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5.02.26 망원동 인공위성 (3)
  2. 2014.04.23 귀신 꿈
  3. 2014.02.18
  4. 2014.01.30 空想 (4)
  5. 2013.09.02 근섭이 (1)
일기장/20152015.02.26 01:47

 

 

 

 

 

예술가인 송호준 씨가 개인 자격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로 쏘아올리는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망원동 인공위성>을 보았다. 이런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었지만 바빠서 시간이 안 나기도 했고 잠깐이라도 짬이 났을 때에는 같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바쁘기도 했다.

 

와중 즐겨듣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그것은 알기 싫다>에, 이 영화의 감독이 쓴 제작일지가 소개되고 또 감독이 직접 출연해 촬영 중에 느꼈던 소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피소드가 올라왔다. 듣다 보니 마침 교토에 다녀오기 전후해서 고민하고 있던 문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 혼자서라도 보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도 많은 상영관에 걸리지 않았고, 그나마도 개봉한지 시간이 좀 지난 지금까지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지 못해, 상영하는 극장이 많지 않았다. 마침 강의를 하는 곳 인근의 KU시네마에서 상영을 하길래 잘됐다 싶었다.

 

버스가 생각보다 밀려서, 시작 시간으로부터 십 분이 지나 헐레벌떡 들어간 상영관에는 다섯 명의 관람객이 앉아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면서 화면 전체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관람을 시작했다. 

 

개인의 인공위성 송출이라는 사건은 화제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송호준 씨의 도전은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공개된 바 있다. 여기에서 전말을 적어도 큰 실례는 되지 않을 듯하다.

 

예술가 송호준 씨는 개인이 인공위성을 띄우는 '예술 행위'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가 띄워올릴 인공위성의 주요한 역할은 지구에서 송출한 메시지를 LED 조명을 통해 표시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인공위성을 띄우는데 필요한 돈은 보험금을 포함해 약 3억원. 티셔츠 만 장을 팔아 자금을 충당하겠다던 송호준 씨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언론의 각종 인터뷰에 응하고 TV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였지만 티셔츠는 이백여 장도 팔리지 않았다. 

 

결국 송호준 씨의 부모님이 대출을 받고 송호준 씨는 부모님에게 이자를 갚는 식으로 자금을 충당했다. 게다가 인공위성 개발 자체도 몇 차례 난항을 겪었고, 인공위성을 우주까지 실어다 줄 로켓은 몇 차례나 연기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개발은 끝났고 로켓은 무사히 우주로 떠나갔다. 송호준 씨는 치솟아오르는 로켓을 보며 춤을 추었다. 그러나 우주 공간에 띄워진 한국 최초의 민간 송출 인공위성은 통신이 닿지 않았다.

 

결국 이 이야기는 6년에 걸친 실패의 기록이다. 이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를 들은 10대의 학생들 중 몇몇은 '그래도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잖아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나는, 긴 시간의 작업을 함께 한 동료들에게 소소한 만족 외에 아무런 구체적 보상도 돌려주지 못했고, 스스로도 이 일을 하는 동안 30대의 대부분을 보냈고, 그나마도 작업의 가장 중요한 최종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지 못했고, 아마도 그의 결혼 전세금이 되었을 돈을 날려버린 모습을 보면서, 선뜻 경탄이나 축하의 말을 건넬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작업을 통해 쌓인 명성이라는 상징 자본이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어느 정도의 사기를 치지 않고도 상징 자본을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재화로 바꿀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자들 가운데에는 선생님이 원래 시니컬한 사람이라 그런 거 아니예요, 라고 지적할 이가 있을 것이다. 아니, 나는 두 달 동안 준비했던 연극이 통째로 망하더라도 연습 과정이 재미있었다면 됐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내 주변에서는 가장 '철없게' 사는 이 중 하나이다.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감독이 출연해서 했던 말 중에 내 발을 움직여 극장까지 가게 만들었던 것이 있었다. 영화의 홍보 문구 중 하나이자 송호준 씨와 감독이 각종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했던 가장 유명한 말은 '이것은 꿈과 희망을 전파하는 일입니다'이다. 감독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대체로 꿈과 희망이 얼마나 덧없고 또 성취하기 어려운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저 말은 그런 내용에 대한 풍자 혹은 자기 조롱이었다. 그런데 쓰여진 그대로 전달되어 버려서 곤란하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는 기획 의도가 잘 반영된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꿈을 따라 살고 싶다는 내 주위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한동안 이 영화를 추천할 생각이다. 특히 주목해서 들으라고 주문하고 싶은 대사는 자기가 좋아서 시작한 일에 내뱉는 '아...씨...이거 왜 하지'이다. 이 영화에서가 아니었다면 그들이 그 대사를 듣거나 혹은 스스로 말하는 곳은 음습한 동아리방, 담배 연기에 쩔은 연습실, 작업실인지 자취방인지 구분도 안 되는 좁은 월세방, 혹은 싸구려 캔커피를 들고 앉은 길거리 벤치일 것이다. 같이 앉은 사람의 옷은 남루하고 함께 마시는 술은 와인이나 양주가 되지 못할 것이며 머릿기름, 충혈된 눈, 신용불량 따위가 달라붙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포기하라고 주제넘게 충고하는 것이 아니다. 선택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덕분에 나도 금세 텅 빈 상영관에 앉아, 일하는 날에는 되도록 접기로 한, 꿈과 희망에 대한 골치아픈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 프로젝트 프로듀서 송호준 씨와 감독 김형주 씨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뭔가 해드리고 싶어졌지만 한 장에 삼만오천 원 하는 티셔츠를 구입하면서까지 응원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나마 이제는 팔지도 않는다 한다. 그래서 강의 중의 짬을 골라 그림을 그렸다. 잘 보았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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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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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짧은 답글 적습니다.

