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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72017.10.21 15:57

 

 

 

 

 

 

오랜만에 쓰는 일기이다.

 

팟캐스트 <방과후 수업>은 구성원의 변화로 인해 정리를 했다. 손꼽게 즐거운 시간이었던 만큼, 예전만큼 즐겁지 않은데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은 자신에게나 결과물로서나 좋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지금도 이따금 술을 많이 마신 날에는 이전에 올렸던 에피소드들을 자기 전에 한 차례씩 듣는다. 어떤 것은 무척 재미있어서 듣다가 몇 시간이 지나는 수도 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첫 고양이 흰둥이를 들인 뒤, 몇 달의 격차를 두고 샴 고양이 한 마리와 러시안블루 고양이 한 마리를 차례로 데려왔다.

 

집 안을 가득 채운 철제 캐비닛에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가둬 놓고 키우는 곳에서 비실거리는 모습이 눈이 밟혀 데려온 러시안블루 고양이는, 데려온 지 열흘이 조금 넘었을 때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이 이른바 '범백'이라고 줄여 부르는,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으로 죽었다.

 

일본신화에는 일왕을 포함하여 인간의 직계 조상으로 여겨지는 호노니니기라는 신이 있다. 이 신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만났던 두 여인이 나무와 꽃이라는 이름의 고노하나(木花)와 바위라는 이름의 이와(巖)였다. 호노니니기는 못생긴 이와가 아니라 예쁜 고노하나와 혼인을 하여 인간을 낳게 되는데, 영생의 바위가 아니라 필멸의 꽃과 나무를 택했기 때문에 인간이 신의 후예이면서도 결국은 죽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신화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데려올 때부터 작고 병약했던 고양이에게 이와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인데 몇 차례 불러볼 기회도 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분양자는 몇 차례의 연락이 오가던 도중 전화번호를 바꾸고 사라져 버렸다.

 

한 달 뒤 나는 새 러시안블루 고양이를 들였다. 먼저 들인 샴 고양이가 쥐처럼 생겼기 때문에 쥐순이라고 불렀던 것을 따라 회색곰과 같은 털색을 갖고 있어 곰순이라고 불렀다. 이번에는 애교가 많으니 사람을 따르느니 하는 것을 보지 않고 그저 건강한 것만을 따졌기 때문에 곰순이는 같이 산 지 반 년 여가 넘은 지금도 튼튼하다.

 

구월 말, 나는 첫 전세집의 계약이 끝나 광진구 중곡동에서 중랑구 상봉동으로 이사를 했다. 광진구 내의 중곡동과 건대입구에서만 일을 해도 되었던 때가 지나고 노원구 하계동까지 출근의 범위가 넓어져 그 중간쯤 되는 곳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그간 번 돈으로 새 책장과 큰 책상을 넣을 수 있는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새로 이사 온 동네는 이전 동네만큼 골목이 많지 않아 정겹지는 않지만 지하철역이나 백화점 등의 편의시설이 이어져 있어 편리하기는 하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서울의 동쪽으로 이사 오면서 정을 붙인 중랑천이 여기에도 흐르고 있어 마음이 좋다. 함께 국토종주를 다녀왔던 전기 자전거는 배터리의 양이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현역이다. 중곡동에 살 때와 똑같이 전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함박눈이 내려 길이 미끄럽거나 하지 않으면 좀 춥더라도 겨울에도 쭉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생각이다. 다행히도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 내년인 2018년부터는 자전거 도로에서의 통행도 합법이라 한다.

 

