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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교통사고 유년기 이후 내 자전거를 스스로 사서 다시 탄 지는 3년 쯤이 되어 간다. 미숙한 운동 신경 탓에 아무 것도 없는데 넘어지거나 뜬금 없이 방향을 틀어 옆의 전봇대 등을 박는 것 따위를 제외하고 타인의 실수로 사고가 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자동차는 골목에서 대로변으로 튀어나와 좌회전을 하려 했다. 나는 대로변 측의 인도에서 달려오다가 자동차의 지나치게 빠른 속도를 보고 급작스레 방향을 피하였으나 자동차는 그런 나를 보지도 않고 그대로 내 자전거의 뒤를 박고 6차선 도로 쪽으로 한참을 밀어부쳤다. 받히는 순간 차 쪽을 바라보니 운전자는 아래쪽을 보다가 접촉의 순간에야 고개를 들고 있었다. 내리면서도 아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가 와서, 등의 말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의 뒷바퀴와, 바퀴를 연결하는 차축.. 더보기
7. 택배가 왔어요. 자전거 여행 선배님들 이야기로는 잊고 살 때쯤 도착한다더니. 부산에서 마지막 인증 도장 찍었던 게 정확히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무렵 과연 택배가 왔다. 두 달하고도 열흘 정도만의 일이다. 박스 안의 구성물은 세 개였다. 묵직한 나무 상자 하나. 비닐봉투에 든 상장 하나. 메달에 다는 끈 하나. 앞면이야 그렇다 치고. 이름 석 자 백힌 상 받는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그것도 체육 과목에서 받는 것은 정확한 기억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예 처음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이예요 행자부. 인증해 줘서 고맙습니다. 혼자 있어서 목에 메달을 건 사진은 찍지 못하고 일단 이층 침대에 걸었다. 상장은 책장 한 가운데 한 칸을 비우고 정중앙에. 설마 끝이 나겠나 싶었던 일을 그럭저럭 마무리 지은 증명이니 몇 달만 세워 놓고 생색.. 더보기
6.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 - 안녕 이틀째의 밤부터 경남 지역에는 소나기가 예고되어 있었다. 종주를 떠나기 전 확인했을 때 30-40%였던 강수 확률은 어느새 80-100%로 치솟았다. 아니나 다를까 일곱 시 언저리가 되자 해는 이미 지고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사진은 그나마 밝기를 보정한 것이다. 어느새인가 길과 강, 산과 하늘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자전거길에 환하게 밝혀져 있는 보조등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용객도 별로 없는데 예산절감을 위해 비 오는 밤 같은 때에는 다 꺼버리라는 명령이 있었다면 여기에서 멈추었을 가능성이 높다. 경남도지사 홍준표 씨가 결정했는지 부산시장 허태열 씨가 결정했는지, 아무튼 평생 감사해할 일 없을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도 일단 감사는 하긴 한다. .. 더보기
6.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 - 삼랑진에서 이 다리는 삼랑진교이다. 삼랑진교를 넘어가면 삼랑진역이 나온다. 삼랑진역은 춘원 이광수의 의 마지막 무대이다. 비교적 능숙하게 교직해 왔던 인물 간의 첨예한 갈등을 홍수 앞에서의 대화합이라는 장치로 한 쌈 크게 싸서 꿀떡 삼켜버린 그 장면이 펼쳐진 곳이다. 그 삼랑진에 진짜 왔구나, 하는 감회가 들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멈춘 건 아니고 무릎이 욱신거려서 멈춘 거지만 멈춘 김에 찍었다. 젊은 사람이 다리 사진을 찍고 있으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먼저 앉아 쉬고 있던, 화려한 자전거 의상을 입은 오십대 초반 쯤의 부부가 으데서 왔습니꺼, 하고 말을 붙여왔다. 서울에서 왔어요. 안동 사람인 아저씨와 하동 사람인 아주머니가 부산 옆의 양산에 살기 시작한 지는 십 년이 조금 못 되었다 했다. 마침 나와.. 더보기
