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잊으셨을까봐. 저는 지금 충주 - 남양주 방향의 남한강자전거길 마지막 구간인 양평군립미술관 - 능내역

 

구간을 달리고 있습니다.

 

 

 

 

 

 

 

 

 

다시 나타난 아트터널. 배트케이브처럼 안으로 이어진 조명이 빛난다. 조명 끝이 밑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보아

 

이 터널 또한 내리막임을 알 수 있다.

 

 

 

 

 

 

 

 

 

남한강자전길이 10km도 안 남았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터진 낭만 깨방정. 이때껏 사진 한 방 안 찍고 몇십 km를

 

달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 여기저기 렌즈를 들이댄다.

 

 

 

 

 

 

 

 

 

별 특징도 의미도 없는 철교에서도 괜스리 찰칵.

 

 

 

 

 

 

 

 

 

콧노래 불러가며 슬슬 달리고 있는데 아니, 안내판에 익숙한 이름이. 춘천 신매대교. 지난 주에 다녀온 북한강자

 

전거길의 마지막 거점이다. 자전거를 멈추고 둘러보니 저 멀리로 거지 꼴을 해서는 북한강자전거길 종주를 마쳤

 

던 운길산역이 보인다. 그렇다면.

 

 

 

 

 

 

 

 

 

당연히 운길산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밝은광장 인증센터도 보이겠지.

 

 

 

 

 

 

 

 

 

지난번엔 대판 넘어져서 욱신거리는 어깨를 붙잡고 칠흑같은 어둠에 들렀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생겼었구나 너.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네. 잠시 추억에 젖었다가 가던 길 마저 간다.

 

 

 

 

 

 

 

 

 

드디어 능내역 도착. 능내역은 운길산역이 생기면서 2008년에 폐역되었고 지금은 일종의 철도박물관이자 자전

 

거길의 휴게소 역할을 하고 있다. 나름의 명소이기 때문에, 운길산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서 밝은광장에서 자

 

전거를 빌려 이 능내역까지 짧은 라이딩을 즐기는 코스도 인기가 있다 한다. 

 

 

 

 

 

 

 

 

 

역 앞의 폐철로에는 탁자와 의자가 있어 인근의 막걸리집, 전집에서 메뉴를 구입한 사람들이 가지고 와 먹을 수

 

있게 되어있다.

 

 

 

 

 

 

 

 

 

예전에 레일 바이크가 달렸던 흔적도 남아있다. 수익이 안 났던 것일까.

 

 

 

 

 

 

 

 

 

낯선 광경에 재미있어하며 두리번거리다가 눈에 띈, 택배보다 반가운 종주 인증센터 안내판. 사진에는 햇살이

 

비추어 잘 안 보이지만 '전방 100m'라고 적혀져 있다.

 

 

 

 

 

 

 

 

 

전방 100m에서 50m 달리자 이번엔 전방 50m라는 안내판이 또 나온다. 사람들 많은데에 오니까 되게 친절하다

 

너네. 북한강자전거길에서는 표지판 하나 없어서 내가 길을 몇 번 잊어먹었는데.

 

 

 

 

 

 

 

 

대체로 행정기관의 건물 내에 있었던 다른 유인 인증센터와 달리 능내역 인증센터는 위의 사진에 등장하는 자

 

전거 정비소이다. 근처에 이 건물밖에 없는데 아무리 봐도 안전행정부 산하의 공식 인증센터 같지가 않아 나도

 

한참 기웃거리다 들어갔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다가 확대해 보니 이렇게 정문에 떡하니 안내판 붙어있었다.

 

 

 

사장님은 굉장히 무뚝뚝한 분이었다. 유인 인증센터를 맡고 계시다면 인증과 수첩 판매 등은 분명히 당신의 직

 

일텐데도 마치 그런 걸 진짜로 요구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는 듯이 느릿느릿하게 확인을 해 주었다.

 

 

 

사장님이 컴퓨터를 켠 뒤 4대강 자전거길 인증 홈페이지에 들어가 내 종주기록을 등록하는 동안, 중년의 라이더

 

가 한 분 들어왔다. 이분은 도장이 빼곡히 찍힌 내 수첩을 흘긋 보더니, 나도 서울에 있는 한강 인증센터 다 돌았

 

는데 한강 종주 스티커 좀 붙여 주시오, 라고 말했다.

 

 

 

사장님은 그 분을 쳐다보지도 않고, 충주 갔다 오세요, 라고 말했다. 중년 라이더가, 뭐요?, 라고 반문하자 사장

 

님은 계속해서 모니터를 쳐다 보면서, 한강 종주가 서울이 다가 아니고 한강 끝에 충주까지니까 갔다 오시라고,

 

라고 말했다. 중년 라이더는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궁시렁궁시렁 내뱉더니 가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큭큭 소리를 흘리면서, 아니 사장님, 충주 갔다오라는 이야기를 뭐 200m 저

 

쪽에 능내역 갔다오라는 것처럼 하세요, 라고 말하자 사장님은 그예야 얼굴을 들어 내쪽을 보더니 벙긋 웃으면

 

서 어딘가 멋쩍은 소리로 충주가 옆동네지 뭐, 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재미있는 분이었구나, 하고 좀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 나는, 여주보에서의 일이 기억이 나서 유인 인증센터의 깨끗한 도장을 좀 찍어주시면 안 되겠느

 

냐고 부탁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언제 웃었냐는 듯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면서 그런 거 없어, 라고 말했다.

