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지2014.05.07 19:51

 

 

 

 

 

출판사 미디어트리거의 기획작.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세 명의 패널을 초대하여 '대통령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토론을 하고 그 결과물을 정리해서 출간한다. 부제는 '윤여준, 이상돈, 이철희, 대통령을 이야기하다.'.

 

 

 

중앙집권형 국가에서 정치를 말할 때 대통령을 논하는 것은 당연한 첫걸음이다. 그 기획의 패널으로 굳이 이 세

 

명을 부른 이유로는 아마도 '합리성'이나 '관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 명에게는 모두, '속해 있는' 진영의 논

 

리와 완결이 일치하지는 않은 언행을 보인 공통점이 있다.

 

 

 

윤여준은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으며 16대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였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소장을 지낸 바 있고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 캠프의

 

전략을 짠 '책사'로 유명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무조건 사과하라'는 전략

 

을 지도하여 참패 위기에 있던 한나라당을 구원했던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는

 

안철수와 박경철의 '희망콘서트'를 후원하기도 했고 201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문재인을 지지하는 연

 

설을 하기도 했다. 그 뒤로는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 함께 하다가 2014년 3월,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합당을

 

하는 과정에서 결별했다. (이 책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 이전인 2월에 출간됐다.)

 

 

 

중앙대 법대 교수인 이상돈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조선일보>의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활약한 바 있다. 당

 

시 대통령이던 김대중, 노무현에게 날린 신랄한 독설은 보수층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 이후 보수의 재집권에 성공한 MB정부 하에서, 이상돈은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의견을 내놓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특히 4대강 사업은 추진되고 있는 중에도 그 의도와 부작용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을 하여, M

 

BC 100분 토론에서 화면 왼편에 자리잡은 패널이 정부를 공격하는 진기한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진짜 보수'

 

를 표방하던 그는 19대 대선에서 김종인, 안대회와 함께 박근혜 캠프의 참신함과 합리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활약했지만 대선 이후로는 그에 값하는 활동상을 보여주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 집권 1년차가 지난 뒤부터는

 

'비상식적 인사'나 '무너진 신뢰' 등을 근거로 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인 이철희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냈고, 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당대표인 김한길 의원의 보좌관 직을 수행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에 몸을 담기도 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부소장을 거쳐 현재는 1인 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특히 19대 대선을 전후하여 활

 

발한 방송 활동으로 이른바 개혁-진보 진영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평론가가 되었다. 인생 대부분의 이력이 민

 

주당에 놓여져 있지만, 사안을 논함에 있어 당략이나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공과를 비교적 공정하게 가늠한다

 

는 평을 받아, 급격히 보수화된 방송 환경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평론가로 자리잡았다.

 

방송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본인이 진행하는 라디오나 팟캐스트, 그리고 인터뷰 등에서는 현재의 민주당

 

전략팀에 대한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는 면도 있다.

 

 

 

이런 이들의 언행은 일각에서 '변절'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그러나 논거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또 자

 

신이 설득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자세'는 진영 간의 극단적인 대립과 정략이 심화되는 정세에서 많은 사람들

 

에게 '합리성'과 '관용'을 지닌 것으로 보여졌다. 특히 그런 일면이, 논쟁적일 수 있는 이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지명된 까닭일 것이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최종 제목인 <누가 해도 당신들보다 낫겠다>와 달리 토론의 주제 이름은 <대통령의 과

 

거,현재, 미래>였다. 제목 그대로 이 책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은 대부분 전현직 대통령에 관한 평가와 서로에 대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호명되는 대통령은 4대 윤보선과 10대 최규하를 제외한 9명이다.

 

 

 

총 11장 중 1장부터 9장까지가 각각의 대통령을 다루고 있다. 보통 20쪽에서 30쪽 가량의 분량인데, 가장 짧은

 

장은 전두환 대통령을 다룬 10쪽의 4장이며 가장 긴 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다룬 38쪽의 7장이다.

 

 

 

각 장은 다시 세 개의 소챕터로 나뉘는데, 책에서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소챕터는 대체로 '그 대통령

 

정권이 갖는 의미', '그 정권의 공', '그 정권의 과'로 구분되어 있는 듯 하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는 이 구

 

분이 엄밀하게 지켜지지는 않는다. 아울러 세 개의 소챕터라는 기준의 예외는 공이 빠지고 평가와 과만 있는 4

 

장 전두환 대통령이다.) 이 소챕터의 제목만 읽어봐도 -세 명이 파악하는- 한국 현대사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에, 책 목차를 이 독후감의 댓글로 첨부하려 한다.

 

 

 

윤여준이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을 높게 평하거나, 이상돈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공로를 인정하거나, 이철희

 

가 김대중의 전략적 면모를 재조명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평이다. 똑같이, 윤여준이 노무현의 '뺄셈 정치

 

'를 지적하거나, 이상돈이 DJP연합의 정략성을 비판하거나, 이철희가 박근혜의 불통을 거론하는 것도 놀랍지 않

 

다.

 

 

 

러나 윤여준이 김대중의 탁월한 식견을 칭찬하는 한편 이회창의 반개혁적 면모를 공개하는 장면, 이상돈이

 

노무현의 상대방에 대한 관용을 인정하는 한편 박근혜 정부 임기 1년에 대해 혹독한 점수를 내리는 장면, 이

 

철희가 이승만의 정치력이 김구보다 위였다고 평가하는 한편 노무현 정부의 아젠다 세팅 능력을 비판하는

 

장면 등은 무척 신선했다. 특히 여기에 이 패널 조합의 특장점이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토론 과정에서 합의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는 세 인물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공과이다.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유신 전 박정희가 이룬 성과, 노태우의 북방외교, 김영삼의 하나회 숙청과 금융실명

 

제, 김대중의 IMF극복 등이다. 반대로 입을 모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승만의 권력욕, 박정희의 유신, 김영

 

삼의 IMF, 김대중의 측근 비리 등이다. 이렇게 한 명의 대통령이 공이든 과든 대체로 확실한 명암을 갖는 한편,

 

의미와 장단점을 논하는 데 있어 일관되게 부정적 평가를 받는 두 대통령도 있다. 각각 해당 장의 소챕터 제목으

 

로 문장을 만들어 보자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며 '업적은 없고 후유증은 큰' 전두환 대통령과, '건설사 CEO

 

스러웠'으며 '미디어법, 4대강, 대기업 편중'의 과오를 저질렀고 결국 '최악의 경제정책, 최악의 공공부채'를 남

 

긴 이명박 대통령이다.