이사를 오면서 첫 고양이였던 흰둥이를 원래의 임시 보호자에게 돌려주었다. 주인이 함께 살고 있는 빌라 형태의 새 집은 전세계약서에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다고 기재가 되어 있는데, 수컷인 흰둥이는 덩치도 크고 울음소리도 컸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이가 좋았다면 어떻게든 들였을 것이지만 흰둥이는 일 년여가 지나도록 나를 보면 피하거나 겁을 먹곤 하였고 나도 그 모습이 탐탁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따금 내 집을 방문하는 다른 손님들에게는 비교적 살갑게 구는 것을 보면서, 다른 집에 가 편하게 사는 것이 저나 나나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 자란 고양이의 분양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흰둥이는 사람들이 돈 주고 데려가는 품종이라, 길에서 볼 수 있는 코리안 숏헤어보다는 훨씬 빨리 좋은 사람 만나리라 생각했다. 곧 분양을 갔다고 들었으나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이사하고 한 달쯤 지난 뒤, 새끼 때에 데려왔지만 어느새 여덟 달의 나이가 된 러시안 블루 곰순이의 중성화를 결정했다. 평소에도 튼튼했던 곰순이는 수술이 끝난 뒤에도 곧 마취가 풀리고 잘 돌아다녀서 마음을 놓았다. 곰순이보다 넉 달 나이가 많은 샴 고양이 쥐순이를 먼저 중성화하지 않은 이유는, 언젠가 출산과 육아를 시켜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 여름이 지나면서부터 갑자기 살이 빠지기 시작해 진료부터 일단 받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중성화 수술을 한 병원에서는 이렇게 마른 것은 더 큰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하셔야 한다고 유명한 동물병원 몇 군데를 소개해주었다.

 

추천받아 찾은 병원에서 쥐순이는 건식 복막염으로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몇 달 전 이와가 걸렸던 범백과 함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 중의 하나이다. 이 병은 고양이 치료에 관한 서적에도 치사율이 100퍼센트로 소개되어 있다. 다만, 복막염에는 복수가 차오르는 습식 복막염과 그렇지 않은 건식 복막염이 있는데, 건식 복막염의 경우에는 치료를 잘 하면 몇 년 정도는 사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고 했다.

 

고양이를 상대로 한 의료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무슨 병인지 확진을 받기도 어렵고, 받았다 하더라도 마땅한 처방이 없다. 범백이나 복막염 같은 치명적인 병조차 수액을 맞추고 강제로 고단백질의 사료를 먹여 스스로 극복하기를 기다릴 뿐이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춘 뒤 집으로 데리고 돌아오면서, 시간과 돈이 들고 일상이 피곤해지더라도 오랫동안 버텨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유명한 병원이라 예약이 밀려 있었던 탓에, 평소와 달리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여야 했던 나는 쥐순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나도 한숨 잤다. 사람을 좋아하는 쥐순이는 잘 때에도 내가 자는 이불에 들어와 자는 것을 새끼 때부터 좋아했다.

 

몇 시간가량 자고 일어나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샴 고양이는 본래 크기가 작은 품종이고, 암컷인데다가 근래에 무척 말라버린 쥐순이는 더더욱 작다. 게다가 웅크리고 자기 때문에 이불의 어디에서 자고 있든 나와 닿는 지점은 기껏해야 손바닥 하나 정도의 크기이다. 그런데 양쪽 허벅지에 모두 무언가와 닿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벌떡 일어나 이불을 젖혀 보니 쥐순이가 옆으로 죽 늘어져 있었다. 머리와 엉덩이가 각기 내 양쪽의 허벅지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에는 마음이 편안할 때 곧잘 그러고 잠에 들어 나를 웃긴 적이 있었기 때문에 혹 수액을 맞고 상태가 좋아진 것일까 생각하며 이불을 더 젖히자 똥과 오줌을 싼 흔적이 있었다. 깔끔을 떠는 쥐순이는 그런 실수를 한 적이 거의 없다.

 

불안한 마음에 쥐순이를 들어서 세워보자 쥐순이는 젖은 휴지를 세워놓을 때처럼 스르르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다급히 병원에 전화를 거는 도중에 쥐순이는 움찔움찔 하더니 누운 채로 똥을 쌌다.

 

내 마음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던 것 같다. 나는 범백으로 죽은 새끼 고양이 때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병원은 바빴는지 통화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통화 버튼을 한 번씩 누르면서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 남은 시간이 고작 몇 시간 안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까지 활발했던 쥐순이이고 그 사이에 한 일이라고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수액을 맞은 것뿐이지만,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황망해하거나 분노하기보다는 남은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병원에 다녀온 뒤 쥐순이는 추웠는지 콧물이 나 있었다. 그 추운 길을 다시 가서 또 그 유리 상자 안에 가둬두고 수액을 맞추고 싶지는 않았다. 눈 앞에 손가락을 흔들어 보니 반응이 있지 않았다. 나는 이불을 덮고, 이따금 틀어주면 편안해 하는 것 같았던 하프 음악을 틀어 주었다.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몸을 쓰다듬으면서 이런저런 말을 걸어보았는데 눈물이 나서 여의치는 않았다. 중간에 잠깐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아서 혹시나 하고 설탕물을 먹여 보았지만 쥐순이는 삼키지 못했다.

