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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종철, <폭력의 자유> (시사IN북. 2013, 7.) 1. 서른이 넘은 뒤로는 인천의 본가에 갔다가 하루 자고 오는 일이 더욱 줄었다. 계획에 없이 갑자기 자게 되는 일 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자리를 펴게 되는 것은 명절날의 전날이라든지, 혹은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약속이나 행정적인 업무가 심야나 오전에 있을 경우 등으로 한정되었다. 볼 일이 있기 전까지는 꼼짝 않고 자리라 생각하지만, 잠귀가 밝은 나는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아 밖이 아직 어슴푸레할 무렵, 잊고 있던, 그러나 십수 년 간 들었던 터라 삽시간에 귀에 달라붙는, 현관문 여닫는 소리에 잠 을 깬다. 때는 아침 여섯 시. 아버지가 가지러 나가는 소리이다. 그러니, 내가 세상에는 세 종류의 신문만이 있는데 를 보던 사람들이 조금씩 심심해지면 보는 것이 와 인 줄로만 아는 유년기를 보냈다든지,.. 더보기
나카노 교코,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시리즈를 집필한 나카노 교코의 최신작. 저자와 책을 직접 접해본 적이 없더라도, 온라인이나 오 프라인의 서점을 기웃거린 분이라면 다음의 그림이 들어간 표지를 기억하실지도 모른다. 이 그림은 네덜란드의 화가 얀 반 에이크의 이라는 작품인데, 작가의 위상이나 그림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보다는 왼쪽 남성이 우리나라의 한 고위 공직자와 무척 닮아서 화제가 된 바 있었다. 아무튼, 이 책은 전작들인 시리즈의 연장선 상에 있다. 계속해서 작가의 작품들을 접해 온 사람들 은 소재가 되는 그림과 해설이 겹치는 것을 몇 차례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원시원하게 바뀐 새 편 집 방식에 맞춰 읽어나가는 재미도 색다르고,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림 읽는 공부라는 것이 반복하면 반복할 수록 조금씩 더 보이는 것.. 더보기
공지영, <의자놀이> 말은 내용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말에는 말하는 사람이 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우리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 겠다'라고 말씀하시면 금언이 되지만, 수 조 원 대의 탈세를 저지른 기업 총수가 그렇게 말하면 블랙 코미디가 된다. 말에는 말하는 태도가 있다. 남에게 해악을 끼친 사람이 '사죄'가 아니라 '위로'를 말하면 그것은 두 번째 의 폭력이 된다. 말에는 말의 맥락이 있다. 비리가 몇십 가지나 드러난 이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하면 그 말은 아무런 중량도 가질 수 없다. 곧, 말하는 사람이나 태도, 말의 맥락이 어긋난 말은 말로서 존재하기가 매우 어렵다. 나는 기왕에 작가로서나 일반인으로서의 공지영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이 책의 소재인 쌍용자동차 사건에 접 근해 가는 태도와 서술의 기법도 그다지.. 더보기
우석훈, <일인분 인생> 오랜만의 독서일기이다. 시간이 되는 한 독서는 늘 하고 있는 일이니 책을 읽지 않아 쓸 것이 없었다는 변명은 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왜 쓰지 못하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카테고리의 독자를 명확히 타케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왔다. 읽어보고 책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이에게 건네는 글이라면 명확한 목차 정리 와 체계적인 요약이면 된다. 이전부터 내 블로그를 읽어와서 나 개인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이에게라면 내 기준 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재편집하여 에세이 형식으로 쓰면 된다. 어느 쪽이든 분명하게만 정해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인데,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요약만 하는 글은 내가 쓰나 남이 쓰나 똑같지, 그렇다고 나한테 의미있 는 부분만 떼어내서 마음대로 써 버리면 책 내용은 전혀 안 .. 더보기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몇 년 만에 다시 읽었다. 감상이 어땠네 깨달음이 어땠네 이러쿵저러쿵 말로 해 봐야, 조르바는 코웃음치고 말 것이다. 참고할 것도 없어 개발괴발 혼자서 그려본 그림이나마 어지간한 글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아 덧붙인다. 더보기
