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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오카노 유이치,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 (라이팅하우스. 2015,12) 책을 사는 속도는 똑같은데 연말이니 일이 많으니 핑계를 대다 보니, 택배 상자를 열어 당장 읽고 싶은 책만 골라 잠자리 곁에 두는데도 어느새 작은 책무덤이 생겼다. 넉넉하게 시간이 난 틈을 타 전기장판 위에 벌러덩 누워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는데, 기묘하게도 부모, 그 중에서도 엄마에 관한 만화책 두 권을 연이어 집게 됐다. 첫 번째 책은 홍연식 작가의 이었다. 술 마시는 아버지와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는 서울의 한 반지하에서 산다. 작가인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돌도 안 된 아들과 함께 경기도 외곽에 밭이 딸린 전원주택을 샀다. 새로 생긴 나의 세계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아내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나를 깊이 이해해 주고,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들은 새로운 기쁨을 가르쳐 준다. 반대로 오래된 나의.. 더보기
우치다 타츠루, <혼자 못사는 것도 재주> (북뱅. 2014, 9.) 이 카테고리에는 로 소개하였던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의 9월 신작. 본래는 제목만 보고 1인 가정에 대한 내용일 것으로 오해를 하여, 우석훈 씨의 과 엮어 독후감을 쓰려고 읽었던 책이다. 조금만 더 꼼꼼했더라면 표지 그림에서 '리스크 사회에서 약자들이 함께 살아남는 법'이라는 부제를 찾아낼 수 있었을텐데. 책은 최근 몇 년 동안 번역되어 나오는 그의 책들이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랑', 그리고 '약자 간의 연대'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가 직접 블로그에 올린 글 가운데 해당 주제에 속하면서 아울러 화제가 되었던 것들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라 한다. '일', '공동체' 처럼 현대인이면 누구나 관련되어 있는 소재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혹여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할지라도 특유의 유머러스.. 더보기
희정, <노동자 쓰러지다> (오월의 봄. 2014, 6.) 유명하지만 의외로 모르는 사람도 꽤나 있는 이야기이다.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해 보자. "기쁜 소식이 있다. 독일은 한 해 평균 80만 명이 일하다 다치는데, 한국은 고작 그 10분의 1도 되지 않는 8만 명이 다친다는 소식이다. 우리가 '선진국이긴 선진국'이라 좋아하려는데, 좀 찜찜하다. 안타깝게도 다른 말을 하는 통계수치가 있다. OECD 국가 중 한국 산재사망률 1위. 이 상이한 수치는 한국 산업재해의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이다.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소위 선진국이라 일컫는 국가들보다 낮다. 한 예로, 2009년 미국의 전체 노동자 중 2.5%가 일하다 다친 반면, 한국은 고작 0.7%의 산재율을 보였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천 명이 일해 2-3명이 다치는 동안, 한국에서는 1명이 다칠까 말까라는 이야기.. 더보기
강성률, <은막에 새겨진 삶, 영화> (한겨레출판. 2014, 7.) 인천과 관련이 있는 하나의 소재를 정해 인천의 문화를 들여다 보고 크게는 인천이란 지역의 공간적 특수성을 고찰해 보는 '문화의 길' 시리즈. 그 8권이다. 이 카테고리에는 시리즈의 7권으로 인천의 야구사를 정리해 놓은 를 소개한 바 있었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인천, 근대와 영화의 시발점'에서는 개항부터 2014년 현재까지 인천의 영화사를 개괄한다. 약 5, 60쪽의 분량인 만큼 인물과 사건을 모두 소개하지는 못하고 개항기, 일제 시대, 산업화 시대, 그리고 현재의 순으로 시대를 뚝뚝 끊어 해당 시기의 주요한 영화 공간과 몇 가지 사건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부 '인천은 항구다'와 3부 '섬의 도시 인천'은 한국 영화가 인천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챕터이다. 전국의 광역시 중.. 더보기