6. 낙동강 우회 자전거길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적교장에서 푹 자고 출발. 빵빵한 배터리 사진은 여행이 다 끝난 지금 봐도 흐뭇하다. 계기판 왼쪽에는 휴대폰과 4대강 수첩 등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있다. 그 안에 보이는 작은 지도는 적교장 명함의 뒷면이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표지판과 도로에 새겨진 표식만 잘 따라가면 인천부터 부산까지 갈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따로 지도가 필요한 이유는. 한강과 낙동강의 모든 자전거길이 효율적으로 건설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곳은 터무니없이 크게 돌아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에누리 없이 강에다 딱 붙인답시고 엄청난 경사를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짤막짤막한 지름길과 우회로 등을 공유하곤 한다. 해당 정보를 찾아 볼 만한 시간이 없거나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막상 .. 더보기
5. 4대강 새재도보길 - 후루룩 마무리 4대강 자전거길을 다녀온지 딱 1년이 넘었다. 작년인 2014년 한 해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달렸던 것이다. 9월에 새재자전거길의 중간까지 다녀온 뒤로 날이 추워져 멈추었던 국토종주는 이후 긴 휴가마다 교토를 찾게 되면서 잠시간 거리를 두게 됐다. 이틀이나 사흘 동안 다녀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 번 다녀오면 며칠 동안이나 근육통에 시달리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떠나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점점 더 커지는 부상과 사고도 걱정됐지만, 무엇보다 중간에 한 차례 쉬게 된 일의 매무새를 잘 짓지 못하는 천성 탓이 컸다. 그러면서도 며칠에 한 번씩 자전거를 탈 때마다 마음에 걸렸다. 한 만큼만 더 하면 끝나는데, 하고. 그래서 딱 1년이 지난 2015년 9월 중순에 다시 떠났다. 전국의 자전거 코스 중 최장 .. 더보기
조각 무지개 강의가 하나 뿐이고 날씨가 좋아서, 자전거로 출퇴근하였다. 한강을 타고 돌아오는 길, 마포대교를 지나다 보았다. 조각무지개. 귀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한참 쳐다보고 있자니 태양쪽을 향해 만세를 부르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삼각 유리잔에 담긴 망고빙수 같기도 하고. 더보기
6. 자체 정비 6일차.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우비가 내린다. 전날 빨아서 밖에 널어놓은 빨래는 모두 잘 젖어 있었다. 마지막까지도 항상 신기했던 풍경. 교토에서 본 일본인들은 정말로 남과 녀, 노와 소를 막론하고 자전거를 엄청나게 잘 탄다.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것은 노상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한 손에 우산 들고 한 손으로 샌드위치를 먹는다든지, 한 손에 아이팟을 들고 다른 손으로 맥주를 마신다든지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자전거를 잘 탄다기보다는 생에 대한 애착이 적은 편이라고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방으로 돌아가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봤다. '지구호'의 도미토리 룸은 17인실이다. 인도 여행을 할 때에도 이 정도 크기의 도미토리 룸은 본 적이 없다. .. 더보기
중간 속보 새재자전거길 다녀온 후기를 쓰고 있는 중 잠시. 오늘자 한겨레일보 기사입니다. ----------------------------------------------------------------------------------------------------------------------------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정부, 내년 조기 종료 방침 시간당 10대 미만 구간 태반…서·남해쪽 사업 포기 ‘엠비(MB)표’ 자전거도로 사업이 대폭 축소돼 내년에 조기 종료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4대강 사업과 함께 전국에 물길을 따라 ‘ㅁ자형’으로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려던 사업인데,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되면서 ‘ㄱ자형’으로 끝나게 됐다. 안전행정부는 2일 “전국을 국가자전거.. 더보기
