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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먹고 산다 - 토마토 맛있는 철이 왔다. 햇볕이 좋은 아침이면 하나 당 여덟 조각씩 내어, 개도국 국민처럼 설탕 잔뜩 뿌려 먹는다. - 순희가 이번 주 일요일 결혼을 한다. 이태리로 신혼여행을 간다는 말을 들은 밤, 까맣게 잊고 있던 인도에서의 어떤 순간이 꿈에 나왔다. 일어난 뒤, 삶은 계란을 으깨어 조금 비싼 3분 카레에 섞고, 구운지 얼마 안 된 바게뜨를 사다가 같이 먹었다. 나름으로는 인도를 돌아다니며 가장 많이 먹었던 에그 커리와 난 세트를 의도하고 만들어 본 건데, 먹는 내내 사람들이 밥에다 비벼 먹는 것은 다 이유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 내 노트북은 부팅이 아주 느리다. 천성이 게으른 나는 고쳐볼 생각은 하지 않고 손 잡히는 곳에 우쿨렐레를 두고서는 켜지는 동안을 하루 중의 연습 시간으로 삼았다... 더보기
가회 갤러리, <강병인 캘러그래피 전> 가회 갤러리 앞에서. 강병인 씨의 캘러그래피 전시전에 갔었다. 강병인 씨는 얼마전 일기에 올렸던 '봄비'라는 글씨를 원래 쓴 서예가이다. 이달 말까지 하고 있고,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관람료는 무료이니 관심과 시간 있는 이는 가보자. 봄가을 옷을 걸쳐 입고 나가면서도 추워지면 어쩌지 걱정하던 것이 고작 몇 주 전이었는데, 이 날은 가방에 넣어간 얇 은 점퍼를 꺼낼 일이 없었다. 황사가 극성이었다지만 햇살 좋은 삼청동을 가로지르는 것이 오랜만이라 그냥 마음껏 숨 쉬고 놀기로 했다.  약 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번 전시회는 '봄'과 '꽃'으로 주제를 정한 모양이었다. 꼭 보고 싶었던 비'와 '웃자'는 없었지만 그래도 아주 즐거웠다. 사진을 엉망으로 찍은 탓에, 두 주제가 모두 들어간 작품의.. 더보기
시집 간대 요새는 아는 사람들 전화번호가 뜨면 철렁철렁한다. 열에 하나는 결혼소식이니 원. 시집가는 이는 왼쪽의 공수도 소녀 지수 양 말고 이제는 옛 모습 찾을 수 없는 중간의 경은 양. 스타일리쉬하게 나온 요새 사진 올릴까 하다가 결혼식 전 무료해 하는 하객들에게 틀어주고 큰 호응 거두어 가시라고 굳이 옛 사진 찾아 올린다. 그 갈색 레고 머리 뽑으면 뽑힐 까 뽑아볼까 어쩔까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던 것이 어제같은데, 어엿한 오월의 신부가 되다니. 기쁨과 회한의 눈물 함 께 흐른다. 행복하시라. 5월 28일 남산예술원. 더보기
Goodbye, Michael. 만년 과장 시마가 사장이 되었을 때 일본의 경제신문들은 일제히 기사를 실어 그의 승진을 축하하였다. 사립 탐정인 셜록 홈즈가 죽었을 때 런던의 젊은이들은 실크 햇에 검은 리본을 달고 다녔다고도 한다. 그만큼 역사적인 사건은 못 되겠지만, 시트콤 의 마이클 스캇이 던더 미플린 스크랜튼 지부를 떠났다. 지금까지만으로도 고맙지만 오랜 기간의 큰 위안을 잃어버린 슬픈 마음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함께 일해본 적은 없으나 내내 내 인생 최고 의 보스였던 그를, 긴 시간동안 연기해 준 스티브 카렐의 배우 인생에 이제까지보다 더 많은 광영이 비추길 바란다. 안녕, 마이클. 그렇게 어른스럽게 떠나다니. 반칙입니다. 더보기
4월 말 오전의 햇살이 너무 좋아서,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을 읽었 다. 마침 손잡히는 곳에 있어 집어들었을 뿐인데 끝까지 읽고 말았다. 읽고 나서, 학교에는 정작 일주일에 두어번 갈 뿐인데 굳이 연희동에 살 필요있나, 어디 널찍한 공터 많은 경기도 쪽으로 이사를 가 볼까, 하고 중얼거렸다. 얼마 전 부터 삼십대를 보낼 만한 터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응암이나 북가좌 쪽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대차게 돈 벌어 다가 땅콩집이라도 지어볼까 어쩔까. 더보기
