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자전거길을 다녀온지 딱 1년이 넘었다. 작년인 2014년 한 해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달렸던 것이다. 9월에 새재자전거길의 중간까지 다녀온 뒤로 날이 추워져 멈추었던 국토종주는 이후 긴 휴가마다 교토를 찾게 되면서 잠시간 거리를 두게 됐다. 이틀이나 사흘 동안 다녀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 번 다녀오면 며칠 동안이나 근육통에 시달리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떠나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점점 더 커지는 부상과 사고도 걱정됐지만, 무엇보다 중간에 한 차례 쉬게 된 일의 매무새를 잘 짓지 못하는 천성 탓이 컸다. 그러면서도 며칠에 한 번씩 자전거를 탈 때마다 마음에 걸렸다. 한 만큼만 더 하면 끝나는데, 하고.

 

그래서 딱 1년이 지난 2015년 9월 중순에 다시 떠났다. 전국의 자전거 코스 중 최장 길이인 낙동강 자전거길. 지하철 역이나 버스 터미널까지 이동하는 거리, 헤매느라 돌아가는 거리 등을 다 빼고도 324km.

 

온전히 324km는 아니었다. 1년 전에 썼던 마지막 일기는 상주를 앞두고 펑크난 바퀴를 끌고서 몇 시간을 걸어 점촌에서 묵었던 데까지 기록을 해 둔 바 있다. 달려온 새재자전거길의 마지막 지점이자 새로 시작하는 낙동강자전거길의 출발점인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까지 쉽게 간 덕에, 해가 지기 전까지 더 달려보기로 결심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다시 와서 낙동강 자전거길에 도전하게 될텐데 그 때의 나를 위해 체력이 허락하는 한 미리 달려놓자, 하고 참으로 영특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실제 지도에서 보면 이렇다. 상주에서 시작해 구미, 칠곡, 달성, 합천, 창녕, 양산을 거쳐 부산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오른쪽이 서울 방향, 왼쪽을 부산 방향으로 놓고 보기 좋게 배치한 지도가 있길래 가져와봤다. 각각의 보마다 4대강 홍보센터 같은 건물이 한 채씩 있고, 그 앞에 인증센터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위 지도는 보기 편하게 배치를 해 놓은 것 뿐이고 실제의 거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맨 오른쪽의 상주보에서 낙단보까지는 17km, 낙단보에서 구미보까지는 19km인 것에 반해 왼쪽 끝 부분인 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는 55km, 창녕함안보에서 최종도착점인 을숙도까지는 약 90km이다. 똑같은 길이라도 중간중간 인증센터에서 도장도 찍고 사진도 찍으면서 잠깐씩 쉬다보면 좀 할만하다. 그래서 새재자전거길을 다 달리고도 남은 힘을 쥐어짜서 20km 남짓의 짤막한 코스를 세 개쯤 달린 뒤 구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했던 것이다.

 

무책임한 소리이긴 하지만 1년 전의 일이라 상주에서 구미보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 혹 실용적인 정보를 기대했던 라이더가 계시다면 죄송하지만 정말 멋지게 종주기 쓰신 분들이 많으니 조금만 더 검색해 보시길 부탁드리겠다. 낙동강 자전거길 종주를 다 마치고 온 밤, 근육통에 잠이 오질 않아 아예 종주기까지 쓰고 가려다가 어쨌든 지난 일기의 마무리는 해야 하니까 엄벙덤벙이라도 적어놓고 넘어간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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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자전거길 다녀온 후기를 쓰고 있는 중 잠시. 오늘자 한겨레일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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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예산낭비 사례…정부, 내년 조기 종료 방침
시간당 10대 미만 구간 태반…서·남해쪽 사업 포기

‘엠비(MB)표’ 자전거도로 사업이 대폭 축소돼 내년에 조기 종료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4대강 사업과 함께 전국에 물길을 따라 ‘ㅁ자형’으로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려던 사업인데,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되면서 ‘ㄱ자형’으로 끝나게 됐다.

