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의 밤부터 경남 지역에는 소나기가 예고되어 있었다. 종주를 떠나기 전 확인했을 때 30-40%였던 강수 확률은 어느새 80-100%로 치솟았다. 아니나 다를까 일곱 시 언저리가 되자 해는 이미 지고 한 방울,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사진은 그나마 밝기를 보정한 것이다. 어느새인가 길과 강, 산과 하늘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자전거길에 환하게 밝혀져 있는 보조등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용객도 별로 없는데 예산절감을 위해 비 오는 밤 같은 때에는 다 꺼버리라는 명령이 있었다면 여기에서 멈추었을 가능성이 높다. 경남도지사 홍준표 씨가 결정했는지 부산시장 허태열 씨가 결정했는지, 아무튼 평생 감사해할 일 없을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도 일단 감사는 하긴 한다. 하기사 4대강 자전거 도로 전체가 전임 대통령의 업적이시지.

 

 

 

 

 

 

 

 

55km를 달려 양산 물문화관 인증센터에 도착. 이때 이미 온몸은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남은 것은 마지막 포인트인 '낙동강하굿둑 인증센터' 까지의 35km 뿐. 본래는 이틀째의 일정을 여기에서 멈추고 양산시에서 숙박을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몸이 이왕 젖고 보니 고생은 오늘로 끝낸다는 오기가 들어 다시 빗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 십 키로나 이십 키로쯤 더 가고, 내일은 푹 자고 일어나서 맛난 것 먹고 샤워하고 땀 한 방울 안 흘린 채로 뽀송뽀송 결승점을 통과해야지. 팬티와 양말 젖은 짜증을 이 악물고 참아가며 달렸다. 인생이 계획대로 될 리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멀리로 대도시 부산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찾은 부산. 사실 부산인지 뭔지도 모르겠고 진짜 부산이라 해도 아무 상관없는 상태이긴 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끝내 20km를 더 달려 부산 지하철 2호선의 사상역까지 갔다. 사상역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이다. 그래서 간 건 아니고, 부산 동의대에 임용이 되어 서울을 떠난 뒤로 얼굴을 보지 못했던 상석이 형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내 이동거리와 다음 날의 일정, 형의 이동거리 등을 감안해 중간으로 잡은 것이다. 단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도 이렇게 한가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지만, 깜빡거리는 배터리와 미끄러운 길, 그리고 초가을의 폭우 속에서 달렸던 마지막 20km 때에는 언뜻언뜻 군 시절이 생각날 정도였다.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목적지인 사상역까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어볼 때 똑바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덜덜 떨면서 사...사상...사상... 하는 말 밖에 안 나왔다.

 

사상역은 부산의 중심지 중 하나인 만큼 유흥시설과 숙박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모텔에 자전거를 세우고 보니 가방과 안장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앗 참. 때늦은 인사이지만. 우당탕 넘어지고 빗속을 달려가도 고장나지 않는 자전거를 만들어주신 알톤 사에 감사드립니다.  

어...얼마... 라고 물어 방 값을 지불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모텔 입구에 공짜 커피머신이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코코아를 한 잔 뽑았다. 얼마나 뜨거운지 가늠하려 입술만 적셨다고 생각했는데 마른 땅에 비 내리듯 코코아는 몸으로 죽 하고 들어가 버렸다.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십여분 쯤 샤워기 아래 죽은 듯 누워 있자 정신이 좀 돌아왔다. 젖은 옷과 마스크, 장갑을 몽땅 쌓아두고 샴푸를 뿌려 발로 팍팍 밟아가며 초벌 빨래를 했다. 툴툴 털어 널고 있자니 사상역에 도착했다는 상석이 형의 전화가 왔다. 

 

이 기사는 내 지인으로서 블로그를 찾는 이들도 읽겠지만 자전거 여행 자체로만 검색해서 들어오는 독자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는 따로 길게 적지 않으려 한다. 무척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이자 형이고, 아주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여전히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어서 아주 기쁜 만남이었다는 것만 적어두고 넘어가려 한다.

 

자전거 여행 중 그 지역에 거주하는 지인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앞으로는 종종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하나에만 너무 몰두하면 외곬수가 되기 쉽다. 산과 강 사이로 열 시간이고 열두 시간이고 자전거만 타고 있다보면 오늘 몇 km, 남은 거리 몇 km, 시간이 얼마, 상처와 체력은 얼마 따위의 생각에 사로잡히기 일쑤이다. 그런데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모텔의 슬리퍼를 끌고서는 도심의 번화가를 걷고 있자니 방금 전까지 맞서 전쟁을 치루던 폭우도 산뜻한 가을 소식에 지나지 않았다. 내게 좌절과 실패를 가져다 줄 것 같았던 무릎과 허벅지도 아야 아파, 라는 정도의 느낌만이 들었다. 게다가 반가운 사람을 만나 맥주를 마시니 삼십 분 전의 고난은 생동감 있는 화제거리가 되었다.    

