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에 해당되는 글 21건

  1. 2015.09.21 150921, <술렁술렁 애교 코만도>
  2. 2015.08.05 150802, <Lady Godiva>
  3. 2015.07.18 150715, <Evening Lounge> (1)
  4. 2015.07.14 150711, <도라에몽 / 슬라임>
  5. 2015.07.02 150701, <수련>
화첩2015.09.21 21:44

 

 

 

 

이사를 하고 처음 그린 그림은 책상 위의 수첩에 끼적인 낙서이다. 큰 정리도 몇 차례 끝나고 국토종주도 다녀오고 했으니 이제 시간 나면 다시 그림을 그려야겠다 싶어 물감과 붓을 다시 꺼내었다.

 

 

 

 

 

 

 

 

큰 캔버스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1호 정방형부터 꺼내들었다. 1호 정방형은 가로세로가 한 뼘쯤 되는 정사각형 캔버스이다. 밑그림을 슥슥.

 

 

 

 

 

 

 

 

검은색만 썼으니 순식간에 뚝딱. 나는 지금도 정말로 숨이 막힐 것처럼 웃어대었던 <멋지다 마사루>의 첫 독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길이가 애매한 직사각형 캔버스가 하나 있어서, 얼굴이 길쭉하면서 그림으로 그려두고 싶을 만큼 내게 의미있는 캐릭터가 누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역시 도박마 카이지 뿐이었다. 나는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재수하던 해의 여름에 읽었다. 서울에서 홀로 지내는 재수생활에 지쳐 사흘쯤 학원도 안 가고 고시원 근처에 만화방에 틀어박혀 있을 때, 그대로라면 일주일이 됐을지 열흘이 됐을지 알 수 없던 방종에 종지부를 찍어준 것이 그 만화였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라고 중얼거리며 만화방을 나섰던 것이다.

 

다 그린 뒤에는 고리에 걸어 말렸다. 전시효과가 괜찮아서 아예 그대로 걸어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맨 왼쪽은 오래 전에 그렸던 우메즈 카즈오의 주인공 얼굴.

 

 

 

 

 

 

 

 

다 말린 뒤 매트 바니쉬를 칠해 전시해 두었다. 그릴 때에는 캔버스 크기가 다 같았다면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했지만 그려놓고 보니 각기 크기가 달라 오히려 색다른 재미가 생겼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걸, 이런 쪽엔 참 센스가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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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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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2015.08.05 15:25

 

 

 

새로 받은 그림 리퀘스트는 '레이디 고디바'였다. 레이디 고디바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니 짧게만 요약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11세기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코벤트리 지역의 영주인 레오프릭은 가혹한 정치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그 아내인 고디바는 영지의 백성들을 불쌍하게 여겨 특히 살인적인 세금제도를 개선해줄 것을 남편에게 건의하였다. 몇차례나 거절했는데도 아내의 건의가 계속되자 레오프릭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다면 행동으로 보여라. 벌거벗은 채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 바퀴 돌면 진심임을 알고 세제를 손보겠다.

 

시대와 신분을 떠나서 여성이 실행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고디바는 고심 끝에 옷을 벗고 말에 오르기로 결정한다.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고디바가 영지를 돌기로 한 날에 아무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문과 창문을 걸어닫기로 결의한다. 고디바가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를 한 것이다. 결국 고디바는 무사히 영지를 한 바퀴 돌았고 레오프릭은 부인이 부탁했던 대로 세금을 감면해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끝나는 고디바 이야기에는 흥미로운 레퍼런스가 하나 더 붙어있다. 아무도 창 밖을 보지 않기로 결의했지만 양복 재단사 톰은 욕망과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커튼 틈을 통해 고디바의 나신을 훔쳐보다가 천벌을 받아 눈이 멀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엿보는 톰peeping tom'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하게 됐다. 오늘날 peeping tom은 호색가나 엿보기를 좋아하는 사람, 관음증 환자 등을 지칭하는 관용적 표현이 되었다.

 

아무튼 이런 고디바 이야기의 레이디 고디바를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  

 

 

 

 

 

 

 

 

백마와 나신의 아름다운 여성, 그리고 수치심이라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섞여있어 레이디 고디바를 그린 그림은 무척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존 콜리에John Collier의 <Lady Godiva>이다. 안정적인 화면구성과 뛰어난 묘사력이 어우러진 명화이다.

 

하지만 이 그림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조금 더 노력을 해 다른 그림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찾아낸 그림. 현대작가인 요슈아 브로노Joshua Bronaugh의 2011년 작 <Pale Rider>이다. - 위의 그림은 내가 그린 모작이니 원작이 궁금하신 분은 검색해보기 바란다 - 'Pale Rider'는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네 명의 기사 중 한 명으로 '죽음'을 비유하는 캐릭터로 유명한데, 이 그림에서는 큰 상관을 찾기 어렵고 그저 단어 뜻 그대로 제목에 쓰인 것이 아닐까 싶다.