구상 요새 들어, 블로그를 기반으로 무언가를 좀 시작해 볼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기약없는 독서와 잡상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데, 그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정해 보면 어떨까, 하고. 당장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 가지인데, 1. '평론을 바탕으로 한 시사만화' 2. '20대의 가치관에 관한 인터뷰' 3. '아마추어 토론' 이다. 첫 번째 '시사만화' 건은, 항상 관심을 가져 오던 만화라는 매체에 대해 훈련을 해 보고 싶은 마음과, 그때 그때 정리해 서 쌓아두지 않으면 유기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시사 관련 이슈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합쳐진 것이다. 나는 특별히 기억할만한 시사 이슈들은 주간 별로 정리해서 문서화일로 보관하고 있는데, 그날그날의 뉴스를 모아놓는 것 보다는 .. 더보기
아. 등록금이 '그냥 비싸서 싫다', 연대 환경 미화원들의 파업이 '시끄러워서 싫다', '학교가 지저분해져서 싫다'고 말하는 스무 살에게, 나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좋을까? 스물두 살 때 '락은 부자들이 하는 거 아니예요?'라는 질 문을 내뱉었던 나이기에, 드는 감정은 혐오감이 아니라 연민이다. 그 머리 깨느라고 앞으로 얼마나 고생을 하겠니, 얘 야.  더보기
고양이를 봤다. 고양이가 꿈에 나왔다. 여러 꿈을 꾸었는데 계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앉아서 나를 보고 있었다. 군대 고참들과 술을 마 시는 꿈은 아마도 며칠 전 참여했던 예비군 훈련에서 한 고참을 실제로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중학교 동창들과 공을 차는 꿈은 어제 걸려온 옛 친구의 결혼 소식 전화 때문일 테고, 고향 한 복판에 전투기가 차례로 내려꽂힌 것은 방사능 낙진 뉴스를 읽고 잔 직후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외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짓고 컴퓨터를 켜는 사 이 날아가 버린 더 많은 꿈들에, 고양이가 계속 나왔다. 나는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꿈들은 모두 꿈이라는 것을 꿈 속에서도 알고 있었지만, 고양이는 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꿈 속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날 때가 있다. 의 바기라처럼 .. 더보기
동남권 신공항 사업 백지화 경남 밀양, 혹은 부산 앞바다의 가덕도에 제 2 허브공항을 건설하겠다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결국 백지로 돌아갔다. 정부는 대안으로 제시되던 김해공항의 확장도 조사 결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국제선을 늘리거나 대구와 인천, 부산과 인천 간 KTX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벌려 놓았던 일에 비해서는 허탈해지기까지 하는 대책 이다. 이 정도 방안으로 해결 가능한 일에 정부가 애초 배치했던 예산은 20조이다. 사실 애당초 수요나 경제성 때문에 착수된 사업이 아니라 현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라는 이유로 추진되던 사안이었기 때문에 일만 놓고 보자면 되어 야 할 결과가 된 것 뿐이지만 그 후폭풍이 작지 않다. 원인과 현상을 생각나는대로 나누어 적어두고자 한다. 하나. 가장 먼저 격렬한 반응을 .. 더보기