 

즐겁게 마시고 방으로 돌아왔다. 처음 들어갔을 때엔 너무 피곤해서 몰랐는데 내가 묵은 곳은 아주 잘 꾸며진 러브 호텔이었다. 곳곳에 성인 용품이 비치되어 있고 바닥 빼고는 전부 거울이 붙어 있어서 기웃기웃거리다가 잤다.

 

 

 

 

 

 

 

 

2박 3일의 마지막 날 오전 8시. 비는 계속 오고 있었다. 머무른 곳인 사상역에서 을숙도까지는 고작 10km이다. 자전거길 권장 속도인 20km로 가더라도 30분이면 도착한다. 그렇다면 부산의 명물 돼지국밥이라도 먹으면서 기다리다가 비 그치면 떠나볼까.

 

 

 

 

 

 

 

 

엥 오후 되어도 꽝. 밤새 옷과 신발 말렸건만. 어차피 젖을 거라면 아침부터 푹 젖고 서울에 후딱 올라갈란다. 부산은 다음에 때때옷 입고 KTX 타고 놀러올란다.

 

 

 

 

 

 

 

 

출발 전 완전무장. 물론 폭우 앞엔 장사 없었다.

 

 

 

 

 

 

 

 

비 오는 아침이라 광장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없었다. 도착하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행인들이 박수 쳐주는 그런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는데. 그저 멀쩡한 날씨여서, 캔음료 한 잔 마시며 종주에서 있었던 일들 회상하고 조금 멋쩍더라도 과장된 인증 사진 몇 장 찍으면 충분했는데.

 

 

 

 

 

 

 

 

그냥 가긴 아쉬워서 아이폰의 방수 기능을 믿으며 마지막 인증 사진 한 장 찍었다.

 

 

 

 

 

 

 

 

에잉.

 

 

 

 

 

 

 

 

무인 인증센터 바로 앞의 낙동강 문화관으로 들어가니 휑뎅그렁한 로비에 안내센터가 하나 있었고 거기에 공무원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앉아 있었다.

 

이 자전거길은 사실 결혼을 약속했던 이와 헤어지게 된 뒤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시작했던 것이라 즐거운 출발은 아니었다. 과정에서도 피곤한 일이 몇 차례나 있었다. 이번의 마무리도 끝매무새를 잘 짓지 못하는 습관을 고치려고 작심했던 것이지 희망찬 기대를 품고 집에서 나섰던 것은 아니다. 그런 만큼 국토종주 인증을 받고 금빛 스티커를 붙이고 나면 피로와 감동, 회한이 섞여 눈물이라도 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춥고 배고픈 결말과 인증 직원의 효울적이고 사무적인 처리 때문에 눈물이 날 뻔 했다. 뭐 이래 이거, 하고. 저마다의 호흡과 속도로 달리게 되어있다고 멋진 척 한 터라 욕도 못 하겠고.

 

나와서도 그냥 가면 되나 하고 멋적게 서 있었지만. 서 있으면 뭘 어쩔 것인가, 비나 더 맞지. 주춤주춤 돌아가는데 낙동강 하굿둑 위로 강바람은 귓등에서 귀신 소리를 내고, 반대편서 달려오는 25톤 트럭들은 내 키보다 높은 물따귀를 날려대었다.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물따귀를 얻어맞은 몸에서는 서울에 올라올 때까지 심한 냄새가 났다.

 

동서울로 올라가는 시외버스는 금세 있었다. 한 시간 반쯤 기다리면 만 원이 싼 일반 버스를 탈 수 있었지만 땀 냄새에 물 냄새에 차라리 남들과 떨어져 앉는 것이 예의다 싶어 바로 있는 우등을 끊었다. 경남을 벗어나니 비구름은 없었다. 대구, 구미, 상주, 충주, 양평. 그 동안 자전거로 달렸던 도시의 이름이 하나씩 창밖으로 지나갔다. 동서울터미널에는 햇볕이 따가웠다. 새로 이사한 집까지는 이십 분 정도면 충분하다. 사흘 전과 마찬가지로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나도 자전거를 몰고 조용히 돌아왔다. 빨래를 돌리고 밥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 일기를 썼다. 안녕.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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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달 반쯤 후에는 국토해양부에서 국토종주 메달과 상장을 보내온다. 수령하는 것도 일기로 써서 올리도록 하겠다.

    2015.09.18 15: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김종우

    참말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연이 있는 자전거 종주였네요...
    어쩐지 자라섬 등에서 약간 후회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져서 의아해 했었습니다...
    (아니시라면 제멋대로 감정이입 죄송합니다)
    아무튼 국토종주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05.20 07: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꼼꼼이 읽고 글마다 댓글도 달아주시고. 고맙습니다. 올 여름에는 제주를 한 바퀴 돌아볼까 계획만 세우고 있는데, 이렇게 잘 봐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얼른 다녀와서 또 여행기를 쓰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2016.05.23 18:18 신고 [ ADDR : EDIT/ DEL ]

 

 

 

 

이 다리는 삼랑진교이다.

