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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140809, <마르코> 커피숍에 앉아 그렸다. 원화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를 구상하면서 그렸던 그림과 설정들을 모은 에서. 주인공인 마르코가 돼지로 변신하기 전의 모습을 그렸던 것 같다. 더보기
120302, <오토바이 소년>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 '툼 레이더' 촬영을 위해 캄보디아에 머물 때 자주 방문해서 유명해졌다는 식당인 의 오토바이 소년. 경찰 제복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자세히 보니 식당에 오는 손님들의 오토바이를 관 리하고 있었다. 나는 반바지에 티셔츠 한 장 걸치고도 남국의 더위에 혼절할 지경인데 제복 입고 군화 신고는 물 한 통 가끔 홀짝거리며 평온하게도 앉아 있는 그 모습. 다 그린 뒤 북 찢어 건네자 기분좋게 웃어 주었다. 더보기
120227, <사무라이> 연필로 그리고 색연필로 채색, 포토샵으로 프레스코 효과. 우측 상단의 이름만 군대 고참이나 직장 상사의 이름 으로 바꾸어 걸어 놓읍시다. 숙면의 지름길. 돈은 안 받으니 얼마든지 쓰십시오. 더보기
110710, <엘 오디오소 세뇨르> 원화는 우에스기 타다히로. 본래는 그저 선 굵은 외모의 남자가 옆을 흘끗 보는 것 뿐이었는데, 같은 그림도 그 리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것인지 무척이나 야비한 얼굴이 나왔다. 특히 눈은 우키요에의 사무라이 눈 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사짜 냄새 농후하다. 다 그려놓고 보니 오래 전의 연극에서 꼭 맡고 싶었으나 오디션 에서 떨어졌던 배역인 '엘 오디오소 세뇨르(비열한 신사)'가 생각나 따다 이름을 붙여봤다. 그때 그 연극의 제목 은 . 현재는 상연하는 극단이 없는 모양이지만 극본만으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비 오 는 밤이나 시원한 곳으로의 휴가에서 '쓸쓸함'을 느끼고 싶은 분께 일독을 권한다. 더보기
110701, <여름방학> 원화는 요새 좀 뜸하게 따라 그렸던 우에스기 타다히로의 그림. 원화에는 따로이 제목이 붙어있지 않았지만 그 리는 내내 방학이 시작되는 날 신이 나서 하교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라고 붙여 보았다. 발 과 그림자의 선을 붙이거나 떼어놓는 것 만으로 부유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재미있다. 더보기
110701, 인물 내 그림 실력 치고는 나쁘지 않게 나왔지만, 원래 모델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만화나 판화처럼 선을 따 놓은 것 이 아니라 실제의 사진만을 보고 그려 보았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올려 둔다. 더보기
모서리 귀신 대학교에 입학한 뒤 처음으로 만났던 여자친구는 지방 출신으로 이대 근처의 하숙집에 혼자 살고 있었다. 엄격한 가정 교육을 받고 자라난 양가의 규수이자 소녀들로부터 순결서약을 받아내는 특정 종교의 독실한 신도였던 그녀는, 내가 인사불성으로 만취하였거나 뜻하지 않게 인천행 시외버스의 막차를 놓친 때 등이 아니면 좀처럼 방엘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남중과 남고를 거치면서 여학생과 만날 일이 거의 없었던 나는 딱히 뭘 한다기보다 여자친구의 방에 들어가 놀 고 있는 그 자체가 무척 즐거웠기 때문에 거듭 출입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아무리 신입생의 즐거운 3월이라지 만 떡이 되도록 마셔댈 술자리가 매일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운수 회사가 파업을 하여 시외 버스가 일찍 끊겼다는 핑 계도 열 번을 넘길 수는 .. 더보기
110303, <Black Swan> 신촌의 아트레온에서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을 봤다. 근래의 몇 년 간 봤던 영화 중에서 가장 긴 장감 넘치는 영화였다. 영화관 밖으로 나와 걷고 있는데 오히려 주변의 거리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 다. 영화에 대해 종알종알 떠들고 싶었으나, 밑선 잘 된 그림에 괜히 칠한답시고 손을 댔다가 망친 바람에 침울 해졌다. 직접 보고 판단하시라. 강권한다. 포토샵으로 흑백 처리하고 빨간 색을 조정해 봤다. 한동안은 연필로만 승부 봐야겠다. 더보기
110207, 제목 미정 원화는 엽서. 모델을 사진으로 찍어 다시 그릴 예정이다. 나는 그간 사실 사진을 보고 명암이나 자세를 따라 그 리는 것에 대해 일말의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근래 읽은 몇 권의 미술 책에서는 그러한 것을 연습하도록 오히려 권장하고 있었다. 덕분에 또 하나의 작은 컴플렉스가 없어졌다. 감사한 일이다. 더보기
