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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유후인 가기 전날 밤 겨우내 자랐던 덥수룩 머리도 짧게 자르고, 하룻밤 자고 나면 일본 규슈의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으로 여행 간다. 6년째 쓰고 있어 방금 전에 모두 충전했어도 사진 몇 장 찍으면 툭 하고 꺼지는 내 아이폰 4. 일상의 사진이야 안 찍고 넘어가 일기까지 줄었지만 여행을 떠나면서 사진을 안 찍을 수는 없어 이번에는 카메라 들고 간다. 너무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이라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실감이 안 나 시큰둥하였는데 전날 밤 여행가방을 꺼내고 옷을 개어 넣고 있자니 신이 났다. 세 번째 일본 여행. 안전하게 잘 다녀 오겠습니다. 더보기
2일차 - 4. 들어갑시다 나오시마 나오시마로 가는 길. 섬이니까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오사카 성은 시간이 맞으니 가 본 것이고, 제대로 된 첫 관광이라 나는 신이 났다. 나오시마에 도착하면 항구에 작은 터미널이 있다. 이 또한 예술작품이라 한다. 에도 막부 시절에는 이 곳에 제염업 또한 번성하였었다 한다. 그 흔적일 것이다. 나오시마 소금 캬라멜. 신기해서 사 먹어 봤는데 정말로 소금 맛 캬라멜이었다. 나오시마의 캐릭터인 스나오 군을 따라서 한 컷. 나오시마直島라는 이름답게 캐릭터도 순박하고 정직하기 짝이 없다. 사실 나오시마의 항구가 가까워오면서 모든 관광객들이 뱃전에 매달려 보는 것은 오로지 저 것. 세계적인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대표작 중 하나인 왕 큰 호박 전시물이다. 진품이다. 입장료도 필요 없고 올라가도 상관 없다... 더보기
2일차 - 3. 배워봅시다 나오시마直島 목적지인 나오시마에 대해 잠깐 설명하고 넘어갈까 한다. 설명이 좀 길어질테니 나오시마, 메세나, 안도 다다오 등의 단어에 별달리 흥미를 갖지 않은 분은 읽지 않고 지나가셔도 좋다. 나오시마는 세토 내해瀨戶 內海에 위치한 섬이다. 위 지도에서는 '세토 나이카이'라는 글자 중 '카'자 근처에 위치해 있다. 세토 내해는 시코쿠四國, 혼슈本州, 큐슈九州의 큰 세 개의 섬에 둘러싸인 일본 최대의 내해이다. 규슈 뿐 아니라 대륙의 문물을 교토 지방으로 연결해 주던 해양 운송의 중심지로 수많은 항구취락이 발달한 지역이다. 운송업 뿐 아니라 벼농사와 연안어업이 가능하여 오랫동안 흥성을 누렸던 기록이 있다. 섬의 이름이 나오시마로 된 데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12세기에 스토쿠천황崇德天皇(이 글에서는 고유명사로 .. 더보기
2일차 - 2. 에키벤駅辨 오사카 성을 둘러보고 나서 향한 곳은 나오시마直島이다. 오사카에서 나오시마 방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가는 길. 잡지 강국 일본의 면모를 새삼 느낀다. 반가운 얼굴도 점점이 섞여 있다. 지난 번의 여행에서는 기차를 타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유명한 기차 도시락, 에키벤駅辨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음에도 도시락 종류를 구경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곧 출발이었다. 위의 가게는 기차역을 가득 채운 많은 에키벤 가게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반찬별로 모양별로 실로 다양한 도시락이 준비되어 있다. 사진에는 찍지 않았지만 5-600엔의 저렴한 도시락도 얼마든지 있다. 1000엔 정도라면 내가 여행을 하던 때 만 원이 약간 안 되는 돈으로 한 끼 식사 치고는 다소 높은 금액이.. 더보기