 

 

 

 

 

 

 

 

삼랑진교를 넘어가면 삼랑진역이 나온다. 삼랑진역은 춘원 이광수의 <무정>의 마지막 무대이다. 비교적 능숙하게 교직해 왔던 인물 간의 첨예한 갈등을 홍수 앞에서의 대화합이라는 장치로 한 쌈 크게 싸서 꿀떡 삼켜버린 그 장면이 펼쳐진 곳이다. 그 삼랑진에 진짜 왔구나, 하는 감회가 들어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멈춘 건 아니고 무릎이 욱신거려서 멈춘 거지만 멈춘 김에 찍었다.

 

젊은 사람이 다리 사진을 찍고 있으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먼저 앉아 쉬고 있던, 화려한 자전거 의상을 입은 오십대 초반 쯤의 부부가 으데서 왔습니꺼, 하고 말을 붙여왔다. 서울에서 왔어요.

 

안동 사람인 아저씨와 하동 사람인 아주머니가 부산 옆의 양산에 살기 시작한 지는 십 년이 조금 못 되었다 했다. 마침 나와 큰 차이가 지지 않는 연배의 아들이 있다는 부부는 직업 이야기나 결혼 이야기 등에 대해 흥미를 갖고 이런저런 질문을 해왔다. 무릎은 까지고 얼굴은 벌건 것이 안돼 보였는지 아주머니는 연방 물을 먹인다, 과일을 먹인다 하며 이것저것을 내주어서 나는 재미나게 쉬었다.

 

자전거 이야기도 하고 양산의 유명한 사람 이야기도 하고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질문을 했다. 그런데 평일 낮에 이렇게 함께 운동 나오신 것을 보니 자영업 하시나 봐요. 부부는 잠깐 서로를 보며 얼굴을 굳혔다.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실직이라도 당하신 모양이다, 고 생각하고 다른 질문을 하려는데 아저씨가 갑작스레 내 얼굴을 보더니 몇 월에 났습니꺼, 라고 물었다.

 

- 팔월 말인데요.

 

- 음력으로예?

 

- 제 또래는 양력 밖에 안 써서...

 

- 음력이어야 하는데.

 

그쯤 해서 감이 왔다. 부부가 같이 하는 자영업이고 낮에는 쉬는데 지나가다 만난 이의 생일을 물으시니, 옳지, 사주 보는 분이시구나.

 

- 철학관 하세요?

 

- 그런 건 아이고...

 

- 저 음력으로 숫자 날짜는 잘 모르고 신유년 병신월 병자일 인시인 건 아는데요.

 

음력 숫자 날짜는 모르면서 간지는 다 알고 있었던 괴상한 꼴인 건 주역을 읽기 시작할 무렵 언젠가는 스스로 사주 한 번 봐봐야지 마음 먹고 외워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 어디 보쟤이.

 

아저씨는 눈을 반쯤 감고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나는 슬슬 몸이 달았다.

 

- 공부 쪽이 아인데.

 

- 저는 항상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그게 좋고.

 

- 이 사주는 돈을 버는 사주라. 어디 보자... 레스토랑, 횟집 겉은 요식업, 아이면 모텔이나 호텔 겉은 숙박업. 그리 하면 대박 맞고 넘들 넉넉히 거느리고 사는 사주라. 그리고... 삼십 대가 힘든데, 올 해만 넘기면 된다. 올 해만 넘기면 내년 칠 월에 이동수가 있다. 거서부터 풀려가 처만 잘 얻으면, 이런 사주 잘 없어. 넘 밑에 서는 사주가 아이라.

 

어느새 반말로 바뀐 건 신경도 못쓰고 나는 눈을 좁게 뜨고 집중해서 들었다. 몸이 아파서 그랬는지, 실제로 삼십 대 초반이 고되어서 그랬는지, 내 인생의 키는 부인이 잡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작은 돈에 쪼잔하고 큰 돈에 틔미해서 사업은 글렀다고 스스로 생각한 것이 물경 이십여 년 전의 일이라 요식업과 숙박업 얘기는 흘려들었지만, 일일이 적지 않은 나머지 말들은 흔한 철학관식 멘트인데도 즐겁고 위안이 되었다. 이래서 점들 보러 댕기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주머니는 아저씨의 말이 다 끝나자, 이 양반이 어데 가도 먼저 말을 안 하는데, 슨생님이 여서 오늘 우리를 만날 인연이었는갑네, 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씩 웃더니 올해꺼지만, 올해꺼지만 이라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지장보살처럼 사라지는 부부의 뒷모습에 방금 부상 당한 허리와 무릎을 굽혀 인사를 했다. <무정>의 주인공들처럼 나도 결국 삼랑진에서 소설 같은 순간을 겪은 셈이다. 일기를 쓰다가 엄마에게 전화해서 확인해 보니 인시가 아니라 축시 출생이긴 했지만 아무튼 마음에 큰 위안 얻었다. 이렇게 잠깐 잘 쉬고, 낙동강 자전거길의 끝에서 두 번째 지점인 양산 물문화관 인증센터로, 출발.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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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청하