 

 

 

각각의 대통령에 대한 9개의 장이 끝나고 나면 시점을 한국사회로 옮겨 문제점과 대안을 논해 본 10장 '미래를

 

말하자'와 11장 '지금 선 이 자리'가 시작된다. 여기에서는 정치 구조와 경제 구조의 개혁 방향을 토론하고 향후

 

크게 성장할 정치 인물들을 평가하며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총평한다.

 

 

 

정리하자. 먼저 장점부터. 하나. 역대 대통령이 집권 순서대로 호명되며 그 공과가 평론의 형태로 드러나기 때문

 

에 한국 현대사에 처음 접근하는 사람에게 거칠게나마 큰 그림을 그리는데 아주 유효할 것이다. 둘. 어떤 형태로

 

든 권력의 최정상에 닿아 본 이들의 '뒷담화'가 섞여 있어 정보의 가치가 높다. 셋. 대담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읽기가 편하다. 넷. 억지 주장을 펴지 않는 패널들이기 때문에 모범적인 토론을 공부하는 데 좋은 참고서가 되어

 

준다.

 

 

 

단점은 장점을 그대로 뒤집은 데서 나오는 것이 많다. 하나. 강연이 아니고 '알 만큼 아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얘

 

기라서, 평가의 논거로 사용되는 인물, 사건에 대한 정보가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현대사의 굵직한 정보들을 미

 

리 알고 있지 않다면 어려운 독서가 될 수 있다. 둘. 언급한 것처럼 어떤 형태로든 권력에 맞닿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 본인이 특히 활약했던 시기의 이야기가 나오면 다소간 감정적이거나 양보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

 

일 때도 있다. 셋. 대담의 녹취록 형식이라 막상 읽어보면 분량이 그리 길지 않다. 정리된 글이 아니라 발언한 것

 

을 받아쓴 것이라 입말체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발언자가 바뀔 때마다 한 줄씩 떼어서이기도 하다. 넷. 억지 주

 

장을 하지도 않지만 강한 반대를 하는 장면도 거의 없다. 하나하나의 주제를 놓고 하는 끝장토론이 아니고 정해

 

진 시간 내에 9명을 다루어야 하는, 현실적 한계를 갖는 토론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총평.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독자가 독서의 목적만 확실히 정해두고 읽기 시작하면 확실한 성과를 거

 

둘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경험을 풍부하게 갖고 있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패널들의 발

 

언을 접하는 것 또한 여러 책에서 만나기 어려운 특장점이다. 각 패널들의 팬인 독자나 약간 깊이 있는 현대사

 

개괄서를 원하는 독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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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문에서 언급한, 이 책의 목차를 따서 붙인다.


    1. 이승만 대통령
    초대대통령 이승만을 말하다
    부인이 한국인이기만 했어도
    불행이 시작되다

    2. 박정희 대통령
    박정희, 그 선연한 빛과 그림자
    유신, 전과 후
    유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다

    3. 전두환 대통령
    태어나지 말았어야
    업적은 없고 후유증은 크다

    4. 노태우 대통령
    민주화의 가교/물통령
    북방정책, 통일정책은 분명한 공
    역사의 의미를 읽어라

    5. 김영삼 대통령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로 박수 받고
    씻을 수 없는 과오, IMF

    6. 김대중 대통령
    26년만에 당선된 집념의 사나이
    햇볕정책, IMF극복은 공
    게이트로 날이 저물다

    7. 노무현 대통령
    이회창이 진 선거일 뿐?
    개혁을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
    ‘참여와 평등’의 가치를 심다

    8. 이명박 대통령
    건설사 CEO스러운
    미디어법, 4대강, 대기업 편중, 그리고
    최악의 경제정책, 최악의 공공부채

    9. 박근혜 대통령
    야당이라는 인식으로 당선?
    변했나, 원래 그랬나
    변화는 가능한가

    10. 미래를 말하자
    개헌은 가능한가
    대한민국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 사람을 주목하라

    11. 지금 선 이 자리
    다시 이곳과 현재를 말하다
    뭔가 변하고 있다
    윤여준, 안철수의 새정추로

    윤여준·이상돈·이철희 인터뷰

    2014.05.07 19: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재밌는 조합이네요 윤여준, 이상돈, 이철희라니.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언제까지 대통령 개인의 한계로 국가가 흔들흔들 대는 걸 지켜봐야 하는지 걱정됩니다. 여담이지만 아마 MB가 2년만 더 해먹었으면 전두환만큼 분량이 적어지지 않았을가 싶습니다.

    2014.05.10 15: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세 사람은 공히 그 분을 너무 싫어해서, 2년이라는 시간을 더 같이 보냈더라면 정말 한 쪽 분량만큼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2014.05.11 04:43 신고 [ ADDR : EDIT/ DEL ]

독서일지2014.03.29 06:52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인 사학자 한홍구의 신작. 부제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저자 서문'에 집필 동기가 밝혀져 있다. 2011년 모처에서 한국사 학자 몇 명이 모여, 다음 해인 2012년이 유신

 

이 선포된지 40년이며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고 또 그 선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유력한 후보로 나서

 

는 때에, 한국사 학자들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가 있었다 한다. 학자들은 그 시대를 체험하

 

한 세대들을 위해 특히 유신 시대를 개괄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다는 데 중지를 모았고, 모임의 막내인 한홍구

 

그 일을 맡게 되었다. 한홍구는 오랫동안 여러 일을 같이 해 왔던 <한겨레>의 에디터 고경태를 찾아가 취지를

 

명하였고 고경태는 <한겨레> 토요판에 새 코너를 개설해 주었다. 1년 반 가량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한홍구의

 

신과 오늘'의 시작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과 함께 대선 분위기가 겹쳐 해당 코너는 큰 화제를 모았

 

다. 나 또한 한 편 한 편 즐겨찾기에 추가해 가며 애독했던 기억이 난다. 이 코너는 2013년 5월 31일, <직설>을

 

함께 펴냈던 소설가 서해성과 개그우먼 곽현화와 함께 나눈 대담인 41편 '마지막 이야기꽃'으로 끝을 맺었다.