마-카 를 샀다. 채도 높은 졍의 그림들이 마카로 칠해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가 오늘 오후 큰 문구점을 찾아 직접 구입을 하였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좀 쌀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반 매장에서는 한 개당 이천오백 원. 일단 결과를 눈으로 본 뒤 여러 개 살 것을 기약하고 짙은 빨간 색 하나만을 사 와 근래 그려두었던 그림 중 하 나를 골라 칠해 보았다. 효과는 그럭저럭. 기대 이상의 마법이 튀어나와 서툰 그림에 커버 쳐 주길 바랬던 혹부 리 영감 심보에는 약간 못 미쳤지만 확실히 필사적으로 연필 선만 그어댄 것 보다는 확 눈을 잡아끄는 힘이 생 겼다. 구입한 마카는 양쪽으로 펜날이 달려 있어 한 쪽은 두껍고 한 쪽은 얇았는데 멍 때리면서 두꺼운 쪽으로 슥 긋고 나니 원래의 펜선에서 크게 벗어난 채색이 되고.. 더보기
<선물>, 2010 06 09 지인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그렸던 것. 원화는 2/4 분기에 줄기차게 모사했던 우에스기 타다히로의 그림으로, 드레스에 선명하게 채색된 빨강이 아주 매력적이니 관심 있으신 분은 찾아 보셔도 좋겠다. 나는 색연필 외의 채 색도구를 쓸 줄 몰라 그대로 두었는데, 나름의 맛이 있어 다행이었다. 일기를 쓰며 일상의 기록 외에 큰 주제로 잡는 것이 그림과 독후감, 그리고 정치 이야기인데, 지금까지처럼 그 대로 섞어서 쓰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따로이 폴더를 만드는 것이 좋을까? 일단 여행기는 분리해 쓰기로 마음 먹고 그간의 자료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마음먹은대로 효과가 나오지 않아서 다시 내리긴 했지만, 슬라이드 쇼 나 동영상 등도 올려 보고 태그는 어떻게 다는지 찾아도 보고, 아무튼 새 집 들어와서 아주 즐겁다. 더보기
100612 <To CA 2> 캘리포니아의 구 군은, 이 글을 보게 되면 한 달이 지나도 편지를 부치지 않은 게으름일랑 용서하고 새 주소를 알려 주기 바란다. 편지지에 주절주절 써 놓고 보니 딱히 부쳐야 될 말들이 아니라서 차라리 그림 한 장을 넣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스케치 인생 처음으로 비행기 태워 타국에 보낼 영광된 자식 제대로 낳으려다가 이 한 장 완성하기까지 몇 장을 날려먹었는지 모른다는 구구한 변명을 덧붙인다. 원화는 우에스기 타다히로. 더보기
100202, <Baker St. 221B> 할 일이 많을수록, 외도는 심해진다. 영화 'Sherlock Holmes'의 엔딩 크레딧에 나왔던 베이커 가 221 B번지의 현관등. 화면에서보다는 짧고 뭉툭하게 그려졌지만 쭉쭉 직선으로 금세 그려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더보기
100125, <우지의 신사> 포토그래퍼 리의 2005년 산 우지 사진 중에서 골랐다. 우지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함께 받은 사진들로만 보면 조용한 시골 마을이 아닐까 한다. 맨 윗 단의 양 끝이 살짝 올라간 저 모습이 눈을 사로잡아, 건축물을 그리기 시작할 때 제일 먼저 그려 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그림이다. 원래의 사진에 애당초 명암이 확실하게 가려져 있어 그리기 쉬워 보였던 것도 일조했 다. 한옥이나 절의 처마에서처럼, 끝이 살짝 올라가면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성취한다는 것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누구일까. 건축가일까, 화가일까. 사슴의 뿔과 같은 자연물에서 영감을 받았을까, 아니면 타고난 감각의 소치일 까. 아무튼 위대한 발견이다. 더보기
100125, <누드> 홈페이지에 올리지 못한 것을 합쳐보면 그간 그린 누드가 꽤 되고, 원 사진의 선도 뚜렷뚜렷했기 때문에 오늘 네 장의 그림을 그리기로 하면서 사실은 신사 다음으로 그리기 쉽지 않을까 예상했던 그림이었는데 결과는 꽝 이었다. 그간 그린 그림들에서는 처음부터 명암을 확실히 구분해서 칠할 부분과 아닌 부분을 나눌 수 있는 데까 지 나눈 뒤에야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애매한 명암이라도 어떻게든 표현해보려 한 것이 패착이었다. 나 중에 명암만 다시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원 사진의 모델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신이 내린 몸매 다섯 손가 락 안에 드는 어떤 일본 AV 여배우이다. 더보기
091210, <선발 유춘동 선생> 올드 이글스의 주장이자 가장 젠틀한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이신 유동춘 선생님. 고전번역원 시험 공부 중에 그 린 그림이라 연필에만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신체 비율이나 표정 묘사는 그리 흡족하지 않다. 이 자리를 빌어 선 생님께서는 본래 그리스 조각상의 상하체 비율(과 코)을 지니고 계심을 굳이 덧붙인다. 더보기