 

 

 

 

 

 

 

 

 

그래서 뒷머리를 긁적이며 갔다. 유인 인증센터 바로 옆에 붙어있는 능내역 무인 인증센터.

 

 

 

 

 

 

 

 

 

철도가 그려진 능내역 인증센터 스탬프를 마지막으로 남한강자전거길의 인증이 끝났다. 이 참에 남한강자전거

 

의 스탬프들 디자인이나 감상해 보자.

 

 

 

 

 

 

 

 

 

 

무인 인증센터에서 찍는 도장들도 이렇게 예쁘고 깔끔하게 찍혀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꼬.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도장이 닳을만큼 많은 국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니 좋은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저 스탬프들을 일곱 개의 드래곤볼처럼 다 모았기 때문에 남한강 종주 인증스티커 획득. 그리고 지난번에 완주

 

했지만 유인 인증센터가 닫은 뒤에 도착했기 때문에 받을 수 없었던 북한강 종주 인증스티커도 이참에 획득. 

 

 

 

 

 

 

 

 

 

남한강과 북한강 유역을 통일했기에 한강 종주 스티커도 획득. 삼국지의 엔딩을 볼 때처럼 괜스리 가슴이 뜨거

 

워진다.

 

 

 

이렇게 남한강자전거길 종주는 일단 끝났다. 하지만 나는 더 갈 곳이 있었다. 예상치 않게 들렀던 몽양기념관과

 

달리, 세종대왕릉과 함께 꼭 들르려고 생각했던 유적지가 하나 더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인증센터에서 4분 달리면 나오는 다산유적지. 한문학 전공자라면 가슴 한 구석이 덜컹하지 않을 수 없는 그 이

 

름, 다산.

 

 

 

 

 

 

 

 

 

여기는 본디 다산의 생가와 묘가 있던 곳인데, 다산기념관과 실학박물관 등을 하나로 묶어 '다산유적지'라는 이

 

름의 일종의 문화시설로 승격시킨 곳이라 한다.  

 

 

 

 

 

 

 

 

 

하지만 이 곳의 방문기를 따로 하나의 기사로 독립시키지 않고 계속 쓰고 있는 것에서도 짐작하실 수 있듯, 관람

 

감상은 그저 그랬다. 그의 호이기도 한 여유당(與猶堂)과 묘를 직접 보았을 때에만 일말의 아릿함을 느꼈을 뿐

 

일일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요렇게 조렇게 꾸며 놓은 전체의 경관이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

 

약용이라는 사람의 이력에서 나오는 감정들, 이를테면 젊은 날의 호방함이라든지 중년기의 좌절감이라든지 노

 

년기의 완숙함 같은 심상을 받기는 어려웠다. 말하자면 '인간 정약용'을 느낄 기회가 적었다는 것이다. 관람객의

 

동선을 잘 고려하여 배치해 놓은 조형물과 건물들에서는 '우리 위대한 선조 정약용의 업적'을 자랑스레 보여주

 

려는 의지와 가족공원화를 통해 더 많은 휴양객들을 유치하려는 의도가 더 선연하게 읽혔다. 이런 시설은 이런

 

시설 나름의 의미가 있고 지자체에 기여하는 바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여긴다. 그저 관람객 중의 한 명인 나는

 

좀 별로였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묘. 비석 위쪽으로 보이는 언덕에 묘가 있는데, 세종대왕릉도 촬영이 가능했던 것에 비해 다

 

산의 묘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유적지 전체에 적용되는 일정한 기준이 없는 것일까? 아무튼 해가 질 무렵

 

땀을 식히는 스산한 바람을 맞으며 혼자 묘 앞에 서 있자니 이런저런 귀한 생각들이 들어, 그래도 와보길 잘했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팔당역으로, 남한강자전거길 일기의 초반에 썼지만 평일이라도 중앙선은 자전거 탑승이 가능합니다.

 

 

 

 

 

 

 

 

 

중앙선이라도 아침 일곱 시에서 열 시, 오후 다섯 시에서 여덟 시의 러시아워 시간에는 자전거 탑승을 삼가하도

 

록 권유하고 있다. 다산 유적지에 다녀오는 동안 저녁 일곱 시가 넘어갔기 때문에 여덟 시를 기다리며 잠시 앉아

 

쉬었다. 여덟 시 땡 치자마자 탑승. 자전거 차량인 꼬리 칸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회기를 지나 서울 안

 

쪽으로 들어가면 퇴근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자전거를 들고 탄 것이 좀 미안하다고 생각했는데, 종점인 용산

 

역까지도 그리 혼잡하지 않았다. 

 

 

 

용산역에서 내려 신촌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서강대교를 눈 앞에 두고 빼도박도 못하게 자전거의 배터리가 다

 

닳아버렸다. 서강대교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까지는 4km 정도가 나오는데, 정말이지 새로 자전거를 탄 뒤로 가

 

장 힘든 4km였다. 전기 자전거 동지 여러분. 배터리가 닳고 나면 전기 자전거는 역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눈이 아프고서야 선글라스를 끼고, 팔이 타봐야 팔토시를 사는 게으른 초보. 이번엔 땡볕 아래 라이딩에서는 장

 

갑도 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팔토시가 끝나는 윗부분으로는 온통 타버렸다. 위 사진은 집에 돌아온 직후에

 

찍은 것으로, 탔다고는 하지만 분홍색으로 어딘가 귀여운 느낌도 있는데, 며칠이 지난 지금엔 피부가 죽은 것처

 

럼 거뭇거뭇해져서 몹시 흉하다. 팔보다 더욱 흉하여서 올리지 못하는 얼굴과 허벅지 탓에, 나는 지금 자전거용

 

마스크와 다리 토시를 쇼핑 중이다. 햇볕에 타서 벌겋게 부어오른 허벅지는 이불에 쓸릴 때마다 잠을 깨우고, 코

 

카콜라 산타처럼 빨개진 코 끝은 내 손으론 처음 해보는 마스크 팩을 몇 번이나 거듭해도 가라앉을 생각이 없다.