    http://shingak.tistory.com/258

    2015.03.01 11: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업데이트. 송호준 씨와 감독 김형주 씨가 가장 최근에 한 인터뷰의 주소를 적어둔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20410232868471&outlink=1

    http://news.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newsType=&page=&contain=&keyword=&mi_id=MI0100836164

    2015.03.05 14: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업데이트. 초소형 인공위성 시장이 산업적으로 유의미한 규모가 되었다는 한겨레 국제 뉴스. '소형'은 2억 2천여만 원,
    '기본형'은 3300여만 원이면 띄울 수 있다고 한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globaleconomy/690583.html?_fr=mt3

    아침에 일어나 멍한 정신으로 기사를 읽다가, 그 말미에 "한 전문가는 '위성을 싣고 가기로 예약된 로켓의 발사가 미뤄지면, 발사 날짜가 다시 잡힐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난점이 있다'고 말했다"는 부분을 읽고는 망원동 인공위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송호준 씨가 이 기사를 보았다면 만감이 교차하지 않았을까.

    2015.05.11 12: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일기장/20142014.04.23 16:49

 

 

 

대낮에 책상에 기대어 앉아 졸다가 꿈을 꾸었다.

 

 

꿈에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무렵 학교 앞의 도로에 서 있었다. 앗차,

 

집에 가야지, 하고 나는 학교 쪽으로 몸을 돌렸다. 고작해야 백 미터 안짝일 거리를 걷는 동안 해는 삽시간에 졌

 

다. 학교를 올려다 보니 불 켜진 교실이 많지 않았다.

 

 

꿈 속의 나는 교실이 3층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앙 계단을 이용해 1층부터 올라가는데, 선생님과 학생

 

들이 띄엄띄엄 내려오고 있었다. 복도의 불이 다 꺼져있어 몸의 윤곽만 보일 뿐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안녕, 안녕

 

히 가세요, 라고 인사해 보아도 그들은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천천히 갈 길을 갔다. 팔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눈에 띄었다.

 

 

3층에 올라섰을 때 기분은 이미 이상했다. 오른쪽은 복도와 교실 모두 불이 꺼져 있었고 왼쪽 복도에도 불이 켜

 

진 방은 두 곳 뿐이었다. 저 멀리 복도 끝에 불이 켜진 방이 내 교실이었고 내 쪽에 좀 더 가까운 다른 한 방은 무

 

슨 장소인지 알 수 없었다. 앞뒤 문이 닫혀 있어 창문으로만 빛이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내 교실과 달리, 교실의

 

반 정 도 크기인 다른 방은 철제로 된 문이 열려 있어 그 앞의 복도까지 환하게 빛내고 있었다.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교실에 가기 위해서는 그 방을 지나야만 했다.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며 곁눈질로 본 문에는 '밴드부'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다. 방 안에는 네 명의 학생들이 있

 

었는데,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몇 걸음 뒤로 걸어가 그 방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한 명이 어릴 때부

 

터 아주 친했던 내 친구이고, 그리고 다른 한 명이 무언가 '이상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대한 '이상한 것'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친구에게 집에 같이 가자고 졸랐다. 친구는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했지만 나는 더 말을 듣지 않고 그의 손목을 잡아 내 교실로 향했다. 어리둥절

 

해 하는 친구를 잠시 세워두고 나는 허둥지둥 가방을 쌌다. 책상 위의 물건을 쓸어넣고 돌아서자 교실의 뒷문

 

에 '이상한 것'이 서 있었다. '이상한 것'은 쓸데없는 생각 하지마, 라고 말했다.

