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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후인 가기 전날 밤 겨우내 자랐던 덥수룩 머리도 짧게 자르고, 하룻밤 자고 나면 일본 규슈의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으로 여행 간다. 6년째 쓰고 있어 방금 전에 모두 충전했어도 사진 몇 장 찍으면 툭 하고 꺼지는 내 아이폰 4. 일상의 사진이야 안 찍고 넘어가 일기까지 줄었지만 여행을 떠나면서 사진을 안 찍을 수는 없어 이번에는 카메라 들고 간다. 너무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이라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실감이 안 나 시큰둥하였는데 전날 밤 여행가방을 꺼내고 옷을 개어 넣고 있자니 신이 났다. 세 번째 일본 여행. 안전하게 잘 다녀 오겠습니다. 더보기
5일차 - 교토 상경 4월 12일 일요일. 8일부터 20일까지 13일 간의 여행 중 5일차이다. 이 날은 나오시마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교토로 올라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찍 떠나 교토에서의 오후를 누려도 되지만 섬에 체류한 나흘 동안 가장 좋은 볕이 든 것이 분하여 점심 무렵까지 노닥거리기로 했다. 마침 나오시마의 골목은 어슬렁거리며 노닥거리기에 최적화된 곳이기도 하다. 산책 길, 멋진 자연이나 안도 다다오의 작품보다 더 내 눈을 잡아끌었던 것은 언젠가 꼭 키워 보고 싶은 샴 고양이의 실루엣. 반투명 창이라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한층 애틋하였다. 이전의 경험에 비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태도라면, 즐길 수 있을 때에는 즐기자, 로 요약할 수 있겠다. 여행을 할 때의 나는 잠자리나 먹을 것, 혹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할.. 더보기
박인하, <만화공화국 일본여행기> (랜덤하우스. 2009, 7.) 만화평론가 박인하의 2009년 작. 저자는 한국 만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익숙한 이름일 청강문화산업대의 만화창작과 교수이기도 하다. 책은 일단은 제목 그대로, 일본 여행 도서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총 4부로 이루어지는 책의 구성은, 다소 산만하다. 1부 '만화'는 네 개의 챕터 중 하나에 불과함에도, 책의 2/3를 차지하는 분량이나 독특한 기획에 있어 이 책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이 1부를 써놓고 분량이 모자라서 2-4부를 덧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의심이 들 정도이다. 기획은 흥미롭다. 2009년 교수로서 연구년을 맞은 작가는 일본을 방문하였고 이때의 방문기, 여행기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직업이 만화평론가인만큼 만화에 나온 장소들을 탐방하고 취재해 일종의 가이드북을 .. 더보기
최석영, <혼신의 힘> (인물과사상사. 2014,2.) 한 사람의 삶이나 한 사회의 역사는 부단한 인과관계의 결과물이다. 수백 수천 종의 학문적 연구와 체험의 증언 등을 통해 재구해 낸 '실체'조차, 진짜 실체에 얼마나 근접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를 호령한 제국의 황 제가 실은 어릴 적 친구들보다 훨씬 작은 자기의 고추를 보고 심한 열등감을 느껴 패왕의 길에 나섰을지도 모르 는 것이고, 온 나라를 뒤흔드는 정치적 사건이 한 갑남을녀의 '썸'으로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한 순간의 표정, 혹은 단 하나의 사건만으로 '실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의외의 지점들이 있다. 내내 선량하게 웃고만 있던 정치인이 정적들의 강한 공격에 윗입술을 까뒤집으며 짜증과 적개심을 드러낼 때, 우리는 그의 '밑바닥'을 본다. 계엄령 선포, 서울 10만 .. 더보기
메탈웍스 <히메지 성> 지난 번 에펠 탑을 완성하면서 다음 작업으로 예고하였던 네덜란드 풍차와 일본의 히메지 성을 완성하였다. 풍 차는 과정을 찍지 않아 소개하지 못하고, 오늘은 히메지 성의 작업과 결과 사진들을 올리기로 한다. 이것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성 가운데 하나인 히메지 성. 네이버 어린이백과에 따르면 이 성이 처음 지어진 것 은 1333년이며 이후 전국시대를 평정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증축하였다 한다. 현재의 형태가 완성된 것은 17 세기 초의 일이다. 히데요시의 가신이었던 이케다 테루마사는 히데요시 사후, 장인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편 에 가담하였다. 1600년, 테루마사는 전국 시대 말기의 손꼽히는 대전투 중 하나인 세키가하라 전투에서의 전공 을 인정 받아 히메지 성이 있는 히메지 번의 번주 직에 임명된다. 테.. 더보기
권혁태,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교양인. 2010, 8.) 얼마 전에 썼던 독후감의 끝에 곧 다시 소개하겠다고 언급했던 권혁태의 . 소재가 흥미롭고 논리가 탄탄하여, 재미있는 부분은 필기해 가며 천천히 읽느라 시간이 걸렸다. 책날개의 소개에 따르면 저자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의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 득한 '일본통'이다. 일본에 체류하며 관찰하고 공부한 결과를 바탕으로 특히 '전후' 일본 사회상을 밝혀 오는 데 매진하고 있다 한다. 나는 몰랐던 저자라 저서와 논문을 검색해 보니 특히 일본 내 진보 운동의 역사와 현대 일 본의 국가관, 역사 의식 등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작년인 2013년 출간한 를 통해 2000년대 일본의 우경화 경향은 80-90년대의 문화적 흐름이 낳은 결과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프.. 더보기