문틈 새 며칠 전 새벽 불을 끄고 누워 있다가 우연히 문 쪽을 보았는데, 문틈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빛이 딱 사람 키만큼 막혀 있었다. 일어나 문을 열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쳐다보니 빛은 모두 멀쩡하게 새어들어오고 있 었다. 누운 자세 때문에 사각효과가 있었을까 싶어 몸을 좌우로 굴려가며 쳐다보았지만 어디에서 보아도 다 이어져 있 었다. 괴상해 하며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한기를 느껴 잠시 깼는데, 눈을 다시 감으려다 문 쪽을 보니 또 사람 키만큼 의 빛이 막혀 있었다. 문소리도 발소리도 없었는데 어찌 된 일일까. 같은 층에는 네 명이 사는데, 나 외의 세 명은 모두 자정이 되기 전에 잠들었다가 아침에 나간다. 더보기
일기쓰기 얼마 전부터 일기장과 독후감, 그림을 따로 나누어 첫 화면에 모두 배치하고 있다. 무조건 일기장의 새 글이 화면을 꽉 채우도록 했었던 이전에는 글 몇 줄만 적어둔 것으로도 -내 생각이지만- 충분히 봐줄 만 했었는데, 새 체제에서는 사 진이나 그림 화일을 함께 싣지 않으면 텅 빈 회색 화면이 상단에 떡하니 뜬다. 그 모양이 흉물스러워서, 이전이라면 별 일 아니다 싶더라도 일단 적어두었던 일상사들을 그냥 흘려보내는 요즘이다. 창문을 열어 밤공기 쐬다가 문득 기분이 흥한 참에 이걸 사진을 찍어야 되나 분위기를 전할 영화 스틸컷을 구해야 되나 고민하다 보면 어느샌가 쓰고 싶은 마 음은 날아가 버렸다. 블로그가 화려해지면 글이 가벼워질 수 밖에 없는 걸까. 이건 앞으로도 온라인 글쓰기를 계속 해 야 하는 처지로는.. 더보기
The King's Speech 박찬욱 감독의 다음 영화에 출연한다는 콜린 퍼스의 더보기
다녀왔다. 엄마가 입원을 했다. 목이 아픈 것 반, 좋은 병원에 자리가 난 것 반이라고 했다. 박지성이 선전을 해서 더 유명해졌다 는 한방 병원은 송래에 있었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 신촌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며칠 날씨가 풀리나 싶었 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머리 위로 눈이 내렸다. 중동역 근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놀이공원이 있다. 크기는 초등학교 운동장의 반만큼이나 될지 어떨지, 버스를 타 고 지나가며 볼 수 있는 것은 관람차와 청룡열차 정도이다. 원래는 어떤 모양이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본 바로 는 항상 양쪽으로 이차선 도로와 공사판을 두고 사이에 끼어 있었다. 말하자면, 양 옆의 도로가 빵, 공사판이 햄인데 그 사이에 들어간 치즈나 상추 꼴로 정작 놀이동산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더보기
110313, 홍대 치츄우, BAR Sha 비교적 따뜻해져 걷기 좋은 토요일 밤에 도환 형과 홍대를 누볐다. 놀이터 근처의 클럽 사이로는 반팔 티셔츠를 입은 청춘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1차는 요새 약속만 생기면 가열차게 찾아대는 치츄우, 2차는 홍기에게 추천받 은 BAR Sha. 치츄우의 주종목이기도 하고 요새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와슈(和酒). 주종별로 비교적 크게 차이나는 가격에 비해 맛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아 곧 손에서 멀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제사 끝내고 음복하는 백화수복과 크 게 다른 맛의 술은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다음에 갈 때엔 일본식 소주를 시도해 볼 생각이다. 이 날의 가장 큰 수확인 마구로 다다끼. 내 손에 이끌려 함께 치츄우를 찾았던 이들 가운데 잘 선곡된 음악이나 조용한 분위기 등을 극찬.. 더보기
