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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낙서 묶음 셋 딱히 정해진 주제 없이 눈에 띄는 것을 그렸던 예전과 달리 요새는 되도록 사람의 얼굴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영화 포스터의 호아킨 피닉스. 별로 닮은 것 같지 않아 누구를 그린 것인지 함구하고 있었는데 흘깃 본 한 학생이 어, 그 영화의 주인공 아니예요, 하고 말해줘서 기뻤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자주 간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사면 문인들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비닐 봉투에 책을 넣어 준다. 그 봉투를 들고 수업을 하러 간 날, 학생들에게 나누어준 문제의 한 제시문에 마침 기형도의 이 나왔길래 신기해하며 따라 그려 봤다. 원래보다 좀 야비하게 그려져서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한창 공사중인 연대 정문 앞에서 만날 사람을 기다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그린 이한열. 그림을 그리고 있던 그 근처에서 죽었던 것이다.. 더보기
낙서 묶음 하나 손바닥다 조금 더 큰 스케치북을 얻었다. 짬이긴 하나 책을 펼쳐놓을 만큼의 상황이 안 될 때에 틈틈이 끄적인 것이 꽤 쌓였다. 나중에 한번에 올리면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스케치북이 반쯤 찬 때에 지금까지 그린 것들을 찍어 보았다. 더보기
150921, <술렁술렁 애교 코만도> 이사를 하고 처음 그린 그림은 책상 위의 수첩에 끼적인 낙서이다. 큰 정리도 몇 차례 끝나고 국토종주도 다녀오고 했으니 이제 시간 나면 다시 그림을 그려야겠다 싶어 물감과 붓을 다시 꺼내었다. 큰 캔버스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1호 정방형부터 꺼내들었다. 1호 정방형은 가로세로가 한 뼘쯤 되는 정사각형 캔버스이다. 밑그림을 슥슥. 검은색만 썼으니 순식간에 뚝딱. 나는 지금도 정말로 숨이 막힐 것처럼 웃어대었던 의 첫 독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길이가 애매한 직사각형 캔버스가 하나 있어서, 얼굴이 길쭉하면서 그림으로 그려두고 싶을 만큼 내게 의미있는 캐릭터가 누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역시 도박마 카이지 뿐이었다. 나는 를 재수하던 해의 여름에 읽었다. 서울에서 홀로 지내는 재수생활에 지쳐 사흘쯤 학원도 안.. 더보기
150802, <Lady Godiva> 새로 받은 그림 리퀘스트는 '레이디 고디바'였다. 레이디 고디바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니 짧게만 요약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11세기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코벤트리 지역의 영주인 레오프릭은 가혹한 정치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그 아내인 고디바는 영지의 백성들을 불쌍하게 여겨 특히 살인적인 세금제도를 개선해줄 것을 남편에게 건의하였다. 몇차례나 거절했는데도 아내의 건의가 계속되자 레오프릭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다면 행동으로 보여라. 벌거벗은 채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 바퀴 돌면 진심임을 알고 세제를 손보겠다. 시대와 신분을 떠나서 여성이 실행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고디바는 고심 끝에 옷을 벗고 말에 오르기로 결정한다.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감사.. 더보기
150721, <도시샤 대학 1> 아크릴화에 도전한 이후로 지금까지는 쭉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왔다. 잘 된 그림이나 애당초 부탁을 받아서 그린 그림은 받을 사람 찾아서 가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못한 그림들이 쌓이기 시작하니 보관이 골치아파졌다. 새 캔버스를 사러 화방에 갔다가 혹시나 해서 기웃거려보니 과연 아크릴화 스케치북이 따로 있었다. 일반 스케치북보다 더 두꺼운 종이를 쓰는 탓인지 가격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비쌌지만 스케치북의 장 수만큼 캔버스를 사는 비용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셈이다. 새 스케치북에서 처음으로 도전한 것은 교토의 도시샤 대학 교정 그림. 올 봄에 교토에 갔을 때 학내의 서점에서 도시샤 대학의 전경 그림엽서를 몇 장 산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장을 따라 그려본 것이다. 도시샤는 오래된 미션 스쿨이라 교회풍의 건물.. 더보기