김지룡/갈릴레오SNC, <사물의 민낯> 야릇한 감정에 길게 썼다가 다시 읽어보니 영 후져서, 다 지우고 짧게 다시 쓴다. 책. 섹시한 제목과 잘빠진 표지 디자인 외에, 별 거 없다. 50여 개의 '사물'의 기원과 얽힌 이야기가 전부. 그 가 운데에는 '엉클 오스카!'의 아카데미 상 이야기와 같은 리더스 다이제스트 급 일화도 상당하다. 얽힌 이야기도, 네이버나 구글을 몇 번 툴툴 털면 나오는 수준의 것들이다. 그런데도 읽었던 건 저자 김지룡 씨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명문대를 졸업하고 무사히 취 업하였으나 인생이 재미없고 때마침 일본 만화에 미쳐있기도 하고 해서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다는 그의 책의 서 사는 서두부터가 컬쳐 쇼크였다. 다음도 없고 네이버도 없고 케이블도 우리 집에는 없던 시절에, 잘 나가던 어른 이 만화책이.. 더보기
반디 & view 어워드 인터넷 서점 '반디앤루니스'로부터, 얼마 전 란에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편이 '반디 & view 어워 드'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받았다. 우선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런 행사에 딱히 응모를 한 기억이 없고, 나는 십 년 가까이 인터넷 서점으로는 '알라딘'만을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안내의 글을 읽고 사정을 검색해 보니 내용이 다음과 같았다. 포털 티스토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내 블로그의 기사는, 작성 완료 후 블로거들의 글을 통합하는 Daum view로 자 동 송고된다. 이러한 Daum View의 기사들 가운데, 반디앤루니스는 Daum과 제휴하여 특히 독후감만 매주 열한 편 씩을 뽑아 '반디 & view 어워드'라는 이름으로 시상을 하고 또 자사의 사이트에 게시를 해 왔던 모양이다. 그 러니까, 여기.. 더보기
오가와 히토시, <철학의 교실> 한 줄 평. 쉬워서 즐겁다. 이 책은 '죽음', '연애', '행복' 등과 같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해, 그 문제를 깊이 탐구한 열네 명의 철학자들의 말을 빌려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그들의 사상을 요약해 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장치를 통해서 쉽게 전달하려고 한 것이 이 책의 뛰어난 장점이라고 하겠다. 여기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두 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 장치. 철학자들은 일본의 어떤 교실에 '직접' 등장하여 인물들의 구체적인 고민에 답한다. 예를 들어 선 생님께 혼나서 성질이 난 고등학생 앞에 미셸 푸코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권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는 식이다. 이러한 소설적 형태는, 저자가 직접 고민에 답하다가 철학자들의 원론을.. 더보기
미하엘 엠바허 글 / 베른하르트 앙게러 사진, <유혹하는 자전거> 저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따로 검색을 하였는데 한글 정보는 별로 없다. 아무튼 건축 디자이너이자 '세 계 최고의 자전가 수집가 중 한 명'이라는 미하엘 엠바허 씨의 2011년 작. 이 책은 그가 수집한 자전거들을 소개 하는, 일종의 컬렉션 북이다. (홈페이지인 http://www.embacher-collection.com 에 가 보면 그의 소장 목록을 확 인할 수 있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인터페이스도 간료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한국 제목. 원제는 'Cyclepedia : A tour of iconic bicycle designs'이다. 나는 원제 쪽이 건조하 고 단아하여 훨씬 마음에 든다. 짧은 서문과 자전거 디자인의 약사(略史)에 몇 장을 할애한 뒤, 책은 곧장 자전거의 박람회로 뛰어들어간.. 더보기
