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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던 매터,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SIGONGART. 2013, 4.) 오늘의 독후감은 좀 속 편하게 쓰려고 한다. '스압'을 감당하고라도 아름다운 사진들을 감상할 각오가 되신 분이 라면, 내가 주절주절 써 놓은 말일랑 큰 신경 쓰지 마시고 느긋하게 스크롤해 보시라. 너스레 떨지 말고 직구로 던지자. 책날개의 소개에 의하면, 저자는 '야구선수로 활동하던 시기에 우연히 관람했 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을 계기로 인물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한다. 여러 종류의 인물 사진을 찍다 가 무용수들의 공연 사진 촬영을 맡게 된 저자는, 무용수들의 몸이 참으로 아름다운 피사체라는 인상을 받고 일 상적인 장면에 그들의 동작과 움직임이 녹아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앞서의 공연 사진 촬영 중 알게 되어 섭외한 무용수들, 혹은 SNS를 통해 즉석에서 모집하기도 .. 더보기
1일차 오후. 숙소에 짐 풀고 가이드를 만나 나머지 일정에 관해 미팅을 가진 것 만으로도 이미 반쯤 탈진. 차도남 놀이하며 깝죽거리던 기세는 간 데 없고 억지로 웃으려 해도 웃을 수 없는 표정만이 남았다. 첫 식사라 기세좋게 들어가 본 캄보디아 전통 식당. 사진의 요리는 제육볶음 비슷한 전통 요리라 하는데, 특유 의 고수 향이 무척 심했다. 고수를 현지 말로 '찌'라고 하는데, 오죽하면 가이드 북에 어지간하면 주문할 때 '노 (No) 찌'라고 말할 것을 권유할 정도. 향이라면 뒤지지 않는 인도 음식들을 한 달이 넘도록 잘만 먹었던 이력이 있는 터라 속 편하게 있었는데,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익숙해지기가 무척 어려웠다. 다행히도 우리와 마찬가 지로 메인 디쉬를 밥과 함께 먹는 문화라 어찌저찌 다 먹긴 먹었다. 밥 먹.. 더보기
2일차 오전. 따 쁘롬 자유 여행이지만 역사와 신화가 얽힌 유적지들이 많아, 4박 5일 가운데 하루는 가이드를 신청했다. 그와 함께 찾은 첫 번째 유적지는 인기 코스 가운데 하나인 따 쁘롬. 들어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다. 이 유적을 만든 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장수왕 쯤이라고 할 수 있는 자야바르만 7 세. 앙코르 유적군을 공부하고 둘러보면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왕의 이름은 딱 둘인데, 그 중 하나가 강력한 군사 력으로 앙코르 제국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우리 나라로 치자면 광개토대왕과 그 이미지가 흡사한 수리야바르만 2세이고 다른 하나가 그를 바탕으로 한층 더 융성한 통치를 자랑했던 그의 다음다음 대 왕, 자야바르만 7세이 다. 다음다음 대라고는 하나 모계사회인 크메르 왕조의 특성상 손자는 아니다. 이 유적은 자야바르만 7세가.. 더보기
2일차 오전. 바푸온 - 바욘 유적을 수호하는 듯한 사자상. 머리는 런던의 박물관에 있는지 일본의 고급 중국집에 있는지. 따 쁘롬에 이어 찾은 곳은 앙코르 톰. 앙코르 와트보다 몇십 년 뒤에 완공된 것으로, 중앙사원인 바욘 사원을 가 운데에 놓고 각종 시설과 거주 지역을 구획한, 도시 개념의 유적지이다. 이 지역에는 본디 이전부터 여러 왕들 이 개별 사원을 띄엄띄엄 지어 놓았었는데, 앞서 언급했던 자야바르만 7세가 크게 성곽을 두르고 하나의 도시 로 포괄한 것이다. 크기는 3,3km x 3.3km. '앙코르'는 도시, '톰'은 크다라는 뜻이다. 큰 도시 앙코르 톰. 장난기 넘치는 석공이 조금 높이 항문을 조각해 놓은 것 같지만, 오며가며 다른 사자 상들을 살펴보니 저 구멍 에서 시작해 등을 타고 올라가는 꼬리 모양의 조각이 통째로 빠.. 더보기