5. 4대강 새재도보길 - 홈 스윗 홈 문경시의 외곽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불이 켜진 건물은 문경소방서였다. 나는 조금 기뻤다. 끝내 그 거리를 걸어낸 성취감도 있었지만, 마라톤이나 국토종주를 하다가 소방서에 들어가 물 한 잔을 부탁하고 소방대 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떠나는 오래된 로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망은 그대로 실현되었다. 아시안게임 축 구를 보고 있던 소방관들과 의무소방 대원들은 불정역에서부터 걸어왔다는 말을 듣고는 물을 떠주네, 바람을 부 쳐주네 활발한 수선을 피웠고 문경 시내의 지리를 몇 차례고 거듭 가르쳐주었다. 역시 소방. 멋져. 소방관들이 가르쳐준 핵심정보는 '점촌역을 찾아라'였다. 어느 도시나 시청 인근이 번화하지만 문경시청은 문경 외곽에서도 꽤 들어가야 한다. 물론 멀쩡한 자전거라면 금세 가 닿겠지만 밤.. 더보기
5. 4대강 새재도보길 - 새재도보길 바람은 시원했다. 사방이 불꺼진 산중이라지만 차도 안 다니는 뻥 뚫린 길에 시간은 고작 저녁 일곱 시. 다음 거 점인 상주까지는 31km이니 넉넉 잡고도 아홉 시에는 도착할 판이었다. 상주는 새재자전거길의 종점이자 이 날 의 목표지점이기도 했다. 모텔 잡고 샤워 하고 야식 한 끼 먹고 나서 '그것이 알고 싶다' 보다가 자면 되겠네. 나 는 신이 났다. 불정역을 뒤로 하고 십 분쯤 달렸을까. 몇 시간 동안 달리면 체력은 분명히 출발할 때보다 떨어져 있지만 타는 요령이 생기는 것 같다. 좀 더 적은 힘을 들이고도 속도를 내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느낌을 즐기면 서 달리고 있는데. 달각달각. 달각달각. 아뿔싸. 두근두근하며 브레이크를 잡고 안장에서 내려 천천히 뒷바퀴를 바라보니. 처음 만난 날인데.. 더보기
5, 4대강 새재도보길 - 불정역에서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구간으로 말하면 이제 겨우 두번째 구간. 이화령에서 출발해 문경읍까지 간 것도 이 구간 내에선 반도 안 된다. 다행히 각도가 세거나 커브가 심한 길은 끝나고 지금까지 흔히 보아오던 평온한 길이 이어 진다. '고모산성' 등의 이름이 보이고 직선 길이 아니라 뺑 둘러가는 길이 나왔다 싶으면 이번 거점인 '문경 불정역'에 다 온 것이다. 불정역은 폐역이지만 관광 상품화를 잘 해 놓아서, 내가 도착했을 때엔 해가 질 무렵이었는데도 여전히 사람들 로 붐비고 있었다. 위의 지도에서 보듯 인근엔 도시 하나 없는 곳이라 모두들 자기 차로 놀러와야 하는 곳인데 도 그랬다. 불정역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왼편으로는 레일 바이크가. 오른편으로는 특히 불정역만의 명소인 레일 펜션이 있다. 이 레일 펜션은.. 더보기
5. 4대강 새재도보길 - 선배의 은혜 만났다, 선배님들. 패치에 본드, 렌치까지 빌려주었고 처음 해보는 내가 혼자 낑낑거리고 있자 도와주기까지 했 던 라이더 선배님들. 정말 고맙슙니다. 다 고쳐준 뒤, 주말을 이용해 달리는 중이라는 회사원 선배님은 소조령 쪽으로 달려갔고, 인천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가는 중이라는 태권도 사범 선배님은 나와 같은 방향이긴 하지만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속도를 내어 먼저 달려갔다. 저도 언젠가 길 위에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 습니다. 라이딩으로 올랐든 워킹으로 올랐든 이화령은 이화령. 선배님들이 찍어줬다. 떠나기 전의 두 영웅. 다시 한 번 어휴 고맙습니다. 북한강의 소양강 처녀처럼, 이 길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장씩 찍는 이화령 사진. 남의 블로그에서 볼 때엔 정말 별 감흥 없었는데 직접.. 더보기