1일차. 출국 작년인 2014년에 이어 또 한 번 교토에 다녀왔다. 4월 8일부터 20일까지 13일의 일정이었다. 지난번의 일정은 11월 말 쯤부터 12월 중순까지였다. 날이 춥고 건조하여 매일같이 발뒤꿈치가 갈라지는 와중에도 몹시 즐겁게 쏘다녔던 기억이 있다. 다녀와서 여행기를 쓰고 또 눈에 띌 때마다 교토와 일본에 관한 책들을 사 모으다 보니 다시 한 번 가서 더 보고 더 느끼고 싶은 것들이 충분히 쌓였다. 많지 않은 해외여행 경력에 두 번을 연이어 같은 장소에 가는 것이 꺼려질 법도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교토가 좋아졌던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운동화도 운동화 빨래방에 싹 맡기고, 이번엔 봄 여행이니 그 중에 제일 가벼운 것을 골라 신고 가기로 했다. 머리를 깎으러 가서는 옆머리를 짧게 쳐 올리고.. 더보기
여름휴가 한 주만 더 있으면 팔월인데 두 달이 넘도록 맨 위의 게시물이 똑같은 것도 마음에 걸려 이번 여름에 휴가 다녀온 사진을 몇 장 올려둔다. 동해안의 윗자락인 고성에 다녀왔다. 사람이 적어서 고즈넉해 좋았고 해변가로 이어져있는 자전거길을 봐둔 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소득이었다. 더보기
17. 귀국 귀국일 아침. 다다미 방은 옆방의 소리가 훤히 들리는데 옆방 사람들이 알람을 맞춰놓고도 제때 끄지 않는 바람에 새벽같이 일어났다. 정원 구석에 이런 것도 있었구나. 떠나려니 보인다. 닌자의 비밀통로처럼 여기저기 샛길이 있던 우론자. 12시부터 4시까지는 주인이 청소한다고 무조건 다 나가 있으라는 규정이 귀찮기는 했지만 분위기는 멋진 곳이었다. 교토를 떠나기 전 의미없는 마지막 한 컷. 여행의 추억을 곱씹으며 회상에 빠지기는 웬걸, 공항으로 가는 차에 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깐 쉰다고 차가 멈출 때에야 눈을 부비며 깨어보니 내가 영어를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함께 탄 미국인들이 저 친구 코 너무 골아서 시끄럽다고 불퉁거리고 있었다. 제 탓이 아니라 알람을 맞춰놓고도 제때 끄지 .. 더보기
16-1. 후시미伏見 이나리稲荷 신사 출국 전날인 16일차, 12월 13일의 첫 행선지는 후시미伏見 이나리稲荷 신사이다. 신사로 가기 전에 어떤 가면을 쓰고 나갈지 클럽 나가기 전에 옷 고를 때만큼 고민한다.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후시미 지역에 있는 이나리 신의 신사이다. 이나리稲荷는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 농경과 관련된 신인데, 여우가 쥐를 잘 잡아먹기 때문에 이 신의 모습으로 차용되었다는 설이 있다. 혹은 이나리 신의 전령 역할을 한다고도 한다. 아무튼 지금은 이나리 신이라고 하면 여우 신을 가리킨다. 이 여우 신은 '팔백만 신'이라고 할 정도로 신적 존재가 많은 일본에서도 꽤나 끗발 있는 신이어서 전국적으로도 신사가 많고 인기가 있다 하는데 그러한 전국의 신사들의 총본산이 바로 이 후시미에 있는 이나리 신사이다. 이 가면 저 가면 써봤.. 더보기
14. 우론자 천 년 수도 교토에는 숙소 또한 각기의 매력을 가진 곳들이 많다 하여 여행 전에 계획을 짤 때 여러 군데에서 머물 수 있도록 예약을 했었다. 17일의 여행 기간 동안 14일차부터 16일 밤까지 머물게 될 '우론자'로 이동한다. 여행용 가방에다 여기저기서 사 모은 기념품과 선물 봉지들을 따로 들고 낑낑대며 버스를 타는데 비까지 추적추적 내린다. 버스를 타고 가며 이런 생각을 했다. 교토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익히 들어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보고 놀랐던 것은 일본인의 질서의식이다. 특히 버스 정류장에서 질서정연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타려는 버스가 멀찌감치서 오고 있다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버스가 설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 쯤으로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 더보기