150715, <Evening Lounge> 이번에 따라 그린 그림은 Brent Lynch의 라는 작품이다. 얼마 전에 올린 과 는 친구의 첫 독립을 축하하는 선물로 그렸던 것이다. 두 장을 건네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어 선물하는 것이니 혹 그림이 맘에 안 들거든 더 디테일한 주문을 붙여서 다시 그려달라고 편하게 이야기해라, 더 마음에 드는 그림을 선물하는 것이 나도 기쁘고 그 덕에 또 그림 연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즐겁다. 친구는 마음에 안 든다고 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서 다시 그리게 된 두 장이다. 친구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 중에는 크기도 있었다. 그림을 딱 맞춰넣고 싶은 가로 50cm, 세로 30cm의 자리가 있었는데 두 장의 그림은 그보다 조금 크거나 작았던 모양이다. 어쩔까 궁리하는 내게 친구는 가.. 더보기
150711, <도라에몽 / 슬라임> 갑작스레 집들이를 가게 되어서 급하게 두 점을 그렸다. 첫번째 그림은 만화 의 주인공 도라에몽. 두번째 그림은 게임 의 몬스터 중 하나이지만 독자적인 캐릭터성을 인정받아 어지간한 주인공보다도 인기가 좋은 '슬라임'. 작은 정방형 캔버스에 그려서 크기는 요만하다. 두 명 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예비 부부라 그쪽으로 골라서 그렸다. 검은색, 흰색, 빨간색, 하늘색의 네가지 색만으로 두 그림을 다 그려서, 그리기도 편했고 그리고 난 뒤 나란히 놓았을 때에도 제법 잘 어울렸다. 누군가에게 그림을 주고 나면 이따금 그 그림이 생각날 때가 있어서, 이번 그림부터는 - 받는 사람이 동의한다면 - 그림을 건네면서 받는 사람과 그림의 사진을 함께 찍어두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제안한 것인데도 흔쾌히 받아들여.. 더보기
150701, <수련> 이사한 친구에게 주는 또 하나의 그림. 모네의 을 따라 그렸다. 우주비행사보다 이 그림을 먼저 그렸다. 친구가 모네를 특히 좋아하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그림이 잘 그려졌다면 굳이 다른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었는데 의도가 잘 살지 않았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는 '어...어...'하면서도 어쨌든 결과로는 항상 실력보다 나은 것들이 나오곤 했는데 이번 그림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30cm x 40cm 남짓의 6호 캔버스를 주로 사용해 왔는데 이번에는 친구의 주문에 따라 35cm x 45cm 남짓의 8호 캔버스에 처음 도전한 터라 시간도 물감도 훨씬 많이 들었던 탓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느는 것이 정한 이치이긴 하지만 멋도 모르고 .. 더보기
150701, <달이 보인다> 오랜만에 그림을 그렸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려놓은 그림이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의 공간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와중에 새로 이사를 한 친구가 부탁을 하여 두 점을 그렸다. 첫 번째 그림이 위의 것이다. 우주비행사의 헬멧에 비친 달을 그렸다. 무슨 주제의 그림을 받고 싶냐고 물었더니 '달'이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슥슥 그린 것 치고는 비율은 그럭저럭 맞았는데, 달을 너무 정중앙에 그린 것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크기가 반이나 3/4쯤 나오고 위치도 정중앙보다는 약간 빗겨서 그렸으면 좋았을 것 같다. 모르고 보면 닌자 두건을 쓴 외눈박이 로보트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더보기
150602, <플라멩코 1> 오늘의 큰 목표는 이 그림. 지난번에 그렸던 을 다시 그렸다. 이번에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원화의 작가가 누구일지 궁금해서 공부를 좀 해봤다. 원화의 작가는 1967년생 부에노스 아이레스 외곽 출신의 Fabian Perez라는 이이다. 그는 주로 남미를 배경으로 탱고를 추는 연인, 플라멩코 기타를 치는 남성, 중절모를 눌러쓰고 담배를 꼬나문 신사, 칵테일을 앞에 두고 서로를 유혹하는 남녀 등의 그림을 그려 유명해졌는데, 이는 유년기 시절 아버지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운영하던 몇 개의 불법 클럽에서 밤마다 보던 풍경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자식 키울 때 조심해야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될 놈은 어디 갖다놓아도 되는구나 싶기도 하다. 전형적인 남미 미남이다. 자기도 자기가 잘 생긴 것을 아는 .. 더보기