 

코너의 특성 상 분명히 한 권의 책으로 묶여서 나와 주리라 기대하였는데 연재 종료 반 년 후가 지난 2014년 1

 

월, 이렇게 <유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책 제목 그대로, '유신시대'를 기록하였다. 총 5부로 나뉘는 본문은 '유신 전야'인 1971년에서 시작하여 '유신의

 

심장'을 쏜 김재규의 사형일인 1980년 5월 24일에서 끝난다. 여기에 선거 기간 중 '5.16과 유신의 시비는 역사

 

의 판단에 맡기자'고 했던 박근혜 당시 후보의 발언을 듣고 쓴 '박근혜 후보에게 드리는 공개장'과, 박근혜 후보

 

가 당선된 다음날 썼던 글인 '신유신의 밤', 이 두 편의 글이 부록으로 덧붙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의 이름들은 시사/역사 부문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들었거나 혹은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 시를 몇 차례 읽기만 했어도 크게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만이 갖는 특장점은

 

독자를 거듭 이끄는 그 끈질기고 가열찬 손길에 있다.

 

 

 

4부 '유신의 사회사'에서 국방/행정/교육 등에 걸쳐 사회 전반을 살펴본 것을 제하면, 책의 대부분은 유신 시

 

대에 일어난 정치적 사건, 그리고 그 사건과 청와대/중정/국회와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유신

 

세력과 저항 세력의 이력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과 이력이란 인과를 통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시간 순으로 차근차근 정리하기만 하면 그 나름으로 훌륭한 집필 전략이 된다. 71년에는

 

이런이런 사건이 있었다, 다음 해인 72년에는 이런이런 사건이 있었다, 하고.

 

 

 

그러나 한홍구는 몹시 끈질기다. 하나의 사건을 설명하고 나서는 그대로 넘어가지 않고 앞에서 설명했던 다른

 

건들을 연결하여 다시 언급한다. 예를 들어 1974년에 있었던, '언론'에 관련된 한 사건을 소개했다 치자. 관련

 

물이 나올테고 사의 경과가 나올테고 결과와 영향이 나올 것이다. 그렇구나. 74년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 때의 '언론'에 대해 잘 알겠다, 하고 다음 장을 넘기려는 독자의 팔목을, 한홍구는 한 차례 더 그러쥔다. 아직

 

안 끝났어. 그리 앞에서 이미 설명하였던, 해당 시기 국내의 정치 상황, 국외의 외교적 상황 등을 다시 꺼내

 

어 거론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읽다 보면 '앞에서 했던 얘기를 왜 또 하지?', '언론 얘기 잘 끝났는데 왜 갑자기 정치 얘기지?'

 

, 혹은 '응, 다시 한 번 설명해 주니 외우기도 좋고 편하네' 정도의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야말로 '현실'을 재구하는 의미 있는 방식이다. 그때 뿐 아니라 지금도, 아니 언제라도, 인간은 '언론', '사회',

 

'국방'의 카테고리로 나뉜 삶을 살지 않는다. 카테고리의 총합인 '74년'을 살고 있을 뿐이다. 그 해에는 언론의

 

사건도 있고 사회의 사건도 있고 외교의 사건도 있다. 그 하나하나가 섞여 개개인의 삶, 그러니까 죽간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들의 삶 뿐 아니라 박정희의 삶, 이후락의 삶, 차지철의 삶 등에 중층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

 

홍구의 끈덕진 손길의 동력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오는 듯 하다. 역사란 몇 가지 사건의 단선적 연결이 아니

 

다. 당대의 모든 사건이 인간과 교섭하여 토해 내는 총체적 결과물이다. 알아다오. 부디 알아다오.

 

 

 

한홍구는 저술과 강연을 통해 종종 '유신시대를 끝내지 못하'고 '민주화를 완성시키지 못한' 기성세대로서의 부

 

채의식을 토로하곤 한다. 나는 앞서 이야기한 '끈덕진 손길'에서 그 부채의식에서 발로한 사죄의 실천을 발견한

 

다. 이것은 몹시 주관적인 인상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런 사학자가 있어서 고맙다'라는 전작들의 독

 

후감과 달리, 이 책의 독서를 통해 처음으로 '이런 스승이 있어서 고맙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본인의 직능 활동

 

이나 영달, 경제적 성공 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인 나의 이해와 공감, 그리고 각성을 위해 이렇게까지 끈덕지

 

게 노력하는 이를 스승으로 인정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70년대의 한국사를 '유신'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해 낸 것이기에, 본인이 취하고 있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호불호

 

가 크게 갈리는 책일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의 별점 평가란을 보면 대부분의 평점이 만점과 최하점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홍구의 시각에 찬성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주장에 논거를 더 하고 또 한 명의 스승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장의 객관성을 검증해 보기 위해서라도 독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책을 덮고, 오래 전에 훑어보았을 뿐인 긴급조치 1-9호의 전문을 다시 찾아 읽었다. 마지막으로 선포된 긴급조

 

치 9호의 일부분을 발췌하여 적어둔다. 1975년 5월 13일부터 시행되었던 이 조치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

 

로 판정난 것은 38년 후인 2013년 3월의 일이다.

 

 

 

 

 

- 긴급조치 9호

 

 

①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나.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 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다. 학교 당국의 지도, 감독 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예외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 관여 행위
라.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② 제1에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한다.

 

⑦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⑧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

 

⑪ 이 조치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주무부장관이 정한다.

 

⑫ 국방부 장관은 서울특별시장, 부산시장 또는 도지사로부터 치안질서유지를 위한 병력출동의 요청을 받은 때에는 이에 응하여 지원할 수 있다.

 

⑬ 이 조치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명령이나 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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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22012.12.21 21:06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이틀이 지났다. 전국 최종 투표율은 75.8%로 이명박 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지난

 

17대 대선의 63.0%에 비해 10% 이상이 상승해, 이 선거에 몰린 국민적 관심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과는 새누

 

리당의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씨가 약 1,580만 표를 얻어 51.6%의 지지율로 당선되었다. 양강 구도의 한 축이었

 

던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48.2%의 지지율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표 차이는 약 백만 표였다.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정밀한 분석은 후일을 기약해야 하겠지만, 승패의 향배는 50대의 표에 있었다는 것이 선

 

거 직후부터의 중론이다. 20대의 65.2%와 30대의 72.5%라는 투표율은,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대선 전의 열기

 

어린 예측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분명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정치의식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수치였다.