9. 우지(宇治) 1일차 9일차의 행선지는 교토의 남쪽에 위치한 우지(宇治)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야한다. 가는 길에 관월교觀月橋라는 역 이름이 예뻐 찍어보았다. 우지역에서 나와 다리를 건너면 큰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우지는 아주 작은 휴양관광도시라 지도를 몇차례 읽어두고 조금만 걸어보면 대강의 지리를 금세 파악할 수 있다. 표지판의 오른쪽으로는 방금 지나온 관월교가, 왼쪽으로는 목적지 중 하나인 평등원平等院과 아마가세 댐이 표기되어 있다. 우지역에서 만나게 되는 왕자 캐릭터. 정확한 이름은 모른다. 주로 녹색이 칠해진 이유는 우지가 말차로 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토 인근은 예로부터 물 맛이 좋기로 유명해서, 후시미 지역에서는 술이, 우지에서는 말차가 일찍부터 이름을 날렸다. 일본의 3대 차 중 하나로 꼽히는 '우지 말차'.. 더보기
7-1. 삼십삼간당, 교토국립박물관 7일차는 시작이 늦었다. 어영부영 점심을 먹고 나니 두세 시가 된 것이다. 놀기만 할 것이라면 하루가 많이 남았지만 명승지를 방문하기로 한 날이라 마음이 급해졌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교토의 절이나 신사 등은 대개 너댓 시가 되면 입장시간이 끝난다.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이차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교토국립박물관과 삼십삼간당에 가기로 했다. 시간에 쫓기기도 했고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도 해서 이 두 장소에 내가 찍은 사진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굳이 따로 언급하는 이유는, 관광의 여러 요소 중에 '유물, 문화재를 보는 즐거움'에 한정해 말하자면 바로 이 두 장소의 관람이 시간과 노력 대비 최상급이었기 때문이다. 삼십삼간당三十三間堂은 이름 그대로의 건물이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더보기
5-2. 도시샤의 두 시비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사이 해는 꼴딱 넘어가 버렸다. 숙소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 5일차의 마지막 목적지였던 도시샤(同志社) 대학에 들렀다. 캠퍼스 내인데도 무척 깜깜했고 인적도 드물어 잠시간 당황했다. 다행히도 그리 큰 학교가 아니어서 몇 바퀴 돌아보니 대강의 지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교토에 있는 많은 대학 가운데 도시샤 대학을 정하여 찾아간 이유는 이곳에 정지용과 윤동주의 시비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샤에서 정지용은 1923년에서 29년까지 6년간, 그리고 윤동주는 1942년부터 43년까지 약 1년간 수학한 바 있다. 도시샤 대학의 정문으로 들어가 약 오 분에서 십 분 가량 걸으면 학교 채플 건물을 만나게 된다. 두 시인의 시비는 이 채플의 맞은편에 있다. 두 시비 모두 그리 크지 않고 또 한 데에 모.. 더보기
5-1. 금각사 라인 교토 여행기의 제목에서, 맨 앞에 붙이는 숫자는 일차이다. 그러니까 5라고 붙어 있으면 5일차인 셈이다. 그 날 하루의 일을 하나의 기사에 다 쓰기 곤란할 때에는 -를 붙여 구분하기로 한다. 5-1이면 5일차에 있었던 여러개의 일기거리 중 첫번째 묶음이다. 오사카 소풍의 둘째 날이었던 4일차에는 시내를 좀 돌아다니다가 오후에 교토에 돌아와 쉬었다. 짧은 일정으로 모르는 도시에 가고 또 오랜만에 시끌벅적한 공연을 보고 해서 지쳤던 모양이다. 그렇게 충전하고, 5일차에는 본격적 탐방 시작. 오전부터 저녁까지는 '교토는 정사각형'에서 오른쪽 윗변에 해당하는 금각사 라인을 돌아보기로 했다. 교토에는 수백 개의 절이 있다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 좀 더 유명한 것이 있기 마련이다. 천박한 비유이긴 하나, 버스로 약 .. 더보기