김용민, <나는꼼수다 뒷담화> 부제는 '당신도 꼼수PD가 될 수 있다'. 목사아들돼지, 돼지아들목사, 최근에는 목사돼지아들로도 불리우는 시 사평론가 김용민 씨의 10월 말 최신작. 한 줄 평부터 하고 들어가자. 이 책은 '나는 꼼수다' 팬북이다. 내용이 어렵거나 특별한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라서, 고등학교 참고서 형식으로 목차를 소개하고 각 소챕 터 별 주요한 내용을 정리하기만 해도 이 글을 읽는 분께서는 구매해야 할지 아닐지를 쉽게 판별할 수 있을 것 이다. 책은 총 5장과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을 따라 순서대로 요약해 본다. 1장. 정치방송의 새 지평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제작 뒷담화 주요내용 : 나꼼수와 관련된 잡다한 사실 - 나꼼수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가벼운 접근. - .. 더보기
한홍구, 서해성, 고경태, <직설> 1 부제는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 의 에디터인 고경태 씨가 기획하고, 성공회대 교 수인 한홍구 씨와 시인 서해성 씨가 한 명의 인물을 초청해 대담을 나누는, 일종의 인터뷰 북이다. 본래는 한겨 레(www.hani.co.kr)에서 외부 필자들의 칼럼을 고정적으로 연재하는 'hook'의 한 코너로, 지금도 사이트를 방문 하면 주 별로 진행되었던 대담을 한 편씩 읽을 수 있다.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코너는 1년간 총 50회를 진행한 뒤 올 해 5월에 끝을 맺었고 그 결과가 한 권으로 묶여서 8월에 나온 것이다. 연재되던 당시 다음 주엔 누가 나 오나 기대하며 한 편 한 편씩 읽어온 터라 책을 통해 처음의 대담부터 다시 읽고 있자니 해당 대담이 진행되던 시기 사회에나 나 개인에게 어.. 더보기
한홍구, 서해성, 고경태, <직설> 2 이제 책의 내용과 구성 이야기를 해 보자. 온라인 '한홍구 - 서해성의 직설' 코너는 총 50회였지만 그 가운데에 는 새로 시작하는 코너의 소개나 한 주제에 관해 한홍구와 서해성 두 사람만 대담을 나눈 경우도 있어, 실제로 인터뷰를 한 인물은 총 36명이다. 대담의 한 편 당 분량은 대체로 12쪽 가량으로 잘 편집되어 있다. 1쪽은 편집자의 입장에서 전하는 대담의 분위 기, 혹은 인터뷰이의 소개이고, 12쪽은 한홍구와 서해성이 번갈아가며 그 날의 주제와 인물에 대해 평을 쓴다. 예습하고 복습하게 만드는, 좋은 구성이다. 본문에 해당하는 10쪽에는 분량에 따라 1쪽짜리 전면 사진이 한 장, 혹은 두 장이 들어가고, 전체의 내용은 약 네 개 정도의 소주제로 분류된다. 주제에는 '4대강'이나 '담뱃세', '6.. 더보기
김어준, 지승호 <닥치고 정치> 1 나왔다. 예약까지 걸어 도서를 구매하는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다. 자칭 민족정론지인 의 종 신 총수이자 이명박 대통령 헌정 방송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인 김어준 씨(이하 김어준)의 9월 신작, . 내가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이미 알라딘을 비롯한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영화와 함께 다시 인기를 얻고 있 는 공지영 씨의 소설 에 이어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가 있다. '나는 꼼수다' 21회 방송에 따르면, 예약 시점에 이미 2위까지 올라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굳이 다시 적는다. 닥치고 사자. 이 책의 미덕부터 정리하고 시작하자. 하나,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컨텐츠. '나는 꼼수다'에서 이미 증명되었던, 그러나 방송이라는 특성상 (그리고 정봉주 전 의원의 활약에 힘입어) 정리 되지 못하거나 .. 더보기