 

그래도 시도를 하고 경험을 했으니 부작용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조금 뿌듯하다.

 

 

 

적당한 고생담과 적당한 후유증을 남긴 채로, 세번째 출정인 남한강자전거길 종주 완료. 뻘짓까지 다 합쳐서 총

 

199km. 요새의 저는 밤마다 금강종주자전거길로 통하는 오천자전거길의 지도를 보며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빠

 

른 시일 내에 길 위에서 다시 만나요.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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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희연

    남한강 남은 이야기 기다렸는데 오늘 폭풍 업뎃해주셔서 진짜 재밌게 봤습니다!ㅋ 중간중간 가볼 만한 곳도 소개해주셔서 더 좋네요(남한강 자전거길 가게 되면 저도 합성사진 한번 찍어야겠어요ㅋ) 어쩐지 엄두가 안났던 남한강자전거길도 이 블로그 덕분에 나도 해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꼭 다음 자전거길도 완주하시길 빕니다. 화이팅!

    2014.06.18 18: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기다렸다 댓글 달아주시는 분이 있다니 정말 기쁩니다. 저는 진짜 체력과 준비에 있어 모두 꽝이거든요. 그런 저도 사진 찍어가며 여기저기 들러가며 종주 마쳤으니까 선생님도 꼭 할 수 있을 거예요. 잘 다녀오시면 소식이나 한 번 전해 주십시오.

      2014.06.19 12:14 신고 [ ADDR : EDIT/ DEL ]
  2.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다산이 이렇게 훅 지나갈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뻘겋게 부으신 부분은 일종의 화상을 입은 것이므로 알로에가 들어간 수분 로션을 구입하셔서 발라주시면
    열기가 빠져 빨리 낫습니다. 최근엔 아예 연고로 된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참고하세요.

    2014.06.19 00: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래. 어지간하면 낫겠지 싶었는데 참 안 낫는다. 그냥 탄 채로 있을 건가봐. 알로에 참고하겠다.

      2014.06.19 12:15 신고 [ ADDR : EDIT/ DEL ]
  3. 김진수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대호님 라이딩길 그대로 따라해 볼려고 합니다. 도움이 많이 될것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2014.09.12 17: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는 남한강 다녀온지 석 달이 지나도록 새재길을 못가고 있네요. 올 가을 내엔 꼭 도전하려 합니다. 선생님도 추워지기 전에 즐거운 길 많이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2014.09.14 11:10 신고 [ ADDR : EDIT/ DEL ]
  4. 김종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2016.05.19 22: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이 기사는 여행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것이니 무엇보다 여행 관련 정보부터 먼저. 남한강자전거길에서 슬쩍 옆

 

으로 빠져 몽양기념관으로 올라가는 500m는 굉장한 업힐이다. 몽양을 만날 자 이 정도는 각오하라는 것일까.

 

아무튼 참고 바란다. 씩씩대며 올라가면 먼저 몽양 유객문이 방문자를 맞는다.  

 

 

 

 

 

 

 

 

유객문(留客文)은 머무를 류 자, 손님 객 자, 글월 문 자의 글자 그대로 풀면 '손님을 머무르게 하는 글'이다. 그

 

러니까 '몽양 유객문'이라 하면 몽양이 손님을 머무르게 하려 쓴 글, 이라는 뜻이 되겠다.

 

 

 

몽양 유객문의 출전은 '주자 유객문'이다. 주자는 성리학의 집대성자인 그 주희 맞다. 주희는 귀한 손님이 오면

 

반가운 마음에 그가 빨리 일어나지 않고 좀 더 머물렀다 가도록 일종의 퀴즈를 내었다 한다. 다음의 문장을 해석

 

할 수 있으면 가도 좋지만 만약 해석하지 못한다면 묵었다 가도록 하는 퀴즈였다. 한자로 쓰여진 원래의 문장은

 

다음과 같다.

 

 

 

人我人我不喜人我不人我不怒我人人我不人我人我不人人我人我不人欲知我人不人我人我不人人之人不人

 

 

 

고문 한문은 본래 띄어쓰기가 없다. 게다가 한 글자가 몇 개의 품사 역할을 하는 한자의 특성상 여기에서 끊어읽

 

어도 말이 되고 저기에서 끊어읽어도 말이 되는 통에 원래의 뜻을 알기 어려운 것이 한문 번역의 난점 중 하나이

 

다. 멀쩡한 문장이라도 그러한 어려움이 있는데 위의 문장처럼 너댓 개의 한자를 가지고 장난질을 쳐놓은 것이

 

라면 주희가 친구를 먹을 정도 되는 수준의 인물이라도 땀을 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못 풀고 주희와 하룻

 

밤을 보내며 우정을 나누었다는 것이 '주자 유객문'에 얽힌 이야기이다.