    검색하다 같은 생년월일이여서 글 남기고 갑니다~~ 전..여자라.. 남자로 태어났어야 좋았을꺼라고 하더군요~~
    행복하세요~

    2016.06.27 14: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적교장에서 푹 자고 출발. 빵빵한 배터리 사진은 여행이 다 끝난 지금 봐도 흐뭇하다. 계기판 왼쪽에는 휴대폰과 4대강 수첩 등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있다. 그 안에 보이는 작은 지도는 적교장 명함의 뒷면이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표지판과 도로에 새겨진 표식만 잘 따라가면 인천부터 부산까지 갈 수 있게 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따로 지도가 필요한 이유는.

 

한강과 낙동강의 모든 자전거길이 효율적으로 건설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곳은 터무니없이 크게 돌아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에누리 없이 강에다 딱 붙인답시고 엄청난 경사를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네티즌들은 짤막짤막한 지름길과 우회로 등을 공유하곤 한다. 해당 정보를 찾아 볼 만한 시간이 없거나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막상 현장에서 적용할 자신이 없는 라이더라면 그냥 길을 따라가면 된다. 원래의 길도 시간과 힘을 들이면 다 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동강 자전거길에는 자전거 여행기 책들에도 공통적으로 소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자전거길 자체에 '우회로'라는 안내가 붙은 길이 세 구간이나 있다. 달성보에서 합천창녕보 사이에 있는 '다람재 우회길'과 '무심사 우회길', 그리고 합천창녕보를 벗어나면 있는 '박진고개 우회길'이다.

 

우회길에 대한 평은 크게 둘로 나뉜다. 반대 쪽의 목소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소조령, 이화령을 넘어왔으면 여기도 넘어갈 수 있다. 세 개만 지나면 을숙도까지는 평평한 길이다. 우회길을 택할 거면 무엇하러 국토종주를 하나.

 

찬성 쪽의 목소리는 이러하다. 상대적으로 완만한 경사를 오랫동안 올라가야 하는 새재길에 비해 낙동강의 세 난코스는 중거리에 급격한 경사라 체력 소모가 심하다. 다른 자전거길도 모두 강 바로 옆을 지나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 돌아가는 길도 있다. 공식적으로도 우회로를 소개할 정도인데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이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우회길 덕분에 무사히 종주를 마쳤다는 글도 읽었고 고민하다 우회길을 택했는데 역시 후회되어 나중에 혼자 원래의 길을 달렸다는 글도 읽었다.

 

사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달린다는 것이 효율로만 따지면 멍청이 같은 일이긴 하다. 기차로 가도 되고 차로 가도 되고 하다못해 오토바이로 가도 되는데 굳이 자전거로 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결국 '의미' 때문일 것이다. 일정한 길이의 구간을 내 힘으로 달려 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그 성취감에서 오는 자존감 등이 의미의 실체일 텐데.

 

그렇다고 시원하게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다. 진짜로 자기 힘만으로 가고 싶다면 걸어서 가면 될 일이 아닌가. 자전거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쨌든 차나 오토바이와 같은 '도구'가 아닌가. 그 중에서도 특히 일반 자전거가 아니라 전기 자전거를 이용하는 나 같은 이에게는 더더욱 쉽게 답할 수 없는 질의이긴 하다.

 

쉬지 않고 몇 시간씩 달리다 보면 이 문제에 대해 수 차례는 생각해 보게 된다. 심심하고 외로울 때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보면 질러갈까 돌아갈까 하는 수준으로 출발한 고민이 끝내는 인생과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가 닿기도 한다. 나는 내 삶에서의 차원에까지 어떤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자전거길에 한해서만큼은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얼만큼의 의미를 부여하는지는 다 자기에게 달린 일이라고 본다. 갈림길을 앞에 두고 마음이 괴로우면 원래의 길로 가면 될 일이고 몸이 괴로우면 우회로로 가면 될 일이다. 인천에서 부산까지는 육백 키로가 훌쩍 넘는다. 어차피 이 정도의 거리라면 자기만의 속도로 달릴 수 밖에 없다. 무리해서 몰아친다고 해서 자기 깜냥을 넘어 한 번에 도전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면 내 호흡대로 가는 것이 좋다.

 

 

 

 

  

 

 

 

아무튼. 길 위에 있으면 몸과 마음이 지쳐 이런 개똥철학을 생각할 시간이 많아 좋다. 중요한 깨달음은 두툼히 쌓인 개똥철학의 밭에서 피어난다고 생각한다. 전일의 누적 주행거리는 106km. 이틀째 아침. 출발.