 

그러나 50대의 결집력은 한층 강했다. 이번 선거에서 50대의 투표율은 무려 89.9%로, 그 다음으로 높은 세대인

 

60대 이상의 78.8%보다 11% 이상 높았다.

 

게다가 단지 투표율만 높은 것이 아니었다. 세대별로 지지하는 후보가 명확히 갈리는 특징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던 16대 대선, 그러니까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맞붙었던 2002년의 대선과 비교해 볼 때, 2030 세

 

대가 전체 유권자 중에 차지하는 비율은 48.3%에서 38.3%로 십 년 간 10% 감소한 반면,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9.3%에서 40%로 10%포인트 이상 증가하였다. 사람의 수도 많고 투표율도 높은 세대가 선택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필연이었다는 말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해석의 목소리가 분분하다. 선거 직전 있었던 TV토론에서 이정희 후

 

보의 날선 공격이 안정 희구층인 50대에게 오히려 등을 돌리는 기폭제가 되었다는 분석도 있고, 안철수 씨와의

 

단일화가 무난하지 않은 탓에 그리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개중에는 박근혜 후보의 우월성 때문이라는 속 편한

 

분석도 있고 하니, 이것만은 좀 더 후일에, 더 많은 목소리를 들어본 뒤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선거가 끝난 뒤 박근혜 후보는 바로 인수위 구성에 착수하였고, 문재인 후보는 실패의 책임을 본인에게로 돌린

 

뒤 더는 대선에 나오지 않을 의사를 밝혔다. 선거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축이었다고 해도 좋

 

을 안철수 전 후보는 투표 직후 미국으로 떠났고, 도착하여 선거의 결과를 들은 뒤, 계속해서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의 구성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고, 문재인 전 후보는 정계

 

은퇴의 뜻을 넌지시 비추긴 했지만 아직 부산 사상구의 19대 국회의원이기도 하며, 안철수 전 후보는 한동안 국

 

내 정치를 관망하고 있을 듯 하여, 이들의 향배 또한 좀 더 지켜본 뒤 쓰는 것이 맞을 듯 하다.

 

 

 

 

나 개인으로 말하자면, 딱히 무슨 일을 손에 쥐지 못하고 다소간 축 처져 있는 채로 하루를 보냈다. 투표 전일

 

'투표하러 인천 간다'고 여덟 자를 적는데 네 시간을 보냈다고 이 바로 앞의 일기를 쓴 바 있었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만을 두손 모아 기도하고 있었더라면 딱히 상념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짧게는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와 4월 총선부터, 길게 잡으면 참여 정부에서부터까지, 이른바 범진보

 

진영의 '맏형' 민주당의 수권 능력에 대해 의심을 품고 '비판적 지지'에 회의를 가져온 진보 진영 유권자는 나만

 

이 아닐 것이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힘을 발휘하기 보다는, 한나라당의 대척점에서 가장 강한 세력이라는 구도

 

에서만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경우가 많았던 최근 민주당의 역사는, 거칠게 말하자면 끊임없이 북한과의 구도를

 

설정하여 입지의 당위를 증명하는 한나라당의 오랜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왔던

 

민주이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경연장에서도 혁신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판에야 열렬한 지지의 마음이 들지 않

 

았던 은 내 안의 당연한 인과라 하겠다.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흠모를 논외로 치고, 대통령 노무현과 참여 정부, 그리고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실정이 이명박 정부라는 괴물을 낳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괴물의 비상식적인 5년을 겪어낸 국민들이 미안함

 

반 기대 반으로, 예를 들어, 이번 대선에서 다시 민주당에게 정권을 넘겨주었다 쳐 보자. 준비되지 않고 의지도

 

없는 채로 또 한 차례의 실정을 보여 준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5년은, 헌정 이후 바람 잘 날 없었

 

던 진보개혁 세력이라지만 향후의 행보에 유례없는 재앙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

 

다면 박근혜 씨가 19대 대선에서 80% 이상의 지지율로 당선될 가능성도 낮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민주

 

당의 집권을 열렬히 앙망하지는 않았다.

 

 

 

 

한편으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면 여의도에 가서 할복자살하겠다는 마음도 딱히 갖고 있지는 않았다. 정치적

 

인 호오를 내려두고 지금까지 접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로만 판단하더라도, 박근혜 정부 5년은 이명박 정부 5

 

년을 잊을 만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위정이 펼쳐지리라 본다. 국민 일반의 유신 시대에 대한 향수의 마음을, 과거

 

사 정리와 학술적 연구로 무 베듯 잘라낼 수 없었다면, 차라리 직접 다시 경험해 보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으로

 

털어낼 수 있는 방법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보수 진영의 실상과 무능을 밝히고 때만 되면 고개 드는 박정희 영

 

웅론을 청산하는 데에 박근혜만한 적임자는 다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록 당기(當期)적 비용은 대단히 비쌀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치가 있는 수업이다, 라고 최근 들어 생각해 왔던 터이다.

 

 

 

 

결국, 민주당이 집권해도 찝찝함은 있는 것이고 새누리당이 집권해도 -의도치 않게- 역사적 의의는 남겨질 것이

 

라, 마음이 엉덩이 깔 자리를 찾지 못해 심사가 복잡했던 것인데. 박근혜 씨의 당선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관찰

 

해 보자그래도 내심으로는 문재인 씨의 당선을 아주 더 많이 바랬던 것 같다. 담담히 일기를 쓰고 있지마는

 

이틀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내 마음은 '이런 코미디가 있나...'라는 충격에서 몇 발짝 벗어나지 못한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저 혼자 책이나 읽는 직업을 갖고 사회의 파랑이 적게 미치는 변방에서 지냈던 삶조차 무척이나 피곤했던 5

 

년이 이제 겨우 끝나가는데, 얼마나 더 깜깜한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5년이 새로 추가되었다.