5. 4대강 새재도보길 - 이화령 도보길 마애불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나는 제법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20여 미터나 달렸 을까. 엉덩이 밑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달각달각. 달각달각. 새재길은 길이 안 좋네, 생각하며 계속 달렸는데 위아래로 흔들리는 진폭과 바퀴 쪽에서 나는 소리의 크기가 점차 무시할 수 없는 정도가 되기 시작했 다. 무슨 일이지, 하고 바퀴 쪽을 바라본 나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올 것을 알면서도 영영 안 찾아올 것처럼 생각하고 살던 펑크가 찾아온 것이다. 하기사 4 대강 자전거길의 다른 길들도 도심으로부터 머얼리 떨어져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마는, 아무튼 인적 하나 없 는 산길에서, 그것도 이화령을 눈앞에 두고 펑크가 나다니. 자전거 선배님들에게 혼구녕이 날.. 더보기
5. 4대강 새재도보길 - 전기라서 죄송합니다 수안보 시외버스터미널이라지만 따로 터미널로 들어가지는 않고 그냥 2차선의 길가에 세워준다. 서울 방향에서 온 라이더라면, 왔던 방향으로 돌아 300m 가량 달리면 새재자전거길의 두 번째 거점인 '수안보온천'의 무인인증 센터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공원 한 귀퉁이에 있다. 주변과 잘 어우러져 진짜 전화부스처럼 보이기 때문에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번 라이딩을 떠나기 전까지 몰랐는데, 4대강 자전거길의 무인 인증센터가 마치 전화부스처럼 보이는 것은 컨 셉을 그렇게 잡아서가 아니라 실제로 폐 전화부스를 재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헷갈리게 왜 저런 모 양을 해 놓았을까, 라고 비난했던 것이 머쓱해졌다. 현명한 행정이십니다. 죄송합니다. 도장을 쿵쿵 찍는다. 이번 라이딩에서는 이 이후로 도장 인증샷.. 더보기
5. 4대강 새재도보길 - 수안보로 가자 남한강자전거길에 다녀온지 석 달이 지났다. 에랏 떠나야지, 하고 짐을 싼 것은 몇 차례나 되지마는, 갑자기 업 무 메일이 날아와서 풀고 몸이 으슬으슬해서 풀고 태풍이 와서 풀고. 하기사 생각해보면 이도저도 다 변명일 수 있다. 다녀와서 일에 치이든 나가는 길에 감기약을 사먹든 비를 맞으면서 달리든, 일단 출발하면 끝 아니겠는가. 그래서, 출발했다. 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을 틈타 대담하게 떠난 다섯번째 4대강 자전거길 코스. '남한강자전 거길'에서 이어지는, '새재자전거길'이다. 새재자전거길은 남한강의 충주에서 시작해 낙동강의 상주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당연히, 남한강자전거길과 낙 동강자전거길을 이어주게 된다. 거점은 다섯 개, 길이는 총 100km이다. 출발점인 탄금대도 지나가는 수안보 온천도 이름난 곳.. 더보기
이준휘, <자전거여행 바이블> (꿈의지도. 2014, 6.) 자전거 라이더이자 블로거인 이준휘 씨의 2014년 신작. 부제는 '제주도 일주에서 국토종주까지 자전거여행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전국 테마별 자전거여행지 55곳 완벽가이드'. 제목 그대로 (국내) 자전거여행의 가이드북이다. 책은 '프리뷰'를 제하고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55개의 자전거여행지가 하나의 꼭지를 이루어 10개의 장에 나뉘어 있는 셈이다. 10장 가운데에는 '서울 근교'나 '인천 섬코스', '중부지역'과 같이 지역별로 나뉘어진 카테고리도 있고 '캠핑&라이딩'이나 '기차와 자전거여행', '국토종주'와 같이 테마별로 나뉘어진 카테고리도 있다. 이 블로그에서 독후감 카테고리가 아니라 다른 카테고리도 읽어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최근에야 자전거 타기에 흥미를 붙인 내 개인적인 사정 때.. 더보기
