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담

모닝 콜 참고할 것이 있어 정미년인 1667년의 현종실록을 뒤지다가, 밤을 새는 바람에 뻑뻑해진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기사가 있어 옮겨 적는다. 짧은 글이지만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현종 14권, 8년, (1667 정미년/ 청나라 강희 6년) 8월 6일 무인戊寅일 배천에서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한 머리에 몸이 두 개였다. 나는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보는 족족 모으는 편이라 웬만한 기록을 보고서는 딱히 놀라거나 하 지는 않는데, 비슷한 이야기라도 개인 문집에서 보는 것과 조선왕조실록에서 보는 것은 확실히 임팩트의 차이가 있다. 실록에도 이런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나오니 이 참에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 하나씩 주워다 쟁여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더보기
도서관에서 재학 중인 연세대학교의 중앙 도서관은 구 도서관과 신 도서관의 두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가운데 내가 주로 찾는 곳은 인문 도서가 있는 구 도서관 2층과 사회-예술 도서가 있는 구 도서관 3층이다. 2층과 3층은 내부의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때문에 2층에 있다가 3층의 도서를 찾고 싶을 때, 굳이 2층의 출입 구로 다시 나가 3층의 출입구로 들어가야 할 필요가 없다. 내부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된다. 나는 대체로 대출할 도서의 위치를 미리 검색해둔 뒤, 2층의 출입구로 들어가 내부의 계단으로 올라갔다가 3층의 출입구로 빠져나오 는 동선을 짠다. 그런데 계절에 따라 여덟 시에서 열 시 정도까지 개방하는 2층 출입구와 달리, 3층 출입구는 언제나 저녁 나절이 면 봉쇄가 된다. 봉쇄가 되고 나면 3층.. 더보기
무지기(無支祁) 무지기(無支祁)는 전설 속의 수신(水神)의 이름이다. 무지기가 역사 속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상고 시대인 우임금 때이다. 평화로운 때를 가리키는 '요순시대'라는 말 은 요임금과 순임금이 통치했던 시대를 말한다. 우임금은 범람하기 일쑤였던 황하의 치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 끈 공적을 인정받아, 바로 그 순임금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른다. 기록에 의하면 우임금이 치수 작업을 한 기간 은 9년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옛 기록에서 9년은 단지 십 년에서 한 해 모자란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무 척 긴 시간의 상징적인 표현이다. 이렇게 긴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그 간에 여러가지 괴상하고 신기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전해진다. 무지기는 회수(淮水)와 와수(渦水)의 수신(水神)이다. 회수(淮水)와 와수(渦水)는 중.. 더보기
그림자 없는 아이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늙은 사람의 아이, 귀신이 낳은 아이, 꿈 속에서 잉태하여 낳은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라고 하나, 이는 시골 사람들의 어리석은 말로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옛 책에 증거가 있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응소(應劭)의《풍속통(風俗通)》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류(陳留) 땅의 아흔 살 먹은 부유한 노인이, 소작인의 딸을 첩(妾)으로 삼아 한 번 관계를 갖고 나서 죽었다. 후에 그 첩이 아들을 낳자, 본처의 아들이 첩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성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한 번 동침을 하였다고 어찌 아들이 생기겠소. 당신 이 밖에서 음란한 짓을 해 놓고 우리 집안을 더럽히려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서로 재산을 놓고 다툰 .. 더보기
130117, <그림자 없는 아이>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늙은 사람의 아이, 귀신이 낳은 아이, 꿈 속에서 잉태하여 낳은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라고 하나, 이는 시골 사람들의 어리석은 말로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옛 책에 증거가 있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응소(應劭)의《풍속통(風俗通)》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류(陳留) 땅의 아흔 살 먹은 부유한 노인이, 소작인의 딸을 첩(妾)으로 삼아 한 번 관계를 갖고 나서 죽었다. 후에 그 첩이 아들을 낳자, 본처의 아들이 첩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성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한 번 동침을 하였다고 어찌 아들이 생기겠소. 당신 이 밖에서 음란한 짓을 해 놓고 우리 집안을 더럽히려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서로 재산을 놓고 다툰 .. 더보기
김수항이 죽기 전날 밤 귀신 꿈을 꾸다 문충공 김수항은 용모가 매우 수려하였다. 일찍이 한 마리 나귀를 타고서는 한 동네를 지나가는데, 역관 집안의 딸이 창문 틈으로 그를 보고서는 마음으로 흠모하게 되었다. 그를 지아비로 삼고자 생각하였지만 입 밖으로 내 기가 어려워, 마침내 병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아비가 캐묻자 딸은 비로소 이유를 말하였다. 아비는 이야기를 다 듣고 김공을 찾아가 인사한 뒤 딸을 거두어 처로 삼아주기를 청하였다. 김공은 성격이 본래 강직하여, 그 딸의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을 크게 질책하였다. 아비는 두려워 벌벌 떨면서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딸은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을 삼키며 죽고 말았다. 후에 김공은 대신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탄핵을 받아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유배 몇 년 후에.. 더보기