 

그 앞에서 나는 '해는 저물고 길은 멀다'는 뜻의 '日暮途遠'이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렸다. 해가 저물고 길은 멀었

 

을 때, 사람마다 그 나름의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벌써, 여기저기서 '힐링 행사'의 기획이 들려오고, 한겨레 신

 

문이 창간되던 때처럼 국민주를 모집해 국민 방송사를 설립하자는 결기 찬 소리도 들려온다. 새로운 흐름에 내

 

목소리가 섞여들 틈이 있을까는 아직 알 수 없는 노릇이고, 다만 이제까지 간헐적으로 '일기' 카테고리에 올리던

 

정국, 시국 상황 정리와 내 단상을 정리하던 것을, 박근혜 정부에 대한 카테고리를 신설하여 분명하게 기록해 두

 

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다. 이제로부터 며칠 간의 뉴스는 그모아오던 즐겨찾기의 '2012 대선' 폴더에 마저 넣

 

어두고, 인수위의 출범 소식을 1호로 하여 '박근혜 정부 수위' 폴더를 시작할 것이다. 차근차근, 지치지 말고.

 

영웅의 혁명처럼이 아니라 주부의 생활처럼. 이것이 긴 밤을 앞에 둔 나의 첫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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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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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2012.09.11 18:04

 

 

 

 

 

먼저 총평. 알차다. 내용도, 내용을 논증하는 방식도.

 

 

 

책날개와 위키피디아를 참고해 저자를 소개해 보자. 저자인 제임스 길리건은 전 하버드대 의대 교수이자 현 뉴

 

욕대 정신과 교수로, '폭력'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연구해 온 학자이다. 주로 폭력이 일어나게 되는 심리적 요

 

인과 그 예방책을 탐구해 왔는데, 그러한 그의 이력 때문에 매사추세츠 주 교도소는 그에게 수감자들의 정신 건

 

강을 책임지는 총괄자(director)를 맡아주도록 부탁하였다. 정신의학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할 정도로 수감자들

 

의 자살과 살인의 비율이 특별히 높았기 때문이었는데, 십 년 후 저자가 총괄자의 자리를 떠날 때에 그 비율은

 

양 쪽 다 거의 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폭력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예방하면 좋을지를 탐구하던 저자는 보다 근원적인 원인을 찾으려

 

고 노력하던 중, (미국에서) 자살과 살인이 급증하는 때는 공화당의 집권 시기와 일치한다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

 

다. 그 때 저자의 머리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이렇게 간단할 리가 없다.'였다고 한다.

 

단순히 어떤 정당이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것이 국민 전체의 삶에, 아니 죽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어떤 학자도 쉽게 세울 수 없는 가설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의 가설이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를 증명하는,

 

한 노(老)학자의 노정이다.

 

 

 

책은 총 7장이다. 명확히 나누기는 어렵지만, 1장부터 3장까지는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적 측면과 그 인

 

과관계를 사회학적으로 고찰하고, 4장부터 7장까지에서는 그러한 사회적 측면이 개인의 내면과 어떤 영향을 주

 

고 받는지에 대한 정신심리학적 접근과 정치학적 대안에 대해 다루고 있다. 4장부터 7장까지는 '수치심'과 '죄의

 

식'이라는 두 축을 가지고 살인과 자살에 이르는 사람의 내면을 설명하고 있는데, 아직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

 

도 있고, 또 한국인에 적용시켜 좀 더 확장적인 논의를 할 필요도 있다고 여겨져 오늘의 독후감에서는 빼기로 한

 

다. 여기에는 공화당적 이념이라고 할 만한 '수치심의 정서'와 민주당적 이념이라 할 수 있는 '죄의식의 정서'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각각의 이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현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제어되는지에 대해 심층적

 

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소개하지 못하는 독후감은 기실 편린적 소개이기는 하니, 일부분의 독후감

 

이라 할지라도 흥미를 느끼신 분은 꼭 책을 구해 읽어보길 권한다.

 

 

 

 

 

 

 

1장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는 앞서 언급하였던, 자살, 살인과 집권 정당 간의 상관관계를 적시한다.

 

 

 

 

 

1900년부터 2007년까지의 폭력 치사 발생율 그래프이다. 폭력 치사 발생율은 자살율과 살인율을 합한 수치

 

. 그래프 중 짙은 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공화당 집권 시기, 옅은 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민주당의 집권 시기

 

. 2차 세계 대전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1944년에서 1948년과 같이 부분적인 예외는 있으나, 대체로 짙은

 

일 때에는 가파른 상승세이거나 현상 유지가, 옅은 선일 때는 하락세이거나 완만한 상승세가 관측된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두 가지의 흥미로운 결과를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 첫째, 공화당이 오래 집권할수

 

상승세는 가팔라졌고, 짧게 집권하는 경우 상승세는 작아졌다는 것. 둘째, 다소간 들쭉날쭉한 예외는 있지만,

 

어떤 공화당 정부도 '평균값'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고, 어떤 민주당 정부도 '평균값' 이상으로 올라간 적은 없

 

다는 것. 이것은 분명 '단순히 우연의 일치에서 비롯된 연관성이 아니라 강력하고 아주 특수한 인과 관계가 존

 

재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2장 '자살과 살인의 진짜 범인, 불평등'에서는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게 됐는지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 원들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실업, 불평등, 불황이다.

 

 

- 실업율에 관해서는 한 연구 사례가 인용된다. '심각한 폭력 범죄에 관여하는 남자의 비율에서 흑인과 백인의

 

차이를 비교하면 11세 때만 하더라도 거의 같은데 청소년 시기의 후반으로 가면 흑백 비율이 3:2가 되고 이시배

 

후반에는 거의 4:1로 격차가 벌어진다. 하지만 직장이 있는 흑인 남자오 백인 남자를 비교했을 때 21세까지는

 

두 집단이 보이는 폭력 양상에서 의미심장한 차이가 없었다.'

 

 

-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불평등과 폭력 범죄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 학자들은 세계 39개국에서 소득 불평

 

등과 국내 총생산(GDP), 그리고 살인율의 관계를 분석하여, '살인율은 소득 불평등 비율에 정비례하고 국내총생

 

산에 반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3장 '보수는 경제에 강하고, 진보는 경제에 약한가?'에서는, 2장에서 살핀 실업, 불평등, 불황과 집권

 

정당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살핀다.

 

 

- 1900년부터 2008년까지 모든 공화당 집권기의 증가분을 전부 더하면 실업률의 누적 증가분은 27. 3%이다.

 

반면 민주당의 누적 감소분은 26.5%. 즉, 증가분으로 따지자면 -26.5%이다. 따라서 전체 기간 동안 두 정당이

 

실업률에 끼친 영향의 순누적 차이는 53.8%이다.