 

 

 

 

 

 

 

 

이번 종주길을 떠나기 전에 세웠던 목표 중에 하나는 돌아와서 우회길에 대한 자세한 블로깅을 하리라, 였다. 나는 공간인지감각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 책과 블로그에서 지도를 보여주고 설명을 해 줘도 영 머리에 그려지질 않았다. 직접 밟아보고 사진도 많이 찍어서 나 같은 라이더들에게 꼭 도움을 주어야지! 하고 상냥하게 다짐했던 것인데.

 

결과는 꽝. 쓰기 귀찮아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왜 꽝이냐 하면.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일단 대부분이 동일한 형태의 자전거 도로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멍 때리고 쭉 달려가도 크게 잘못될 가능성이 적다.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잠시 일반 도로로 들어갈 때에는 바닥에 자전거 표시를 해 준다거나 다른 구간보다 안내 표지판을 더 많이 세워 놓았다거나 하는 등의 배려가 분명히 있다. 무의식이 인식하는대로 따라가도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회로는 어디까지나 우회로이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적다. 신경 바짝 곤두세우고 천천히 달리며 주위를 살펴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나도 브레이크를 잡고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렸던 것이 몇 번인지 셀 수조차 없다. 게다가 달성 인근은 현재 대규모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길이 험하거니와 길인지 아닌지조차도 모르겠는 곳이 많다.

 

고생고생을 하다가. '우회로'이니까 어쨌든 우회하려고 했던 지점을 다 우회하고 나면 원래의 자전거길과 합류하게 된다. 아, 이제 다시 자전거길로 들어가는구나, 하고 마음을 놓으며 합류점에서 물을 마시는데 반대편에서 다른 라이더가 달려온다. 아유, 원래 길로 오셨나봐요, 저는 우회로로 왔는데, 하고 말을 붙여보니 다른 라이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저도 우회로로 왔는데요, 라고 말한다. 나는 이런 경험을 두 번이나 했다. 세 번의 우회로 중에서. 그래서 자세한 사진과 함께 하는 안내는 못 하게 됐다. 다만 이렇게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저도 완주했습니다.  

 

 

 

 

 

 

 

 

마지막 우회로인 '박진고개 우회로'를 벗어나면 창녕군의 남지읍에서 자전거길과 합류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을숙도까지는 자전거길 일직선이다.

 

 

 

 

 

 

 

 

저 용산이 서울역 그 용산이면 얼마나 좋겠나. 내 집에 가서 한 시간만 누워 지치고 상처 받은 사타구니를 달랠 수만 있다면. 나중에 알고 보니 한자도 같은 龍山이긴 했다.

 

 

 

 

 

 

 

 

백 키로 깨졌구만.

 

 

 

 

 

 

 

 

창녕함안보에서 인증샷. 1일차 밤에 숙소에서 벌겋게 익은 코를 보고 식겁하여 2일차에는 겸손하게 마스크 쓰고 댕겼다. 

 

 

 

 

 

 

 

 

너무 길쭉하게 파노라마로 찍다보니 중간이 크게 휘긴 했지만 아무튼 이것이 낙동강 자전거길을 달리며 무시로 보게 되는 풍경이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진짜로 바람 소리 나는 밀밭 사이를 몇 시간이고 달려, 멀리 봉화산과 봉하 마을 보이는 낙동강변의 정자에 앉아 쉬다가, 목월 박영종의 <나그네>를 처음 듣게 된다면 평생에 기억에 남지 않을 이 몇이나 되겠나.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이렇지만

 

 

 

 

 

 

 

 

정자에서 누워 있는 내 모습은 이렇다. 2박 3일 중 이틀 째에 달릴 만큼 달려 놓고 삼일 째에는 부산을 좀 돌아다녀야지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발라당 누워 있는데 동네 어르신이 지나가다가 땡감 하나를 던져줬다. 그냥 먹기 죄송해서 갖고 있던 사탕을 몇 개 드리고 말을 붙여 봤더니 노무현과 동갑이고 바로 강 건너 마을 출생이라는 어르신의 연대기가 펼쳐졌다. 현대사 중에 경남이 얽힌 몇 가지 사건에 대해 여쭤 보니 확실히 경남이 경북하고 속결까지 같지는 않구나, 싶은 답이 돌아온다. 운동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할아버지께 댁까지는 얼마나 걸리시냐고 물었더니 시오 리 더 가면 된다고 하신다. 시오 리면 육 키로가 조금 안 되는 거리인데도 탈진한 내게는 할아버지가 철인경주하는 선수처럼 보인다.