 

 

나는 친구의 손목을 잡아채어 앞문으로 도망쳤다. 3층 복도를 줄달음질쳐 중앙 계단에 이르렀을 때쯤 뒤를 돌

 

아보았다. 복도는 온통 깜깜해서 그것이 쫓아오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고, 따라오고 있어야 할 친구도 보이지 않

 

았다. 손 쪽을 내려다보니 나는 손목까지만 남은 친구의 손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확신이 있었다. 친구의 손과 손목은 축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친구에게 연결된 것처럼

 

위쪽을 향해 있었으며 그것을 끌어당기는 내 손에 친구의 중량감이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학교를

 

벗어나면 친구의 모습이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체할 틈이 없어 다시 몸을 돌려 계단을 뛰어내려

 

가는데 뒤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처량하고 낮은 노래인데 몹시 크게 들렸다.

 

 

아주 긴 시간을 달려 1층의 문을 벗어나자, 생각했던대로 친구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를 돌려 방금 통과

 

한 1층 문을 보니, '이상한 것'은 어느샌가 거기에 서서 새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와 친구를 똑바

 

로 바라보며 노래를 하고 있어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가, 이내 저것은 저 문을 나오지 못한다, 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생각을 하자마자, 그것은 노래를 딱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다가, 또 만나자, 고 말하고 어두

 

운 복도로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보니 이마와 가슴팍에 땀이 나 있었다. 나는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팍의 땀을 몇 차례 훔

 

치면서 정말로 또 만나고 싶지 않다, 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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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TAG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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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42014.02.18 15:52

 

 

 

 

 

 

 

꿈을 꾸었다. 음은 똑같고 박자만 다른 네 마디의 기타 멜로디가 계속해서 흘러 나왔다. 꿈 속의 세상에서는, 행

 

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멜로디를 평생동안 들어야 한다고 했다. 평생동안 듣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

 

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행복해지기 위한 기본 조건에 불과할 뿐이었다. 나는 그 소리를 평생 들을지 아닐

 

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는데도 멜로디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귀를 틀어막자 이번에는 머리 속까지 울려왔다. 지

 

겨울 뿐 아니라 무섭기까지 하다고 생각하자 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잠시 후에는 길가의 소음이나 주변 사람

 

들의 대화는 거의 들리지 않고 시끄러운 기타 소리만 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 평생을 살아야 한단 말인

 

가, 하고 소름끼쳐 하다가 나는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깼다지만 눈을 뜨거나 정신을 똑바로 차린 것은 아니고, 단지 이불에 파묻힌 채로 방금 그것이 꿈이었음

 

을 알 수 있는 정도만큼의 혼곤한 상태였다. 잠시 멍하니 있자 방금 전까지 지긋지긋하게 듣던 멜로디가 옆방에

 

서 들려왔다. 간간이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도 섞여 있었다. 조금 짜증이 났지만 꽤 오랫동안 글을 읽다가 잠시

 

눈을 붙였던 터라 잠이 귀해서 꾹 참고 다시 자기로 했다. 그렇게 몇 번을 비몽사몽하는 사이 예의 그 꿈을 몇 번

 

이나 다시 꾸었다.

 

 

 

마지막 꿈에서는 꿈 속에서도 이것이 내가 몇 번째나 꾸고 있는 그 꿈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겨움과 고

 

통이 한층 심했다. 더는 잠을 청해 봐야 아무런 효용이 없겠다 싶어 나는 비척비척 일어나 옆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네 번을 두드리는데, 그 중 세 번째의 두드림이 시작되기도 전에 기타 소리가 멈추고 방에서는 '네,

 

죄송합니다'라는 사무적인 말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두 번의 문 두드리는 소리만 듣고도 대번에 멈출만큼,

 

저도 남에게 피해 끼치는 소리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인가. 음악에 열중해서 저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났다면 그러

 

려니 하겠지만, 알면서도 그저 즐거워서 계속하고 있었던 것 뿐인가. 게다가 낯짝 한 번 안 보이고 이 새끼가 정

 

말, 하고 - 화가 났지만.