싹 털렸어 친구네 동네가 금요일 밤 자전거로 놀러가기 딱 좋은 거리에 있었다. 좋은 동네였다. 4차로를 중심에 두고 대로 변의 오목조목한 가게들부터 거주단지로 가는 길 골목골목에 아늑해 보이는 선술집이 조로록 늘어서 있는, 안 온한 느낌의 동네였다. 자전거를 대로변의 펜스에 묶어놓고 대여섯 시간 잘 놀고 돌아와 보니 앞뒤로 뗄 수 있는 액세서리가 몽땅 사라져 있었다. 뗄 수 있는 것이라지만, 어쨌든 나사로 고정시켜 놓은 것들이라 술마시고 지나가던 사람이 아, 저거 예쁘네 하고 서는 툭 떼어서 들고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장비는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합치면 십만 원 가량의 물품 이지만 자전거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그 정도의 가치가 있어보이는 물건이 아니다. 거기에 주차를 시켜놓은 곳이 훤한 가게 앞이라.. 더보기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한강 종주 완료 혹시나 잊으셨을까봐. 저는 지금 충주 - 남양주 방향의 남한강자전거길 마지막 구간인 양평군립미술관 - 능내역 구간을 달리고 있습니다. 다시 나타난 아트터널. 배트케이브처럼 안으로 이어진 조명이 빛난다. 조명 끝이 밑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보아 이 터널 또한 내리막임을 알 수 있다. 남한강자전길이 10km도 안 남았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터진 낭만 깨방정. 이때껏 사진 한 방 안 찍고 몇십 km를 달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 여기저기 렌즈를 들이댄다. 별 특징도 의미도 없는 철교에서도 괜스리 찰칵. 콧노래 불러가며 슬슬 달리고 있는데 아니, 안내판에 익숙한 이름이. 춘천 신매대교. 지난 주에 다녀온 북한강자 전거길의 마지막 거점이다. 자전거를 멈추고 둘러보니 저 멀리로 거지 꼴을 해서는 북한강자전거길 종.. 더보기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인민의 벗 이 기사는 여행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것이니 무엇보다 여행 관련 정보부터 먼저. 남한강자전거길에서 슬쩍 옆 으로 빠져 몽양기념관으로 올라가는 500m는 굉장한 업힐이다. 몽양을 만날 자 이 정도는 각오하라는 것일까. 아무튼 참고 바란다. 씩씩대며 올라가면 먼저 몽양 유객문이 방문자를 맞는다. 유객문(留客文)은 머무를 류 자, 손님 객 자, 글월 문 자의 글자 그대로 풀면 '손님을 머무르게 하는 글'이다. 그 러니까 '몽양 유객문'이라 하면 몽양이 손님을 머무르게 하려 쓴 글, 이라는 뜻이 되겠다. 몽양 유객문의 출전은 '주자 유객문'이다. 주자는 성리학의 집대성자인 그 주희 맞다. 주희는 귀한 손님이 오면 반가운 마음에 그가 빨리 일어나지 않고 좀 더 머물렀다 가도록 일종의 퀴즈를 내었다 한다. 다음의 .. 더보기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아트터널에서 종주수첩의 남한강자전거길 소개글을 읽어보면 '옛 기차길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구간으로서 기차가 달리던 폐 철도, 폐교량, 폐터널 등이 아름다운 자전거길로 재탄생되었다'는 문구가 있다. 이 설명은 대체로 남한강자전거 길의 마지막 구간인 '양평군립미술관 - 능내역' 구간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폐교량, 폐철로 위를 달리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경험은 역시 폐터널. 23km의 길지 않 은 구간에서 여남은 개의 폐터널을 만나게 된다. 뒤에서 오는 자동차 걱정할 필요 없이 터널 안을 달려도 된다는 것도 신나지만 잠시나마 햇빛을 피하며 냉골 같은 바람까지 쐰다는 것도 짜릿한 쾌락이다. 그 터널 가운데에서도 또 눈에 띄는 것이 위 사진에 보이는 '아트터널'. 다른 터널들은 안내판에 그냥 'OO터 .. 더보기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끝까지 겸손하게, 다비드처럼. 남한강자전거길의 6개 구간 중 5번째 구간인 '이포보 - 양평군립미술관'은 그냥 지도로 말하자면 여주시에서 양 평군으로 넘어가는 코스이다. 양평군은 상주시 등과 더불어 지자체에서 '자전거의 도시'로 홍보하는 몇 군데 중 의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일반 도로가 아닌 자전거 길에도 게시판과 홍보물 등을 빈번하게 만나볼 수 있다. 아닛. 지나기만 해도 귓불이 어깨까지 늘어나고 촉한을 차지할 수 있게 될 것만 같은 이름의 다리. 북한강자전거길 때에도 느낀 것인데, 확실히 경기도의 안쪽으로 들어와 서울 방향으로 달리면서부터는 사진을 안 찍게 되는 것 같다. 