오카자키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정은문고. 2014, 8.) 좌절과 슬픔이 되었든 위안과 희열이 되었든 내 삶에 가장 많고 깊은 생각과 감정을 가져다준 단일한 사물은 역시 책이다. 어렸을 때 즐겨 하던 어떤 일들은 때로 내 취향이 변하여서 그치기도 하고 때로 그것이 생업의 일부가 되어서 더이상 즐기지 못해 그치기도 하지만, 읽고 쓰는 일만은 즐겁기를 멈추는 일이 없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본가의 널찍한 책장에 도토리가 다람쥐 모으듯 책을 사서 꽂아넣는 것이 또 하나의 비밀한 취미였다. 어느 정도의 양이 모여서 마침내 카테고리 하에 재배치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의 우쭐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스무 살이 넘어서는 십 년이 지나도록 그 호사를 누리지 못했다. 언제 군대에 끌려갈지도 모르거니와 타향의 월세살이에는 마음이 흡족할 만큼의 책을, 살 돈도 놓아둘 곳도 지.. 더보기
김봉규, <현판기행> (담앤북스. 2014,7.) 인문학 서적 필자인 김봉규의 2014년 작. 부제는 '고개를 들면 역사가 보인다'. 정갈하고 알기 쉬운 제목이 마음에 쏙 든다. 제목 그대로 전국의 현판을 찾아 그 모습을 소개하고 얽힌 이야기를 풀어주는 책이다. 책은 총 4부 35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정자와 누각에 걸린 현판, 2부는 서원과 강당에 걸린 현판, 3부는 사찰에 걸린 현판, 그리고 4부는 앞서의 분류에 들어가지 않는 가택, 대문의 현판을 소개한다. 필자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실제로 현판에 관한 대중서나 논문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현판 자체도 물론이거니와 현판이 걸려있는 시설들이 현대인에게 친숙한 공간이 아니고, 세 글자, 많아봐야 네 글자로 이루어진 현판을 대상으로 한 편의 논문을 쓴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 더보기
박인하, <만화공화국 일본여행기> (랜덤하우스. 2009, 7.) 만화평론가 박인하의 2009년 작. 저자는 한국 만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익숙한 이름일 청강문화산업대의 만화창작과 교수이기도 하다. 책은 일단은 제목 그대로, 일본 여행 도서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총 4부로 이루어지는 책의 구성은, 다소 산만하다. 1부 '만화'는 네 개의 챕터 중 하나에 불과함에도, 책의 2/3를 차지하는 분량이나 독특한 기획에 있어 이 책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이 1부를 써놓고 분량이 모자라서 2-4부를 덧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의심이 들 정도이다. 기획은 흥미롭다. 2009년 교수로서 연구년을 맞은 작가는 일본을 방문하였고 이때의 방문기, 여행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직업이 만화평론가인만큼 만화에 나온 장소들을 탐방하고 취재해 일종의 가이드북을 .. 더보기
정혜신, <당신으로 충분하다> (푸른숲. 2013, 6.) 딱히 잘하는 편도 아니지만, 혹여 작두를 타는 날이라 하더라도, 혼자만의 말재주로 상대방과의 대화를 이끌어나간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점차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가까운 지인들 또한 나이를 먹으며 각자 선호하는 화술의 방식과 주제의 영역이 천차만별로 갈리게 되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 참 즐거운 대화였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대화는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었을 때나 잘 들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 많았다. 서로간의 교통交通이 이루어지면 재미가 됐든 의미가 됐든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 세상에는 남의 말을 마냥 잘 듣고 있는 이도 많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본성에서 출발한 나는 딱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데도 .. 더보기
