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그림은 '인종별 매력적인 얼굴'에 관한 기사에서 캡쳐해 두었던 것. 제목만 읽었을 때에는 피부색 등과 같이 인종별
로 생각하는 미의 기준의 차이야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걸 실제의 얼굴로 스테레오 타입화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막
상 그림을 보면서는 한국의 전형적 미인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굴 밑의 나라 이
름을 가려 놓고 물어봤더라도 맨 오른쪽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광대뼈의 높낮이, 쌍커풀의 유무 등과 같이 서로의 외
형적 특성을 구분하는 데 있어 한중일 3국도 확실한 차이를 갖는구나, 하고 재미있어 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한 글을 읽은지 몇 달이 지난 오늘, 포털을 통해 접한 동아일보의 한 기사에서 극동 아시아 3국이 서로의 내면적
인 면에 대해 이성으로서 어떠한 이미지를 갖는지가 소개되어 있어 함께 엮어 올린다. 동아일보의 '한중일 마음지도'
라는 프로젝트의 일부라고 한다. 다음은 동아일보가 소개한 실험 방법의 내용이다.
동아일보는 응답자들에겐 총 11가지 항목(남성 혹은 여성다움, 다정다감함, 순종적, 유머러스함, 당당함, 능력 있음,
세심함, 미래지향적, 검소함, 사치스러움, 수다스러움) 가운데 떠오르는 이미지 3가지를 선택하게 했다.
기사에서는 직접적으로 소개되지 않았으나, 당연히 한국 사람은 중국과 일본만, 중국 사람은 한국과 일본만, 일본 사
람은 한국과 일본만을 대상으로 하여 해당 란에 체크를 했을 것이다. 다음은 그 결과이다.
한국 남성은 다정다감하다. 중국인의 64.7%(11개 항목 가운데 1위). 일본인의 55.3%(1위).
한국 여성은 여성스럽다. 중국인의 71.5%(1위), 일본인의 41.1%(3위)
중국 남성은 수다스럽다. 한국인의 69.6%(1위), 일본인의 60.3%(1위)
중국 여성은 수다스럽다. 한국인의 52.3%(1위), 일본인의 64.1%(1위)
일본 남성은 세심하다. 한국인의 59.4%(1위), 중국인의 29.6%(5위)
일본 여성은 순종적이다. 한국인의 81.2%(1위), 중국인의 70.9%(2위)
위에서 알 수 있듯이 동아일보는 그 결과 중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항목을 골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눈여
겨 보면 조금은 의아한 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 남성은 세심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59.4%이며 비율도 1위이지
만, 같은 생각을 하는 중국인은 29.6%에 불과하며 비율도 5위이다. 복수 답안임을 생각하면 유의미한 수치라고 생각
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누구는 어떻다'라는 제목을 뽑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일까? 아니면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일까?
이외로 수치를 비교해 가며 다시 읽어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남녀가 '수다스
럽'다는 인상은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1위이다. 한일의 남녀가 다른 나라들로부터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이미
지의 단어를 얻어낸 것과 비교된다. 그 안에서 다시 살펴보면, 일본인은 중국인의 '수다스러움'에 관해 남성(60.3%)에
대해서나 여성(64.1%)에 대해서 비슷한 비율의 선택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인은 중국 남성(69.6%)의 특성으로
수다스러움을 선택한 비율이 중국 여성(52.3%)를 선택한 비율보다 17.3%나 높다. 한국인은 중국 남성이 여성보다 조
금 더 말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중국 여성의 이미지에 관한 항목 중에 체크할 것이 더 많았던 것일까?
한국 남녀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남성은 다정다감하다'와 '한국 여성은 여성
스럽다'는 항목에 대해 중국인은 각각 64.7%(1위), 71.5%(1위)의 비율로 선택한 데 비해 일본인은 55.3%(1위),
41.1%(3위)만을 선택하였다. 좋게 생각하면 중국에 비해 일본인들이 우리에게 훨씬 관심이 많고 이해가 깊어 여러
가지 항목을 통해 선정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도 볼 수 있겠다. 하나 더. 한국 여성이 여성스럽다고 생각하
는 중국인은 71.5%로 해당 항목이 1위인데 비해 일본인은 41.1%로 3위이다. 비율에서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순위까지
다르다면 주목해서 봐야 하지 않을까? 일본인들이 뽑은 한국 여성의 이미지 1위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일본의 사례에서는 특히 여성에 관한 결과가 눈에 띈다. '일본 여성은 순종적이다'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81.2% (1
위), 중국인은 70.9%(2위)이다. 다른 결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이다. 단순히 일본 문화를 통해 전파된 일
본 여성의 이미지가 단일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실제로도 그러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일까? 실제로 내 주위에는 일
본 여자가 아마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해 일본 여성과의 교제를 꿈꾸는 한국 남성들이 매우 많다.
아무튼.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로 누구는 어떻다'고 선언하면 그야말로 우생학의 후예가 되고 말겠지만, 서로
이러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수치로 적시하는 것은 유의미한 일인 것 같다. 좋지 않은 평가가 나왔다면 원인을
분석해서 개선할 수도 있는 것이고, 좋은 평가이지만 실제를 반영하지는 못했다고 한다면 더 많은 루트와 컨텐츠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노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는 수치를 외워 뒀다가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아이스 브레이커로 써먹을 수도 있을 것이고. 자국민들이 자국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한
국 여성들은 한국 남성의 특성으로 '다정다감함'을 꼽을까? 한국 남성들은 한국 여성들이 중국 여성이나 일본 여성에
비해 '여성스럽다'고 생각할까?
동아일보의 인터넷 기사에서는 위에서 행한 수치의 분석이나 질문의 제기 등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나중에 프로젝
트를 충괄하여 책으로 낼 생각이라 그랬을까. 개인적으로는 꼭 그래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