 

 

 

몽양은 종종 이 '주자 유객문'을 인용했다고 한다. 손님을 묵었다 가게 하려는 본래의 의도에서가 아니라, 그 문

 

장에 담긴 뜻 자체에 공명하여 그리했다는 설명이 <여운형 평전>에 전한다. 위 사진의 비석에 적힌 '몽양 유객

 

문'을 읽기 편하게 다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여도 내가 기뻐할 바 아니요,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 하여도 내가 노여워할 바 아니니라.

 

내가 사람이면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 하여도 내가 사람이요,

내가 사람이 아니면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여도 내가 사람이 아니니라.

 

내가 사람이냐 아니냐를 알고자 할진댄

나를 사람이다 아니다 하는 사람이 사람이냐 아니냐를 알아보도록 하라.

 

 

 

사후에는 물론이거니와 생전에도 '인민의 벗'이라는 존칭과 함께 일각으로부터는 '기회주의자', '회색분자'라는

 

혹평까지 들어야 했던 몽양의 삶이 그 내용 안에 보이는 것 같다. 유객문을 지나 한 차례의 오르막을 더 오르면

 

몽양기념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차분한 외양의 기념관 건물 위쪽으로 생가로 추정되는 한옥 건물이 눈에 띈다. 주차장의 그늘을 찾아 자전거를

 

세워두고 일단 기념관에 먼저 들어가보기로 한다. 입장료는 천 원이다.

 

 

 

 

 

 

 

 

 

몽양의 친필과 유품들 사이로 관광객을 위한 몽양의 조각상이 있다. 조각상의 위치와 자세가 설정샷을 부른다.

 

 

 

 

 

 

 

 

 

유혹을 피하지 못하고 설정샷의 늪에 빠졌다. 사진을 찍을 때엔 둘째 치고 기념관을 나올 때까지도 관람객은 나

 

뿐이었기 때문에 손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힘든 자세의 셀카를 찍었다.

 

 

 

 

 

 

 

 

 

조각상의 오똑한 콧날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남아있는 사진으로 접할 수 있는 몽양은 독립

 

운동가 가운데에서도 손꼽히는 미남이었다.

 

 

 

 

 

 

 

 

 

 

게다가 쾌남이기까지. 왕갑빠 덕분에 <현대철봉운동법>이라는 책에 모델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어렸을 때부터

 

친척 동생들과 무술 수련 등에 힘을 쏟았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1933년이면 몽양이 쉰을 앞두고 있을

 

때이다. 그 때까지 몸매를 유지했다는 것이나, 신문사 사장이면서 모델에 나설 생각을 했다는 것이나 여러 모로

 

재미있는 인물이다.

 

 

 

 

 

 

 

 

 

 

사진 밑의 설명도 좀 읽어보자. '스포-쓰맨으로서의 여운형 선생의 최근 사진 (48세)'.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21

 

세기 여성들이 좋아하는 잔근육 예쁜이 몸은 아니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두두룩 두두룩한 몸. 나도 좋아한다.

 

그의 마리오 콧수염 만큼이나 부럽다.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길에 거의 마지막으로 전시된 물건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몽양은 본디 참여정부 중반기

 

인 2005년에 한차례 건국훈장에 추서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보수 층의 반발을 예상한 보훈처는 1급인 대한민

 

국장이 아니라 2급에 해당하는 대통령장을 서훈하였다. 유족들은 즉각 반발하였고, 비록 2급이라도 몽양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하려 한다는 소식에 보수언론의 반대 또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이에 서훈을 보류하였던 참

 

여정부는 공식 임기 종료가 사흘 가량 남은 2008년 2월 21일, 위 사진에서 보듯 몽양에게 1급 건국훈장인 대

 

한민국장을 서훈하였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이 '기습적'인 시도에 분노하는 보수 논객들의 기사를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던 방향으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몽양과 합성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여러 기념관에 가 봤

 

지만 이런 코너는 처음이라 재미있어하며 들어가봤다.

 

 

 

 

 

 

 

 

 

스크린 앞에 서면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내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이 모습이 원래의 사진에 합성되는 것이다.

 

배경으로 쓰이는 원본 사진은 10여 장 이상이다.

 

 

 

 

 

 

 

 

 

발 밑을 보면 버튼이 세 개 있다. 왼쪽과 오른쪽의 화살표를 통해 내 모습이 합성될 배경사진을 선택한 뒤

 

오른쪽의 빨간 버튼을 발로 누르면 잠시 후 촬영이 시작된다.

 

 

 

 

 

 

 

 

 

촬영이 끝난 뒤 스튜디오를 나와 바로 앞에 있는 프론트로 가면, 위에 보이는 계산기처럼 생긴 기계를 통해 방금

 

찍은 사진을 현상해 준다. 사진은 1인당 1매씩 현상할 수 있다 한다. 손님 없을 때 애교를 잘 부리면 한 장 더 현

 

상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안 된다면 천 원 내고 입장권을 한 장 더 사도 될 일이다. 

 

 

 

 

 

 

 

 

나는 '1944년 가을 봉안논촌쳥년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 슬쩍 끼어들었다. 택할 수 있는 배경사진은 여러 장이

 

있지만 사진 속의 인물들과 화면에 잡히는 내 몸 크기의 비율이 어울리는 사진은 몇 장 없다. 몽양의 왼편으로

 

멋들어진 헤어스타일의 영화배우 유해진 씨가 눈에 띈다. 