 

 

 

 

 

 

 

 

힘들다 싶을 때 더 쉴 걸 그랬나 보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좁고 급한 커브를 돌다가 앗, 하는 사이에 쇠기둥에 무릎을 세게 박고 자전거는 내동댕이쳐졌다. 무척 아파서, 항복하는 레슬링 선수처럼 엎드려 바닥을 탁탁탁 쳤다. 아야야 소리를 지르다가,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그 때에도 내 아야야 소리가 몹시 높고 경박하여 아픈 와중에 웃음이 났던 기억이 났다. 이번에도 눈물 나게 아픈데 웃음이 나서 결과적으로는 짜증이 났다.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조금 넓은 곳까지만 자전거를 끌고 가서 에랏 하고 벌러덩 누워 노래 들으며 사탕을 까 먹었다. 구름에 달 같이 가기는 이왕에 틀렸지 뭘.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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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길. 새로 이사온 중곡동으로는 중랑천이 지난다. 아침 일곱시 이십분 ITX를 타기 위해 나서는 길. 군자교 너머로 모르도르 산이나 <호빗>에 나오는 외로운 산 같은 풍광이 펼쳐지기에 첫 사진을 찍었다. 실제로는 배봉산 아니면 용마산.

 

 

 

 

 

 

 

 

ITX는 이번에 처음 타봤다. 지난번에 구미보까지 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칠곡보에서부터 시작하면 되는데 칠곡보 인근으로는 시외버스가 가는 것이 없었다. 기차는 어떤가 검색해보니 마침 인근에 ITX 왜관역이 있어 그리로 가기로 한 것이다. ITX에는 자전거 거치대가 있었다. 거치대 인근에는 콘센트가 있다. 출발지까지 가는 동안 소모되는 배터리 양이 언제나 고민되는 전기자전거 라이더들에게는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ITX를 타실 것이라면 부스터 만땅으로 올려놓고 기차역까지 쌩쌩 달려가도 된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나는 계란을 냠냠 먹고 배터리는 전기를 냠냠 먹는다.

 

하차에 대해서만 굳이 적어두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된 칸이라고 해서 출입구가 더 크거나 하지는 않고, 승하차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꼭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내 자전거처럼 차체가 크거나 양쪽으로 백이 달려있는 경우라면 목적지의 전 역부터 미리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겠다. 자전거 손잡이나 페달이 여기저기에 덜컥덜컥 걸리거나 아니면 승차하려는 사람들이 우루루 밀고 들어와서 빠져나가는데 시간이 걸린다거나 하면 못 내린 채로 열차가 출발하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바짝 긴장하고 내릴 준비를 하자.    

 

 

 

 

 

 

 

출발지인 왜관역. 칠곡보는 왜관역에서 위쪽으로 2km 정도 올라가면 있다. 날씨도 좋고 작은 마을의 풍경도 좋고 1년만의 국토종주도 좋고. 씽씽 나간다. 이때의 기분과 컨디션이 계속 유지만 된다면 세계 여행인들 못할 것이 있겠나.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었지만, 스탬프를 찍는 종주 수첩이 없어져도 사진을 찍어두면 해당 인증센터에 들렀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다. 여름볕이 아니라고 마스크를 안 쓴 건방진 작태. 코카콜라 산타처럼 새빨간 코를 갖게 된 지금에 보자니 따귀를 한 대 후려갈기고 싶은 사진이다.

 

 

 

 

 

 

 

 

칠곡보에서 인증 도장 쾅 찍고, 드디어 시작.

 

 

 

 

 

 

 

 

낙동강 자전거길은 강과의 거리가 무척 가깝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코스에 따라 산 옆을 지나기도 하고 밭의 한가운데를 지나기도 하는데, 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 말 않고 낙동강 자전거길을 추천하겠다.

 

 

 

 

 

 

 

 

이전에 인천부터 구미보까지의 국토종주도 한 번에 쭉 이어서 했던 것은 아니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 하루, 이틀 정도씩 달렸었다. 그 때마다 겪었던 것인데,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 번에 다시 자전거길을 찾아 바퀴를 굴리기 시작하면 반드시 이런 과정이 찾아온다. 

 

첫 페달을 밟고서 사람 하나 없고 양 옆으로는 강과 산이 광활하게 펼쳐진 길 위를 죽죽 달리기 시작하면, 그래, 이 맛에 종주를 했었지, 이렇게 고요하게 달리다보면 복잡한 고민들도 정리되겠지, 한다. 허세 잔뜩 들어간 사진은 대체로 이 때의 소산이다. 십 키로 이십 키로가 넘어가면, 슬슬 진땀이 나면서 내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이 지랄을 다시 했는가 후회가 들고, 삽십 키로 사십 키로가 넘어가면 힘들다, 아프다, 몇 km 남았나, 의 세 가지 생각만을 돌려가면서 하게 된다.  

 

 

 

 

 

 

 

 

36km를 달려 강정고령보로. 사진 찍을 시간 있으면 마스크를 쓰지 그랬니.

 

 

 

 

 

 

 

 

국토종주를 하다보면 지자체의 무리수들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논뙈기 옆에 서 있던 이 무명의 장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넣어줄 법 하다. 이때 나는 직전의 커브에서 잠깐 휘청하는 바람에 정신이 딴 데 가 있었는데 갑작스레 시야에 말과 장수가 들어와서 흠칫 놀랐다. 말과 장수가 갑작스레 시야에 들어오는 경험은 흔치 않은 일이니 대낮에 흠칫 놀란 것도 크게 부끄럽지는 않다.