이경석 外, <섬과 섬을 잇다> (한겨레출판. 2014, 5.) 2013년 봄, 일군의 만화가와 르포 작가들이 모여,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제도와 권력에 의해 소외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알려나가자는 기획을 하였다 한다. 소외받는 이들의 고통 중 가장 큰 것은 상시적인 폭력이나 궁핍함이 아니라 외로움이었기에, 작가는 그들과 그들의 사연이 하나의 섬과 같다고 여기고, 그 섬들을 이어 나가자는 의도로 해당 기획에 '섬섬 프로젝트'라 이름붙였다. 그 결과물이 모여 이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책의 구성은 알기 쉽다. 총 일곱 편의 사회 문제가 소개되고, 하나의 사회 문제마다 한 명의 르포 작가(혹은 학자)와 한 명의 만화 작가가 짝을 이루어 각각 글과 만화를 낸다. 그러니까 하나의 소주제마다 두 편의 꼭지씩, 총 열네 개의 꼭지가 있는 셈이다. 한 편의 글은 약 20쪽 내외.. 더보기
원종우, <태양계 연대기> (유리창. 2014, 7.) '파토' 원종우의 2014년 신작. 이 책은 전작 의 개정증보판이며 전작은 그가 필진으로 몸담고 있는 인터넷 언론 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칼럼을 모은 작품이다. 한 줄 평부터. 단지 그 상상력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아주 다양한 독자들에게 감흥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의 고대문명 기사나 만화 , 혹은 그레이엄 핸콕의 을 달뜬 얼굴로 읽은 적 있는 이라면. 유로파, 세레스, SATI, 나스카, 대홍수, 기자 피라미드군, 인면암 등의 단어들을 들으며 숨이 가빠지는 이라면. 아직도 이 책을 안 읽고 무엇하고 있느냐고 등짝이라도 갈겨주고 싶다. 강의의 자료로 쓰기 위해서 등의 특정한 목적이 있지 않고서는 한 권의 책을 두세 번씩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중에도 나는 전작과 이 책을 합쳐 대여섯 번 정도를 읽었다.. 더보기
신기철, <국민은 적이 아니다> (헤르츠나인. 2014, 4.) 2004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2006-2010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팀장으로 재직한 바 있는 신기철 씨의 신작. 부제는 '한국전쟁과 민간인 학살, 그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서'. 아직도 사회 전반에 선연한 상흔을 남기고 있는 6.25이지만 이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휴전까지 얼만큼의 시간이 걸렸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나는 6.25니까 6월 25일 하루동안 일어난 전쟁 아닌가요, 라고 말하는 학생도 보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강의 중 전쟁 초기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부의 행동이나 전쟁의 전황 등을 설명하면 난생 처음 듣는 내용에 경악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특히 최근의 수 년간 진보적 역사학자들과 언론의 활약에 힘입어 전쟁의 비극 중에서도 그동안 우리가 알지.. 더보기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메디치. 2014, 2.) 화제의 책이어서인지 출간된지 넉 달이 지난 뒤에야 대출 순서가 돌아왔다. 기다리던 책이라 예약도착 문자가 오자마다 도서관을 찾아 대출을 하였다. 글쓰기 책이 유행이라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출판사들이 억지로 만들어내는 트렌드인 것 같고, 이 책이 특히 인구에 회자되었던 것은 저자의 이력 때문일 것이다. 책날개의 소개에 따르면 저자인 강원국은 국민의 정부에서 연설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참여정부에서는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한 바 있다. 대통령의 연설은 공적인 말하기 가운데에서도 고도로 함축적이며 전략적인 성질을 갖는 종류의 것이다. 그런데 두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도 해방 후 정치사에서 연설을 잘했던 것으로 손꼽히는 이들이었다. 그런 두 대통령의 대통령 연설문을 집필했던 저자, 그 저자가 직접.. 더보기
이준휘, <자전거여행 바이블> (꿈의지도. 2014, 6.) 자전거 라이더이자 블로거인 이준휘 씨의 2014년 신작. 부제는 '제주도 일주에서 국토종주까지 자전거여행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전국 테마별 자전거여행지 55곳 완벽가이드'. 제목 그대로 (국내) 자전거여행의 가이드북이다. 책은 '프리뷰'를 제하고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55개의 자전거여행지가 하나의 꼭지를 이루어 10개의 장에 나뉘어 있는 셈이다. 10장 가운데에는 '서울 근교'나 '인천 섬코스', '중부지역'과 같이 지역별로 나뉘어진 카테고리도 있고 '캠핑&라이딩'이나 '기차와 자전거여행', '국토종주'와 같이 테마별로 나뉘어진 카테고리도 있다. 이 블로그에서 독후감 카테고리가 아니라 다른 카테고리도 읽어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최근에야 자전거 타기에 흥미를 붙인 내 개인적인 사정 때.. 더보기