 

 

 

 

 

 

 

 

 

사진이 출력되면 프론트의 아저씨가 뒷장에다가 몽양의 낙인과, 몽양의 사인을 새긴 도장의 낙인을 찍어준다.

 

필기체로 된 사인이 멋지다. 그러고 보니 몽양은 영어도 잘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몸짱에 영어도 잘 하고

 

마리오 콧수염까지. 배가 좀 아프다.

 

 

 

 

 

 

 

 

 

기념관의 한켠에는 올해 11월까지 하고 있는 몽양 여운형 사진전의 부스가 있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한 번씩 보게 되는 조선건국동맹 깃발.

 

 

 

 

 

 

 

 

 

많은 사진이 있었지만 이곳에 전부 소개하지는 못하고,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였던 한 컷만을 골라 올린다. 19

 

29년과 1930년인 쇼와 4년, 쇼와 5년에 작성된 서대문형무소의 수형기록표. 신분은 양반, 본적은 경기, 거주

 

지는 지나支那 상해上海 등의 정보 등이 눈에 띈다. 서대문형무소는 매일같이 버스 타고 지나는 독립문역 인근에

 

있다. 80여년 전에 몽양이 바로 그 길을 걸어 구치소로 들어갔고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한층 더 와

 

닿는다. 이래서 현장교육을 시켜야 하나보다 싶다. 

 

 

 

 

 

 

 

 

 

기념관 한켠에는 생가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밖에서 보았을 때 기념관 위쪽으로 생가가 얹혀있는

 

것처럼 보이던 비밀이 여기에 있었나보다. 계단을 통해 올라가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생가의 마당이 펼쳐진

 

다.

 

 

 

 

 

 

 

 

 

마당에 세워진 비석과 그를 둘러싼 손판들. 무식이 부끄럽게도 대부분의 이름은 낯선 것들이다. 와중 함께 건준

 

을 세웠던 6촌 동생 여운혁 등의 이름이 간간이 눈에 띈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도 있다. 얼마 전 있었던 6대 지방선거의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야권 단

 

일화 후보 경선에서 패한 전 경기도 교육감 김상곤 씨의 손판.

 

 

 

 

 

 

 

 

 

힘없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언제나 가 계시는 함세웅 신부님. 귀엽고 소박한 필체가 눈에 띈다.

 

 

 

 

 

 

 

 

 

인적 하나 없는 생가에 들어가봤다. 좋은 데 사셨네, 하고 둘러보다가,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정말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보이시는가? 사진 중앙의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왼쪽 창 곁에 숨어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저 시선.

 

 

 

 

 

 

 

 

 

은 다가가보니 면도를 하고 있는 몽양의 마네킹. 좀 잘 보이게 두든지 아니면 좀 어설프게 만들어서 멀리서 보

 

고도 마네킹인지 알게 하든지. 진짜 사람처럼 만들어서 사각에 숨겨 놓으니 나 같은 마음튼튼이도 놀랄 수밖에.

 

 

 

 

 

 

 

 

생전의 모습 중 형상화할 수 있는 것이 많았겠지만 검소한 차림으로 깔끔하게 면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나는 인

 

간적으로 느껴져 참 좋았다. 올라가지 마시라는 안내판만 없었더라면 면도를 돕거나 아니면 몽양 할아버지의 무

 

릎을 베고 누운 설정샷이라도 찍고 싶을만큼 친근한 모습이었다. '인민의 벗'이라는 그의 애칭도 새삼 더욱 정겹

 

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가면 책장 구석에 박힌 여운형 평전을 다시 들춰 봐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앗차 나 저때 남한강자전거

 

타는 중이었지 지금은 남한강자전거길 일기 쓰는 중이었지 하고 자전거로 돌아간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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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수첩의 남한강자전거길 소개글을 읽어보면 '옛 기차길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구간으로서 기차가 달리던 폐

 

철도, 폐교량, 폐터널 등이 아름다운 자전거길로 재탄생되었다'는 문구가 있다. 이 설명은 대체로 남한강자전거

 

길의 마지막 구간인 '양평군립미술관 - 능내역' 구간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폐교량, 폐철로 위를 달리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경험은 역시 폐터널. 23km의 길지 않

 

은 구간에서 여남은 개의 폐터널을 만나게 된다. 뒤에서 오는 자동차 걱정할 필요 없이 터널 안을 달려도 된다는

 

것도 신나지만 잠시나마 햇빛을 피하며 냉골 같은 바람까지 쐰다는 것도 짜릿한 쾌락이다.

 

 

 

그 터널 가운데에서도 또 눈에 띄는 것이 위 사진에 보이는 '아트터널'. 다른 터널들은 안내판에 그냥 'OO터

 

널'이라고 적혀 있는데 반해 두 개인가 세 개 밖에 없었던 아트터널은 터널의 이름 옆에 '아트터널'이라는 글씨

 

가 따로 적혀 있다.

 

 

 

 

 

 

 

 

 

아트터널의 내부는 위와 같다. 평범한 형광등이 달린 다른 터널과 달리 아트터널의 상단부는 백열등, 혹은 LED

 

와 같은 조명장치로 꾸며져 있다. 여기에, 한 아트터널은 조용했지만 다른 아트터널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함께

 

흘러나왔다.