 

 

 

 

 

 

 

 

죽죽 죽죽. 200km 깨졌다고 찍은 사진인데 이후에 정작 50km 깨지고 30km 깨졌을 때에는 찍을 힘도 의지도 없었다.

 

 

 

 

 

 

 

 

힘이 드는 것과 별개로 풍광을 감상하는 재미는 낙동강 자전거길이 다른 코스에 비해 월등했다.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한강은 아가씨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도시 서울을 가로지를 때에는 화려하고 웅장한데 북한강 쪽으로 올라가면 새초롬하고 호리호리하고 남한강 쪽으로 내려가면서는 앙칼지고 서늘한 굽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에 비해 낙동강은 큰누이 같다는 인상을 내내 받았다. 넉넉한 너비는 크게 변하지 않고 산과 밭 사이를 일정한 속도와 각도로 구비구비 흘러간다. 나는 강이 '구비구비' 흐른다는 표현을 이번 낙동강 자전거길에서야 처음으로 실감했다. 이것이 '구비구비' 이구나, 하고. 그 일정한 리듬감이 마음을 무척 편하게 했다. 물론 그렇다고 허벅지나 무릎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23km를 더 달려 달성보에 도착. 집에서부터의 누적 거리로는 80km를 넘은 시점이라 슬슬 승질내는 얼굴 나온다.

 

 

 

 

 

 

 

 

승질 나는데 햇살은 좋고 낙동강은 예뻐서 더 승질 난다. 풍광이 후지면 욕이라도 시원하게 할텐데.

 

 

 

 

 

 

 

 

 

38km를 더 달려 합천창녕보에 도착. 자전거길에서만 97km를 달렸다. 총 243km의 낙동강 자전거길에 2박 3일의 일정으로 떠난 것이라 첫 날로는 괜찮은 기록이라 생각해 숙소에 들어가 쉬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일정 계산 같은 건 하지도 않았고 그저 난 더는 못해 썅이었다. 

 

도장을 찍고 돌아보니 과연 아저씨 한 분이 1톤 트럭을 짚고 서 있었다. 낙동강 자전거길의 검색을 하다가 이 블로그로 오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계실 그 분, 적교장 모텔 주인 아저씨. 진짜로 있었다.

 

적교장 모텔은 합천창녕보에서 10km 가량 더 가면 있는 적포교 옆의 모텔이다. 이 숙박업소는 일단 자리가 좋다. 합천창녕보에서 최종 목적지인 부산 을숙도까지는 145km 정도이다. 하루에 끊기는 부담되고 이틀에 가자니 시간과 돈이 아깝다. 열심히 고민해보면 아무래도 무리해서 하루에 가는 쪽이 덜 비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거리이다. 그런데 적포교는 합천창녕보에서 10km 더 가는만큼 을숙도까지도 10km 만큼이 가까워진다. 종주 후반부의 10km는 크다. 어차피 합천창녕보 근처에 딱히 묵을만한 곳이 없기도 하다.

 

그것 뿐만이라면 크게 이름날 것은 없었을 것이다. 자전거 라이더들을 위한 편의시설, 괜찮고, 인심 좋은 인근 식당, 푸짐해 좋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유명하게 만든 것은 적교장 사장님의 영업 전략이다. 들어보니 사장님은 원래 교육 쪽에 몸을 담고 있었다 한다. 은퇴하고 모텔을 열었는데 하루 종일 모텔 관리를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재미있는 일을 찾다가 1톤 트럭으로 적교장부터 창녕함안보를 오가며 손님을 모았다는 것이다. 자전거가 위태위태해서 타는 손님도 있고, 10km를 더 갈 힘이 없어 타는 손님도 있고, 이름이 난 뒤로는 신기해서 타는 손님도 생겨났다. 나도 종주를 앞두고 블로그 검색을 하던 때에는 10km나 되는 거리를 차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막상 유명한 사장님을 눈앞에 두고 재미난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한번쯤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금세 도착한 적교장 모텔. 사장님은 날 내려놓고는 또 다른 손님들 만나고 싶다면서 다시 창녕함안보로 떠났다. 왼쪽으로 보이는 서울식당 또한 적교장 모텔에 관한 블로그 기사에서 인심 좋기로 자주 회자되는 곳이다. 맛있게 먹고 있자니 얼마든지 더 먹으라면서 공기밥을 더 가져다 주었다는 글을 읽고 갔는데 나는 처음부터 아예 두 그릇이 나왔다. 칠천원 제육볶음에 청국장 푼 된장찌개가 같이 나와서 두 그릇을 다 먹었다.

