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에 사는 선배님 댁에 놀러 갔다가 동네에 있는 트램폴린을 보았다. 부자집 애들이 뜰에 놓고 뛰는 한두
명 짜리 말고 천막 지붕에 쇠파이프 기둥으로 된 구식 트램폴린이었다. 실제로 운영을 하고 있는 트램폴린을 보는 것
은 십수 년 만의 일이다. 차를 얻어타고 이동하는 중이라 사진을 찍거나 내려서 구경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여남은 명
의 아동들이 길길이 뛰어대는 모양새를 쳐다만 봤다.
열 살 무렵까지 살던 연립주택 마을에는 아주 작은 공터가 있었다. 공터래봐야 사실은 건평이 조금 넓은 집터 정도인
데 주위의 건물들이 헐리고 또 올라가는 와중에도 그 터는 내내 비어있어, 뽑기 장수와 잉어엿 장수, 솜사탕 장수들이
낮부터 진을 치고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고, 한가운데의 가장 좋은 자리에는 트램폴린이 있었다. 백 원이면 밀가
루 떡볶이가 열 가닥, 아폴로는 두 봉지, 돌사탕은 열 봉지 정도를 사먹을 수 있었는데 오늘 같이 습한 날이면 트램폴
린 아저씨에게 삼백 원 쯤 내고는 세 시간이 가는지 석 달이 가는지 모르도록 뛰던 기억이 난다. 그냥도 뛰고 재주를
넘으며도 뛰다가, 지쳐서 천장을 보며 잠시 누워 있으면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이 얼굴 위로 풀쩍풀쩍 넘어 다니던 것
도 BYC 광고지 하나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던 시절의 내게는 소중한 체험이었다. 트램폴린을 한 시간 이상씩 타면 평
지에 내려와 곧바로 걸을 수가 없다. 걸을 수 있을 때까지만, 이라는 핑계를 대고는 핀셋에 침을 발라가며 한 번도 성
공해 본 적이 없는 코끼리 뽑기를 쪼개고 있거나 많이 먹으면 후두부가 아픈 잉어엿을 널름널름 핥고 있거나 하던 것
도 기억이 난다. 못해도 오백 원 어치 정도는 뛰고 싶은 후덥지근한 날이라 하릴없는 옛날 생각이나 하며 한낮이 지나
가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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