김어준, 지승호 <닥치고 정치> 2 여기에는 를 읽으며 발췌한 내용들과 그에 대한 생각들을 적는다. 언젠가 참고하려고 끄적거려 두는 것이지만 내용들끼리 서로 연결되지 않았고, 발췌한 내용 자체가 재미있는 경우가 많으니 시간이 많은 분 은 때때로 읽어 보시라. - p50. '이 정도면 거대 담론의 도움 없이 일상의 언어로 좌, 우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본다' 이 말은 '좌와 우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라는 지승호의 질문에 '공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 해법을 내는 기질이 작동하는 방식, 그 적응의 방식이 서로 다른 두 태도'라고 답변한 뒤 붙인 결론이다. 김어준은 가는 곳마다 '무학'을 자처한다. 위의 언술에서는 그것이 겸양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온 말을, 알아듣기 쉬운 말로 전달하는 것이 곧 소통이라고.. 더보기
김상구,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내일인 9월 20일 밤, MBC 에서는 지난 1년간 여의도 순복음교회 내에서 조용기 원로목사와 그의 가 족들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방영할 예정이다. 이 방송을 놓고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는 방송 금 지 가처분 신청을 내었으나 오늘 PD 수첩 제작진을 통해 법원이 신청을 기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단 준 비한 내용은 원본 그대로 전파를 타게 되었지만, 우선 기독교 신자들의 물리력 행사가 우려되고 있으며 또한 광우병 방송과 관련해 법원에서 MBC 제작진의 손을 들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에게 사과 방송까지 내보 낸 MBC 임원진이 또 하나의 거대권력인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제기한 이 번 건을 묵과하지는 않으리라 는 예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당 창당 움직임까지 일어.. 더보기
유홍준, <유홍준의 국보순례> 저자의 호칭을 명지대 교수로 해야 하나 전 문화재청장으로 해야 하나 고민이 되어 사람들은 어떤 쪽을 더 선호 하는지 검색을 해 보니, 많은 서평에서 그저 '유쌤'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쌤'이라는 줄임말이 선 생님이라는 본래의 호칭에서 존경심 등의 정신적 의미를 모두 걷어내고 단지 언어적인 효율성만을 추구한 결과 라고 여겨져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 경우에는 오히려 그의 소탈한 모습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었다. 에 출연하여 보여준 젊은이같은 모습을 떠올려 보면 본인도 꺼려하시지 않을 호칭일 듯. 아 무튼, 유쌤의 2011년 7월 신작이다. 제목이 담담해서 좋다. '유홍준'이라는 이름을 굳이 넣은 것은 저자의 뜻이라기보다는 출판사의 뜻이 아니었을 까 생각하면서도, '유홍준의'를.. 더보기
나카무라 요시후미中村好文, <집을, 순례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 중 한 명인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20세기 주택의 명작 여덟 채를 찾아다니며 쓴 일종의 수기이다. 먼저, 디자인. 위에 실린 표지 이미지 중 하단부의 인물 그림은 띠지이다. 벗기고 나면 상단 우측에 있는 것과 같은 따뜻한 건뮬 손그림이 그려져 있다. 해당 건물의 건축가가 직접 그린 그림을 소개하는 경우를 제하고는, 책 중의 건물 스케치나 인물 캐리커쳐 등은 모두 저자가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림은 굵은 펜으로 한 번에 그린 것 같은데 채색이나 음영을 의도적으로 서투르게 처리한 것이 아주 귀엽다. 책의 본문에는 상단과 좌우에 넉넉한 여백이 있다. 아마도 재미있는 사진들을 보다가 다시 글을 읽어야 할 때에 쉽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다만 다른 방향의 여백들이 엄지손가락 한 .. 더보기