2일차 오후. 앙코르 와트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는 길의 뱀신 나가. 앙코르 와트 뿐 아니라 다른 사원들에서도 맹활약한다. 입구에서부터 사원으로 뻗어있는 길의 양쪽에 놓여 그 몸통이 난간 역할을 한다. 특히 이 지역의 사원들은 해자나 연못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용적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앙코르 와트로 들어가는 이 나가의 몸통은 현재 군데군데 끊어져 있는데, 꽤나 많은 사람이 빠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나가의 머리는 일곱 개. 앙코르 와트 유적군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나가의 머리는 한 개, 세 개, 다섯 개, 일곱 개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고 한다. 홀수인 이유는 우선 조형적인 미를 추구하기 위함이겠지만 따로이 종교 적 의미도 있을 것이라 여겨져 가이드에게 물어보았으나 답을 구할 수 .. 더보기
2일차 오후. 프놈 바껭 프놈 바껭은 서력 900년 언저리에 세워진, 앙코르 지역 최초의 산상 사원이다. 바껭 산에 있어 이름이 프놈 바 껭인 모양. 바껭 산은 67m의 낮은 산이라 별다른 각오 없이도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코스도 본래의 직선 코 스 쪽은 금줄로 폐쇄하고 산책길처럼 산을 칭칭 도는 길로 걷게 되어 있었다. 산 속에는 스펑과 같은 괴이한 나 무는 없고 수종이 우리 나라와 비슷한 것들이 많았고 오가는 이들의 9할 이상이 선캡을 쓴 우리나라의 여행객들 이었기 때문에 캄보디아인지 서울의 뒷산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체험을 했다. 위의 사진은 산 정상의 신전 입구 를 지키고 선 난디. 난디는 시바 신이 타고 다니는 숫소이다. 난디가 있는 것으로 보아 힌두교의 사원임을 짐작 할 수 있다. 사원에 있는 동자승들. 사진으로.. 더보기
3일차 오전, 반띠아이 쓰레이. 3일차 오전의 아침. 엄청나게 대범한 캄보디아의 신호등이 출발길을 알린다. 문제는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들의 신호도 위와 같다는 것. 좌든 우든 직진이든 가보고 싶은 데로 가봐라, 라는, 법어(法語)같은 시그널. 오늘의 탈것은 '뚝뚝'. 오토바이에 일종의 마차를 연결해 놓은 것으로, 구성 자체는 인도의 오토 릭샤와 다를 것 이 없지만 관광용으로 특화되어서인지 차체의 디자인이나 색깔 등이 훨씬 예쁘다. 젊은 운전사들은 차체에 트랜 스포머나 배트맨 등 인기 헐리웃 영화의 로고, 포스터 등을 도장하기도 하였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1달러를 주고 잠깐 타고 내리기도 하지만, 유적지를 돌아다닐 때에는 하루를 통째로 탄 뒤 10-20불 정도를 후불하는 식. 유적지들이 대부분 근처에 모여있기 때문에 운전사도 손해볼.. 더보기
3일차 오후, 쁘레아 칸 운전사 헹 아저씨의 믿음직한 등판.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오전과는 윗옷이 틀려졌다. 작은 아이스 박스에 물을 시원하게 보관했다가 틈 날 때마다 건네고,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낮잠을 자거나 다른 이들 과 환담을 나누다가도 멀리서 내가 보이면 금세 뚝뚝으로 뛰어가 시동을 걸던 좋은 아저씨. 고마워서 따로 홍보 를 해 드리고 싶지만 이미 인터넷 상에서 유명한 아저씨라고 한다. 혹 이 글을 읽고 캄보디아에 가서 헹 아저씨 를 만나게 되는 이가 있다면 하루종일 뚝뚝만 타고 다니지 말고 틈을 내어 헹 아저씨를 웃겨보기 바란다. 아이스 박스에 넣어두었던 물보다 청량한 헹 아저씨의 히히히 웃음. 오후에 찾은 첫 행선지는 쁘레아 칸. 자야바르만 7세가 즉위한 뒤 어머니를 위해 지은 것이 앞서 소개한.. 더보기
