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4.04.23 귀신 꿈
  2. 2013.09.02 근섭이 (1)
  3. 2013.08.08 오랜만의 몽타주 놀이 (4)
  4. 2013.08.02 박창주 (2)
  5. 2013.02.05 그림자 없는 아이
일기장/20142014.04.23 16:49

 

 

 

대낮에 책상에 기대어 앉아 졸다가 꿈을 꾸었다.

 

 

꿈에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무렵 학교 앞의 도로에 서 있었다. 앗차,

 

집에 가야지, 하고 나는 학교 쪽으로 몸을 돌렸다. 고작해야 백 미터 안짝일 거리를 걷는 동안 해는 삽시간에 졌

 

다. 학교를 올려다 보니 불 켜진 교실이 많지 않았다.

 

 

꿈 속의 나는 교실이 3층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앙 계단을 이용해 1층부터 올라가는데, 선생님과 학생

 

들이 띄엄띄엄 내려오고 있었다. 복도의 불이 다 꺼져있어 몸의 윤곽만 보일 뿐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안녕, 안녕

 

히 가세요, 라고 인사해 보아도 그들은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천천히 갈 길을 갔다. 팔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눈에 띄었다.

 

 

3층에 올라섰을 때 기분은 이미 이상했다. 오른쪽은 복도와 교실 모두 불이 꺼져 있었고 왼쪽 복도에도 불이 켜

 

진 방은 두 곳 뿐이었다. 저 멀리 복도 끝에 불이 켜진 방이 내 교실이었고 내 쪽에 좀 더 가까운 다른 한 방은 무

 

슨 장소인지 알 수 없었다. 앞뒤 문이 닫혀 있어 창문으로만 빛이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내 교실과 달리, 교실의

 

반 정 도 크기인 다른 방은 철제로 된 문이 열려 있어 그 앞의 복도까지 환하게 빛내고 있었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교실에 가기 위해서는 그 방을 지나야만 했다.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며 곁눈질로 본 문에는 '밴드부'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다. 방 안에는 네 명의 학생들이 있

 

었는데,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몇 걸음 뒤로 걸어가 그 방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한 명이 어릴 때부

 

터 아주 친했던 내 친구이고, 그리고 다른 한 명이 무언가 '이상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대한 '이상한 것'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친구에게 집에 같이 가자고 졸랐다. 친구는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했지만 나는 더 말을 듣지 않고 그의 손목을 잡아 내 교실로 향했다. 어리둥절

 

해 하는 친구를 잠시 세워두고 나는 허둥지둥 가방을 쌌다. 책상 위의 물건을 쓸어넣고 돌아서자 교실의 뒷문

 

에 '이상한 것'이 서 있었다. '이상한 것'은 쓸데없는 생각 하지마, 라고 말했다.

 

 

나는 친구의 손목을 잡아채어 앞문으로 도망쳤다. 3층 복도를 줄달음질쳐 중앙 계단에 이르렀을 때쯤 뒤를 돌

 

아보았다. 복도는 온통 깜깜해서 그것이 쫓아오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고, 따라오고 있어야 할 친구도 보이지 않

 

았다. 손 쪽을 내려다보니 나는 손목까지만 남은 친구의 손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확신이 있었다. 친구의 손과 손목은 축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친구에게 연결된 것처럼

 

위쪽을 향해 있었으며 그것을 끌어당기는 내 손에 친구의 중량감이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학교를

 

벗어나면 친구의 모습이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체할 틈이 없어 다시 몸을 돌려 계단을 뛰어내려

 

가는데 뒤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처량하고 낮은 노래인데 몹시 크게 들렸다.

 

 

아주 긴 시간을 달려 1층의 문을 벗어나자, 생각했던대로 친구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를 돌려 방금 통과

 

한 1층 문을 보니, '이상한 것'은 어느샌가 거기에 서서 새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와 친구를 똑바

 

로 바라보며 노래를 하고 있어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가, 이내 저것은 저 문을 나오지 못한다, 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생각을 하자마자, 그것은 노래를 딱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다가, 또 만나자, 고 말하고 어두

 

운 복도로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보니 이마와 가슴팍에 땀이 나 있었다. 나는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팍의 땀을 몇 차례 훔

 

치면서 정말로 또 만나고 싶지 않다, 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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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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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32013.09.02 17:59

 

 

 

 

 

 

 

 

큰집의 마루에서, 작은 TV 앞에 누워 영화를 보고 있었다. 곁에는 할머니와 큰엄마, 엄마, 작은엄마가 제사 음식

 

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TV에서 하는 영화는 길지 않은 분량의 귀신 영화였다. 큰 한옥을 배경으로 노인과 아이들이 뒤섞여 굿판을 구경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명절을 맞아 시골에 놀러간 일곱 명의 아이가 그 전에는 볼 수

 

었던 귀신을 보게 되면서 차례차례 죽어 나가는 것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야 밝혀지는 사실은, 영화 속에서

 

큰 역할이 없고 항상 의기소침해 있던, 주인공의 동생인 '근섭이'가 첫 장면의 굿판에서 귀신과 눈이 마주쳤

 

고, 그때 귀신이 근섭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면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생각치 못했던 결말에 깜짝 놀란 나는 그 정보를 가진 채로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 화면을 맨 앞으로 돌렸다. 그

 

런데 굿판의 장면에서 쟁쟁, 둥둥 하는 칼소리와 북소리가 나오자 등을 돌리고 음식을 하고 있던 할머니가 TV 앞

 

으로 와서 앉았다. 큰엄마와 엄마, 작은엄마는 여전히 이쪽에 등을 돌리고 음식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화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근섭이구나...'라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등을 돌리고 일을 시작하였

 

다.