남한산성 오랜 계획 없이 가 보게 된 남한산성. 사람들이 많은 것은 날이 아직 다 풀리지 않은 탓에 오히려 반가웠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 가운데 흑백 필터로 찍은 돌탑 사진이 어쩐지 마음에 들어 올린다. 석고로 붙인 것일까. 밀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등산로 입구의 많은 식당 가운데 하나에 들어가 닭볶음탕을 시켜 먹었다. 사만 오천 원이지만 맛은 끝내줬다고 해야 할지, 맛은 끝내줬지만 사만 오천 원이었다고 해야 할지 기세가 호각인 식사였다. 막거리 넉 사발을 함께 먹고, 얼근해 져서는 식당의 바로 옆에 있는 남한산초등학교 교정을 한 바퀴 돌고 내려왔다. 더보기
In Treatment 십 년 전에, 극본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적극적인 대화의 형태로 이루어졌지만 실은 인물들끼리 전혀 상대방의 말을 듣 고 있지 않는 연극의 한 역을 맡았다. 대사 가운데, 자신이 길게 늘어 놓은 이야기의 결말이 무언지를 물어보는 사람들 에게 '그것은 당신들이 찾아야 해요.'라는 것이 있었다. 관객은 둘째 치고 나 자신도 연극이 끝나도록 그 의미를 못 찾 았기 때문에, 결국은 '악어는 설탕을 먹어요'처럼, 혹은 연극의 제목이지만 끝내 등장하지 않는 '대머리 여가수'처럼, 그 극에 수없이 등장하는 의미 없는 말 중 하나로 치부하고 잊고자 했었다. 이제 와 되돌아 보면, 그 대사야말로 그 연 극의 핵심이자, 곧 대화라는 것의 핵심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젯밤 요새 열올리던 미드 의 첫번째 시즌 마지막.. 더보기
창밖에는 비오고요 일은 많고요 구제역에 관한 이번 주 백분 토론을 틀어 놓고 마감이 코 앞인 입력 작업을 다닥다닥 하고 있는데, 패널들의 목소리 새 로 후두둑 소리 들린다. 주말엔 비 온다던 날씨 뉴스가 생각나 창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밤비 내린다. 얼어서 내 리거나 내리면 얼어 버리던 지난 겨울의 매서운 기운은 가고, 내리는 것은 첫사랑이나 이십 대의 신촌 밤이 떠오르는 다습한 봄비. 조만간 감상을 쓰려 하는 한글 캘러그래피 책 에서 '봄'자와 '비'자를 집자(集字)해다 가 합쳐 썼다. 더보기
2월 19일, INK 모임, 홍대 치츄우(地中) 본래는 군의관으로 입소를 앞둔 승호의 전별식이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못 오게 되어 얼마 남지 않은 기상이의 생일 파티를 했다. 왼쪽부터 여진, 현관, 정현, 홍기, 기상. 이번 차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나는 사진을 찍었다. 케익은 여진 이가 사 왔고 나는 선물로 책을 한 권 준비했다. 사진의 장소는 홍대의 숨은 이자카야 치츄우(地中). 분위기는 좋았지 만 술값이 엄청 나왔다. 칼날같은 턱선 자랑하는 전임 회장님의 옆얼굴. 선진 안주 지식을 전파해 주신 강 선생님과 주안의 얼짱 심 선생님. 케익 커팅. 치즈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아주 맛있었다. 커플과 커플이 아닌 사람의 차이. 친구 커플이 잠시 사진 찍는 동안도 주고받는 애정을 멈추지 않는 것은 여하튼 친구 로서는 기쁜 일이다. 더보기
2001년 가을, 연극과 인생 제 17회 정기공연 <대머리 여가수> 대학로에서 를 관람하고 와 어제의 일기를 쓰고, 10년 전 내가 이 연극을 하던 때 연출이셨던 경호 형 에게 예전 생각이 난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메일에 세 장의 사진을 첨부해 답장을 주셨다. 공연 중에는 촬영을 자제해 주길 부탁했고, 사실 그 때엔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사진이 남아 있는 지 궁금하지만 아무튼 크게 기뻤다. 위 사진은 소방대장의 등장 장면으로, 벨이 울리면 사람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에서 마침내 승리한 스미스 부인과 마틴 부인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좌절하는 마틴 씨의 내면 연 기가 빛난다. 