서울과 경기도의 풍광 또한 이름난 것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으니 아마도 그저 눈에 익숙 한 모습이어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지 않게 되는 모양이다. 슥슥 하고 달.. 더보기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여주보 옵서예 순식간에 뿅 하고 도착.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 두리번거려본다. 여주에는 심지어 보의 벽면에도 세종 어제 훈민정음이. 한두 번 봤을 땐 감동적이다가 자꾸 보게 되니 너네 너무 광 판다,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알기로는 세종대왕릉도 원래부터 여주에 있었던 게 아니라 나중에 이장된 것인 데. 보 한 쪽에는 유인 인증센터가 있다. 바깥의 무인 인증센터에서 이미 도장을 찍은 터라 딱히 들어갈 필요는 없었 지만 종주길을 맨 처음 시작하던 아라뱃길 서해갑문에서 들어가 봤던 것이 전부라 한 번 들러보기로 했다. 자전 거 도로에서도 사람 하나 못 봤는데 자전거길 인증센터에 사람이 없는 것은 정한 이치. 센터 안에는 4대강 홍보 사진들과 함께 보나 발전소 같은 시설을 축소해 놓고 그 작동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한 장치가.. 더보기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세종대왕릉 전날 이미 꽤 많은 거리를 달렸기 때문에 이틀째에는 여유가 좀 있었다. 닭 한 마리 다 먹고 푹 자는 것 또한 집 나와서 누리는 호사 아니겠나 싶어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잤다. 두꺼운 커텐 덕에 세상 모르고 잤다. 창문을 열어 보니 여주 시내에는 이미 해가 쨍쨍. 시계를 보니 아침 아홉 시 반인데 도로에서는 벌써 김이 피어 오른다. 샤워하고 짐을 챙겨 나오는데 아주머니는 하던 페인트 칠을 멈추고 얼음물 한 병을 더 챙겨주었다. 혹여 나 여주에 다시 가게 되면 꼭 또 들러야지. 출발 전 계기판 확인. 전날 한 칸에서 두 칸 사이를 오가며 속을 태우던 배터리는 밤새 전기를 흠뻑 마시고 만땅 을 채웠다. 지금까지 자전거를 사서 달린 총 거리가 453km인데 어제 하루 달린 거리가 122km이다. 푹 곯아떨어 질.. 더보기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비사이로 마까 그럼 출발. 출발하고 삼십 분쯤 지났을까, 안개와 빗방울 사이쯤에 있는 물이 얼굴에 와 닿는다. 출발하기 전날 밤, 이 날 오후 강수확률 60%, 예상 강수량 1-4mm라는 예보를 본 터였다. 강수량 1-4mm는 도대체 뭐야, 하고 검색해 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던진 바 있었다. 이곳저곳의 답변을 총합해 보면, 온다고도 안 온다고도 할 수 없는 비가 예측될 때 기상청에서 때리는 기준이 1-4mm, 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것이 이런 의 미였구먼. 한 5, 60cm 앞에서 가끔씩 약하게 뿌리는 분무기를 맞는 느낌이랄까. 시원하니 잘 됐다. 하고 달리는데, 앞 쪽 멀리에서 한 라이더가 달려온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라 아직 멀리에 있는데도 고개를 꾸 뻑하며 인사를 했다. 그는 오던 속도 그대로.. 더보기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고독한 라이더 왔던 길 고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구만. 일기에 구구절절이 쓰기 하도 한심해서 툭 치고 넘어가는데, 나는 여 기서 길을 잘못 들어 약 20km를 더 달렸다. 날은 가장 더운 낮 두 시경이라 짜증이 날 법도 했지만, 북한강자전 거길 때에 해 지고 전방 후레쉬 꺼진 판에 틀린 길 10km를 달리다가 대판 넘어지기까지 했던 이제의 나는 웃으 며 달린다. 하하하 한심해. 하하하 샹 한심해. 평일에 다녀와서 더 그랬겠지만 남한강자전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독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경 기도 인근에 들어서면서부터 종주를 시작하는 사람들에다 운동을 나온 동네 라이더들까지 나타나기 전까지는, 이틀 동안 달리면서 만난 라이더가 열댓 명 안짝인 것 같다. 위의 사진은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데 우연히 나타 난.. 