 

두어 시간 정도 쓰다듬으면서 맥박이 차츰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간 몸을 돌려 가방 정리를 하다가 문득 쳐다보자, 방의 불을 켜 놓았기 때문에 가로로 길쭉해져 있던 쥐순이의 눈이 처음 데려오던 새끼 때처럼 크고 새까매져 있었다. 천천히 다시 몸에 손을 대어보니 맥박이 멎어 있었다.

 

나는 다이소에 가서 호미와 삽을 샀다. 철제로 된 큰 삽은 없었다. 친구의 차를 얻어타고 남양주로 갔다. 남양주의 한강변에는 큰 식당이 많은데, 일전에 갔던 닭백숙 집에서 그 앞으로 큰 갈대밭과 자전거길, 그리고 남한강이 넓게 펼쳐져 있던 풍광을 보고 좋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살 생애 내내 서울 촌년이었던 쥐순이게는 굉장한 광경일 것이다. 인적이 드물고 또 큰 나무가 있어 기억하기 좋은 곳을 골라 땅을 파고 쥐순이를 묻었다. 구멍이 평평하지 않고 오목하게 패여서 쥐순이를 누이자 웅크린 것 같은 자세가 되었는데 그것이 평소에 편해 하던 자세라 다시 눈물이 났다. 엉엉 울면서 흙을 덮고, 땅을 다져 밟았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쥐순이를 덮었던 이불과, 쥐순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는 동안 입었던 옷을 모두 빨았다. 쥐순이가 쓰던 화장실의 모래도 모두 버리고 화장실은 왁스로 소독을 했다. 어제의 일이다.

 

자고 일어나서 중성화 수술을 한 곰순이가 먹어야 할 약을 먹이고, 쥐순이의 보양을 위해 쿠팡에서 새로 시켰던 특식이 그새 배달 와 있길래 곰순이에게 먹였다. 수술하고 나서 식욕이 줄은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그나마 입을 좀 대어서 마음을 놓았다.

 

한 친구가, 사람이 죽으면 먼저 죽은 가장 사랑했던 동물이 마중을 나온다는 카툰 컷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지나치게 감상적이라고 여겨 나는 그리 마음에 두지 않았었는데, 그것이 단지 내 경험이 부족해서였을 뿐임을 알게 됐다.

 

어제는 황망하여 챙길 정신이 없었다. 봄이 오면 좋아했던 간식과 장난감을 가지고 다시 찾아가겠다. 내 손으로 처음 데려왔고 가장 예뻐했던 고양이라 사진이 많지마는 오늘은 그간 찍었던 것 중에 가장 쥐순이다운 사진을 올려둔다. 사랑스럽고 당당한 고양이였다. 또 보자.

 

오랫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특별히 쓸 것이 없기도 했고 다시 쓰려니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 사이 잊기도 했었는데, 친구 같고 새끼 같았던 쥐순이와 헤어진 다음날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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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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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종우

    자전거 국토종주로 처음 블로그를 찾아, 글들이 맘에 들어 방과후수업 팟캐스트도 찾아 듣곤 했습니다.
    오랫동안 업댓이 안되어 접으셨나 했더니, 간만에 가슴 아린 글을 올리셨네요.
    대호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테니 가는 길이 춥지는 않았을 겁니다.
    뒤늦게나마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2018.01.22 1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일기장/20172017.01.29 01:26

그러나 흰둥이는 겁보였다. 선생님이 처음 발견하고 구조를 할 때에도 도망갈 수 없는 구석에 몰린 뒤로는 발톱이 다 닳고 사이에 피가 맺히도록 바닥이나 벽을 긁어대었다 한다. 새로운 장소에 가면 며칠이고 구석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고양이의 일반적인 습성이라 하지만 흰둥이는 함께 지낸 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내가 밖에 나갔다가 새 냄새를 묻히고 돌아오면 어두운 구석에 숨어 한참이나 눈치를 본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나면 아니나 다를까 구석에 가서 숨어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숨어서 자고 있고,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가는 것은 내가 없을 때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두근두근 기대하던 쟈미난 생활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이전까지 내가 혼자 살던 삶과 별로 달라지던 것도 없어서 나는 그럭저럭 지냈다. 이따금 간식을 던져주면 배를 뒤집으며 벌러덩벌러덩 하는 것은 웃으면서 보았다.