3일차 저녁, 쁘레 럽 4일차인 마지막 날에는 편안히 쉬며 씨엠 리업 시내를 활보하다 밤비행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공 식적으로는 마지막 방문 유적이 된 쁘레 럽. 공부하면서도 이 사원에 대해서는 각별히 특이한 설명을 찾아보기 가 어려웠지만, 붉은색의 사암이 일몰 때 멋지다는 평 때문에 길었던 하루의 끝에 들러보았다. 역시나 굉장한 각도와 높이. 도대체 왜 이런담. 세월 때문이 아니라 고의로 훼손된 것처럼 보이는 신상. 어딘가 섬뜩하기도 하고 처연하기도 한 그 모습이 심지 어 거대하기까지 하여, 기묘한 심상을 자아냈다. 다리가 이상하게 긴 것도 신기하다. 중앙 성소를 둘러싸고 있는 사자상. 맨 윗줄에 두 개, 아랫 줄에 두 개씩 서 있어야 하는데 윗 줄의 하나가 사라 졌길래 직접 재현해 보았다. 경건한 마음으로 최.. 더보기
4일차 오전-오후, 씨엠 리업 소의 깐 불알처럼 생긴 이것은 아보카도의 씨앗. 양 손에 진득진득 묻혀가며 힘들게 깠다. 깐 아보카도를 다시 잘게 썰고, 한국인이 주인인 마트에서 산 김과 함께 먹어보았다. 결과는 꽝. 이로부터 내 마음 속의 문화어 사전에는 '무척 기대했으나 형편없는 결과가 나온 경우를 이르는 말'로 '캄보디안 아보카도'라는 새 단어가 추가되었다. 또 다시 찾은 레드 피아노. 가게 안이 넓어서 무척 시원하고 가짓수 많은 메뉴가 시키는 것마다 맛이 있어서 마 지막 날까지 거듭하여 방문하였다. 콜라에도 라임을 넣어주는 마음씀. 맛은 안 넣으니만 못하다. 이번에 일기에 올린 사진들은 카메라로 찍은 것과 아이폰 4S로 찍은 것이 섞여 있다. 그 차이를 알 수 없거나, 혹은 아이폰으로 찍은 것이 더 잘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더보기
4일차 저녁, 아이스 목욕탕, 출국. 여행의 마지막에 들른, 무려 '아이스 목욕탕'! 경기도 외곽 쪽에 있는, 3층에서 4층 정도 되는 큰 찜질방을, 과장 한 마디 안 보태고 고대로 들어다가 캄보디아 한복판에 뚝 떨어놓은 듯한 기묘한 풍경. 사장님도, 매점 주인도, 식당 아줌마도, 심지어 이용객도 모두 한국인. 상하 2열로 쭉 늘어선 옷 보관함도, 냉탕에서 첨벙거리는 꼬마아 이도 분명히 한국 어딘가의 풍경이라 몹시 이상하였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장이 한국인이 니 한국 여행사들도 믿고 손님들을 넣어둘 수 있어 좋고, 한국 여행객들은 대부분 자정 무렵에 출국하는 비행기 편을 기다릴 때까지 캄보디아의 습기를 씻어낼 수 있어 좋고. 밖에서 이 목욕탕을 찍지는 못했는데, 이번 여행 중 자세한 사진을 못 찍은 것이 가장 아쉬운 1.. 더보기
여권사진 무료촬영 흥미로운 뉴스를 보았다. 다음은 기사 중 일부이다. 행정안전부와 외교통상부는 지난 3일 여권용 사진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사진이 법정 요건에 맞지 않을 경우, 여권 신청을 받는 시 ·도, 시·군·구 민원실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무료로 촬영해 주는 '여권 사진 얼굴 영상 실시간 취득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정 부는 우선 올해 말부터 외교통상부와 1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실시한 다음, 내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쉽게 말해 여권에 들어가는 사진을 나라에서 공짜로 찍어주겠다는 정책이다. 기사에 따르면 민원실 내에 촬영 기기와 장소를 마련하는데 약 70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전국 단위의 정책 치고는 크지 않은 규모의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고, 유사한 성격의 공적 문서인.. 더보기