3. 오사카 1일차 보름 넘게 교토에 가 있으면서 바로 옆의 오사카에 안 가보는 것도 좀 아까운 것 같아 오사카에 가보았다. 교토역에서 지하철로 약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사람도 건물도 표지판도 서울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맹-하던 눈에 띈 쿠리코 아저씨. 여기저기의 만화 등에서 본 것으로 실은 잘 알지도 못하지만 아무튼 오사카에 왔다는 것이 드디어 실감났다. 다소간 피곤했지만 따라하지 않을 수 없는 위용이었다. 조금만 덜 피곤했더라면 다리 포즈도 따라했을 것이다. 큰 기대가 없어서 별다른 실망도 없었지만, 정말로 서울과 다른 것이 거의 없던 오사카. 그러나 작은 배가 오가는 수로가 있는 것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하기사 생각해보면 너른 둔치가 있는 한강이 있는 것도 매력적이기는 마찬가지이지마는. 하하하 오스칼. 얼굴은.. 더보기
2. 교토대 학생회관 - 은각사 - 철학의 길 - 남선사 - 헤이안신궁 술기운에 푹 자다가 아침 외풍에 깼다. 어렸을 때 어디선가 '일본에서는 집에서도 옷을 겹쳐 입고 특별한 난방을 하지 않는다'는 글귀를 읽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 나라에 와서 팬티만 입고 잔 내 잘못이다. 술이 완전히 깬 것은 아니지만 여행에서의 시간은 귀하니까 눈을 뜬 김에 일어나기로 했다. 지구호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무라야의 모습.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가정집인양 시침 뚝 떼고 있다. 새벽 세 시에도 성업이니 언제 문을 여나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저녁 여섯시에서 열시쯤에나 장사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2층의 저 뻥 뚫린 방인데, 항시 열려있는 것이 일단 수상하고, 영업 시작하면 불을 켜는데 그것도 새빨간 불이거니와, 방 안에는 사람 하나 없이 기묘한 형태의 마네킹과.. 더보기
1. 출국과 도착 악천후로 몇차례 지연을 거듭하던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출발했다. 지겨우시겠지만 어쨌든 해외여행이니 하늘 사진 한 장만 넣겠다. 비행기 타는 것이 열 번쯤 넘어가면 이 광경도 심심해질까. 앞좌석에 달린 TV로는 노래도 들을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었는데, 영화 채널에서 로빈 윌리엄스의 유작이 나오고 있었다. 울만 하면 먹을 것 주고 울만 하면 기내방송 나오는 탓에 인천서 간사이 공항까지 한 시간 사십 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었으니 천국에서도 상석 갔을거야, 로빈 형. 교토에는 공항이 없어서 오사카에 있는 간사이 공항에서 내려 이동을 해야 한다. 지하철을 타는 수도 있고 사진에서처럼 리무진 버스를 타는 수도 있다. 모두, 사십 분에서 한 시간 가량 이.. 더보기
0-2. 출국 전에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가는 것인만큼 여러 책도 읽어보고, 교토의 지도를 그려 탐방할 곳을 체크해 두기도 하는 등 떠나기 전부터 수선을 떨었다. 예산이 얼마 들었다든지 일본 여행의 필수 준비물은 무엇이라든지 하는 등의 사항은 여행을 많이 하시는 다른 블로거들의 정보가 더욱 체계적이고 실용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여기서 교토 여행과 관련해 읽었던 책들을 좀 소개할까 한다. 여행을 준비하며 읽었던 책들은 대체로 다섯 갈래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당연히 가이드북이다. 수십 종에 달하는 도쿄 여행 가이드북에 비해 교토 가이드북은 종수가 많지 않다. 재학 중인 대학의 도서관에도 절판된 것을 포함해 대여섯 권 밖에 없었다. 내가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괄호 안의 숫자는 출간일이다. (2014, 6.. 더보기