 

고디바를 그린 그림 대부분이 존 콜리에의 그림처럼 측면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 그림은 후면에서 바라보는 장면으로 구성을 한 것이 신선했다. 게다가 요슈아 브로노는 여성의 나신의 묘사와 대상의 외곽선이 날아가버릴 정도로 강렬한 빛의 표현에 능숙한 화가인데 <Pale Rider>에는 그 두가지 특징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질끈 감은 눈이나 꼭 다문 입술 등의 묘사보다, 드러난 알몸과 그 몸의 구석구석이 다 드러나보이게 하는 무참한 햇빛의 조화가 수치심의 더욱 세련된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덕분에 따라그리는 내내 색다른 재미를 가질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붉은빛의 필터로 보정해 본 것 하나 덧붙여두고 오늘은 이만. 아, 즐거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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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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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2015.07.18 03:51

 

 

 

 

이번에 따라 그린 그림은 Brent Lynch의 <Evening Lounge>라는 작품이다. 얼마 전에 올린 <수련>과 <달이 보인다>는 친구의 첫 독립을 축하하는 선물로 그렸던 것이다. 두 장을 건네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어 선물하는 것이니 혹 그림이 맘에 안 들거든 더 디테일한 주문을 붙여서 다시 그려달라고 편하게 이야기해라, 더 마음에 드는 그림을 선물하는 것이 나도 기쁘고 그 덕에 또 그림 연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즐겁다. 친구는 마음에 안 든다고 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서 다시 그리게 된 두 장이다.

 

 

 

 

 

 

 

 

친구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 중에는 크기도 있었다. 그림을 딱 맞춰넣고 싶은 가로 50cm, 세로 30cm의 자리가 있었는데 두 장의 그림은 그보다 조금 크거나 작았던 모양이다. 어쩔까 궁리하는 내게 친구는 가로 25cm짜리 두 장을 붙여서 그리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 주었다. 두 장을 붙여서 그린다...하고 생각하니 마침 생각나는 것이 이 <Evening Lounge>였다. 두 장으로 이루어진 이 그림은 바에 앉은 남녀를 각기 그린 것인데, 어떤 순서로 배열하느냐에 따라 전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어 인상에 남아있던 것이다.

 

 

 

 

 

 

 

 

이렇게 붙이면 생판 남이고

 

 

 

 

 

 

 

 

이렇게 점 하나 빼면 님이 된다. 다시 그려 건네면서 눈치를 보아하니 이번에도 썩 마음에 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또 거부를 당하면 다시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도무지 계획이 서지 않아, 마침내 기뻐해줘서 나도 기쁘다는 눈치없는 캐릭터의 연기를 했다. 지난번 그림부터 시도하였던, 선물받은 사람과 선물한 그림의 사진을 함께 찍는 계획은 아무리 눈치없는 연기를 하고 있는 중이라 하더라도 조금 심하다 싶어서 이번에는 건너뛰게 됐다. 웬만한 서투름은 넉넉히 포용해주는 흑백 효과 하나만 더 올리고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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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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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그림도 일주일쯤 뒤 다시 돌아왔다. 반갑고 짠하고 그렇다.

    2015.07.23 18: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화첩2015.07.14 04:23

 

 

 

 

갑작스레 집들이를 가게 되어서 급하게 두 점을 그렸다. 첫번째 그림은 만화 <도라에몽>의 주인공 도라에몽.

 

 

 

 

 

 

 

 

두번째 그림은 게임 <드래곤 퀘스트>의 몬스터 중 하나이지만 독자적인 캐릭터성을 인정받아 어지간한 주인공보다도 인기가 좋은 '슬라임'.

 

 

 

 

 

 

 

 

작은 정방형 캔버스에 그려서 크기는 요만하다. 두 명 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예비 부부라 그쪽으로 골라서 그렸다. 검은색, 흰색, 빨간색, 하늘색의 네가지 색만으로 두 그림을 다 그려서, 그리기도 편했고 그리고 난 뒤 나란히 놓았을 때에도 제법 잘 어울렸다.

 

 

 

 

 

 

 

누군가에게 그림을 주고 나면 이따금 그 그림이 생각날 때가 있어서, 이번 그림부터는 - 받는 사람이 동의한다면 - 그림을 건네면서 받는 사람과 그림의 사진을 함께 찍어두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제안한 것인데도 흔쾌히 받아들여주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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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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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2015.07.02 00:34

 

 

 

 

 

이사한 친구에게 주는 또 하나의 그림. 모네의 <수련>을 따라 그렸다.

 

우주비행사보다 이 그림을 먼저 그렸다. 친구가 모네를 특히 좋아하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그림이 잘 그려졌다면 굳이 다른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었는데 의도가 잘 살지 않았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는 '어...어...'하면서도 어쨌든 결과로는 항상 실력보다 나은 것들이 나오곤 했는데 이번 그림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30cm x 40cm 남짓의 6호 캔버스를 주로 사용해 왔는데 이번에는 친구의 주문에 따라 35cm x 45cm 남짓의 8호 캔버스에 처음 도전한 터라 시간도 물감도 훨씬 많이 들었던 탓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느는 것이 정한 이치이긴 하지만 멋도 모르고 혼자 이러저리 날뛰는 것이 낭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왕에 진지한 취미로 삼자면 일단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선에서 미술학원을 좀 알아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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