090701, <미제> 앞서의 누드화 일기에 댓글로 달린, 사무실에서 일기장을 열었다가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는 한 독자의 반응에 용기를 얻어, 오래 전에 그렸으나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그간 올리지 못했던 그림을 추가로 게시한다. 흐릿흐 릿한 색감과 눈물 흘리며 사인펜으로 일일이 칠해 댄 질감이 잘 살아 있어 개인적으로는 완성한 뒤 무척이나 흐 뭇해 했던 작품이다. 더보기
<이상욱 박사 간사님> 원본 지난 번 자화상을 올리면서, 엄청나게 연필을 칠해 댔는데도 정작 화면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던 것을 감안 하여 이번에는 윈도우즈 그림판으로 칠할 부분을 표시해 두는 정도로만 꾀를 부렸다. 야성적인 느낌을 표시하 기 위해 선 사이의 폭을 넉넉하게 주었다. 더보기
자화상 대학원 생활은 기실 국경일 등의 휴일과 큰 관련이 없다. 수업은 많이 들어봐야 한 학기에 세 개 정도인데, 학부 수업과 달리 세 시간 연강이기 때문에 수업 시간 자체가 일상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뒷감당할 자신이 있 을 때에는 삼사일 쯤 대차게 놀아대곤 하던 것인데, 이동 시간을 함께 셈하여 월화목금 다섯 시부터 열 시 경까 지를 꼬박 헌납하는 민추에 등록한 이후로는 회사원들의 고된 일상을 반쯤이나마 절감하게 됐다. 덕분에 금요 일 노동절 휴강, 월요일 자체 휴강, 화요일 어린이날 휴강, 수요일은 원래 수업이 없는 날이라 합쳐서 쉬게 된 이 1주일이 무척 소중하게 여겨진다. 해야 할 잡일과 공부가 없는 것은 아니나 괜스리 여유를 부리며 그려 본 자 화상을 올린다. 더보기
090419, <나귀> 시험 때면 어김없이 불타오르는 붓 끝. 고래를 비롯한 일련의 그림들을 그렸던 것은 민추 입학 시험 바로 전. 이 번엔 민추 중간고사가 내일 모레다. 모델은 7권의 중간에 등장한 나귀. 원래 그림에는 신난 요츠바 가 등에 타고 있었다. 더보기
고래 공부하기 싫어서 고래를 그려 보았다. 확실히, 인도에서 매일같이 그림을 그리던 때보다는 선이 마음대로 나아 가지 않는다. 적어도 오랜만에 연필을 쥐었다는 것 정도로 자위하고 넘어간다. 다큐멘터리 등에서 치타나 재규어가 사냥을 하는 모습을 느린 화면으로 볼 때가 있다. 온 몸의 근육 하나하나가 오직 달리기라는 하나의 행위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생한 매커니즘이 펼쳐질 때면, 곧 선혈이 낭자할 것 을 알면서도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그건 뭐랄까, 진화론적인 아름다움이라 그리 감동이 느껴지 지 않는다. 의지를 가진 창조주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곧 종교적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코끼리나 고래와 같이 거대한 낭비를 몸으로 직접 보여주며 살아가는 동물을 볼 때이다. 나는 신이 있다면, 무척이.. 더보기
<격자무늬 옷을 입은 여인> 나는 사실 에곤 쉴레의 그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발가벗겨 놓은 일련의 그림들을 보 면, 좋은 예술가는 종종 몹쓸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로리타 컴플렉스는 비교적 광대한 내 성의식의 스펙트럼에서도 머나먼 변경의 것이다. 원본에는 옷 사이로 여인의 머리통만한 오른손 주먹이 나와 있다. 하지만 전체의 비율과 맞지 않는, 지옥선생 누베의 귀신을 봉인한 손 같은 괴물 사이즈가 눈에 거슬려 이 그림에는 그려넣지 않았다. 쉴레에 관한 전기는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혹 미술에 조예가 있는 사람을 만나면, 또는 미술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쉴레는 왜 그리도 강박적으로 관절을 강조하였는지 꼭 물어보고 싶다. 더보기
<어머니> 문학 작품을 접하며 감동을 느끼게 될 때에, 사람마다 그 감동을 더 격심하게 받게 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직 설적으로 눈물이나 행복을 그리는 작가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대체로 담담한 가운데 감동을 실은 펀치라인을 슬쩍 에둘러치고, 독자가 감동하고 있는 와중에 그건 내 의도가 아니었다는 듯, 아무튼 당신이 감동을 받았다면 그건 그거지라는 듯 슥 눙치며 끝을 내는 글쓰기에 열광을 보낸다. 이 때 만화는 일단 그림이 고, 컷의 분할과 배치 등에서 이미 작가의 의도가 비교적 선연하게 드러나는 편이어서 소설 등의 타 예술장르에 비해 그러한 방식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야마시타 가즈미는 오히려 만화라서 더욱 유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술가이다. 애당초에는 의 괴짜 유교수가 아닐까 .. 더보기
코끼리 그림 꽉 채운 이 년을 넘어서, 휴대폰에서 사진을 빼 내었다. 컴퓨터를 잘 못 다루는 관계로 그 와중에 또 몇 장이 날 아갔다. 용량을 생각하며 마음에 드는 것만 남기고 남기고 했던 터라 지워진 사진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2007 년 1학기 시험기간에 그렸던 코끼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