0-1. 교토京都로 2014년 11월 28일부터 12월 15일까지 17일 동안, 교토에 다녀왔다. 이제부터 쓰는 글은 그 여행기이다. 가르치는 학생들이 기말고사 준비 기간에 들어가 3주 간의 쉬는 시간이 났다. 쌓인 책을 모두 읽고 독후감을 쓰기에는 좀 짧았고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4대강 자전거 길의 나머지 길들을 달리기엔 좀 남는 시간이었다. 생판 처음 가는 도시에 놀러가서 장기투숙 잡고 잠깐이나마 살아볼까 하고 시작한 검색이 경기도, 경상도, 제주도까지 갔다가 마침내 일본에 이르렀다. 수차례 일기에 쓴 바와 같이 나는 20대 중반이 넘어서야 첫 해외여행을 떠났던 터라 바다를 건너가는 것에 대한 높은 심리적 장벽을 갖고 있다. 그래도 일본에는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도시인 교토가 있으니까, 검색이나 해보지 뭐, 하고 .. 더보기
박인하, <만화공화국 일본여행기> (랜덤하우스. 2009, 7.) 만화평론가 박인하의 2009년 작. 저자는 한국 만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익숙한 이름일 청강문화산업대의 만화창작과 교수이기도 하다. 책은 일단은 제목 그대로, 일본 여행 도서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총 4부로 이루어지는 책의 구성은, 다소 산만하다. 1부 '만화'는 네 개의 챕터 중 하나에 불과함에도, 책의 2/3를 차지하는 분량이나 독특한 기획에 있어 이 책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이 1부를 써놓고 분량이 모자라서 2-4부를 덧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의심이 들 정도이다. 기획은 흥미롭다. 2009년 교수로서 연구년을 맞은 작가는 일본을 방문하였고 이때의 방문기, 여행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직업이 만화평론가인만큼 만화에 나온 장소들을 탐방하고 취재해 일종의 가이드북을 .. 더보기
3. 4대강 북한강자전거길 - 북한강자전거길 6월 4일 수요일은 제 6대 지방선거, 6월 6일 금요일은 현충일. 그 사이의 5일 목요일을 휴가를 내어 연휴를 즐 기는 직장인들이 많다. 자전거도로에도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나도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두번 째의 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 21km의 아라자전거길과 56km의 서울구간 한강종주자전거길 다음으로 짧은 것은 북한강종주자전거길. 남양주 시 운길산역 인근의 '밝은광장 인증센터'부터 춘천시 춘천역 인근의 '신매대교 인증센터'까지의 70km 코스이다. 기점은 출발점과 도착점을 포함해 총 4개. 그러니까 구간은 세 개인 셈이다. 각각의 구간은 15km, 25km, 30km 의 길이이다. 간략한 지도로 이동경로를 살피면 위의 녹색 실선과 같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북한강자전거길을 타는 방.. 더보기
캄보디아 여행기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앙코르 와트 유적군으로부터 3-4km 떨어진 도시인 씨엠 리업에 다녀왔 다. 긴 역사 가운데 몇 차례나 제국의 중심이었던 때도 있었다고는 하나 현재는 앙코르 와트를 찾는 관광객들의 소비를 주 수입원으로 하여 살아가는 작은 도시이다. 할 일은 많고 갈 수 있는 시간은 짧아 바쁘게 다녀오느라고 인도에 갔을 때만큼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한 터라, 유적지의 정보 등에 대해서는 많이 적지 못한다. 체감 온도가 40도 언저리를 맴도는 날씨에다 배탈이라도 났다 가는 큰 사단이 나겠다 싶어 음식도 되도록 입에 맞는 것 위주로 먹었던 통에 이색적인 사진도 적다. 그러나 6년 전 인도 여행을 마치며 어쩐지 그것이 마흔 전까지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아 서운해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 더보기