안전행정부는 2일 “전국을 국가자전거도로로 연결하는 ‘자전거 인프라 구축사업’이 내년 예산 250억원을 끝으로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주력했던 자전거 인프라 구축사업은 2010~2019년 사업비 1조200억원(국비 5100억원)을 들여 한반도와 제주도에 총길이 2285㎞의 국가자전거도로를 새로 만드는 계획이다. 동해·남해·서해의 삼면과 남한강·북한강을 따라 ㅁ자 모양의 순환망을 깔고, 제주도에도 섬을 일주·종단하는 자전거도로망을 구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뒤 지난해 10월 감사원 감사에서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업으로 지목돼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감사 결과 이미 건설된 14개 구간 가운데 10개 구간은 자전거 교통량이 시간당 10대 이하였고, 2개 구간은 0.5~1대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행부는 예산 당국과 협의를 거쳐 올해부터 사업을 크게 축소해 내년에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2019년까지 국비 2092억원이 투입돼야 하지만,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500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이명박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2010~2013년 국가자전거도로에 투입된 국비가 1952억원에 이른다.

사업 조기 종료로 남해와 서해 국가자전거도로는 아예 조성되지 않는다. ㅁ자형 순환망이 아니라 ㄱ자형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총길이도 2285㎞에서 1742㎞로 짧아졌다.

안행부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 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수요가 높은 구간만 완성하고 사업을 조기 종료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인프라 구축사업이 끝나는 내년 이후 국가의 자전거 사업은 제도 개선으로 초점을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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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4대강자전거길은 지난해 10월에도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었습니다. 당시 국토부는 이 지적이

 

'자전거인프라 구축사업'과 ‘국도 자전거도로 구축사업’에 해당하는 것일 뿐 4대강 자전거도로와는 무관한 것이

 

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습니다. 2100억 원의 예산이 500억 원 규모로 축소되었다면 현

 

공사나 보수 중인 구간을 마무리하는 선에서 끝나게 되겠네요. 본래의 사업 계획이 완성되면 4대강 자전거길

 

첩 또한 새로운 길이 표기되는 것으로 교체하게 되어있었는데 어쩌면 그대로 갖고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사의 설명에 따르면 결국 낙동강 하굿둑에서 영산강 하굿둑을 잇는 남해 길, 영산강하굿둑에서 아라서해갑문

 

을 잇는 서해 길이 포기된다는 것이겠죠. 제주의 순환 자전거길은 이미 조성중이기도 하고 다른 길에 비하면 상

 

대적으로 수익성이 보장되기도 할테니 완공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남겨진 500억 중 상당 부분은 여기에 할당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타의 운송 수단을 빌리지 않고 자전거 한 대 만으로 집에서 출발해 국토를 돌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아이디어

 

는 이렇게 무산되었습니다. 자전거길의 이용자로서 아쉽긴 하지만 쓰여진 세금이 많은 국민들에게 편의를 가져

 

다주지 못한다면 당연히 계획이 조정되어야 하겠지요. 또 언젠가 지자체 별로 각기 훌륭한 관광상품을 갖춘다든

 

지 하는 등의 제반 환경 변화가 있으면 그 때 다시 사업타당성을 타진해 볼 수도 있겠구요. 아울러 새로 길이 나

 

지 않는다고 해서 이미 지어진 길들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하니, 남은 길 마저 열심히 달려봐야겠습니

 

다. 하루이틀 사이에 늦여름에서 한가을로 훌쩍 넘어가버려 더욱 추운 느낌이 듭니다만, 동료와 선배 라이더 여

 

러분들도 옷 든든하게 여며입고 즐겁게 달리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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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의 외곽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불이 켜진 건물은 문경소방서였다. 나는 조금 기뻤다. 끝내 그

 

거리를 걸어낸 성취감도 있었지만, 마라톤이나 국토종주를 하다가 소방서에 들어가 물 한 잔을 부탁하고 소방대

 

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떠나는 오래된 로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망은 그대로 실현되었다. 아시안게임 축

 

구를 보고 있던 소방관들과 의무소방 대원들은 불정역에서부터 걸어왔다는 말을 듣고는 물을 떠주네, 바람을 부

 

쳐주네 활발한 수선을 피웠고 문경 시내의 지리를 몇 차례고 거듭 가르쳐주었다. 역시 소방. 멋져.