강준만, <강남 좌파> 문제의 , 순서를 기다리고 기다려 드디어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강남 좌파라는 개념을 반기지 않는 이들에 대해 마뜩치 않게 여기는 감정이 있었다. 강남좌파라 는 단어의 출현은 첫째로 그 단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이나 이념 등의 구태의연한 틀에서 벗어나 마침내 계급이라는 도구를 통해 현실사회의 진면목에 대해 한 발 더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인식을 갖게 하는 전기가 되 어 주었고, 둘째로 민주당과 같이 개혁의지가 없거나 야3당과 같이 세가 부족하여 국민들의 이목을 끌어모으지 못하던 개혁-진보 진영에 일정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물론 강남 좌파의 실체를 파보면, 한국과 같은 기형적 소득원 구조의 사회에서 그들이 소유한 부가 세금 완납한 근로소득일리는 만무한 일이고,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정치 성향 또한.. 더보기
르파주, <게릴라들 - 총을 든 사제>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 출판사인 씨네북스에서 나온 다른 그래픽 노블 를 재미있게 읽은 경험이 있 어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학교의 도서관에 새로 들어왔길래 신청해서 읽어봤다. 학교 중앙도서관의 '예술' 코너에는 이름난 그래픽 노블들이 대부분 꽂혀 있지만 손이 잘 안 간다. 만화에 대해 이론적으로 공부해 본 경험은 많지 않으니 아마도 개인적인 편견에 가깝겠지만, 그래도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아 무래도 어릴 때부터 접해왔던 '망가', 즉 일본식 만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픽 노블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망가'를 몇 가지의 특징으로 요약하는 것 또한 지난한 일이지만, 그래도 한국어로 번역된 양 장르 의 작품을 눈 앞에 가져다 주고 어느 것이 그래픽 노블인지, 어느 것이 망가인지를 물어.. 더보기
김용민, <조국 현상을 말한다> 현 정권 들어 가장 티나게 밥줄이 끊긴 방송인 중 한 명인 '시사 엔터테이너' 김용민 씨(이하 김용민)의 신작. 현 재는 인기리 방송 중인 '나는 꼼수다'의 제작, 편집을 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반 박자 정도 느린 개그 타이밍 이 불편하고 안타깝고 그렇지만, 앞으로의 '시사 평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오락성이라는 사 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인재인 것은 확실하다. 이 책도 그가 출연 중인 '나는 꼼수다'와 '김어준의 뉴욕 타 임스'에서 끊임없이 광고하길래 알게 됐다. 오늘은 세부 내용부터 소개를 하고 총평을 하려고 한다. 눈여겨보면 좋을 법한 정보들이 꽤 있어, 일단 간단한 요약, 혹은 발췌를 주로 하고 따로 써야 할 감상이 있으면 덧붙이겠다. 책은 크게 5부로 나뉘어져 있다. .. 더보기
황상민, <한국인의 심리코드> 새색시처럼 고운 말씨 쓰시는 황상민 심리학 교수의 신작. 현재는 연세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뉴스 등에서 사이 코 패스의 범죄 동기, 혹은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을 사는 남자의 마음 등을 설명하는 전문가에서부터 큼직큼 직한 시사 현안들에 대한 국민 정서를 분석하는 토론 패널까지 다양한 스탠스로 방송에 출연하고 있어 지명도 가 높다. 여러가지 문제연구소 소장인 김정운 교수가 같은 인문학자들 가운데 자기보다 외모가 처진다고 공언 하는 몇 안 되는 이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자면서 웃는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 얼굴과 가장 비 슷하게 생긴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그 인상이 부럽다. 루트가 다를 뿐 종국적으로는 내가 가 닿고자 하는 지점과 같은 곳에 대한 책이라 관심을 갖고 읽어보았다. 겉보기 분류 상.. 더보기
표창원, <숨겨진 심리학> 경찰대학교 교수이자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교수의 최신작. 저자에게는 몇 달 전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MBC 백분토론에서 경찰 쪽 패널로 출연해 인상적인 논리와 화술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 검색해 보 니 마침 올 해 4월에 이 책을 출간한 바 있어 찾아 읽어보았다. 독서를 공감각적 체험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새 책을 잡으면 냄새를 킁킁 맡거나 눈을 감고 손가락만으로 종이 의 질감을 느껴보는 등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거동수상자나 변태성욕자로 오해할 수 있는 여러가지의 행동을 하 지만, 뒷표지 만은 일부러 보지 않는다. 가판대를 무심히 지나가는 독자의 눈을 잡아끌기 위해 책 내용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선정적으로 누설하고 있는가 하면, 그 책에 관해 평을 할만한 자격이 되는지 의심이 가는 이들.. 더보기