130112, <김수항이 죽기 전날 밤 귀신 꿈을 꾸다> 문충공 김수항은 용모가 매우 수려하였다. 일찍이 한 마리 나귀를 타고서는 한 동네를 지나가는데, 역관 집안의 딸이 창문 틈으로 그를 보고서는 마음으로 흠모하게 되었다. 그를 지아비로 삼고자 생각하였지만 입 밖으로 내 기가 어려워, 마침내 병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아비가 캐묻자 딸은 비로소 이유를 말하였다. 아비는 이야기를 다 듣고 김공을 찾아가 인사한 뒤 딸을 거두어 처로 삼아주기를 청하였다. 김공은 성격이 본래 강직하여, 그 딸의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을 크게 질책하였다. 아비는 두려워 벌벌 떨면서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딸은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을 삼키며 죽고 말았다. 후에 김공은 대신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탄핵을 받아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유배 몇 년 후에.. 더보기
130110, <지퍼를 내리는 손> 한참 책을 읽다가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에 가보면 바지의 지퍼가 이미 열려 있다. 전에 열고 안 닫았을 수도 있 고 공부를 하다가 막혔을 때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열었을 수도 있으니 별스럽게 여기지 않고 튼실히 끝까 지 올리는데, 몇 시간이 지나 다시 화장실에 가 보면 지퍼는 어느새 또 내려가 있다. 바지의 문제인가 싶어 다른 바지를 입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 나는 사람이 공부에 열중하였을 때 그가 앉은 의자 밑에서 스윽하고 손을 올려 지퍼를 살살 내리는 귀신의 정체를 눈치채었다. 더보기
그림자 없는 아이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늙은 사람의 아이, 귀신이 낳은 아이, 꿈 속에서 잉태하여 낳은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라고 하나, 이는 시골 사람들의 어리석은 말로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옛 책에 증거가 있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응소(應劭)의《풍속통(風俗通)》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류(陳留) 땅의 아흔 살 먹은 부유한 노인이, 소작인의 딸을 첩(妾)으로 삼아 한 번 관계를 갖고 나서 죽었다. 후에 그 첩이 아들을 낳자, 본처의 아들이 첩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성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한 번 동침을 하였다고 어찌 아들이 생기겠소. 당신 이 밖에서 음란한 짓을 해 놓고 우리 집안을 더럽히려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서로 재산을 놓고 다툰 .. 더보기
김수항이 죽기 전날 밤 귀신 꿈을 꾸다 문충공 김수항은 용모가 매우 수려하였다. 일찍이 한 마리 나귀를 타고서는 한 동네를 지나가는데, 역관 집안의 딸이 창문 틈으로 그를 보고서는 마음으로 흠모하게 되었다. 그를 지아비로 삼고자 생각하였지만 입 밖으로 내 기가 어려워, 마침내 병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아비가 캐묻자 딸은 비로소 이유를 말하였다. 아비는 이야기를 다 듣고 김공을 찾아가 인사한 뒤 딸을 거두어 처로 삼아주기를 청하였다. 김공은 성격이 본래 강직하여, 그 딸의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을 크게 질책하였다. 아비는 두려워 벌벌 떨면서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딸은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을 삼키며 죽고 말았다. 후에 김공은 대신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탄핵을 받아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유배 몇 년 후에.. 더보기
121223, <Headless> 업데이트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메인 화면에는 노출시키지 않지만, 옆의 카테고리 중 에는 각별한 정이 있다. 처음에는 한문 공부를 위해 원문을 번역하면서, 나도 재미있고 읽는 사람도 재미있는 내용은 좀 옮겨둬도 좋겠다 싶어 괴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을 골라 실었던 것 뿐인데, 이제는 공부의 한 주제로 무척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와중, 내용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봐도 재미있겠다 싶어 이야기 중 하나인 '머리 없는 사람'을 그려 봤다. 그림 체는 모로호시 다이지로 선생의 에서 참고하였다. 카테고리에 실어놓은 이야기의 대강은 다 음과 같다. 먼 동쪽 지방에서, 한 병사가 싸우다 죽었다. 머리가 땅에 떨어졌는데도 죽지 않고 그 머리를 들고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는 비록 썩게 되었지만 그 몸은 살아서 자.. 더보기
비건국(毘騫國 남만전(南蠻傳)에 실린 이야기이다. "남해에 비건국(毘騫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왕은 키가 오 척이고 얼굴은 삼 척이었으며 만고토 록 죽지 않았다. 그 자손들과 나라 사람들은 평범하게 태어나고 죽었다." 근래 소설들 중에 라는 책이 있는데, 황당하고 불경한 이야기가 많다. 그 책에 비건국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일찍이 한 어부가 그 나라로 표류해 왔다. 국왕이 불러다 보고서는 말했다. "그대가 이 땅에 표류해 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 사람이 크게 놀라 말했다. "저는 평생 바다에 표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이 처음인데, 대왕께서는 어째서 세 번째라고 하십니 까." 왕이 말했다. "그대가 믿지 못 하는구나." 그리고는 좌우에 명하여 첫 번째 ((개벽부터 종말까지가 쓰여진 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