 

택배 상자로 만들어 준 임시 집에서 흰둥이는 잘 잤다. 다만 뭘 하고 있나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크게 뜨고 콧김을 퓽퓽 내쉬는 탓에, 나쁜 짓 하는 것 같아 근처에도 안 가게 된 것은 좀 서운했다. 이래서야 혼자 사는 것과 다른 것이 무언가.

 

일주일 가량이 지났을까, 손에 간식을 쥐고 있으면 다가와서 얼른 하나 먹고 다시 도망갈 정도는 친해졌을 때, 나는 박스 안으로 손을 넣어 흰둥이를 쓰다듬어 보았다. 영화나 만화에서 보았던 어설픈 지식대로 귀 사이의 머리통을 긁어 주고 목덜미와 턱을 만져 주었더니 의외로 순순히 옆으로 누워 그르렁 그르렁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친해진 표시일까, 하는 생각도 좀 기쁘고, 내 집에 와서 안정을 찾은 모양이다, 하는 생각도 기뻐서 나는 여기저기를 긁어 주었다.

 

그러다가, 벌렁 누워서 배를 보이고 있으니 배를 만져달라는 것일까 하고 배도 한참 만졌는데 흰둥이는 갑자기 얼굴을 귀신처럼 일그러 뜨리면서 캬악, 캬악, 하고 수 차례나 위협하는 소리를 냈다. 친해졌다는 생각이 배신당한 것 같기도 하고, 박스 깊숙이 들어가 있는 손이 걱정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큼직한 고양이가 눈 앞에서 그렇게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하는 것을 처음 본 탓에 놀라기도 해서, 나는 그 감정을 뭉뚱그려 화가 났다. 먹이 주고 똥 치워주고 쓰다듬어 줬는데 이게 주인한테, 하고. 화가 난 나는 박스를 후려쳤고 흰둥이는 정신 없이 집 안의 구석을 찾아 도망다녔다. 이때까지 나는 고양이가 무시하거나 위협을 할 때 말고도 무서울 때에 캬악 소리를 낸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지금도 이 일을 생각하면 미안한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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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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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72017.01.29 00:37

반 년 전에 썼던 일기와 같이, 중곡동에 은거하는 일상에 큰 변화도 없거니와 영글은 생각들은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대본으로 말로 충분히 풀어내고 있어서, 일기에 딱히 쓸 것이 없다. 작년인 2016년의 여름에 한 번, 최근인 2017년 1월에 한 번 해서 두 번이나 교토에 다녀온 것은 개별의 일기로 쓸 것이 아니라 잘 갈무리해 하나의 컨텐츠로 묶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와중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고양이를 키우게 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넘의 집 전세 얹혀 살고 있는 처지에 활동력 좋고 밤낮으로 짖는 개는 어차피 키울 수가 없었다. 그러한 현실적인 이유 말고도 고시원 쪽방 생활을 할 때부터 개보다는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싶다는 개인적인 취향을 가져오던 차였다.

 

변곡점을 만난 것은 팟캐스트의 음악 감독을 맡고 있는 '오래된 기타' 선생님의 작업실에서였다. 집 근처이기도 하고 음악가의 작업실이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또 출강하는 고등학교의 바로 앞에 있어 동선이 좋기도 하여 기왕에도 자주 들락날락하던 곳이었다.