 

 

 

어차피 소리는 그쳤고 잠은 꼬리를 보일락말락 하면서 도망가는 중이라 나는 정신이 나지 않도록 눈을 감은 채

 

로 되도록 천천히 이불로 돌아왔다. 하지만 잠귀 밝은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 한번 집나간 잠은 여간해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눈을 감은 채로 뻣뻣한 뒷목을 주무르며 뒤척거리다가 못내 일어나 그림을 그리고 일기라도

 

다.

 

 

 

귓전에 들리는 소리가 꿈에 나오는 것이야 상시 있는 일이니 그러려니 하지마는, 그것이 왜 '행복의 필요조건'으

 

여겨졌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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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TAG , 소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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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42014.01.30 01:35

 

 

 

 

 

 

2014년 발매 예정, LEGO Cuusoo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인 21104 'NASA Mars Science Laboratory Curositry

 

Rover"이다. 우리에게는 흔히 '큐리오시티'로 알려진 화성 무인 탐사선을 레고 모델화한 제품이다. 지난 2012년

 

화성에 안착한 큐리오시티는 화성에서의 일식 장면을 촬영하거나 표면의 물을 발견하는 등 혁혁한 성과를 이루

 

어 왔으며 가장 최근에는 식물로 보이는 물체의 사진을 전송하여 다시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비밀스런 레고 매니아이자 한때의 천문학 지망생도로서는 이 콜라보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지만, 굳이 일기에

 

따로 쓰는 정성을 보이는 것은 이것이 Cuusoo 시리즈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Cuusoo는 공상空想의 일본어 발음인 쿠소우くうそう를 영어로 표기한 것으로, 본래는 일종의 레고 창작 사이트

 

의 이름이다. 가입자가 스스로 만든 창작물의 사진과 설명을 올리면, 다른 누리꾼들은 그 리스트를 보고 개중 특

 

히 잘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작품에 투표를 할 수 있다. 만 표가 넘는 제품은 2008년부터 Cuusoo와 제휴를 맺은

 

레고 본사로 전달된다. 레고 본사에서는 그렇게 추천받은 작품 중 상업성이 있는 것을 골라 레고 사의 전디자

 

이너들의 리포밍 과정을 거쳐 Cuusoo 시리즈의 정식 제품으로 출시한다. 출시된 제품의 디자이너는 제품의 총

 

판매액 중 1%를 수령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레고 사가 펼치고 있는 적극적 고객 이벤트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Cuusoo 시리즈의 제품들이 의외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기성의 레고 제품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시리

 

즈 아래 소형, 중형, 대형 제품군을 배치하고 여러가지 전략을 통해 그 모두를 수집하게 하는 수익 모델을 추구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배트맨' 시리즈를 출시한다 치자. 그러면 가장 작은 소형 제품군으로는 배트맨 피규어 하나에 작은

 

오토바이 하나, 중간 크기인 중형 제품군으로는 악당의 자동차와 배트맨의 텀블러 한 대씩, 가장 큰 대형 제품군

 

으로는 배트맨의 기지인 배트 케이브, 이런 식으로 배치를 한다. 그런데 주인공인 배트맨만 해도 각각의 제품

 

에 들어 있는 모양이 조금씩 다르거니와, 배트맨 외의 다른 피규어들도 나누어져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제일 큰

 

제품 하나를 산다고 해서 전부를 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울며 겨자먹기로 자신의 마음에는 그렇게까

 

지 들지 않았던 다른 크기의 제품도 사서 모을 수 밖에 없다. 레고는 주로 이렇게 돈을 번다.

 

 

 

따라서, 뒤집어 생각해 보면, 아무리 매력적인 소재라도 소형, 중형, 대형 모델을 모두 만들 수 없는 시리즈는 출

 

시될 수가 없다. 레고로 나오면 대박 칠 것 같은데, 라고 여겨지는 대부분의 문화 컨텐츠들이 결국 출시되지 않

 

는 이유도 결국은 돈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CUUSOO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단일 제품의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

 

로 자유롭다. 표현하고 싶은 제품 하나만 딱 표현하면 된다. 덕분에 이 시리즈에서는 아주 창의적인 작품이나

 

꼭 만나보고 싶었지만 상업적인 선택에 의해 출시되지 못했던 모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예를 들면 Cuusoo 시리즈의 두 번째 제품인 'Hayabusa'가 그렇다. 이 제품의 모델은 일본의 소행성 탐사 위성인

 

하야부사이다. 하야부사는 2003년 세계 최초로 달 이외의 천체에 왕복 탐사를 시도한 위성이었다. 그러나 소행

 

성에 접근하는 과정과 착륙, 그리고 귀환 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었고 엔진 등 주요기기가 고장났으며

 

심지어는 통신마저 끊어졌다. 그런데 7년이 지난 2010년, 기적적으로 귀환을 해 일본의 과학계는 물론 일본 사

 

회 전체에 감동과 자부심을 안겼던 바 있다. 