손석춘, <박근혜의 거울 - 왜곡된 반사 또는 부풀려진 신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사장 손석춘 씨의 최신작. 며칠 전 새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있었다. 당 지지도가 바닥을 기고 있고 대선 후 보들이 몽창 빠져서 열기가 미지근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레임덕에 허덕이는 청와대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 재 보궐 참패의 이력을 가진 채 치루어야 하는 총선과 대선, 그리고 이전투구와 이합집산의 징조가 여기저기서 드 러나고 있는 당내 계파 간 정리 등 적지 않은 과제들이 부여되어 있기에 귀추가 주목된 바 있다. 결과로, 비주 류, 혹은 비계파라고 평가되는 홍준표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된 것은 그럭저럭 근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일 이었으나, 암묵적으로 친이계를 등에 업기 시작한 원희룡 의원이 4위에 그치고 친박계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더보기
강준만, <룸살롱 공화국> 전북대 신방과 교수인 강준만 씨의 새 책이다. 멀리서 여러 권이 쌓여 있는 모양새를 봤을 때엔 표지가 좀 별로 라고 생각했는데, 한 권을 들고 오며 여러 번 쳐다보니 그 의도된 키치가 재미있기도 하다. 출판사는 인물과 사 상사. 머리말에 따르면, 이 책은 강준만 씨의 '한국 사회문화사 시리즈' 중 아홉 번째 책이다. 그 이전의 제목들을 살 펴보면 커피, 다방, 축구, 강남, 입시, 전화 등의 키워드가 들어 있어, 다방면에 걸쳐 문화사 연구를 진행해 왔음 을 알 수 있다. 언젠가 나는 시간 절약을 위해 특정 장르의 글은 덮어놓고 읽지 않는다는 고백을 한 일이 있었는데, 문화사는 그 중 대표적으로 꼽는 것 중 하나이다. 물론 하나의 주제의식 하에 잘 기획된 문화사 서적도 적지 않지만, 대중 의 화제에 오르거.. 더보기
김희수 외,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저자 4명이 법학자이거나 법에 관련한 글을 쓰시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구조가 확실해서 어려운 내용임에도 읽 기가 쉬웠다. 그런만큼 차례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내용이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 1부 검찰의 역사 1장 검찰의 역사를 보는 눈 2장 이승만 정권과 검찰 3장 박정희 정권과 검찰 4장 전두환 노태우 정권과 검찰 5장 김영삼 정권과 검찰 6장 김대중 정권 이후의 검찰 2부 검찰의 현주소 1장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검찰 2장 대한민국 검사의 지위와 권한 3장 검찰의 궤도 이탈 3부 우리 시대가 바라는 검찰 1장 사법 개혁의 단골 메뉴, 검찰 개혁 2장 검찰 개혁을 위해 기울인 노력 3장 환부를 드러낸 검찰과 법무부 4장 검찰 바로 세우기 5장 법치주의의 수호를 기다리며 차례에서 드.. 더보기
김찬호, <돈의 인문학>  저자인 김찬호 씨의 이력을 보니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이다. 사회발언을 활발히 하시는 분들을 보면 성 공회대에 적을 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찌된 일일까? 관련된 사람을 만나면 물어봐야 하겠다. 저자의 다른 책들을 보니 나 , 와 같이 그 내용을 대 강 추론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 은, 내용과 관련 없이 인문학이라는 용어의 시류 에 편승한 것은 아닐까 하는 혐의가 짙게 든다. 추천받은 책이라 읽었다. 읽으면서 의아했던 것은, 한 챕터 한 챕터는 재미있는데 일관된 기획의도나 편집점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다. 본래 에 연재되던 글을 묶어서 낸 책이라는 설명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된다. 다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본 바, 제목의 '인문학'이라는 용어가 지시하고 있었던 것은 결.. 더보기