 

이전에도 선생님의 작업실에는 고양이나 개가 한 마리씩 있는 경우가 있었다. 선생님의 여자친구가 고양이 구조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분이고 선생님도 그에 영향을 받아 동네에서 발생하는 고양이 구조에 열심히 참가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조한 고양이를 작업실에서 1-2주일 간 임시 보호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다만 이전에는 막 구조된 고양이들답게 철창 안에 갇혀서도 무척이나 날카로왔고, 또 대부분 눈에 익은 코리안 숏헤어 종이라, 막연히 품어오던 고양이 양육의 계획에는 별다른 영감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그 날은 작업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바닥을 자유롭게 돌아댕기고 있던 붕실붕실한 털뭉치 두 마리가 내 발치로 다가와 빙빙 휘감고 돌았다. 만화에서나 보던 광경으로, 나는 처음 보는 고양이가 나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식으로 친밀감과 호기심을 표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들어올려 품에 안아보니 손바닥 하나 반 만한 새끼 고양이가 내 가슴에 착 안겨 고롱고롱하였다. 꼬리털뭉치가 제 몸만한 노르웨이숲 고양이였다.

 

사연은 기구했다. 세가 들어오지 않는 빈 집에, 거기에 살지 않는 주인이 어미와 새끼 세 마리를 방치해 놓고는 문을 잠가 버렸다는 것이다. 창문 사이로 들려오는 낑낑 소리에 동네의 '캣맘'들이 가서야 상황을 알고는 먹이를 좀 준 모양이다. 캣맘들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동네에서 구조로 이름난 오래된 기타 선생님을 불렀고, 선생님은 주인과 협상하여 새끼 두 마리 남매를 데려왔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치료와 임시 보호를 하다가 새 주인을 찾아주곤 하던 선생님은, 마침내 스스로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또 두 고양이가 워낙 예쁘기도 해서 그대로 입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키운지 몇 달이 지나 내가 키우는 내 고양이에 정이 든 지금에도, 직접 본 고양이 중 가장 예쁜 고양이는 그 집 고양이들이다. 본 지 몇 분 만에 당장 지금부터 한 마리를 얻어다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남매를 사이 좋게 행복하게 키우고 싶다는 선생님의 말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서운한 표정이 마음에 걸렸는지 선생님은 얼마 뒤 구조한 고양이를 대뜸 우리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사료와 모래 등의 기초지식을 정신 없이 배우고 난 뒤 선생님은 돌아가고, 세 살의 터키쉬 앙고라 흰둥이와 나만 방에서 서로를 노려보고 앉아 있게 됐다.

 

터키쉬 앙고라는 온 몸이 흰 털로 뒤덮인 '품종 있는' 고양이이다. 사자갈기 같은 것이 달린 장모종이 있고, 몸의 모양이 거의 그대로 보이는 짧은 털의 단모종이 있는데 흰둥이는 단모종이다. 접종과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고 귀 속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버려졌든지 집을 나왔든지 아무튼 최근의 일일 것이라 했다.

 

나는 당혹스러웠다. 무엇보다도 너무 컸다. 선생님네의 노르웨이 숲 고양이들은 털이 붕실붕실하여도 워낙에 새끼들이라 작은 데다가 눈망울이 동그래서 귀여운 맛이 있었다. 그런데 몇 시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내 방의 고양이는 다 큰 것이라 너무 컸고 무엇보다 보는 내가 흠칫할 정도로 사납게 생긴 눈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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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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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최대호님

    고양이가 궁금하네요. 사진 좀 올려주세요~ ^^

    2017.03.03 14: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17.08.06 12:10 [ ADDR : EDIT/ DEL : REPLY ]

일기장/20152015.08.12 23:31

 

 

늦은 밤. 밤을 새워 해야 할 일이 생겨 대충 옷을 걸쳐입고 편의점으로 나섰다. 평소 물 외의 음료를 거의 마시지 않는 터라 이따금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면 효과가 굉장하다.

 

사내 혼자 사는 것이 안돼 보였는지 나는 심심치 않게 불특정 다수로부터 밑반찬을 공급받는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것은 멸치볶음이다. 장조림이 상할 것 같으면 술안주로 먹으면 되고 카레가 남아돌면 우동면을 넣어 먹거나 돈까스 위에 부어 먹으면 된다. 하다못해 산더미같이 쌓인 김치도 작심하고 몇 끼쯤 곰탕을 끓여먹으면 군둥내 나기 전에 처리할 수가 있는데 멸치볶음만은 멸치볶음에다 밥을 말아 먹어도 도무지 줄지를 않는다. 도와주신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서 나는 밤에 마실을 나갈 때엔 멸치볶음을 한줌씩 쥐고 나아가 골목길 언저리나 담벼락 밑 쯤에 휘휘 뿌리고 다닌다. 연희동은 주민 구성이 대부분 학생이라 그런지 낯이 익도록 오랫동안 보이는 길고양이들이 많다.