 

 

 

전구는 내처 그냥 켜져 있는 것이 아니고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며 마치 춤을 추듯 일정한 패턴을 형성한다. 잘

 

라 말하자면 도시의 아케이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땡볕 아래 있다가 갑작스레 터널 안으로 들어

 

와서, 에어컨 바람 같은 찬바람 시원하게 쐬어가며, 씽씽 달리는 자전거 위에 앉아 머리 위로 펼쳐지는 빛의 춤

 

을 보면, '우우와-'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나는 실제로 '우우와-'하는 소리를 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 멀리서부터 빛의 가로줄 한 줄이 확 하고 달려오는 패턴이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짧

 

은 시간동안 가로줄 한 줄의 전구만을 켰다가 끄고 바로 다음 가로줄 한 줄을 켰다가 끄고 하는 식으로 이루어진

 

착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자전거로 씽씽 달리고 있을 때에는 빛의 줄이 괴수처럼 왁 하고 달겨드는 느

 

낌을 받아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잡고 말았다. 

 

 

 

아트터널은 또 다른 일반터널에 비해 유난스레 시원하다. 처음에는 우연한 결과이거나 아니면 아트터널에 홀딱

 

빠진 나의 따끈따끈한 편견이라고 생각했는데, 달리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애당초 여러 터널 가운데 전구나

 

LED를 설치할 만한 충분한 길이가 되는 터널을 선정했을 것이고, 따라서 그 터널은 이미 길이가 길기 때문에 바

 

깥의 더운 공기가 침입하는 영역도 상대적으로 더 짧았을 것이다. 그러니 더 시원할 수 밖에. 맞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나는 오랜만에 발아한 내 안의 사이언티픽 마인드에 스스로 감탄했다. 남양주의 셜록 된

 

기분. 

 

 

 

추가로 한 줄만 덧붙이자면, 충주-남양주 방향에서 가고 있다면 터널은 예외없이 내리막이기 때문에 멀리서 터

 

널이 보일 때마다 매번 즐겁다. 반대 방향에서 가시는 분들은 반대로 참고하시라.

 

 

 

 

 

 

 

 

마지막 구간에서는 중앙선의 지하철 역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국수역. 한자로는 수려하기 짝이 없는 이름이지만 한글로만 써 놓으면 짤방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부끄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고양이를 마스코트로 삼아 화제를 모았던 고양高陽시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지

 

자체 홍보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좀 도움이 되지 않겠나. 면발로 이루어진 캐릭터도 만들고, 국수 역 앞에 '국

 

수라면' 같은 이름의 가게도 만들어서 '국수라면 역시 국수라면'과 같은 트위터도 좀 날리고.

 

 

 

 

 

 

 

 

 

다행히도 지역 내에 그런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들을 실천할 수 있는 인재들이 이미 많이 계신 듯. 국수역 바로

 

앞의 막국수 집에선 낙타가 삐끼를 본다.

 

 

 

 

 

 

 

 

 

우리 집엔 막국수 말고도 뭔가 특별하고 이국적인 것이 있다는 듯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발길이 이끌렸지만, 마

 

지막 거점인 능내역의 유인 인증센터가 닫기 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겨우 정신을 차렸

 

다. 꼭 다시 만나자. 언젠가 그냥 지하철 타고 국수역까지 와서 막국수 한 그릇 먹고 다시 지하철 타고 돌아갈게.

 

약속한다. 

 

 

 

 

 

 

 

 

 

국수역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신원역. 역 앞인데도 고즈넉한 풍경에 잠시 안장에서 전립선을 떼고 주위를 둘러

 

보는데.

 

 

 

 

 

 

 

 

 

앗. 길 이름이 몽양길. 혹시나.

 

 

 

 

 

 

 

 

둘러보니 그 몽양이 그 몽양 맞았다! 검색을 해 보니 몽양 여운형 선생의 생가가 근처에 있었고, 길가에 걸린 현

 

수막에서는 그 생가에서 사진전까지 하고 있다는 정보를 볼 수 있었다. 부랴부랴 경로 검색을 하자 '몽양기념관'

 

은 남한강자전거길에서 500m 거리. 이 때 시간은 오후 네 시 반이었고, 여섯 시에 문을 닫는 능내역 유인 인증센

 

터는 고작 10여 km 정도만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몽양 선생을 뵈러 한 번 가 볼까!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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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자전거길의 6개 구간 중 5번째 구간인 '이포보 - 양평군립미술관'은 그냥 지도로 말하자면 여주시에서 양

 

평군으로 넘어가는 코스이다. 양평군은 상주시 등과 더불어 지자체에서 '자전거의 도시'로 홍보하는 몇 군데 중

 

의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일반 도로가 아닌 자전거 길에도 게시판과 홍보물 등을 빈번하게 만나볼 수 있다.

 

 

 

 

 

 

 

 

 

아닛.

 

 

 

 

 

 

 

 

 

지나기만 해도 귓불이 어깨까지 늘어나고 촉한을 차지할 수 있게 될 것만 같은 이름의 다리.

 

 

 

 

 

 

 

 

 

북한강자전거길 때에도 느낀 것인데, 확실히 경기도의 안쪽으로 들어와 서울 방향으로 달리면서부터는 사진을

 

안 찍게 되는 것 같다. 서울과 경기도의 풍광 또한 이름난 것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으니 아마도 그저 눈에 익숙

 

한 모습이어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지 않게 되는 모양이다. 슥슥 하고 달려 어느덧 양평군립미술관 앞 건널목. 