 

 

 

소방관들이 가르쳐준 핵심정보는 '점촌역을 찾아라'였다. 어느 도시나 시청 인근이 번화하지만 문경시청은 문경

 

외곽에서도 꽤 들어가야 한다. 물론 멀쩡한 자전거라면 금세 가 닿겠지만 밤늦게 문경을 찾는 이라면 조금이라

 

도 거리를 줄이고 싶은 사정이 있을 것이다. 점촌역은 자전거길에서 문경시청보다 훨씬 가깝다. 그리고 인근에

 

저렴한 모텔촌과 유흥가가 있다. 숙박비도 숙박비이지만 늦게까지 여는 유흥가, 이거 중요하다. 서울에만 계속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중국집이랑 닭집은 늦게까지 열겠지, 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방의 중소도

 

시로 내려가면 여덟아홉 시만 넘어가도 여는 가게가 없는 곳이 많다. 문경도 외곽은 그랬다. 하지만 소방관들이

 

가르쳐준대로 소방서에서 직진해 나아가자 멀리로 점차 불빛들이 보였다.  

 

 

 

 

 

 

 

 

 

 

밤의 문경. 문경에 들어서면서 휴대폰의 배터리가 다 되어서 꺼졌다. 덕분에 소방서에서의 즐거운 추억도 사진

 

으로 못 남겼는데, 그런 와중에 만난 아카데미 과학사. 어찌나 반가웠든지 짐을 뒤져서 대용량 배터리를 꺼내어

 

휴대폰을 충전해서까지 찍었다. 아직 살아있었구나, 아카데미 과학사! '문경모형'이라는 정겨운 이름의 간판도

 

눈에 띈다.

 

 

 

 

 

 

 

 

그것도 목 좋은 문경중학교 앞에. 너네 복받은 줄 알고 조립 많이 해라. 온라인 게임 백날 해 봐야 추억 안 돼.

 

 

 

아카데미 과학사, 다음날 일어나서 문경을 떠나기 전에 한 번 다시 가봐야지, 생각했는데 까먹고 말았다. 상주로

 

가는 길 위에서야 떠올리고는 무릎을 쳤다.

 

 

 

 

 

 

 

 

오천 원이라도 싼 곳을 찾으려고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찾은 모텔. 내가 간 곳은 '로즈 파크' 모텔이었고 기본료

 

는 삼만 원이었다. 서울처럼 사만 원을 부르는 다른 모텔들보다는 만 원이 쌌지만 싸움과 흥정은 붙이고 보랬다

 

고 사장님께 앵겨보니 오천 원을 더 깎아줬다. 깎은 것이 스스로 장해서, 닭 사먹었다.

 

 

 

이건 갑자기 좀 붕 뜨는 내용이지만, 꼭 쓰고 싶어서 여기에 끼워넣는다. 문경에 들어서서 나는 여러 사람을 붙

 

잡고 질문을 했다. 점촌역의 위치를 물어본 것만 해도 너댓 명이고, 싼 모텔의 위치도 물어보고, 시켜먹을 수 있

 

는 닭집이 있는가도 물어보고, 그런 닭집이 없다고 하여 포장만 해주는 닭집이 있는가도 물어보고, 닭집 근처까

 

지 가서 정확한 위치를 다시 물어보고, 닭집에서 닭 시켜놓고는 옆자리의 사람들에게 문경 시내의 자전거포가

 