정혜윤, <마술 라디오> (한겨레출판. 2014, 5.) 작가의 전작 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들었던 의문이다. 사람을 홀리고 울리는 이런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었던 최초의 질문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잘 듣고 잘 묻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요즘이라 더욱 궁금했다. 그 책에서는 작가가 시종일관 담담한 나레이터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찾아봤다. 나레이터 뒤의 작가의 모습과 그가 가진 질문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저작들. 인터뷰집과 여행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책이 있었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고 또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라는 부제가 마음을 움직여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책의 본문은 열네 개의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한 꼭지 안에는 라디오 PD인 작가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며 들었던 이야.. 더보기
정혜윤, <그의 슬픔과 기쁨> (후마니타스. 2014, 4.) 서로 다른 방향으로 몇 차례고 썼던 글을 모두 지우고 다시 쓴다. 이 책은 CBS 라디오 프로듀서인 정혜윤이 쌍용자동차 선도투 스물여섯 명을 만나 들은 이야기를 말투까지 살려 기록한 책이다. 그들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가운데 '절차의 부당함'이나 '고용의 정상화', '해고로 인한 상실감' 등의 박제된 용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소년기의 꿈을 이야기했고 어떤 사람은 실패로 끝난 연애 이야기를 했고 어떤 사람은 피부관리의 지난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책은 그렇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라는, 어떤 이에게는 증오스럽고 어떤 이에게는 지겨운 '상징', 그 상징 뒤로 숨겨져 버린 '사람'의 슬픔과 기쁨에 대해 한참동안 들려준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그래서 수백 줄.. 더보기
최강욱 外, <옹호자들> (궁리. 2014, 4.) 일단 짧게 설명하자. 여덟 명의 변호사가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경과와 결과, 그리고 소회 등을 정리하였고 작가와 기자 각각 한 명이 그 초안을 읽기 좋게 가다듬었다. 모두 묶어서 낸 것이 이 책이다. 부제는 '미네르바에서 용산참사까지 말 못 하는 이들의 목소리로 살고자 한 사람들, 그들이 지켜낸 이 오만한 시대의 정의로운 순간들'. 너스레 떨지 말고 직구로 설명하기로 하자. 민변 출판홍보팀의 김영준 변호사가 최초에 기획을 시작했다는 것이나 부제에서 적시하는 사건들의 이름이나, 이 책은 특히 이명박 정부 때 일어났던 사건들 가운데 크게 논란이 되었고 또 진보 진영으로부터는 '기본권을 후퇴시켰다'고 평가받는 사건의 변호사들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이다.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사건은 총 8개이다. 사건의 발생 .. 더보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분노의 숫자> (동녘. 2014, 4.) 구성을 소개하는 데 있어 강준만의 저작보다 수월한 책을 만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민간 싱크탱크 중 하나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2014년 신작. 부제는 '국가가 숨기는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 제목과 부제 그대로, 한 명의 한국인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접하게 되는 숫자 가운데 분노할 만한 것들, 그런데 국가에서는 숨기고 말해주지 않는 것들을 보고서 형식으로 일람하였다. 본문은 1장 '세 살 불평등 언제까지?'에서부터 11장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노후'까지 총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가운데에는 영유년기, 청소년기, 중장년기, 노후와 같이 개인의 생애 사이클에 맞춰 분석을 시도한 장도 있고, 가계 부채, 부동산 가격, 양극화 등 사회 구조적인 이슈를 다룬 장도 있다.. 더보기