1일차 오전. 인천 출발 - 씨엠 리업 도착 밖에서야 의경으로 2년을 복무했지만 입국대 안쪽은 고작 두 번째. 신이 나서 아침 나절에 지치지도 않고 무빙 워크 차도남 놀이를 했다. 다섯 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창 밖으로 보이기 시작한 메콩 강의 지류. 그 가운데 마치 땅의 신의 눈처럼 생긴 퇴적 지형이 있어서 찍어 보았다. 높은 산이 거의 눈에 띄지 않고, 국토 전체가 늪지와 평야로 이루어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캄보디아는 지금이 건기. 그나마 건기라 땅을 이정도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강이 흘러들어가는 저 곳은 바다가 아니라 호수. 엄청나게 크다. 내리자마자 벗을 수 있는 옷은 모두 벗을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에서 공항 내부까지 걸어가는 몇 분만에 반 년 쯤은 잊고 있던 등줄기 땀이 주루룩. 저가 항공의 이코노미 석 비행에 몸이 굳어 무.. 더보기
1일차 오후. 숙소에 짐 풀고 가이드를 만나 나머지 일정에 관해 미팅을 가진 것 만으로도 이미 반쯤 탈진. 차도남 놀이하며 깝죽거리던 기세는 간 데 없고 억지로 웃으려 해도 웃을 수 없는 표정만이 남았다. 첫 식사라 기세좋게 들어가 본 캄보디아 전통 식당. 사진의 요리는 제육볶음 비슷한 전통 요리라 하는데, 특유 의 고수 향이 무척 심했다. 고수를 현지 말로 '찌'라고 하는데, 오죽하면 가이드 북에 어지간하면 주문할 때 '노 (No) 찌'라고 말할 것을 권유할 정도. 향이라면 뒤지지 않는 인도 음식들을 한 달이 넘도록 잘만 먹었던 이력이 있는 터라 속 편하게 있었는데,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익숙해지기가 무척 어려웠다. 다행히도 우리와 마찬가 지로 메인 디쉬를 밥과 함께 먹는 문화라 어찌저찌 다 먹긴 먹었다. 밥 먹.. 더보기
2일차 오전. 조식 - 호텔 로비 인도에서는 내내 게스트 하우스 급에 머물렀기 때문에, 해외여행 중 호텔에서 주는 조식은 서른둘이 되어 처음 먹어봤다. 부페라는 사실에 감격하고 대습격의 의지를 다졌다. 첫 번째 접시는 이렇듯 얌전했지만 두 번째 접시는 결국 베이컨 반 소세지 반. 더운 날씨에 힘 빠지면 안 되니 까, 하고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마음껏 육식의 죄악을 벌였다. 식사 후 가이드를 기다리면서 호텔 로비에서. 전날 보았던 압살라 댄스의 손 모양을 따라해 보았다. 바지는 재 래 시장에서 산 현지 바지. 남자 둘이 들어갈만한 허리통을, 엉덩이 쪽에 달린 끈을 양쪽으로 둘러 배꼽 앞에 서 묶는 식이다. 7부의 길이도 마음에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것도 마음에 들어 내내 입고 다녔다. 현지 바지라지 만 현지 사람들은 전혀 입지 않는다. 기.. 더보기
2일차 오전. 따 쁘롬 자유 여행이지만 역사와 신화가 얽힌 유적지들이 많아, 4박 5일 가운데 하루는 가이드를 신청했다. 그와 함께 찾은 첫 번째 유적지는 인기 코스 가운데 하나인 따 쁘롬. 들어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다. 이 유적을 만든 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장수왕 쯤이라고 할 수 있는 자야바르만 7 세. 앙코르 유적군을 공부하고 둘러보면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왕의 이름은 딱 둘인데, 그 중 하나가 강력한 군사 력으로 앙코르 제국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우리 나라로 치자면 광개토대왕과 그 이미지가 흡사한 수리야바르만 2세이고 다른 하나가 그를 바탕으로 한층 더 융성한 통치를 자랑했던 그의 다음다음 대 왕, 자야바르만 7세이 다. 다음다음 대라고는 하나 모계사회인 크메르 왕조의 특성상 손자는 아니다. 이 유적은 자야바르만 7세가.. 더보기
2일차 오전. 바푸온 - 바욘 유적을 수호하는 듯한 사자상. 머리는 런던의 박물관에 있는지 일본의 고급 중국집에 있는지. 따 쁘롬에 이어 찾은 곳은 앙코르 톰. 앙코르 와트보다 몇십 년 뒤에 완공된 것으로, 중앙사원인 바욘 사원을 가 운데에 놓고 각종 시설과 거주 지역을 구획한, 도시 개념의 유적지이다. 이 지역에는 본디 이전부터 여러 왕들 이 개별 사원을 띄엄띄엄 지어 놓았었는데, 앞서 언급했던 자야바르만 7세가 크게 성곽을 두르고 하나의 도시 로 포괄한 것이다. 크기는 3,3km x 3.3km. '앙코르'는 도시, '톰'은 크다라는 뜻이다. 큰 도시 앙코르 톰. 장난기 넘치는 석공이 조금 높이 항문을 조각해 놓은 것 같지만, 오며가며 다른 사자 상들을 살펴보니 저 구멍 에서 시작해 등을 타고 올라가는 꼬리 모양의 조각이 통째로 빠.. 더보기