있는가도 물어봤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아주 성실한 대답을 들었다. 점촌역의 방향을 가르쳐주고는

 

내가 맞는 길로 가는지 계속해서 지켜보던 수퍼 아줌마, 이 시간에는 배달 닭집이 없다고 대답하고는 '자전거 여

 

행 힘내세요'라고 수줍게 말하던 남중생, 아는 자전거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일요일인데 가게 여냐고 물

 

어봐주던 편의점 사장님, 그리고 어느 자전거포가 제일 싸고 좋은지에 대해 갑자기 격론을 벌이던 닭집의 청년

 

들. 시간은 열한 시가 넘었다. 불정역에서 출발한지 네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내 땀냄새에 내가 짜증이 날 지

 

경이었고 발바닥은 후끈거리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나는 (내가 만난 소수의) 문경 사람들에게 감탄하지 않

 

을 수 없었다. '촌사람이라고 돌려서 놀리는 거 아녀!'라고 화내지 말길 바란다. 나는 서울 사람들이 잃어버린,

 

하지만 사람이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무언가를, 그날 밤 당신들에게서 보았다고 생각한다.

 

 

 

 

 

 

 

 

무한도전 재방송만 있으면 어딜 가도 우리집 같다. 

 

 

 

 

 

 

 

 

하하하.

 

 

 

 

 

 

 

 

좋아하는 에피소드라서 예전에 그림도 그렸었지.

 

 

 

 

 

 

 

 

푹 자고 일어났다. 자전거 여행의 숨겨진 공신인 전립선 패드. 덕분에 마음놓고 달린다.

 

 

 

 

 

 

 

 

불의의 사고나 뛰어난 조심성으로 문경을 찾는 분을 위한 또 하나의 꿀팁. 점촌역 인근에는 모텔촌과 유흥가도

 

있지만 자전거포도 있다. 여기저기서 안내를 받은 자전거포들은 모두 모텔촌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 것에 반해

 

내가 네이버에 직접 찾아본 이 가게는 점촌역 바로 옆에 있었다.

 

 

 

 

 

 

 

 

일요일도 한다. 오성자전거. 사장님인지 사장님의 아드님인지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분이 가게를 열고 계셨

 

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만 원에 구멍난 튜브를 갈아주었다. 자전거가 안 굴러가면 꼼짝없이 점촌 터미널에서 버

 

스 타고 서울엘 갈 판이니 튜브 교체 비용은 부르는대로 주어야 하는 것인데, 인터넷으로 알아본 평균 비용보다

 

훨씬 쌌다. 거기에 앞바퀴에 바람도 채워주고, 안장과 물받이도 다시 조여주고, 브레이크의 상태도 다시 봐 주었

 

다. 어제에 이어 나는 문경에 홀딱 반했다.

 

 

 

 

 

 

 

 

오성자전거 옆으로는 터널이 있는데, 저 터널을 통과해 잠시 직진하면 다시 새재자전거길에 합류할 수 있다. 새

 

재자전거길을 달리던 사람도 잠시 들러 편하게 수리하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거리이다.

 

 

 

 

 

 

 

수리를 받고 나니 또 쌩쌩 잘 나간다. 슬슬 애증이 쌓인다.

 

 

 

 

 

 

 

 

요렇게. 터널을 빠져나와서 직진하면 강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나서 본래의 목적지 상주로.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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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종우

    문경 인심 좋네요~
    또 펑크가 나다니... 그날은 정말 힘드셨겠어요.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2016.05.19 23: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바람은 시원했다. 사방이 불꺼진 산중이라지만 차도 안 다니는 뻥 뚫린 길에 시간은 고작 저녁 일곱 시. 다음 거

 

점인 상주까지는 31km이니 넉넉 잡고도 아홉 시에는 도착할 판이었다. 상주는 새재자전거길의 종점이자 이 날

 

의 목표지점이기도 했다. 모텔 잡고 샤워 하고 야식 한 끼 먹고 나서 '그것이 알고 싶다' 보다가 자면 되겠네. 나

 

는 신이 났다.