한동원,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웅진지식하우스. 2014, 4.) 영화평론가이자 소설가인 한동원의 신작. 부제는 '수상하지만 솔깃한 어둠 속 인생 상담'. 의 온라인 매거진인 '한겨레 esc'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칼럼을 모은 결과물이다. 주말에 발간되는 '한겨레 esc'는 여행, 요리, 스타일과 같은 생활밀착형 카테고리를 정해 두고 해당 분야에 이름난 외부 필진의 기사를 다양하게 소개하는 잡지이다. 그때그때마다 이런저런 외부 필진이 자유롭게 써서 올리는 글도 좋지만 특히 재미있는 것은 요상한 주제를 정해두고 한 명의 필진이 매 주 올리는 '기획연재' 코너이다. 현재 연재 중인 십여 개의 코너만 해도 맥주가 됐든 콘돔이 됐든 직접 가서 일해 보고 느낀 바를 적은 공장 체험기라든지, 북극에 진짜로 다녀온 사람이 쓰는 북극여행기라든지, 화장품 비평가가 분석해 주는 화장품 성.. 더보기
이정식 外, <PD란 무엇인가> (김영사on. 2014, 4.) 전 한국PD연합회 회장이자 MBC 시사교양 PD인 이정식과, 주로 KBS, MBC, SBS, EBS와 같이 '공중파' 방송국에 소속된 41인의 PD가 한 꼭지씩을 맡아 썼다. 부제는 '현직 PD 42인이 전하는 PD매뉴얼'이다. 매뉴얼이라면 PD와 인접한 직군의 사람이 참고할 수도 있고 PD를 기용하려는 사람이 참고할 수도 있겠지만, 출판사의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여러 독자 가운데에서도 특히 PD지망생들을 위해 엮었다고 한다. 당연히 주된 내용은 PD 시험을 준비하는 요령과 PD가 된 다음에 수행하는 직능 등에 관한 것이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다. 목차를 가져와 보자. 1부 PD 시험 준비, 스펙보다 스토리다 2부 세상을 향한 PD의 시선 3부 PD, 세상을 편집하라 4부 PD를 향한 도전.. 더보기
김재욱, <삼국지 인물전> (휴먼큐브. 2014, 4.) 고려대 한문학과 강사이자 '자칭 전업 글쟁이'라고 하는 김재욱 씨의 신작. 부제는 '삼국지로 풀어보는 대한민국 인물열전'. 제목과 부제가 책 내용의 거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 책은 2014년 현재 특히 정치상황과 관련하여 시의성 있는 인물을 선정해, 그의 언행에서 연상되는 의 등장인물과 짝을 이뤄 함께 소개하고 평을 하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은 정치인, 교수, 작가 등을 비롯해 총 32명에 달한다. 각각의 인물에 짝이뤄진 의 인물까지 더하면 총 64명이 호명되는 셈이다. 이러한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와 경과는 책 끝의 '에필로그'에 실려 있다.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 말, 학술지에 투고할 논문이 써지지 않아 고민하던 필자는 술을 먹고 홧김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즉흥적 인물 평'이라는 .. 더보기
한겨레21 올해의 판결 취재팀, <올해의 판결> (북콤마. 2014, 3.) 시사주간지 의 '올해의 판결 취재팀'은 2008년부터 해마다 연말이 되면 변호사, 시민단체 위원, 법대 교수 등의 위원을 위촉하여 그 해 있었던 판결 가운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사회의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가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올해의 판결'을 선정해 왔다. 그렇게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모인 92개의 판결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표지 디자인이 간결하고 제목도 명확하다. 본래 시사주간지의 기획이었던 만큼, 총 92편으로 이루어진 꼭지 하나하나의 구성도 한 편의 기사처럼 군더더기 없이 논증적이다. 이것이 한 꼭지의 첫번째 장에 해당하는 편집 양식이다. 맨 윗 칸에는 해당 판결을 내린 소속 법원과 사건번호, 공식 사건명이 기록된다. 책의 안내에 따르면,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홈페.. 더보기