2일차 오후. 앙코르 와트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는 길의 뱀신 나가. 앙코르 와트 뿐 아니라 다른 사원들에서도 맹활약한다. 입구에서부터 사원으로 뻗어있는 길의 양쪽에 놓여 그 몸통이 난간 역할을 한다. 특히 이 지역의 사원들은 해자나 연못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용적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는 이 나가의 몸통은 현재 군데군데 끊어져 있는데, 꽤나 많은 사람이 빠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나가의 머리는 일곱 개. 앙코르 와트 유적군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나가의 머리는 한 개, 세 개, 다섯 개, 일곱 개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고 한다. 홀수인 이유는 우선 조형적인 미를 추구하기 위함이겠지만 따로이 종교 적 의미도 있을 것이라 여겨져 가이드에게 물어보았으나 답을 구할 수 .. 더보기
2일차 오후. 프놈 바껭 프놈 바껭은 서력 900년 언저리에 세워진, 앙코르 지역 최초의 산상 사원이다. 바껭 산에 있어 이름이 프놈 바 껭인 모양. 바껭 산은 67m의 낮은 산이라 별다른 각오 없이도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코스도 본래의 직선 코 스 쪽은 금줄로 폐쇄하고 산책길처럼 산을 칭칭 도는 길로 걷게 되어 있었다. 산 속에는 스펑과 같은 괴이한 나 무는 없고 수종이 우리 나라와 비슷한 것들이 많았고 오가는 이들의 9할 이상이 선캡을 쓴 우리나라의 여행객들 이었기 때문에 캄보디아인지 서울의 뒷산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체험을 했다. 위의 사진은 산 정상의 신전 입구 를 지키고 선 난디. 난디는 시바 신이 타고 다니는 숫소이다. 난디가 있는 것으로 보아 힌두교의 사원임을 짐작 할 수 있다. 사원에 있는 동자승들. 사진으로.. 더보기
3일차 오전, 반띠아이 쓰레이. 3일차 오전의 아침. 엄청나게 대범한 캄보디아의 신호등이 출발길을 알린다. 문제는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들의 신호도 위와 같다는 것. 좌든 우든 직진이든 가보고 싶은 데로 가봐라, 라는, 법어(法語)같은 시그널. 오늘의 탈것은 '뚝뚝'. 오토바이에 일종의 마차를 연결해 놓은 것으로, 구성 자체는 인도의 오토 릭샤와 다를 것 이 없지만 관광용으로 특화되어서인지 차체의 디자인이나 색깔 등이 훨씬 예쁘다. 젊은 운전사들은 차체에 트랜 스포머나 배트맨 등 인기 헐리웃 영화의 로고, 포스터 등을 도장하기도 하였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1달러를 주고 잠깐 타고 내리기도 하지만, 유적지를 돌아다닐 때에는 하루를 통째로 탄 뒤 10-20불 정도를 후불하는 식. 유적지들이 대부분 근처에 모여있기 때문에 운전사도 손해볼.. 더보기
3일차 오후, 쁘레아 칸 운전사 헹 아저씨의 믿음직한 등판.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오전과는 윗옷이 틀려졌다. 작은 아이스 박스에 물을 시원하게 보관했다가 틈 날 때마다 건네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낮잠을 자거나 다른 이들 과 환담을 나누다가도 멀리서 내가 보이면 금세 뚝뚝으로 뛰어가 시동을 걸던 좋은 아저씨. 고마워서 따로 홍보 를 해 드리고 싶지만 이미 인터넷 상에서 유명한 아저씨라고 한다. 혹 이 글을 읽고 캄보디아에 가서 헹 아저씨 를 만나게 되는 이가 있다면 하루종일 뚝뚝만 타고 다니지 말고 틈을 내어 헹 아저씨를 웃겨보기 바란다. 아이스 박스에 넣어두었던 물보다 청량한 헹 아저씨의 히히히 웃음. 오후에 찾은 첫 행선지는 쁘레아 칸. 자야바르만 7세가 즉위한 뒤 어머니를 위해 지은 것이 앞서 소개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