 

 

 

나는 깜짝 놀랐다. 할머니가, 내가 영화를 처음 보던 때에도 굿판이 나오는 첫 화면을 보면서 '근섭이구나...'라

 

고 말하고는 등을 돌려 다시 일하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때에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잊어 버리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던 것인데. 할머니는 첫 화면을 보고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했을까. 중요

 

한 인물이 근섭이인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아울러, 그런 말을 한 것도 이상한데,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똑같

 

은 자세로 똑같은 말을 다시 한 것은 어째서일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 때, 할머니

 

와 큰엄마, 엄마와 작은엄마가 동시에 일어나더니 내쪽으로 얼굴을 보이지 않으며 집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가

 

버렸다. 둘러보니 제사를 준비하던 큰집 안은 어느새 텅 비어 있었고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어왔다. 무언가가

 

멀리서부터 큰집 쪽으로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몸을 떨다가 나는 잠에서 깼다. 9월 1일 밤에 꾼 꿈이다. 할머

 

니는 십육년 전에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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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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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얼마전 꿈에 나왔던 '박창주'란 이름과 마찬가지로, 나는 살면서 '근섭'이라는 이름의 사람을 알게 되거나 만나본 적이 없다.

    2013.09.02 18: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일기장/20132013.08.08 22:15

 

 

 

 

한여름. 방에 앉아 있자니 선풍기를 쐬든 물에 적신 수건을 걸치고 있든 어떻게 해도 더위를 피할 길이 없길래

 

해가 지기를 기다려 산책을 나가 보았는데, 아주 밀도가 옅은 온수 속을 헤엄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에

 

휩싸여 있다, 무언가의 안에 들어와 있다, 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눈이 무척 뻑뻑해지는 자정 쯤에나

 

바람 쐬는 겸 해서 다시 나가보기로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면지의 구석에 이런저런 그림을 끼적이며 놀았

 

다. 개중 웃는 여자와 웃지 않는 여자의 그림 두 장이, 배치의 순서에 따라 몽타주 효과가 달라지는 것 같길래 재

 

미삼아 올려본다.

 

 

 

 

1번. 웃는 여자 → 웃지 않는 여자

 

 

 

 

 

 

 

 

 

 

 

 

 

2번. 웃지 않는 여자 → 웃는 여자

 

 

 

 

 

 

 

 

 

 

 

나는 개인적으로 2번, 그러니까 웃지 않는 얼굴에서 웃는 얼굴로 변하는 쪽이 좀 더 직관적으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는데, 남들도 그런지, 그리고 왜 그런 효과가 났는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런 건 누구에게 물어야 답을 들

 

을 수 있을까.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산콜과 진중권 선생이지만 전자는 시민으로서의 양식 때문에, 후자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시도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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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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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입꼬리는 올라갔는데 눈은 전혀 웃지 않고 있어서 영혼 없는 표정이라 좀더 섬뜩한 것 같네요. 표정은 내 앞에 있지만, 그 내면은 읽을 수 없는 느낌? 사람 눈동자나 눈꼬리의 모양이 참 중요한 것이었군요 :D

    2013.08.16 21: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많은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의 유형을 순식간에 판단하는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있잖아요. 대체로 공정하지 못한 경우이기 마련이고 저 또한 그러한데요. 진지한 댓글에 마음이 움직여 문득 고백하면, 제 경우에는, 입은 웃는데 눈은 전혀 안 웃고 있는 사람은, 정말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섣부른 판단인 것이 몇 차례나 증명되어도, 못된 습관이란 카드 빚보다 더 떼어내기 힘들더라구요.

      2013.08.16 23:11 신고 [ ADDR : EDIT/ DEL ]
    • 음 제 경우엔 눈동자가 불안하게 자주 움직이거나, 과하게 높이 올라간 웃음소리나 부산스러운 손동작&심하게 쾌활한 몸짓과 표정 같은 것을 보면 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피하게 돼요. 저렇게 맞지 않는 표정 역시 마찬가지고...
      예전에 심리관련 전공시간에 들었던 것인데 사람들은 자신이 들은 말보다 표정이나 미묘한 제스쳐를 가지고 직관적으로 인상이나 신뢰도를 결정짓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

      2013.08.17 00:17 신고 [ ADDR : EDIT/ DEL ]
    • 하기사 어쩌면 표정과 제스쳐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인지도 모르지요. 말이란 어차피 대체로 말하는 사람이 원하는대로 나올 뿐이니까요.