최규석, <울기엔 좀 애매한> 자랑할 일은 아니라 일기에는 자세히 적지 않았지만, 나는 작년에 생계와 그 외의 목적을 위해 한 분기 정도를 들여 논술학원에 전임처럼 출강한 적이 있었다. 기형화된 사교육 시장 덕분에 보수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아, 일자리가 있을까 싶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여러 학원 가운데 선택을 해야 했다. 면접의 낭인 길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학원은 인천의 본가 근처에 있는 것으로, 지하철로 세 정거장 쯤 되는 거리에 있었다. 그 면접을 마치고 나면 나는 그간의 면접 사항을 쭉 늘어놓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되는 일이었다. 서울에 세 정거장 가까운 본가에서도 통학하기가 싫여 출가한지 십 년이 되어 간다. 일단 예의라 면접은 보러 가면서도 어쩔까 고민 중이었는데, 초행길이 두시간 반이 걸렸다. 왕복이면.. 더보기
굽시니스트, <본격 시사인 만화> 언젠가 집을 사게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는 10여 종의 잡지를 정기구독하는 일이다. 위 책은 희망목록에 있는 잡지들 중 하나인 주간지 에 실리고 있는 시사만화의 모음집이다. YS와 DJ의 평생 라 이벌 구도를 그린 2009년 9월자 '용호상박 애증무이'부터 성장우선론자들의 의견을 풍자한 2011년 1월자 '파 이'까지 에필로그를 포함해 58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작가인 '굽시니스트'는 2차대전의 진행상황을 코믹하게 그려낸 '본격2차세계대전만화'를 웹 상에 올리며 유명 세를 타기 시작했다. 각 인물들의 특징을 잘 뽑아내어 캐릭터화시킨 점,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서브컬처를 풍 부하게 활용하여 패러디한 점, 공간적 제약을 지닌 만화라는 매체임에도 역사를 기록함에 있어 분명한 자기 기 준.. 더보기
옴넥 오넥 지음/ 목현, 박찬호 공역, <나는 금성에서 왔다> 본인이 금성에서 왔다고 하는 옴넥 오넥(Omnec Onec) 여사의 증언록. 출판사의 이름은 무려 '은하문명'이다. 얼마 전 유년기에 관한 일기를 쓰며 유료전화로 금성 여인의 육성을 듣던 기억에 관해 거론했었는데, 그 글을 읽은 지인 중 한 명이 육성을 기록한 남자의 이름이 '조지 아담스키'였다는 사실을 문자로 보내 주었다. 외국 사 람의 이름인데도 '그 사람은 참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겠구나'라는 멍청한 생각을 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는데 정작 그 이름이 기억이 안 나 성질내던 차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요새는 그런 책들이 안 나오나 알 라딘을 좀 뒤져보니 웬걸, 올해 1월에 신간이 있었고 게다가 재학중인 학교의 도서관에도 들어와 있었다. 도서관에서 주로 찾는 곳은 100번 중간 대의 사회과.. 더보기
이평래 외, <동북아 활쏘기 신화와 중화주의 신화론 비판>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나온 '기획연구'의 43권. 아는 듯이 말했지만 해당 총서 중에서 처음 읽는 책이다. 책 제목 이나 표지 디자인 등에서 알 수 있듯 딱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책은 아니고, 인문학 대학원생에게 익숙하디 익숙한 논문 모음집이다. 크게 성의를 들이지 않은 표지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의 '인문 교양서'들처 럼 단색 표지의 목침 같은 책 - 어디서 연원한 말이지는 모르지만 주변의 석박사들은 그런 책을 '떡제본'이라고 부른다. - 이 아닌 것이 어디냐 싶다. 본문의 내용과 필자 중 한 명인 이평래 교수의 서문을 참고해 보면, 이 책의 기획의도는 동북공정을 포함한 중 국의 자기 위주식 역사 재구에 대항하기 위함이며, 그 방법론으로서 동북 아시아 지역에 산재해 있는 '활쏘기 신화' 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