사이좋게 서부처럼 황막한 때가 와도 오래오래.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가을 교정 교정을 산책하며 찍은 순서대로 사진을 올린다. 지난 주에 찍은 것으로, 그 사이 비가 왔다지만 아직은 크게 달 라진 것은 없는 듯 하니 마음이 동하시는 분은 이번 주말에라도 연대를 거닐어 보시라. 보정 한 번 거치지 않은, 날 사진이다. 얼마 전 공사를 마친 중앙도서관 앞의 은행나무. 대강당 앞 쪽의 풀더미. 파닭이 생각나서 찍어보았다. 애초에 의도하고 심은 것일까? 노랑 초록 빨강이 신호등처럼 순서대로 섰다. 총장님. 용재관 좀 내버려 둬요. 용재관 2층에 앉아서 늦봄에 꽃잎 날리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꼽는 연세 10경이 란 말이예요. 소나무를 듣는 곳이라는 뜻의 청송대(聽松臺). 주말에 찾으면 사물놀이 연습팀이나 도를 전파하는 자매들이 범 람하는 곳인데 이 날은 인적이 없었다. 마치 UFO가 납치를 하.. 더보기
. 사람이 터 잡고 이름을 붙였을 뿐 그곳의 하늘에도 가을은 흐른다. 시월 초 강남역. 더보기
110920, <가을이 도둑질에 노가 난 도둑처럼> 하루이틀만에 홀딱 가을이 됐다. 그린 건 잠자리지만 잠자리도 오늘은 추워서 일찍 쉬었을 것 같은 날씨. 여름 내 살을 맞대고 있던 대나무자리를 걷어내고 홑이불을 겹이불로 바꾸었다. 지금의 방으로 이사온 뒤 두 번째의 가을이다. 지난 가을에는 이사를 하고도 한참동안 아침마다 창문을 활짝 열고 팬티바람으로 청소를 하곤 했는 데 올 해엔 시작하자마자 늦가을 모양새이니 봄만큼이나 가을도 짧을 모양이다. 산책하다가 구름 새로 잠깐 노 을이 들길래 학교 방향으로 사진을 찍었다. 작은 액정 화면으로 볼 때엔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해 색감이 훨씬 처 졌었는데 큰 화면으로 보니 그래도 몇 군데 가을빛이 있어 파적 삼아 함께 올린다. 더보기
송도유원지 지난 7월, 서울 강남역에서 인천 연수동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처음 타 봤다. 버스는 원래 있던 노선을 따라 인천을 구 비구비 돌았을 뿐이지만, 졸업한 고등학교를 지나고 당구를 치러 드나들던 인하대를 지나고 면허 실기시험을 보던 옥 련동을 지나는 그 길이 내게는 마치 추억 투어 기획상품과도 같았다. 차창에 달라붙어 정신없이 구경하는데, 버스는 목적지인 연수동에 닿기 전 마지막으로 크게 돌아 송도유원지를 끼고 달렸다. 부동산 광풍이 불기 전 인천 사람들이 '송도'라고 말하면 대개 송도유원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윗 세대부터 우리 세 대까지 송도는 꾸준히 중고등학교 시절의 소풍지였고 사랑을 고백하는 데이트 장소였고 아이가 걷게 되면 처음으로 데리고 가는 가족 야유회지였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 일기장에.. 더보기
방통위와 여성부에 문의 드립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비누를 덜 닦았는지 손에서 수건이 미끄러져 우연히 위와 같은 형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저 는 단순히 홈페이지에 큰 트롬 곰을 가지고 있음을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는데, 혹 음란물에 해당하거나 성경적 가치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시간이 되시면 위 사진을 판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 엎드려서 사진을 찍다 보니 의도치 않게 특정 부위가 더욱 강조된 위 사진의 경우, 음란성의 수위가 더 높아지는지 혹은 성경적 가치에 한층 위배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더보기