 

 

 

불정역을 뒤로 하고 십 분쯤 달렸을까. 몇 시간 동안 달리면 체력은 분명히 출발할 때보다 떨어져 있지만 타는

 

요령이 생기는 것 같다. 좀 더 적은 힘을 들이고도 속도를 내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느낌을 즐기면

 

서 달리고 있는데.

 

 

 

달각달각. 달각달각.

 

 

 

아뿔싸.

 

 

 

두근두근하며 브레이크를 잡고 안장에서 내려 천천히 뒷바퀴를 바라보니. 처음 만난 날인데 하루에 두 번 찾아

 

와 준 펑크. 뒷바퀴는 이화령 올라가기 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상주에 도착해서 수리를 하겠다는 생

 

각이 안이했던 것일까.

 

 

 

나는 깜깜한 이차로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화령에서는 적어도 보장이 있었다. 일

 

단 해가 밝았고, 지나가는 차도 있었고, 휴게소까지 올라가면 간단한 수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단지 어려운 것은 내 힘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좀 더 심각하다. 일단 불정역으로 돌아가는 것은

 

수가 아니다. 비싼 돈을 주고 자야 하거니와 내일 일어나서 어차피 다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해는 완전히

 

졌다. 자전거도로와 일반도로가 분리되어, 자동차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어찌할 것인가.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어, 불정역에서 상주로 가는 노선을 찬찬히 확대해 보았다. 그러자, 자전거길을 쭉 따라가

 

면 시내까지는 들어가지 않지만 문경시의 외곽에 닿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문제는 거리였다. 원래의 목적지인

 

상주까지가 31km다. 가는 길에 있는 문경까지는 얼마가 나올 것인가. 새로 경로를 검색해 보니 약 20km가 나왔

 

다. 거리는 20km. 시간은 일곱 시. 그럼, 걷자. 새재도보길을 걷자.

 

 

 

 

 

 

 

 

이 정도만 되어도 좋았다.

 

 

 

 

 

 

 

 

하지만 20km의 대부분은 이런 길이었다. 도중에 라이트가 방전되면 곤란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주위가 식별

 

가능한 에서는 라이트를 끄고 걸었다. 결국 특별히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청소년이나 노약자에게는

 

정말로 권하고 싶지 않다.

 

 

 

 

 

 

 

 

가는 길에 만난 터널.

 

 

 

 

 

 

 

 

터널 옆을 보니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위험으로 라임을 맞추다니. 아니 그것보다 자전거길의 일부에 왜 이런 경고문이 있나. 경고문이 있다고 안 들어

 

갈 것은 아니지만, 터널 안으로 들어가며 그런 생각을 했다. 평생 처음 와 본 문경의 외곽에서, 하루에 펑크가

 

두 번 난 자전거를 끌고 20km를 걷던 중, 점촌4동장 님이 충고를 해 주었음에도 무시하고 가다가 터널의 낙석에

 

맞아, 마침내 생명이 위험해지면, 참, 그것도 드센 팔자구나.

 

 

 

 

 

 

 

 

15km쯤 걸었을 때에 마침내 저 멀리로 문경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밤길을 달려본 라이더들은 아시겠지만

 

불빛이 보이고서부터의 5km는 이전의 5km와 다르다.

 

 

 

 

 

 

 

드디어 만난 문명의 출발점. 여기에서 왼쪽은 상주로 가는 길, 오른쪽은 문경시내로 들어가는 길이다. 건물을 끌

 

어안고 입이라도 맞추고 싶지만 멈추면 다시 걷지 못할 것 같아 꾸역꾸역 걷는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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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구간으로 말하면 이제 겨우 두번째 구간. 이화령에서 출발해 문경읍까지 간 것도 이 구간

 

내에선 반도 안 된다. 다행히 각도가 세거나 커브가 심한 길은 끝나고 지금까지 흔히 보아오던 평온한 길이 이어

 

진다.