 

 

 

하야부사는 그 스토리가 (최소한 일본 내에서만이라도) 분명한 시장성을 갖고 있었으며, 함께 시리즈로 발매할

 

다른 제품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에서, Cuusoo 제품으로서의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다. 이 제품은 발매 후 큰 성

 

공을 거두었다.

 

 

 

난 하야부사를 전혀 몰랐고, 알게 된 지금에도 여전히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다음의 제품은 어떨까.  

 

 

 

 

 

 

 

 

 

Cuusoo에 처음 창작품이 올라왔을 때부터 선정과 출시에까지 연이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21103 "The

 

DeLorean Time Machine'이다. 80년대에 성장기를 거친 소년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영화 '백투더퓨처'

 

의 상징과도 같은 자동차, 드로리안을 표현해 낸 작품이다. 이 제품은 레고 팬 사이트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불

 

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언론의 경제나 문화면 기사에서도 몇 차례나 비중있게 다루어진 바 있다.  

 

 

 

 

 

 

 

 

이 작품은 시리즈의 네 번째 제품인데, 레고 사는 여기서부터 천사 같기도 하고 악마 같기도 한 특유의 전략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박스 후면의 사진에서 보이듯, 이 제품 하나를 사면 '백튜더퓨처' 1, 2, 3에 나왔던 각각의

 

드로리안들을 모두 재현할 수 있다. 조립했다 부수고 조립했다 부수고 하면 세 모양을 다 볼 수 있는 셈이다. 그

 

것 참 고마운 일일세, 하고 생각하는 느긋한 팬도 있겠지만, 한 번 조립해 놓고는 진열과 감상만을 하는 게으른

 

팬들은 결국 세 개 사라는 말이구먼, 하고 피눈물을 흘렸다.

 

 

 

 

 

 

 

 

여담. 드로리안은 사실 레고 사의 전문 디자이너들의 손에 의해 '상용화'를 거치면서 본래의 디자인을 많이 잃었

 

다. 새로운 모양의 블록을 통해 신기한 디자인을 구현하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공장에 새 주물 라인이 들어가야

 

한다. 레고 사로서는 디자인이 다소 투박해지더라도 최대한 기존의 블록을 활용하는 쪽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팬들 가운데에는 오랜 바람 끝에 기껏 나온 드로리안이 다소 유치한 모

 

양이 된 것에 분개하고 좀 더 멋진 새 모델을 올리는 이도 있었다. 사이즈가 좀 더 커지고 직접 조종도 할 수 있

 

게 만든 위 사진의 모델이 대표적이다. 이 모델은 현재 Cuusoo 사이트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앗, 드로리안이 나왔다면 혹시 이 차도, 라고 생각했을 당신. 당연히 모델이 올라와 있다. 아직 상용화는 되지 않

 

았지만, 고스트 바스터즈 카는 여러 개의 모델이 모두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수 년 내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

 

대한다.

 

 

 

 

 

자동차와 함께 피규어 디자인도 쨘.

 

 

 

 

 

 

 

 

 

 

기상천외한 조립법이나 엄청난 물량 공세, 혹은 유명한 문화 컨텐츠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만이 인기를 끄는 것

 

은 아니다. 현재 CUUSOO 사이트에서 만 표를 넘은 몇 개의 제품 중에는 위 사진과 같은 것도 있다. 그냥 '새'이

 

다. 특별한 스토리가 얽힌 새도 아니다. 조립법도 몇 차례 레고 창작을 했던 이에게는 전혀 어려운 수준이 아니

 

다. 그래도, 만들면서 즐겁고 만들어 놓으면 예쁜 제품은, 선택을 받는다.