더보기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양반이 보고 있다. 이제 갈 곳은 남한강자전거길의 진짜 출발점인 충주댐 인증센터. 탄금대 인증센터에서는 11km가 조금 넘는다. 남한강을 끼고 달리는 것이라 길 잃을 염려가 없어 좋다. 하늘을 쳐다보면서 멍 때리며 달리다가 갑자기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아니 여기 인도야 뭐야. 아무리 자전 거 도로라지만. 사진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길 옆은 굉장한 경사였는데, 무술 공원 인근에 사는 흑염소들답게 마치 산양처럼 펄 쩍펄쩍 뛰면서 내려가 버렸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사진은 충주탄금대 - 충주댐 구간을 달리며 내가 받았던 인상을 잘 담은 한 컷이다. 남한 강의 풍경 수려하고, 인근을 둘러싼 위락시설, 운동시설 또한 수준급이다. 그런데 도무지 사람이 없다! 평일 대 낮이니 자전거 도로에 자전거 없는 것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더보기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무술의 근원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처음으로 간 곳은 '충주탄금대' 인증센터. 남한강자전거길의 거점은 아니고 남쪽으로 쭉 이어지는 새재자전거길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버스터미널에서 멀지 않아 미리 들러 인증 도장을 찍어봤다. 남한 강자전거길의 출발 거점인 '충주댐' 인증센터는 지도 상에서 북북동 쪽이라 조금만 돌아가면 되는 것도 한 몫 했다. 아닛. 역시 남한은 넓고 갈 곳은 많다. 이런 공원 저런 공원 많이도 들어봤지만 세계무술의 중심지가 충주에 있을 줄이 야.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으려고 멈춘 것인데 사진을 찍고 난 뒤 경로를 검색해 보니 여기가 바로 충주탄금대 인 증센터의 진입로였다. 충주터미널에서 출발해 정말 눈 깜짝할 새 도착하니까 처음 가는 분들은 주의 바란다. 도로 한 가운데에 풍기는 낯선 기운이 바퀴를 멈추게 .. 더보기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충주로 가자 지난 번에 적은 바와 같이, 당일치기로 가능했던 아라자전거길과 한강자전거길(서울), 그리고 북한강자전거길의 종주가 다 끝나고 이제 남은 것은 최소한 1박 2일 이상의 코스들 뿐. 이틀의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렵지만 막상 시 간이 난다 하더라도 체력 관리와 같은 중요한 문제서부터 버스로 자전거 나르는 것은 어떡할 것인지, 도중에 바 퀴에 펑크가 나면 대처할 줄도 모르면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등의 세세한 문제까지 고려할 것이 많아, 다음 종주 는 적어도 여름이나 지나야 도전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오래 전부터 일정표에 나와 있던, 주중의 이틀 휴가를 눈 앞에 두고도 내 심정은 여전히 그랬다. 무리하다 큰 코 다치지 말고 깜냥에 맞춰서 찬찬히 진행하자. 나중이 되면 체력도 자라나 있을 테고 혹 같이 갈 사람이 .. 더보기
으앙 4대강 자전거길의 코스들 중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100km 이하는 모두 마쳤고, 이제 남은 것은 시외버스 로 이동해야 하는 최소 1박 2일짜리들. 장거리 레이스에 튼튼히 대비하려는 마음으로 준비한 이 주의 자전거 용 품은 바로 라이딩용 패드 속바지이다. 주문한지 이틀만에 득달 같이 도착해주었다. 엉덩이 부분을 감싼 하트 모 양의 패드만 보면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뒤집어서 안을 들여다 보면 한층 우스꽝스럽다. 로봇전사의 복근 같기도 하고 발정 난 보노보의 엉덩이 같기도 하다. 많은 제품들 가운데 특히 이 상품을 고른 것은 다른 어떤 상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립선 강화 패드'라는 광고 문구 때문. 실상은 전립선 부분의 패드가 강화되었다는 것이겠지만 어쩐지 입고있다 보면 전립선이 강화될 것 같은 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