 

 

- 불황은 공화당 정부 때 17번, 민주당 정부 때 6번 시작되었다. 길이에 있어서도, 공화당의 불황은 민주당의 불

 

황보다 무려 4배나 오래 갔다.

 

 

- 민주당이 집권하는 시기에 일어난 불황의 1/3은 공화당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공화당이 집

 

권하면서 민주당에게 불황을 물려받은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 국민총생산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겨난 1948년부터 2005년까지, 1인당 실질 국민총생산은 공화당이 정권을

 

잡은 동안에는 평균 1.64%,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동안에는 2.78%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은 우연에 의해 일어난 것일까? 정당과 경제의 함수 관계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이 결과가

 

두 정당의 경제 정책 차이로 일어난 필연적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 래리 바텔스의 지적에 의하면,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소득 불평등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섯 명의 공화

 

당 대통령 때에는 예외 없이 심화되었고, 민주당 대통령 다섯 명 중 네 명의 경우에는 감소하였다.

 

 

- 더글러스 힙스의 연구에 의하면, 민주당 정부는 실업을 줄이고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물가 상승률을 무릅쓰

 

고라도 팽창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실제 물가 상승률을 따져보면, 1948년부터 2005년까지 공화당

 

집권기에는 3.76%, 민주당 집권기에는 3.97% 정도의 차이만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팽창정책의 결과, 앞서

 

보았듯이 1인당 실질 국민총생산은 민주당 집권기가 공화당 집권기보다 70% 높았다. 즉, 물가는 근소하게 더 올

 

라갔지만, 그보다 생산이 더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화당은 어떻게 1%의 부자에게 유리하고 99%에게 불리한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집권을 할 수

 

있었던 것인가? 저자가 생각하는 공화당의 해법은 중하류층과 극빈층을 이간질해서 내 지갑을 얇게 만

 

드는 주범이 상류층, 그리고 상류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초점을

 

흐리는 것이었다.

 

 

공화당의 구체적 전략은 다음과 같다

 

 

- 첫째 인종차별. 닉슨의 '범죄와의 전쟁'과 같이 대량 투옥 정책을 시행하되, 이때 주로 투옥되는 대상은 흑인이

 

다. 아울러 흑인의 참정권을 박탈하고, 인종 분리책을 재도입하는 데 목적을 둔 소송을 후원하며, 인종 평등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 법 제정에 반대한다. 이는 소득과 계급에 관계 없이 백인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 둘째 계급차별. 저소득층의 폭력, 범죄, 마약 음용 등을 강조하며 중상류층과 중하류층을 결집시킨다. 결집시

 

키지 못하더라도, 그런 이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강경한 민주당의 포지션을 공격하는 효과가 있다. 1964년 배

 

리 골드워터의 선거 본부장은 미국의 범죄는 공화당에게 공짜로 주어진 억만금의 선물이라고 했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선거 전략가였던 리 애터워터는 범죄는 민주당을 쪼개놓기 위해 민주당에 쑤셔 박아야 할 쐐기라고 말

 

했다.

 

 

따라서 공화당은 소득 불평등과 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해결할 생각이 없다.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집권

 

할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자료 통계청. 이데일리 재인용>

 

 

 

1장부터 3장까지의 독후감 소결을 적는다. OECD 국가 중 노동시간 1위, 소득 대비 주택 가격 1위, 저임금 비율

 

1위,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 1위, 대학 등록금 1위, 그리고 자살율 1위. 이런 나라에 살면서 이 책을 읽지

 

않아야 할 이유를 따로 찾을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적어도 민주당 시기에는 폭력 치사 발생율이 낮아졌던 미국

 

과는 달리, 우리 나라에서는 민주 정권 10년이라고 해서 딱히 자살율이 내려가지도 않았다. 정권 별 자살율에 관

 

한 손석춘 씨의 글(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811)을 참고하거나, 포털에서

 

'자살율 그래프'를 검색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인과 관계를 밝히기 위해 더 치열하고 세밀

 

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책, 전략적인 면에 있어 공화당의 사례라면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히 접한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든다.

 

 

올해 초 뜬금없이 시작되었던 '주폭 척결'운동. 정치와 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어느날 갑자기 등장하

 

여 보수 일간지의 1면을 수차례나 장식하였다. 술먹고 여대생들에게 아나운서 되면 다 줘야 한다는 국회의원도

 

있었고 여기자가 마담인 줄 알고 껴안았다는 국회의원도 있었고 룸으로 신인 탤런트를 불러다 술시중과 성접대

 

를 시킨 언론사 사주도 있었는데, 정작 다루어진 것은 우리 주변의 찌질한 누군가였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강조하는 것이라면 요새 연일 방송을 타고 있는 나주 성폭행 관련 기사도 있을 수 있겠

 

다. 남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자고 있는 아이를 그대로 들고 나와 한적한 곳에서 성폭행을 한, 인면수심

 

범죄였다. 누구도 이 사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서 이 사건을 다루는 태도가 수상

 

쩍었다. 미디어오늘의 보도(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832)에 따르면, MBC

 

는 지난 7일 뉴스데스크에서 총 38개의 리포트 중 무려 20개의 리포트를 성폭력 문제에 할당했다. 아울러 '아동

 

성폭행 사건이 도심 변두리의 서민밀집지역에서 주로 발생되고 '나홀로 아동'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농촌과 시골에 CCTV 설치가 부족하다는 점, 성범죄자들이 주로 피해아동들과 불과 5분 거리에 살던 이웃집 아

 

저씨라는 점 등을 지적'하였다고 한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 그것도 좀 못 사는 누군가.

 

 

이들에 대한 태도에서도 공화당 전략과의 유사성이 발견된다. 주폭은 '척결'의 대상이며, 성폭력 범죄자는 '화학

 

적 거세', 심지어는 '물리적 거세', 그리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 따르면, '사형'의 대상이다. 왜 술을

 

마셨는지, 왜 성폭력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어떻게 하면 그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사회적 제도 차원에서 고민하지 않는다. 