      2013.08.19 20:25 신고 [ ADDR : EDIT/ DEL ]

일기장/20132013.08.02 00:30

 

 

 

 

수십 명의 사람들과 함께 도망치는 꿈을 꾸었다. 장소는 을씨년스럽고 넓은 황야에 학교와 비슷한 건물이 여러

 

서 있는 곳이었다. 황야 밖으로 계속해서 달려 나가면 어딘가에 가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꿈 속에서는

 

직 건물들만이 안전한 곳이라고 여겨졌다. 

 

 

 

한 건물에서 나가 다른 건물로 달리는 도중이라든지, 건물 내의 복도에서 꺾어질 때라든지 하는 순간마다 일행

 

중의 한 명씩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 한 명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중인지 모두 알 수 없

 

었지만, 아무튼 도망치지 않으면 나도 사라지게 될 것이고, 사라지고 난 뒤에는 아주 끔찍한 꼴을 당하게 될 것

 

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낮부터 시작해서 해가 다 지고 난 뒤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긴 시간 달렸지만 내내 공포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다가 마지막 건물의 마지막 층에 이르렀을 때에는 그 많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와 다른 한 명만이 남

 

아 있었다. 마지막 층으로 뛰어 올라가면서는 복도의 반대편에 다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서 계속 도망갈 수 있

 

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복도 끝까지 가 보니 막다른 곳이었다. 돌아보니 어둑어둑한 복도 저 너머로 사라졌

 

던 일행들이 가만히 서 있었다. 모습은 비록 일행이었던 사람들이지만, 그 실체는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도망치

 

던 어떤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는 멀고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은 희미했지만 그들이 온통 무채색으

 

로 변해버린 것이 똑똑히 보였다. 어떡하지, 하고 옆을 보니 그때까지 같이 달리고 있었는데도 그제서야 처음 얼

 

굴을 보게 된 다른 한 명이 있었다. 그는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내 눈동

 

자를 깊이 쳐다보다가

 

 

"내 이름은 박창주야. 박창주."

 

 

라고 속삭이고는 복도 저 편을 향해 뛰어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소리를 지르다가 잠에서 깼다. 나는 살

 

면서 박창주라는 이름의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그 비슷한 이름을 들은 적조차 없다. 칠월 삼십일일 밤의 일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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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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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창주

    나,,내이름도박창준데??

    2015.03.30 10: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異談2013.02.05 02:14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늙은 사람의 아이, 귀신이 낳은 아이, 꿈 속에서 잉태하여 낳은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

 

 

라고 하나, 이는 시골 사람들의 어리석은 말로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옛 책에 증거가 있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응소(應劭)풍속통(風俗通)》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류(陳留) 땅의 아흔 살 먹은 부유한 노인이, 소작인의 딸을 첩()으로 삼아 한 번 관계를 갖고 나서 죽었다.

 

후에 그 첩이 아들을 낳자, 본처의 아들이 첩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성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한 번 동침을 하였다고 어찌 아들이 생기겠소. 당신

 

이 밖에서 음란한 짓을 해 놓고 우리 집안을 더럽히려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서로 재산을 놓고 다툰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 지역에서 해결을 하지 못했다. 중앙정부의 승상인 병

 

(邴吉)이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일찍이 듣자 하니 늙은 사람의 아들은 그림자가 없고 또 추위를 견디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를 한 번 시험해 보

 

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여 그 말대로 시행해 보기로 했다. 때는 8월이었는데, 그 아이와 똑같은 나이의 다른 아이를 데려다가 함

 

께 옷을 홀랑 벗겨 놓으니, 그 아이만 혼자서 춥다며 울었다. 또 두 아이를 함께 햇볕 아래 걷게 해 보니 이 아이

 

만 그림자가 없어서, 사람들이 모두 탄복였다.

 

 

 

 

철학자 방이지(方以智)는 말하였다.

 

 

사람의 불알 아래쪽에 있는 힘줄을 영()이라 한다. 늙은 사람의 아들에게 그림자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러나 이것은 잘못 전해진 이야기이다. 원래는 그 아이의 아버지가 늙어서 불알 밑의 힘줄 영()이 없다는 것으

 

로, 정력(精力)이 매우 쇠퇴한 것을 가리킨다. 이 영()을 그림자 영(影)자로 해석하여 이런 잘못된 이야기가

 

전해진 것이다. 그러나 노인 중에도 젊은 사람보다 정력이 강한 사람이 있고, 불알의 힘줄이 없는데 어떻게 아이

 

를 낳을 수 있겠는가. 그 말은 그럴 듯하기는 하나 실은 잘못된 이야기이다.

 

 

하고, 또 말하기를,

 

 

어떤 이는 노인이 낳은 아이는 한 살 때에는 그림자가 매우 흐릿하여 분명치 않다가도, 커서 혈기(血氣)가 왕성

 

해지면 보통 사람처럼 그림자가 짙어진다.’고 한다.”

 

 

라고 하였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실린 글을 현대에 맞게 의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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