 

 

 

 

 

 

 

 

 

자전거 도로에서 일반 도로로 올라오면 바로 건널목이 있고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면

 

바로 보인다. 북한강자전거길을 지나는 라이더들이 모두 소양강 처녀를 는 것처럼, 남한강자전거길을 지나는

 

라이더들이 한 차례씩은 쳐다보고 간다는, 양평 자전거 아저씨. 나름으로는 라이더들에게 힘 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조각물인 모양이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내리막이란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르막'이라는 주지 스님 같은

 

생각을 했다.  

 

 

 

 

 

 

 

 

 

건널목에서 보이는 풍경은 이렇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팥죽색 건물이 무인 인증센터가 있는 양평군립미술관,

 

건널목 정면에 거대 목욕탕처럼 생긴 건물이 양평 군민회관이다. 충주 쪽에서 오시는 분은 건널목을 건너 일단

 

왼쪽의 양평군립미술관 안으로 가서 인증도장을 받은 뒤, 다시 건널목 쪽으로 나와 군민회관 앞쪽으로 좌회전하

 

면 된다. 군민회관을 왼쪽에 두고 2-3분 가량 달리다 보면 잠깐 끊겼던 남한강자전거길 도로가 다시 시작되는

 

지점에 류할 수 있다.

 

 

 

 

 

 

 

 

 

군립미술관은 처음 보는 것이라 들러보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

 

야외 전시물만이라도 잠깐씩 감상해보기로 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철근 다비드 상.

 

 

 

 

 

 

 

 

 

같은 모양인데도 재료가 달라지니 이렇게나 재미있는 차이가 만들어진다. 

 

 

 

 

 

 

 

 

 

다비드 상의 매력포인트인 포경 안 한 고추도 꼼꼼하게 재현. 어쩐지 원래의 다비드 상에 비해 크기가 다소 축소

 

된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일종의 로컬라이제이션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다비드 상이 있고, 다비드 상에서 5초 정도만 달리면 양평군립미술관 무인 인증센터가 있

 

다. 빨간색이라 눈에 금방 띄긴 하지만 위치 자체는 달려오는 방향에서 라이더의 사각에 위치해 있으니 조금은

 

주의하시라. 이제 남한강자전거길도 한 구간 남았다. '양평군립미술관 - 능내역'의 마지막 구간이다. 거리도 약

 

23km로 만만하다. 이 구간만 달리고 나면 북한강과 남한강을 합쳐 한강을 종주한 것이 된다. 역시, 해 보면 별

 

것 아니구만. 언젠가는 380km짜리 낙동강자전거길도 이렇게 마지막 구간을 달리게 되겠지.

 

 

 

 

 

 

 

 

 

하며 군립미술관에서 나가는 길에 이런 메시지가. 아니 500km 남은 거점 이름은 왜 새겨놓는 거야. 자동차로 치

 

면 서울 한복판에 바이칼 호 몇 km 써놓은 거랑 똑같은 거 아니냐구. 집합 막 떼었는데 다음 시간부터 미적분 진

 

도 나간다는 말을 들은 학생의 기분으로 을숙도 520km를 바라보다가, 구간 몇 개 달렸다고 촐랑대지 말고 언제

 

겸손한 마음으로 안전운행 하라는 채찍으로 듣기로 하고 다시 페달을 밟는다. 그러고 보니 다비드의 작은 고

 

추도 젊었을 때 조금 잘 된다고 건방떨지 말고 항상 신경써서 관리하라는 채찍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남한강자전거길의 마지막 구간. 양평군에서 시작해 남양주시로 들어가는 길이다. 그래봐야 을숙도 가는 길

 

의 1/20에 불과하고 나는 자전거 조무래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일랑은 양평 자전거 아저씨에게 맡겨두고 떠

 

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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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뿅 하고 도착.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 두리번거려본다.

 

 

 

 

 

 

 

 

 

여주에는 심지어 보의 벽면에도 세종 어제 훈민정음이. 한두 번 봤을 땐 감동적이다가 자꾸 보게 되니 너네 너무

 

광 판다,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알기로는 세종대왕릉도 원래부터 여주에 있었던 게 아니라 나중에 이장된 것인

 

데.

 

 

 

 

 

 

 

 

 

보 한 쪽에는 유인 인증센터가 있다. 바깥의 무인 인증센터에서 이미 도장을 찍은 터라 딱히 들어갈 필요는 없었

 

지만 종주길을 맨 처음 시작하던 아라뱃길 서해갑문에서 들어가 봤던 것이 전부라 한 번 들러보기로 했다. 자전

 

거 도로에서도 사람 하나 못 봤는데 자전거길 인증센터에 사람이 없는 것은 정한 이치. 센터 안에는 4대강 홍보

 

사진들과 함께 보나 발전소 같은 시설을 축소해 놓고 그 작동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한 장치가 있었는데, 사진의

 

빨간 버튼을 눌러 보자 조용하던 센터 내에 비행기 날아가는 것 같은 굉음이 울리며 작동이 시작됐다. 당황한 나

 

는 허둥거리려는 몸짓을 멈추고 인증센터를 관리하시는 분께로 갔다.