 

고수레 하는 농군처럼 세상에 멸치볶음을 뿌리다가 골목을 도는데 가로등 근처에 남자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어 깜짝 놀랐다. 이크 소리를 삼키며 무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을 따라가니 가로등 바로 아래 길고양이 한 마리가 플라스틱 접시에 담긴 물을 할짝할짝 핥고 있었다. 주신 거예요? 라고 묻자 남자는 네, 라고 답했다. 나는 물그릇 옆으로 다가가서 남은 멸치볶음을 쏟고 남자가 서 있는만큼 물러났다. 길고양이는 잠시 경계를 하더니 멸치와 물을 번갈아 먹기 시작했다. 나는 남자에게 가벼운 목례를 건네고 편의점 쪽으로 향했다.

 

에너지 드링크는 2+1으로 2200원이었다. 하나에 팔백 원에 팔 것이지 나쁜 놈들 하고 중얼거리며 나는 세 개를 샀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잠깐 사이에 남자는 간 데 없었고 고양이만 남아 열심히 식사 중이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자리 차고 앉아 밥을 먹는 고양이의 모습이 흡사 한 폭의 정물화 같아,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방에 돌아와 휴대폰을 들고 다시 나가니 그새 고양이도 사라져 버렸다. 닌자 마을이야 뭐야 생각하며 살펴보니 물과 멸치는 반 이상이 남아있었다. 게걸스레 먹던 모습으로 보아 배가 찼을 리는 없고 아마도 사람의 통행이 많아 잠시 피했나보다 싶어 나도 발소리를 죽여가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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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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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는 보통 새벽 두 시에서 네 시 사이에 잠에 드는데, 너댓 시간 간격으로 핫식스 두 캔을 마셨더니 아침 여덟 시가 넘었는데도 졸립기는커녕 눈조차 뻑뻑하지 않다.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본 것도 아니고 열댓 시간째 논문 읽고 글 쓰는 중인데도 그렇다. 효과가 너무 대단하니 도리어 꺼림칙하다.

    2015.08.13 08: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화첩2015.06.03 13:33

 

 

 

 

큰 것에 도전하기 전에 손을 풀 요량으로 먼저 그려본 그림. 여성의 다리를 휘감고 드는 검은 고양이의 그림이다.

 

 

 

 

 

 

 

다리색부터 먼저 따놓고.

 

 

 

 

 

 

 

 

다리에 물감을 두툼하게 발라놓은 탓에 잘 마르지 않는다. 먼저 발라놓은 물감이 마르기 전에 검은 외곽선을 그렸다가는 섞일 것 같다. 외곽선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것이 포인트인 그림이라 잠시 치워놓고 마르기를 기다린다.

그 사이 다음 그림의 밑배경 색을 칠해본다. 지난번 조커와 코끼리 그림을 그리며 잠깐 연습해 보았던 물감 흘리기를 이리저리 겹쳐보았다.  

 

 

 

 

 

 

 

두번째 그림의 배경색을 말리는 사이 첫번째 그림의 외곽선을 완성한다. 전체적으로 본래 크게 어렵지 않은 선이고 검은 고양이는 실루엣으로만 표현된 덕에 원래의 스케치에서 조금씩 어긋나도 봐줄 만하다. 사실 뒷다리와 꼬리 덕에 무의식적으로 고양이로 보게 되는 것이지 앞다리와 머리 부분을 가만히 살펴보면 고양이의 원래 모양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망했는데도 티 안나는 이런 뻥치기 그림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두번째 그림은 프랑켄슈타인. 눈밑을 조금 더 세심하게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완성품을 보려고 그린 것이 아니라 손을 풀어보려 그린 것이라 이왕 이렇게 된 것 물감도 이리저리 더 흘려보고 휴지를 스펀지처럼 뭉쳐 박박 문질러 지저분한 효과도 내보는 등 여러가지 연습을 더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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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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