본명은 셜록 홈즈인 하녀 메어리의 주제넘은 등장. 마틴 부부와 스미스 부부가 마뜩찮아하는 가운데 소방대장은 그의 '첫 불을 꺼 준' .. 더보기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 관람 영화가 시작하기 전 대학로 나다 안의 커피숍에 앉아 티켓에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영화는 '피나 바우쉬'라는 유명한 현대 무용가가 그녀의 대표작인 '콘탁트호프'라는 작품을 청소년들에게 공연하도록 하는 것이 전부인 다큐멘터리였는 데, 내용의 대부분이 연습 장면과 개별 인터뷰이고 딱히 인물 간 갈등이라고 할 것도 없었음에도 등장 인물들의 몸짓 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동감 때문에 관람이 아주 즐거웠다. 각종의 예술 장르를 접하는 데에 대체로 관대한 편이라고 자평하면서도 현대 무용만큼은 아마도 관심을 갖는 일이 없을거라 여겼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몇 작품 정도는 접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더보기
나무 사이 뱀 한 마리 지나간다 절로 시구같은 말 한 마디 뽑게 만드는 사진 한 장. 내가 찍었더라면 좋았을 걸. 부럽다. 더보기
꿈을 꾸었다 아침 해를 보고 잤다가 오후에야 일어나던 수면 습관이 삼십 분 한 시간씩 차츰 늦춰지다가 급기야 몇 개월만에 열한 시 취침, 여섯 시 기상의 새마을 인간이 되었다. 어딘가의 찌라시 과학상식에서 인간의 수면 주기는 실은 25시간이기 때문에 24시간에 맞춰 매일 반복되는 '규칙적' 취침 시간이란 실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읽은 바 있는 나는 이러한 생활에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루가 길어졌다든지, 야식을 먹지 않으니 소화불량이 없어졌다든지 하는 장점이 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없지 않 은데,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꿈을 적게 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낮에는 커튼으로 창을 가려도 사방이 환하기 때문에 가수면 상태가 길어져 꿈이 많았던 것은 아닌가 추측을 해 본다. .. 더보기
靑空 새로 쓰기 시작한 토렌트로, 그간 여러 경로로 구해 봐도 성공할 수 없었던 Blue Hearts의 전집을 다운받았다. 많이들 알고 계실 Blue Hearts의 노래는 '린다, 린다, 린다'이지만, 내가 구하고 싶던 한 곡의 노래는 靑空였다. 독음은 아오 소라. 아오이 소라가 아니다. 여행 가방보다 훨씬 큰 기타를 들고 다니던 코타. 바라나시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인데, 인도 여행을 떠나며 기타를 시 작했다는 터무니없는 연주자였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옥상은 옆 숙소의 옥상과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경관이 좋아 두 숙소의 투숙자들은 밤마다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했다. 나는 대개의 여행자들보다 술을 잘 하는 편 이었고, 코타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새벽녘이 되면 둘만 있는 것을 발견.. 더보기
잡기 민주당은 이 때다 싶어 '증세 없이 무상 복지'니 같은 소리나 하고 있고, 한 술 더 떠 한나라당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고려 없는 복지는 위선'이라질 않나. 국회의원이 되면 매일 아침 돈이 퐁퐁 솟아나는 지갑이라도 주는지, 자기 전 가 만히 누워 있어도 오르가즘을 주는지, 지독들 하다. 와중에 결국 전원 무혐의 처리된 스폰서 검사들 중 PD 수첩에 의해 직격탄을 맞았던 박기준 전 검사가 '허위사실에 의 해 근거해 처분받은 면직은 부당하다'며 면직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결과는 패소였지만, 세금을 들여 특검을 운 영하고도 결과는 전원 무혐의이니 개중 가장 티가 나는 사람까지 복직을 시켰다가는 무슨 화를 입을까 두려웠겠지, 하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든다. 예전같으면 결과는 볼 것도 없는 일이고, 그런 짓을.. 더보기