오제 아키라, <우리 마을 이야기> (길찾기. 2012) 1. 오랜만에 올리는 만화 독후감. 근래의 막걸리 열풍을 타고 함께 유명해졌던 만화인 , 혹은 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오제尾瀬 아키라あきら의 이다. 일본에서는 1992년부터 다음 해인 1993년까지 만화 잡지인 에 연재된 바 있으며 총 7권으로 완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재작년인 2012년 3월부터 5월까지 한꺼번에 출간되었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한 마을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을의 이름은 산리즈카三里塚로, 한자만을 풀어 보자면 세 개의 마을(里)이 있는 언덕, 혹은 삼 리, 즉 약 1.2km 길이의 언덕 정도의 뜻이다. 별다른 유래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다소 따분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름의 이 마을에, 40여년 전 주민과 경찰이 사망하는 큰 사건이 있었고, 이 대치 상태는 긴 시간.. 더보기
강상중, <도쿄 산책자> (사계절. 2013, 4.) 읽은 감상 한 마디 먼저. 산뜻하다! 책 좋아한다는 사람들에게 몇 차례고 추천받아왔던 필자인 강상중 세이가쿠인 대학 교수의 2013년 신작. 부제 는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베스트셀러를 몇 편이나 낸 인기 저자이지만, 아무튼 이 독서일지에는 처음 등 장이다. 본문과 책날개를 빌려 간단한 소개를 옮겨보자. 저자는 일본 구마모토 현 출신의 재일 동포이다. (얼마 전 읽었던 소준섭 선생의 신간에서, 교포僑胞의 교僑는 더부살이하 다, 얹혀 살다, 라는 뜻을 갖고 있으므로 동포라고 불러야 한다는 지적을 접한 바 있었다. '재일 교포' 쪽이 익숙하기도 하고, 동포 라는 단어에는 민족주의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아무튼 현재로서는 동포 쪽이 좀 더 정당한 표 현인 것 같아 그.. 더보기
퍼트리샤 스테인호프, <적군파> 제목인 '적군파'는 일본 좌익단체의 이름이다. 나는 일본의 학생운동에 대해 다룬 몇 권의 소책자에서 이 이름을 접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소개글을 접할 때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은 '적군赤軍'이라는 글씨가 써진 하이 바를 쓴 젊은이들의 흑백 사진 몇 장과 '황건적도 아니고, 이름 참 후지다'는 잡스러운 인상 정도였다. 책을 추천 하는 소개글들을 읽으면서도, 일본 학생 운동의 전체적인 윤곽도 모르는데 그 중의 한 단체에 관해 깊이 다룬 책 을 읽었다가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거나 괜히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저어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읽고 난 지금에는 20세기 일본의 '운동'에 대해 큰 흥미를 갖게 됐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은 심사가 됐다. 대단한, 책이다. .. 더보기
동아일보의 '한중일 마음지도' 위 그림은 '인종별 매력적인 얼굴'에 관한 기사에서 캡쳐해 두었던 것. 제목만 읽었을 때에는 피부색 등과 같이 인종별 로 생각하는 미의 기준의 차이야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걸 실제의 얼굴로 스테레오 타입화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막 상 그림을 보면서는 한국의 전형적 미인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굴 밑의 나라 이 름을 가려 놓고 물어봤더라도 맨 오른쪽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광대뼈의 높낮이, 쌍커풀의 유무 등과 같이 서로의 외 형적 특성을 구분하는 데 있어 한중일 3국도 확실한 차이를 갖는구나, 하고 재미있어 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한 글을 읽은지 몇 달이 지난 오늘, 포털을 통해 접한 동아일보의 한 기사에서 극동 아시아 3국이 서로의 내면적 인 면에 대해 이성으로서.. 더보기
유월이 가네 마츠 다카코 주연의 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시작의 3월'이라든지 '만개한 5월' 과 같이 이미 이미지가 선점되어 있는 달들을 일부러 피해 신선한 이름을 잘도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단지 일본 의 개학이 4월이기 때문이었다. 5월에 결혼하는 일본인 친구에게 오월의 신부가 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가, 일본인 에게는 유월의 신부가 가장 좋은 것인데 식장을 잡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오월에 하는 것이라는 핀잔을 들었다. 왜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아래인 나라가 더 늦게 개학하고 더 더울 때 결혼식을 하는 것일까. 마음은 아직도 보름이나 됐을까 싶던 봄을 마중하고 오는 길인데 날은 벌써 겨울 이불을 빨아 널어도 한 나절이면 마를 듯 하여 그 따위의 생각 이나 일삼는 새, 쓰레빠 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