 

 

 

 

 

 

 

 

'고모산성' 등의 이름이 보이고 직선 길이 아니라 뺑 둘러가는 길이 나왔다 싶으면 이번 거점인 '문경 불정역'에

 

다 온 것이다.

 

 

 

 

 

 

 

 

불정역은 폐역이지만 관광 상품화를 잘 해 놓아서, 내가 도착했을 때엔 해가 질 무렵이었는데도 여전히 사람들

 

로 붐비고 있었다. 위의 지도에서 보듯 인근엔 도시 하나 없는 곳이라 모두들 자기 차로 놀러와야 하는 곳인데

 

도 그랬다. 불정역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왼편으로는 레일 바이크가.

 

 

 

 

 

 

 

 

오른편으로는 특히 불정역만의 명소인 레일 펜션이 있다. 이 레일 펜션은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매

 

우 유명한 곳이다. 관리하는 분께 여쭤 보니 2인실 1박에 12만원이라 하는데, 인적이 드문 산중이라 호젓한 분

 

위기가 있고 거기에 기차형 펜션이라는 신기한 모양까지 감안해 보면 크게 비싸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일정상

 

더 달려야하고 2-3만원의 지방 모텔에서 잘 예정이었기 때문에 구경만 했다.

 

 

 

 

 

 

 

인증 도장을 찍는데 다른 무인 인증센터에서는 보지 못하던 재미있는 것이 있어 사진을 찍어봤다.

 

 

 

 

 

 

 

 

다음 거점인 상주의 한 민박집에서 홍보용으로 명함을 꽂아두었다. 자전거도 실어다 주고 아침 저녁으로 제육

 

반찬을 주는 데 1박 3만원이라면 굉장히 싼 가격이다. 나는 내 발로 달려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웃고 말았지만,

 

예를 들어 함께 온 이가 슬슬 피곤해 한다든지 아니면 해가 져가는데 눈앞의 레일펜션은 너무 비싸 못 머물겠다

 

든지 하는 상황이 오면 아주 달콤한 유혹이 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특히 좋았던 것은 이 홍보물이었다. 인증센터의 도장은 하도 많은 사람들이 찍어대어서 뭉그러져 있는

 

경우가 많다. 스탬프도 항상 열려있어서 꾹꾹 눌러도 도장에 잘 묻었는지 아닌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주변에 굴러다니는 종이나 아니면 주머니 속의 영수증 따위를 꺼내어 한차례 시험삼아 찍어본 것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불정역에는 예의 업체가 아예 메모장을 준비해 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 부스 안에 들어와 있는 소비자의 가장 강한 필요를 잘 파악한 홍보라고 생각한다.

 

 

 

 

 

 

 

 

 

쿠당쿠당 달려온 회음부가 안쓰럽기도 하고 해서 잠시 쉬었다.

 

 

 

 

 

 

 

 

가까이서 보니 레일 펜션은 개조가 아주 잘 되어있는 것 같았다. 언젠가 한 차례 묵으러 오고 싶긴 한데,

 

인근에 강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다.

 

 

 

 

 

 

 

 

마지막 스퍼트를 내기 전에 관리실을 찾아 염치불구하고 자전거 배터리를 충전했다.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해,

 

싸온 초코바와 견과류를 먹으며 있었던 일을 메모하고 책을 읽었다.

 

 

 

 

 

 

 

 

관리실 구석에서 전기 쭉쭉 먹고있는 우량아 배터리. 아무데서나 잘 먹어주어 고맙다.

 

 

 

 

 

 

 

 

딱 한 시간을 채우고 일어났다. 만땅으로 충전시킨 전등이 있어 밤길도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새재자전거길의 마지막 거점, '상주 상풍보'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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