겨울밤 혼자 식사를 하면, 너무 빨리 먹기 때문에 종종 가벼운 체기를 갖는다. 불규칙한 수면 주기와 함께 건강을 해치는 주범 일 것 같은 그런 습관도, 자기 전 한 병 먹는 맥주 때에는 아주 고마울 때가 있다.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마시면, 이런 기분이 되기까지 몇 병은 지나야 할 것이다. 지난 일기에 쓴 것처럼 마시기 전에 겨울 창문 바깥에 두었던 맥주는,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레 차가워진 것 이라 왠지 더 신나고, 더 맛있는 것 같다. 옥장판에 엉덩이 지지며 바싹 구운 훈제 오리를 먹고 맥주를 마신다. 맥주는 무려 멕시코 산. 부러울 게 없다. 더보기
여기는 툰드라 신촌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입학을 하기 위해 오다니던 10년 전 이후 처음 본다. 장 보러 다녀오는 길마저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탐험, 그 난이도는 내쇼널 지오그래픽이다. 에스키모가 먹다 남은 생선을 눈 사이에 묻어두듯, 내창과 외창 사이에 귤이나 맥주를 놓아두고 이따금 생각이 나면 꺼내어 먹는다. 따뜻한 방에서 눈내리는 광경을 보며 세계 각지의 맥주들을 마시는 재미란 각별한 것이지만, 남은 음식 뿌려주며 얼굴을 익혔던 동네 고양이들은 마음에 밟힌다. 오늘 마시려고 놓아둔 맥주는 선물받은 칭따오, 안주는 마트에서 할인 스티커 붙여 사 온 훈제 오리. 고양이 들을 초대해서 함께 반주하고 싶은 밤이다. 더보기
새해 소원 작년 12월 31일부터 다음 날인 1월 1일 새벽까지 진행되었던 Countdown Fantasy 콘서트. 내 신년 소원은 무려 락 & 롤. 현실은 감기 걸릴까 무서워 편의점도 몰아서 한 번에 간다. 부산에 90여년만의 추위가 몰아쳤다고 하고 10년 서울 생활에 그렇게 깽깽 언 한강은 처음 봤다. 주위엔 감기에 안 걸린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쉬운 한 때. 여남은 팀이 차례로 나와 삼십 분에서 한 시간 가량 공연을 이어갔던 위의 콘서트에서는 그렇게도 바랬던 W & Whale 의 '오빠가 돌아왔다'와 자우림의 '아저씨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를 들을 수 있었다. 이외로 국카스텐의 무대 매너에 감동하여 요새는 내내 귀에 달고 다니는 중. 음악만 듣자니 좀 심심하긴 하다. 더보기
연말, 연초 정국 1. 연말에 즈음하여 이명박 현 대통령께서는 내년 예산의 30% 가량이 복지 분야에 쓰이게 된 것을 언급하며 '우리나 라는 이제 복지국가라도 불러도 좋을 것 같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2. 박근혜 씨가 모교인 서강대와 인근의 연세대를 포함하여 이른바 '신촌 지역'의 교수들을 규합해 씽크탱크인 '국가 미래 연구원'을 출범시킴으로써 2012년 대선의 예상 주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깃발을 들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 방 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상임위원이자 종합 편성 채널(이하 종편)의 심사 위원장을 맡은 이병기 씨가 해당 연구원 의 발기인으로 참여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종편의 주된 수익모델은 광고에 의한 수입인데, 광고시장은 기존의 3사 간에도 이미 과다한 경쟁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