개 들이 한 상자였다. 요새는 한 상자가 모두 같은 맛인 크리스피 도넛이 생겨서 서로 싸울 일이 없지마는, 던킨 도너츠의 상자 는 대개 형형색색의 다른 맛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상자를 여는 순간에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상대적으로 인기 가 떨어지는 도너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맛있는 음식에 먼저 달려든다거나 마지막 남은 한 점을 냉큼 먹는다거나 하는 것과 같이 식탐을 보이는 일에 몹시 수줍어 하는 편이다. 십여 년 전에는 그런 성향이 한층 더했던 탓에 영 맛을 볼 수 없는 몇 종의 도너츠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크림치즈 베이글은 부스러기조차 구경할 수 없는 일이 다반.. 더보기
동아일보의 '한중일 마음지도' 위 그림은 '인종별 매력적인 얼굴'에 관한 기사에서 캡쳐해 두었던 것. 제목만 읽었을 때에는 피부색 등과 같이 인종별 로 생각하는 미의 기준의 차이야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걸 실제의 얼굴로 스테레오 타입화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막 상 그림을 보면서는 한국의 전형적 미인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굴 밑의 나라 이 름을 가려 놓고 물어봤더라도 맨 오른쪽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광대뼈의 높낮이, 쌍커풀의 유무 등과 같이 서로의 외 형적 특성을 구분하는 데 있어 한중일 3국도 확실한 차이를 갖는구나, 하고 재미있어 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한 글을 읽은지 몇 달이 지난 오늘, 포털을 통해 접한 동아일보의 한 기사에서 극동 아시아 3국이 서로의 내면적 인 면에 대해 이성으로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