 

 

술이 문제면, 술을 못마시게 하면 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발표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서 학교, 병원,

 

청소년수련원 등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는 내용을 밝혔으며 홍대, 명동, 대학로와 같은 대학가에서도 음

 

주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하였다. 당장 몇 주 내로 있을 연고전에서 백양로를 거닐며 술마시는 대

 

학생, 주말에 홍대 클럽을 찾았다가 놀이터에서 쉬어가며 맥주를 마시던 젊은이, 병원에서 환자를 위로하거나

 

고인을 추억하며 소주 한 잔을 채우는 아저씨. 모두, 잠재적 주폭이다.

 

 

아동 성폭력을 저지른 놈을 사회가 만들었을 리 없다. 그놈의 문제일 것이다. 그놈의 어떤 문제일까. 아동 음란

 

물을 본 놈일 것이다. 수원에서는 아동 음란물 소지자가 구속 기소되었고, 인천에서는 P2P에 아동 음란물을 유

 

포한 10대가 불구속 입건되었다. 발빠르게, 우리나라는 아동 음란물 유통 규모가 세계 5위라는 리포트도 나온

 

다. 뿌린 놈이든 가진 놈이든 잡아들여서 주사를 놓고 불알을 자르고 목을 매달자. 여기에서 학교 폭력의 주된

 

요인으로 입시만을 위한 고등교육이나 경쟁을 부추기는 학습 환경 등을 지목하는 목소리보다는 온라인 게임

 

죽이자는 목소리가 더 컸던 마녀사냥을 떠올리는 것은 상상력의 영역일까.

 

 

 

말하자면 이런 것이 아닐까. 세상의 제일 큰 문제는 대기업 불공정이니 사학 비리니 왜곡된 언론이니 하는 한

 

한 것이 아니고, 너희 중에 이웃의 모습을 하고 숨어있는 어떤 미친 놈이다. 숨어있으니 누군지도 모르고 불안

 

하지. 우리가 정권 잡으면 그 놈 잡아 주마. 피해자 인권이나 제도의 개선 같은 소리나 주워삼고 있는 저 허약한

 

놈들로는 안 된다. 나쁜 놈 목매달아 네 마음을 편하게 하는 우리가 로 해결책이다.

 

 

 

 

 

요사이의 시류와 뉴스에 관해서도, 인간의 내면에 관해서도 여러가지의 생각을 하게 만든 양서였다. 표지도 깔

 

끔하고, 오랜만에 원제목을 그대로 번역해 준 경우를 만난 신선함도 좋다. 어떤 흥미를 가진 누구라도 눈길이 가

 

부분을 몇 군데 이상은 반드시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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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2.09.21 17:22 [ ADDR : EDIT/ DEL : REPLY ]
  2. 독후감을 쓴지 한 달 후인 2012년 10월 초, 한국외대의 대학 측이 축제 시 교내주점을 열 경우 교비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한겨레 기사(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5232.html)에 의하면, 대학 측이 출연하는 축제 지원기금은 5천만 원이 지급되지 않아, 본래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이 예정되어 있었던 축제는 일단 월말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끝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외대의 12학번들은 축제 없는 1학년을 보내야 하게 생겼다. 기사에 따르면 학생회 측은 이번 조치가 총장 선출시 학생들에게도 투표권을 달라고 주장해 온 자치활동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였다. 한국외대는 축제와 별개로 지난 5일 상경대 노래 동아리 회원들이 열었던 교내 주점에 대해서도 '면학 분위기를 해쳤다'는 이유를 들어 동아리 대표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였다고 한다. 동주시비 앞에 판을 벌리고 꽃이 피면 개화주를, 지면 낙화주를, 새 중국집이 생기면 개시주를, 단골집이 망하면 고별주를 마셔대던 나의 대학생활은 이제 고래의 악습이다.

    2012.10.11 00: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123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2014.06.17 16: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독서일지2012.09.09 15:25

 

 

 

 

정치평론가 임병도 씨, 필명 '아이엠피터'의 2012년 7월 작.

 

 

 

저자는 정치시사 블로그 계의 거목이다. 책날개에서는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월평균 50만 명'이라

 

고 소개하는데, 정치시사 블로그의 독자들이 비교적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임을 감안하면 반드시 50만 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숫자인 것은 틀림없다.

 

 

 

나도 이따금 블로그 계의 풍향을 살피기 위해 포털 DAUM의 블로그 서비스인 'View'란을 방문하곤 하는데, 지속

 

적으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글들은 대체로 연애, 맛집, 연예 카테고리에 국한되어 있다. 그 외의 카테고리

 

에 속하는 글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은 대체로 하나의 폭발력 있는 이슈가 있을 때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국제 카테고리라면 연평도 피격 사건이나 독도 문제가 터졌다든지, 육아라면 보육원 음식에서 식중독 균이

 

나왔다든지, IT라면 아이폰의 새 모델이 발표되었다든지 하는 등, 특정 사건과 관련하여 일시적인 관심이 집중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큰 관심이 집중되었던 블로그를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고 그 후로 며칠 동안 꾸준히 방문해

 

보면 대체로 조회수가 급감하는 것이 목격된다.

 

 

 

특히 정치 블로그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언론사의 뉴스를 그대로 퍼나르기만 하는 것이라면, 포털의 메인 화

 

면에서 온갖 신문사들의 뉴스를 대부분 볼 수 있는 우리 나라의 누리꾼들이 그 블로그를 골라 따로이 방문할 필

 

요가 없다. 따라서 언론사 이상의 정보력을 갖추지 못 한 이상 각 언론사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만의 관점,

 

그리고 그 관점으로 행한 '분석'만이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정치의 이벤트들은 대체로 단일 사건으로만 볼

 

수 없고 어떠한 맥락 상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글의 성격이 논증적이고, 또 길어질 수

 

에 없다. 번잡한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읽기도 어렵고, 출근 직후나 점심시간 직후의 어수선한 짬에 대놓고

 

읽기도 어렵다. 글의 내용 자체가 접근성이 낮다는 말이다. 게다가 임병도 외에도 몇몇 정치 블로거들이 이따금

 

성토하는 바에 따르면, 'BEST 게시물'로 선정되어야 더 많이 노출되어 접근성이 높아지는데, 이 선정의 기준이

 

모호하며, 정치시사 카테고리의 글들은 특히 더 홀대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근래 속속 제기되고 있는 '네이버

 

연관 검색어' 관련 의혹들을 참고해 보면, 단순히 음모론만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분명한 개연성이 존재하는

 

주장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월평균 50만'이다. 뚝심만 있으면, 컨텐츠는 언젠가 스스로 빛을

 

발한다.