8월 22일 홍대 벼룩시장, 한강 플로팅 스테이지 우쿨렐레 콘서트 서늘한 바람에서 추석의 느낌이 났던 어제보다는 더웠지만 그래도 불볕더위는 확실히 넘긴 일요일을 틈타 홍대 앞과 한강을 쏘다녔다. 홍대 앞 놀이터의 벼룩 시장에서, 부채에 선택한 문구의 캘러그래피를 써 주거나 미리 만들어 놓은 엽서를 파는 분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름을 물어 보고는 즉석에서 작은 명함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확대해서 올려 놓으니 큰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이다. 내 이름을 써 준 것이 기분 좋기도 하고 공짜로 뭔가를 받고 보니 뭐라 도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래의 엽서를 구입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다시 꺼내어 보니 결국은 작은 종이에 글 자 두 개 쓴 것에 불과했다. 사람 좋은 얼굴로 첨단 마케팅 전략을 발휘하였구나, 깨닫고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른 사.. 더보기
아마도 올 해의 마지막 납량 팔월의 중순을 막 넘긴 지금, 아직도 뙤약볕에 돌아다니다가는 지치기 딱 좋긴 하지만 그래도 볕의 끝맛은 무자비한 한여름이 아니라 고추 말리는 향 나는 초가을이다. 납량의 납納은 들이다, 는 뜻이고 량凉은 서늘하다, 라는 뜻이다. 합치면 '서늘함을 들이다'는 말로, 우리말이 있을까 해서 찾아보니 '서늘맞이'라는 예쁜 말이 있었다. 사전에 기재된 표준어이니 자주 써도 좋겠다. 위의 사진은 언젠가 써먹어야지 하고 받아두었던 KBS '전설의 고향' 포스터. 요새같은 날씨의 추세라면 올 여름에도 못 써먹고 넘어갈까 싶어 마침 딱히 쓸 것이 없는 날에 올린다. 얼핏 보면 별 거 없지만 처녀귀신의 눈과 표정을 찬찬 히 뜯어보다 보면 서늘함이 스물스물 들어온다. 역시 구관이 명관. 옛 시리즈 가운데 '내 다리 내놔' .. 더보기
크림치즈 베이글 한참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던 때, 연습을 구경하러 오는 OB들이 주로 손에 들고 있던 것은 던킨 도너츠의 12개 들이 한 상자였다. 요새는 한 상자가 모두 같은 맛인 크리스피 도넛이 생겨서 서로 싸울 일이 없지마는, 던킨 도너츠의 상자 는 대개 형형색색의 다른 맛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상자를 여는 순간에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상대적으로 인기 가 떨어지는 도너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맛있는 음식에 먼저 달려든다거나 마지막 남은 한 점을 냉큼 먹는다거나 하는 것과 같이 식탐을 보이는 일에 몹시 수줍어 하는 편이다. 십여 년 전에는 그런 성향이 한층 더했던 탓에 영 맛을 볼 수 없는 몇 종의 도너츠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크림치즈 베이글은 부스러기조차 구경할 수 없는 일이 다반.. 더보기
심야의 탐험 이것의 정체는 마지막에. 색감이 좋아서 순서를 거슬러 일단 올린다. 오랜만에 가회 갤러리에 갔다. 가는 길인 북촌에 차 한 대 안 다니길래 대충 예상은 했지만 아예 텅텅 비어있을 줄은 몰랐다. 점원 분들도 내 음료를 서빙해 준 뒤로는 야외석에 나가 자기들끼리 한가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어 결국 내가 가게를 본 꼴이 됐다. 오늘 가회 갤러리의 전시물은 모형 기차와 돌 하우스(Doll House).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가회 갤러리는 사장님과 점원들이 엄청나게 친절해서 딱히 그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 명이 가서 고작 차 한 잔씩 시켰을 뿐인데 구경하는 우리를 따라 다니며 설명해 주랴, 돋보기 가져다 주랴, 가격 알려주랴 바쁘면서도 우 리보다 훨씬 즐거워 보였다. 아무.. 더보기
화석 늦은 귀가 중에, 작은 동산 하나 정도가 날아간 집 앞 공사판에서 트리케라톱스의 화석같은 중장비를 보았다. 한편으 로 흉물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쓸쓸해 보이는, 기묘한 느낌의 피사체라 땀으로 끈적해진 몸을 움직여 찍어 보았다. 더보기
나무 사이 뱀 한 마리 지나간다 절로 시구같은 말 한 마디 뽑게 만드는 사진 한 장. 내가 찍었더라면 좋았을 걸. 부럽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