노영수, <기업가의 방문> (후마니타스. 2014, 3.) 제목이 문학 작품의 패러디이고, '어느 기업 대학에서 생긴 일'이라는 부제에서는 그나마 책의 내용을 조금쯤 추리해볼 수 있지만 글자의 크기가 워낙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간단하게나마 책 소개부터 하기로 한다. 부제에서 가리키는 '어느 기업 대학'은 2008년에 두산에 인수된 중앙대학교를 말한다. 저자는 이 중앙대학교의 독어독문학과에 03학번으로 입학한 노영수 씨이다. '기업 대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이라면 이 정도만으로도 책의 상징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기업이 대학을 인수한 뒤 일어나는 변화에 있어 중앙대는 삼성의 성균관대와 함께 그 폐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혔다. 인수한 재단이 대기업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해당 기업들이 대학을 인수한 후 시행한 조치가 '격'을 깨는, 그야.. 더보기
나카무라 요시후미, <건축가가 사는 집> (designhouse. 2014, 3.) 이제는 두 말 할 필요 없이 이 독서일지 카테고리의 최다 출연 작가,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中村好文의 2013년 신작. 국내에는 2014년 3월에 번역, 출간되었다. 'prologue'에 작가가 직접 소개해놓은 내용에 따르면, 이 책은 한 계간 건축 잡지에 'Architect at Home'이라는 코너 명으로 연재하였던 24편의 칼럼을 모은 결과물이다. 작가는 이전에 이미 같은 방식을 통하여 세계의 명작 주택을 직접 방문하여 독자에게 소개하고 그 칼럼들을 모아 라는 책으로 낸 바 있었다. 칼럼을 쓰고 책을 출간할 때까지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 책에서 소개한 열일곱 채의 집 가운데 반 정도가 되는 여덟 채의 집이 건축가 자신이 살기 위해 지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다. .. 더보기
오카노 유이치,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라이팅하우스. 2013, 9.) 아주 건조하게만 소개하면 이렇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실제 작가인 '나(페코로스)'와 '나의 어머니'이다. '나'는 1950년 나가사키에서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젊은 시절 도쿄에 나가 일하다가 나이가 든 뒤 다시 고향으로 낙향했다. 젊을 때부터 술만 마시고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아 어머니를 괴롭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치매에 걸렸다. '나'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일상을 4컷 만화로 그려 내가 일하는 지역 정보지에 싣기 시작했다. 소소한 호응을 얻어, '나'는 그간의 4컷 만화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자비로 출판했다. 그런데 이것이 지역 출판인들과 유명한 시인 등의 눈에 띄어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나가사키 지역 서점에서 1위를 한 뒤, 대형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출.. 더보기
마영신, <남동공단> (새만화책. 2013, 3.) 남동공단은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수도권의 대표적 공업단지이다. 상대적으로 외곽에 위치해 있고 인근에 공공시설이나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이름이긴 하지만 인천 토박이도 평생 가 볼 일 없는 곳 중 하나이다. 나도 이십대의 후반이 되어서야 우연히 버스를 타고 지났을 뿐이다. 지나던 날이 기억난다. 바둑판처럼 잘 구획된 사차선 양쪽으로 중소형의 회사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적어 조금 을씨년스러운 것 말고는 안산이나 대구 등에서 보아 온 흔한 공단의 모습일 뿐이었다.별다를 것 없는 그 모습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상상하던 모습이 별다른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적부터 주위의 사람들에게 들어오던 남동공단은 '경부선 라인만 발전을 시켜.. 더보기
이철희, <뭐라도 합시다> (알에이치코리아. 2014, 2.)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이철희 씨의 신작. 연구소나 저자의 이름이 낯설다 할지라도 사진을 보면 '아, 에서 강용석 맞은편에 앉은 그 아저씨' 할거다. 부제는 '알아서 기지 맙시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합시다.'. 책은 총 2부 4장으로 나뉜다. 1부는 주로 '리더급 정치인'에 관한 인물 평론이다. 먼저 1장에서는 '진보' 진영을 다룬다. 전임 대통령인 김대중 과 노무현에 대한 분석이 먼저 나오고, 뒤이어 현재 야권의 대선 후보급 정치인 3명을 언급한다. 재미있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로 경합을 벌였던 안철수, 문재인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먼저 호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 장에서는 '보수' 진영의 인물들을 다룬다. 전임 대통령인 이명박과 현 대통령인 박근혜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이어서 현 정부의 시스템.. 더보기