 

 

 

사실 레고의 새 제품이 하나 나왔을 뿐인데 수선을 떨면서 일기까지 쓴 것은, 이것이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이

 

기 때문이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가끔 넋두리처럼 이야기하듯, 나는 유럽에서 태어났더라면 미술을 전공해서

 

레고 사의 디자이너 직에 지원했을 것이라는 꿈을 갖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유사하게 이루어 주는 현실

 

방법이 실제로 있는데 이것을 눈여겨 보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내 인생에 미안한 꼴이다. 마흔 전에는 모르겠

 

고, 쉰이 되기 전에는 반드시 실천해 보려 한다. 무엇을 만들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 하루 뒤의 업데이트. 이 일기를 쓰던 날인 1월 30일, 신기하게도 레고 본사가 다음 Cuusoo 제품은 'Ghost

 

busters' 자동차가 선정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3 가을 시즌 Cuusoo 사이트에서 만 표를 넘은 모델은 총

 

7개였는데 그 중 두 개가 'Ghostbusters' 자동차라고 한다. 두 개 중 선정작을 고른 이유는 '레고 디자이너가

 

선정된 모델을 더 좋아해서'라고 전해졌다. 선정작의 사진을 함께 싣는다.

 

 

 

 

 

 

 

포장을 많이 받은 앞태.

 

 

 

 

 

 

 

 

진실을 가늠할 수 있는 뒷태. 이 디자인이 어떻게 바뀌어서 나오는지도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가장 제품화되길 바랬던 위의 모델은 1월 31일 현재 232표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인상

 

적인 크기와 섬세한 표현이 마음에 들어 헛된 희망이나마 가졌던 것인데. 영영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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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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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uusoo 사이트의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lego.cuusoo.com/


    2014.01.30 01: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사족입니다만. 하야부사의 귀환 스토리는 일본에서는 영화로 까지 만들어져 흥행면에서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우주로 간다는 건 역시 꿈이 걸린 일인 듯 하네요.

    2014.01.30 22: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일기장/20132013.09.02 17:59

 

 

 

 

 

 

 

 

큰집의 마루에서, 작은 TV 앞에 누워 영화를 보고 있었다. 곁에는 할머니와 큰엄마, 엄마, 작은엄마가 제사 음식

 

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TV에서 하는 영화는 길지 않은 분량의 귀신 영화였다. 큰 한옥을 배경으로 노인과 아이들이 뒤섞여 굿판을 구경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명절을 맞아 시골에 놀러간 일곱 명의 아이가 그 전에는 볼 수

 

었던 귀신을 보게 되면서 차례차례 죽어 나가는 것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야 밝혀지는 사실은, 영화 속에서

 

큰 역할이 없고 항상 의기소침해 있던, 주인공의 동생인 '근섭이'가 첫 장면의 굿판에서 귀신과 눈이 마주쳤

 

고, 그때 귀신이 근섭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면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생각치 못했던 결말에 깜짝 놀란 나는 그 정보를 가진 채로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 화면을 맨 앞으로 돌렸다. 그

 

런데 굿판의 장면에서 쟁쟁, 둥둥 하는 칼소리와 북소리가 나오자 등을 돌리고 음식을 하고 있던 할머니가 TV 앞

 

으로 와서 앉았다. 큰엄마와 엄마, 작은엄마는 여전히 이쪽에 등을 돌리고 음식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화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근섭이구나...'라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등을 돌리고 일을 시작하였

 

다.

 

 

 

나는 깜짝 놀랐다. 할머니가, 내가 영화를 처음 보던 때에도 굿판이 나오는 첫 화면을 보면서 '근섭이구나...'라

 

고 말하고는 등을 돌려 다시 일하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때에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잊어 버리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던 것인데. 할머니는 첫 화면을 보고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했을까. 중요

 

한 인물이 근섭이인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아울러, 그런 말을 한 것도 이상한데,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똑같

 

은 자세로 똑같은 말을 다시 한 것은 어째서일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 때, 할머니

 

와 큰엄마, 엄마와 작은엄마가 동시에 일어나더니 내쪽으로 얼굴을 보이지 않으며 집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가

 

버렸다. 둘러보니 제사를 준비하던 큰집 안은 어느새 텅 비어 있었고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어왔다. 무언가가

 

멀리서부터 큰집 쪽으로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몸을 떨다가 나는 잠에서 깼다. 9월 1일 밤에 꾼 꿈이다. 할머

 

니는 십육년 전에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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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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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얼마전 꿈에 나왔던 '박창주'란 이름과 마찬가지로, 나는 살면서 '근섭'이라는 이름의 사람을 알게 되거나 만나본 적이 없다.

    2013.09.02 18: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