 

 

 

별다른 특이점도 없는 이 부분을 길게 쓰고 있는 것은 오로지 이 관리자 분 때문이다. 본디 성정이 상냥하신 것

 

인지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몇 명 오지 않는 시설에서 근무하시다 보니 심심하신 것인지, 사는 동네도 물어봐

 

주시고, 삶의 작은 애환도 들어주시고, 자전거 여행의 보람도 일깨워 주시고, 4대강자전거길 홈페이지에 내가

 

거친 거점도 입력해 주시고, 그리고도 더 해 줄 것이 없는지 두리번거리시다가

 

 

 

 

 

 

 

 

무인 인증센터의 닳고 닳은 도장으로 찍느라 알아볼 수도 없게 된 여주보 스탬프를 본인이 갖고 있는 새삥 도장

 

으로 다시 찍어주셨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의 보라색 심령 스탬프가 무인 인증센터의 도장으로 찍은 것이고 바

 

로 왼쪽의 선명한 스탬프가 유인 인증센터의 보관용 도장으로 찍은 것이다. 원래는 이렇게나 예쁘게 나오는 것

 

이었고나! 이런 도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나는 여주보 이후로 유인 인증센터마다 들러 보관용 도장으로 스탬프

 

를 찍어줄 수 없는지 물어봤지만, 보관용 도장은 여주보에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귀찮아서 그랬는지 다른 유인

 

인증센터의 관리자 분들은 그런 거 없다고 대답을 해 주었다.

 

 

 

아무튼 예쁜이 스탬프를 찍어주고 나서도 관리자 분은 물을 잘 챙겨마시라든지, 가는 길엔 볼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친절하고 재미나게 설명해 주셨다. 나는 정다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음 거점인 이포보를 향

 

해 출발했다가, 즐거웠던 마음을 기억하려 사진을 같이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인증센터로 돌아갈 정도였

 

다. 아쉽게도 그 잠깐 사이에 점심 시간이 시작되어 버려 관리자 분이 자리를 비운 바람에 사진은 못 찍었다. 여

 

주보를 지나가시는 라이더라면 꼭 들러서 반갑게 인사해 보시기 바란다. 즐거운 만남이 될 것이다.

 

 

 

 

 

 

 

 

 

여주보 인증센터가 있는 큰 건물의 2층에는 편의점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선글라스, 장갑, 토시, 펑크 패치, 펌프

 

등의 자전거 용품을 판매한다. 나처럼 충주에서 남양주 방향으로 올라가는 사람이라면 별 상관이 없는 정보이

 

다. 여기서부터는 경기도라 곳곳에 중앙선 지하철 역이 있다. 자전거 용품이 없거나 체인이 풀리거나 타이어에

 

펑크가 나면 위의 편의점 말고도 역 앞마다 있는 자전거 가게에서 수리를 해도 되고 혹은 일단 종주를 중단하고

 

지하철에 타 집에 가도 된다. 하지만 남양주에서 충주 방향으로 가시는 분이라면 여기가 자전거 관련 용품을 만

 

나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지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좋겠다. 혹 빼놓고 온 용품이 있으면 구입하시고 자전거

 

점검도 해 보신 뒤 출발하시면 좋을 것이다. 참고해 두시라고 굳이 올린다.

 

 

 

 

 

 

 

 

 

전날 밤 치킨 박스에 담겨 있던 계란 한 알을 남겨 두었다가 아침에 먹은 것이 전부라 배가 몹시 고팠다. 하지만

 

가게는 둘째 치고 민가 하나 없는 길이 쭉 이어지는 통이라 그냥 편의점에서 초코바 두 개를 사 먹었다.

 

 

 

 

 

 

 

 

 

이제 갈 곳은 강천보 - 여주보 - 이포보로 이어지는 보 3형제 중 마지막 거점인 이포보. 역시 남한강을 따라 쭉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14km. 오케이.

 

 

 

 

 

 

 

 

 

짧은 구간이긴 하지만 땡볕 아래를 달리다 보니 지치긴 지친다. 고된 페달질에 다시 상쾌한 힘을 가져다 준 것은

 

남한강 변에서 훈련 중인 군인들. 제대한 이후로는 현역들만 보면 살아갈 힘이 다시 생긴다. 저런 애들도 있는데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충주에서 남양주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이포보의 유인 인증센터를 먼저 만나게 된다.

 

 

 

 

 

 

 

 

 

점심 시간이 약간 지난 뒤에 와서인지 안내 데스크에 아무도 없었다. 인증센터는 어디에 있담 하고 1층부터 3층

 

까지를 싹 다 뒤졌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데스크는 비어 있었다. 뭐야 이거, 하

 

고 가까이 다가가 보자, 데스크에 '이포보 인증도장'이라는 작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위 사진에서 데스크에 붙

 

어 있는 노란 팻말이 그것이다. 혹 나처럼 이포보 데스크의 관리자를 못 만난 분이 계시다면 볼 것 없는 다른 층

 

괜히 힘들게 오르내리지 마시고 딱 여기서 찍고 가시면 된다고 말씀드리려 사진을 올린다.

 

 

 

 

 

 

 

 

 

유인 인증센터를 나와서 2 - 300m 가량 달려가면 어느 거점에나 있는 무인 인증센터가 있다. 그냥 여기에서 찍

 

고 가도 된다.

 

 

 

 

 

 

 

 

이제는 6개 구간 중 5번째 구간인 '이포보 - 양평군립미술관' 구간. 한 시간이 안 되는 예상 시간에 마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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