 

 

 

 

이 책은 그 블로그인 아이엠피터(http://impeter.tistory.com/)에 연재되었던 게시물들을 소주제 별로 묶어 출간한

 

것이다. 블로그에는 하루이틀 상간으로 그날그날의 가장 큰 이슈들에 대한 분석 게시물들이 올라와 그 양이 이

 

미 적지 않은데, 중요한 인물로 묶은 것도 있고, 이벤트로 묶은 것도 있고, 흥미 위주로 묶은 것도 눈에 띈다. 총

 

6장이다.

 

 

 

1장 '문재인의 운명'에서는 정치평론가인 필자가 오래 전부터 대통령감으로 지목해 온 문재인에 대한 여덟 개의

 

게시물들을 묶었다. 일종의 인물론으로, 특정일의 특정 이벤트 등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인간 문재인과 대통령감

 

문재인을 평하였다.

 

 

 

2장 '독재정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박정희와 박근혜 그리고 전두환'도 역시 인물론이긴 한데, 각기

 

다른 의도로 쓰였던 게시물들을 출간을 목적으로 하나로 묶으려다 보니 제목이 길어진 것 같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삼인을 묶은 것에 일정한 유기성이 있긴 하다. 거칠게 나누어 보자면, 총 여덟 개의 게시물 중 하나는

 

박정희, 하나는 박정희와 박근혜, 두 개는 박근혜, 하나는 박근혜와 전두환, 두 개는 전두환에 관한 글이다.

 

박정희와 관련된 게시물은 그의 만주군 이력에 관한 것이고, 박정희와 박근혜에 관련된 것은 정수장학회에 관한

 

글이다. 박근혜에 관련된 것은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이력과 지지세력에 관한 것이고, 박근혜와 전두환에 관련된

 

것은 박이 전을 '오빠'라고 불렀던 사이이며 신군부 쿠데타 이후로 금전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내용이

 

다. 전두환에 관련된 것은 그가 거액의 추징금을 '29만원' 운운하며 회피하고 있는 와중 그의 가족들이 보여준

 

수상쩍은 재산 관계와, 법적 근거 없이 혈세를 들여 '국가내란범'이자 추징금을 회피하는 '범죄자'를 경호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글이다.

 

 

 

3장 '대한민국을 사유화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패밀리들'에서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초기 폭발적 원동

 

력이 되기도 하였던 '가카'와 그의 인맥, 인척들의 비리상을 다루었다. 청계재단, 자이드 국제환경상 상금, 지하

 

철 9호선 요금 인상, 인천공항 민영화, 내곡동 사저, 그리고 여사님의 '한식세계화추진단' 문제가 언급되었다.

 

 

 

4장 '세금이 아깝다 국민 모독 3종 세트'에서는 강용석 전 국회의원, 전여옥 전 국회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세 인물에 각각 두 꼭지가 할애되어 총 여섯 개의 게시물이 묶였다. 칼로 자르듯 나누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두

 

꼭지 중 하나는 그 인물의 언행이나 이력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이벤트에서 드러난 그 인물의 특성에

 

관한 것이다.

 

강용석과 관련해서는  '아나운서 성추문 언행' 사건과, 국회의원으로서의 그의 미미한 활동상에 대해 다룬 게시

 

물이 실렸다. 전여옥의 경우에는 지지의 대상이 자주 바뀌었던 그의 정치이력상과, 대표저서 '일본은 없다'가 긴

 

시간의 공방 끝에 결국 표절로 판명난 사건을 다루었다. 김문수에 대해서는 그의 '변절의 역사'와, '도지사 김문

 

숩니다'라는 유행어를 남겼던 남양주 소방서 통화 사건을 언급하였다.

 

 

 

5장 '서울을 망친 남자, 서울을 노린 여자, 서울을 시민에게 돌려준 남자'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국회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의 세 인물을 축으로 삼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과를 설명하였다. 시간 순서

 

를 따라 열한 개의 게시물이 묶였는데, 주요한 이벤트들을 중심으로 하여 현실의 역사를 재구해 낸 이 장이야말

 

로 이 책이 빛나는 순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1장부터 4장은 일종의 인물론으로, 해당 게시물들은 그 인물의 특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계기를 제공할

 

뿐 하나가 빠지거나 하나가 더 들어가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다시 아이엠피터

 

의 블로그를 찾아가 느긋하게 하나하나 찾아 읽어도 될, 굳이 책으로 묶을 필요는 크지 않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5장은 특정 이벤트와 관련하여 서로의 인과관계가 밀접하게 얽힌, 하나의 '역사'이다. 이 과정

 

을 한 권의 책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며 순서를 따라가기만 하면 배울 수 있는 것은 독자에게 허락된 큰 혜택이라

 

고, 나는 생각한다. 놈놈놈 2권은, 이런 챕터가 좀 더 늘었으면 한다. 혹은, '놈놈놈' 브랜드는 인물론으로 가고,

 

'건건건'과 같은 브랜드를 따로이 만들어 이러한 사건과 역사의 재구를 묶어도 좋겠다.

 

 

 

6장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현주소 닥치고 법 VS 닥치고 권력'에서는 법조계에 관한 게시물들이 실렸다. 이 정권

 

하에서 법조계 뉴스가 정치계 못지 않게 많이 등장했던 것도 한 원인일 수 있겠지만, 필자의 다른 블로그 게시물

 

들을 살펴 보면 우리 정치 개혁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로 사법 개혁을 꼽아온 것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그 관심

 

의 연장선상에서 정치에 관한 5개의 장과 함께 실린 것이 아닌가 한다. 신영철 대법관이나 김홍일 부산고검장,

 

이인규 전 중수부장 등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총평. 아이엠피터를 접한 적이 없거나, 접했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그의 글을 읽기가 어려웠거나 하는 분들

 

이라면 구매의 의미가 분명하다. 평소 그의 글을 꼼꼼히 읽어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 다시 책으로 읽을 필요가

 

없는 분들이라도 그와 같은 정치블로거가 더 많이, 그리고 오래 있어주길 바라고 있다면 또한, 구매의 의미는 분

 

명하다.

 

 

 

 

 

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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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도 오십만 명 중 한 명이다. 임병도 씨와 아이엠피터의 건승을 기원한다.

    2012.09.09 15: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