노정태, <논객시대> (반비. 2014, 2.) '청년논객' 노정태의 2014년 신작. 인터넷 언론 에 '노정태의 논객시대'라는 코너로 진행했던 내용 을 묶어 한 권으로 출간했다. 부제는 '인문, 사회 담론의 전성기를 수놓은 진보 논객 총정리'. 정리부터 하고 넘어가자.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어떻게 이렇게'가 아니라 '어쩌다 이렇게'라는 표현에서, '지금'은 매우 부 정적이거나 비극적인 상황이며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던 '옛날'이 있었다는 저자의 인식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지금'과 '옛날'이 언제였는지를 적시하는데 별다른 망설임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오직 SNS에서만 뜨거웠던,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었던 2012년 대선의 과.. 더보기
로버트 셰클리, <불사판매 주식회사> (행복한책읽기. 2003, 4.) 어슴푸레 기억이 나는 무렵부터 나는 돈을 모아 책을 사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많지 않은 용돈으로 보물 섬과 학생과학을 사고 나면 새로 구입할 수 있는 책은 한 달에 고작해야 한 권이나 두 권 남짓이었기 때문에, 유 소년기의 내 독서는 대부분 엄마가 사 준 전집류에 빚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 들어오는 전집류의 수준은 조금씩 올라갔지만 그래도 아무튼 세계문학/한국문학/위 인전의 구성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홀로 이채를 발하고 있었던 것은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이었다. 멀리서 책장을 바라볼 때부터 이미 달랐다. 몇십 개의 새하얀 표지가 자라락 꽂혀 있는 다른 전집류와는 달리, 이 전집류만은 책마다 총천연색의 표지가 그려져 있었다. 게다가 각기 다른 색채, 다른 화풍을 택하고 .. 더보기
최석영, <혼신의 힘> (인물과사상사. 2014,2.) 한 사람의 삶이나 한 사회의 역사는 부단한 인과관계의 결과물이다. 수백 수천 종의 학문적 연구와 체험의 증언 등을 통해 재구해 낸 '실체'조차, 진짜 실체에 얼마나 근접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를 호령한 제국의 황 제가 실은 어릴 적 친구들보다 훨씬 작은 자기의 고추를 보고 심한 열등감을 느껴 패왕의 길에 나섰을지도 모르 는 것이고, 온 나라를 뒤흔드는 정치적 사건이 한 갑남을녀의 '썸'으로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한 순간의 표정, 혹은 단 하나의 사건만으로 '실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의외의 지점들이 있다. 내내 선량하게 웃고만 있던 정치인이 정적들의 강한 공격에 윗입술을 까뒤집으며 짜증과 적개심을 드러낼 때, 우리는 그의 '밑바닥'을 본다. 계엄령 선포, 서울 10만 .. 더보기
오찬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개마고원. 2013, 12.) 1. 익숙한 듯 낯선 제목과 강렬한 표지 디자인이 눈길을 잡아챈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의 연구원인 오찬호 씨의 근작.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가 시간강사로서 대학생들을 만나며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 과 토론하며 얻어낸 '20대 세대론'을 정리하였다. 책의 본문은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다. 각 챕터마다 재기 넘치는 소제목이 붙어있어서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왜 그 차례에 들어가 있는지를 추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본래 그의 박사논문이었던 내용을 대중서로 다시 풀어 서 쓴 것이라는 저자의 발언을 참고하며 다시 읽어 보니 문제제기 - 원인적시 - 현상파악 - 대안제시 의 전형적 인 논문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2-1. 1부 '강의실에서 바보가 된 어느 시간강사 이야기'에서는 이 연구를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