 

 

 

 

 

 

 

 

 

적교장 모텔 뒤로는 이렇게 자전거를 넣어두는 칸이 따로 있었다. 대략 십여 개의 칸이 나란히 이어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종업원이 인도해 준 칸에다 자전거를 넣고 짐을 빼내고 있자니 마치 마굿간에 말을 매어두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자전거는 차체가 무거워서 이전에도 모텔 방이 이층이나 삼층일 때 끌고 올라가느라 마지막 힘을 쥐어짜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따로 관리해주는 곳이 있고 칸의 열쇠도 내게 맡겨주니 무척이나 편안했다.

 

 

 

 

 

 

 

침구나 욕실의 청결도 등은 깔끔한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흠을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현금으로 하든 카드로 하든 삼만 원이라는 싼 값도 좋았고, 창 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도 마음에 들었고 서울식당서 먹은 밥 두 공기도 아주 흡족하였다. 2박 3일, 243km 일정 중 두번째 날인 다음 날에는 최소한 110km가 목표였다. 코스를 살펴보고 TV 채널을 몇 차례 바꿔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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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자전거길 다녀온 후기를 쓰고 있는 중 잠시. 오늘자 한겨레일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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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예산낭비 사례…정부, 내년 조기 종료 방침
시간당 10대 미만 구간 태반…서·남해쪽 사업 포기

‘엠비(MB)표’ 자전거도로 사업이 대폭 축소돼 내년에 조기 종료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4대강 사업과 함께 전국에 물길을 따라 ‘ㅁ자형’으로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려던 사업인데,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되면서 ‘ㄱ자형’으로 끝나게 됐다.

안전행정부는 2일 “전국을 국가자전거도로로 연결하는 ‘자전거 인프라 구축사업’이 내년 예산 250억원을 끝으로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주력했던 자전거 인프라 구축사업은 2010~2019년 사업비 1조200억원(국비 5100억원)을 들여 한반도와 제주도에 총길이 2285㎞의 국가자전거도로를 새로 만드는 계획이다. 동해·남해·서해의 삼면과 남한강·북한강을 따라 ㅁ자 모양의 순환망을 깔고, 제주도에도 섬을 일주·종단하는 자전거도로망을 구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뒤 지난해 10월 감사원 감사에서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업으로 지목돼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감사 결과 이미 건설된 14개 구간 가운데 10개 구간은 자전거 교통량이 시간당 10대 이하였고, 2개 구간은 0.5~1대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행부는 예산 당국과 협의를 거쳐 올해부터 사업을 크게 축소해 내년에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2019년까지 국비 2092억원이 투입돼야 하지만,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500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이명박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2010~2013년 국가자전거도로에 투입된 국비가 1952억원에 이른다.

사업 조기 종료로 남해와 서해 국가자전거도로는 아예 조성되지 않는다. ㅁ자형 순환망이 아니라 ㄱ자형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총길이도 2285㎞에서 1742㎞로 짧아졌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 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수요가 높은 구간만 완성하고 사업을 조기 종료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인프라 구축사업이 끝나는 내년 이후 국가의 자전거 사업은 제도 개선으로 초점을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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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4대강자전거길은 지난해 10월에도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었습니다. 당시 국토부는 이 지적이

 

'자전거인프라 구축사업'과 ‘국도 자전거도로 구축사업’에 해당하는 것일 뿐 4대강 자전거도로와는 무관한 것이

 

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습니다. 2100억 원의 예산이 500억 원 규모로 축소되었다면 현

 

공사나 보수 중인 구간을 마무리하는 선에서 끝나게 되겠네요. 본래의 사업 계획이 완성되면 4대강 자전거길

 

첩 또한 새로운 길이 표기되는 것으로 교체하게 되어있었는데 어쩌면 그대로 갖고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사의 설명에 따르면 결국 낙동강 하굿둑에서 영산강 하굿둑을 잇는 남해 길, 영산강하굿둑에서 아라서해갑문

 

을 잇는 서해 길이 포기된다는 것이겠죠. 제주의 순환 자전거길은 이미 조성중이기도 하고 다른 길에 비하면 상

 

대적으로 수익성이 보장되기도 할테니 완공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남겨진 500억 중 상당 부분은 여기에 할당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타의 운송 수단을 빌리지 않고 자전거 한 대 만으로 집에서 출발해 국토를 돌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아이디어

 

는 이렇게 무산되었습니다. 자전거길의 이용자로서 아쉽긴 하지만 쓰여진 세금이 많은 국민들에게 편의를 가져

 

다주지 못한다면 당연히 계획이 조정되어야 하겠지요. 또 언젠가 지자체 별로 각기 훌륭한 관광상품을 갖춘다든

 

지 하는 등의 제반 환경 변화가 있으면 그 때 다시 사업타당성을 타진해 볼 수도 있겠구요. 아울러 새로 길이 나

 

지 않는다고 해서 이미 지어진 길들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하니, 남은 길 마저 열심히 달려봐야겠습니

 

다. 하루이틀 사이에 늦여름에서 한가을로 훌쩍 넘어가버려 더욱 추운 느낌이 듭니다만, 동료와 선배 라이더 여

 

러분들도 옷 든든하게 여며입고 즐겁게 달리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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