150602, <스르륵>, <프랑켄슈타인> 큰 것에 도전하기 전에 손을 풀 요량으로 먼저 그려본 그림. 여성의 다리를 휘감고 드는 검은 고양이의 그림이다. 다리색부터 먼저 따놓고. 다리에 물감을 두툼하게 발라놓은 탓에 잘 마르지 않는다. 먼저 발라놓은 물감이 마르기 전에 검은 외곽선을 그렸다가는 섞일 것 같다. 외곽선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것이 포인트인 그림이라 잠시 치워놓고 마르기를 기다린다. 그 사이 다음 그림의 밑배경 색을 칠해본다. 지난번 조커와 코끼리 그림을 그리며 잠깐 연습해 보았던 물감 흘리기를 이리저리 겹쳐보았다. 두번째 그림의 배경색을 말리는 사이 첫번째 그림의 외곽선을 완성한다. 전체적으로 본래 크게 어렵지 않은 선이고 검은 고양이는 실루엣으로만 표현된 덕에 원래의 스케치에서 조금씩 어긋나도 봐줄 만하다. 사실 뒷다리와 꼬리 덕에.. 더보기
150526, <땅고 1> 긴 치마를 입고 춤을 추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 꼭 사진을 찍거나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어진다. 아크릴화의 여러 기법에 좀 더 익숙해지면 언젠가는 꼭 그런 모습 찾아 그려봐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던 차에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다. 한 쪽 치맛자락을 말아쥐고 탱고 - 영어 식으로는 탱고, 스페인어로는 땅고로 읽는다 한다 - 춤을 추는 여성의 그림이었다. 일이 적은 날의 저녁을 이용해 도전해봤다. 이 그림은 오브제 자체도 매력적이어서 그리는 기쁨이 보장되어 있었지만 그라데이션의 여러 기법에 도전해 보자는 목표가 더 컸다. 바로 앞에 올린 '호그와트' 그림을 그리며 확실히 배운대로 어두운 색부터 넣기 시작했다. 지난번 부엉이 그림과 마찬가지로, 필사적인 덧칠 덕에 어떻게든 건지긴 했지만 본래 구상과는 전혀 다른 그림.. 더보기
150526, <밤의 호그와트> '해리 포터' 시리즈와 관련된 그림들을 그리기에 앞서 비교적 쉬워 보이는 것부터 도전해봤다. 이 그림에서는, 하나. 그라데이션은 어두운 색부터 칠할 것. 둘. 고흐 식의 '임파스토' 기법을 실현하려면 나는 삼성 가에 태어난 사람이다 생각하고 물감 푹푹 떠서 쓸 것. 을 배웠다. 더보기
150520, <부엉이> 스너프킨과 가오나시는 밑그림부터 바니쉬 칠까지 다 합쳐 삼십 분이 채 넘지 않았고, 오늘의 작심 도전 과제는 부엉이였다. 주변에 부엉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거니와 아크릴 화에서 그라데이션을 풍부하게 보여주는 오브제로 부엉이가 꽤 많이 등장하는 것을 눈여겨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부엉이 그림들을 관찰해보니 대체로 어두운 색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조금씩 밝은 색을 겹겹이 덧바르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는 것 같았다. 맨 나중에 검은색을 칠하면 검은색 붓칠의 윤곽이 지나치게 생생해서 그라데이션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일까? 아무튼 시도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잘 나오긴 했지만 나는 좀 안타까웠다. 이를테면, 결과물은 실패로 끝나더라도 기법 자체에 대한 이해는 분명히 얻는 시도가 있는가 하면 우연히 여기저기 칠.. 더보기
150520, <스너프킨>, <가오나시> 연습을 좀 했더니 아주 가는 선까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로 얇은 선은 일정하게 그을 수 있게 됐다. 오늘의 첫 그림은 리퀘스트 작. '무민'이라는 캐릭터의 친구인 '스너프킨'이라고 한다. 이라는 작품이 동화로도 있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있는 모양인데 캐릭터 상품 등에서 자주 봐서 그 모양새와 이름만을 알고 있을 뿐 뭐하는 생물인지 또 전체의 이야기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요청을 받은 김에 검색을 해보니 나는 들쥐를 닮은 듯한 주인공 '무민'보다는 그 친구라는 이 '스너프킨'의 생김새가 더욱 마음에 들어 스너프킨을 그렸다. 두번째 그림은 새로운 채색기법이나 도구를 접하게 될 때마다 그리게 되는, 의 '가오나시'. 물감을 죽 짜놓고 조금씩 물을 섞어가면서 농담을 조절하는 법을 시험해 보기 위해 그렸다. 직.. 더보기
150517, <조커> 아홉 점의 일정에 마지막 그림은 시리즈의 조커. 어릴 적 '탐구생활'에서 빨대로 물감을 후후 불어 퍼뜨리는 기법을 배웠던 것을 떠올리고 시도해봤다. 캔버스를 세워놓고 물을 많이 섞은 물감을 위에서부터 흘리면서 입으로 후후 불었다. 그럭저럭, 어쨌든 내가 손으로 그냥 그리는 것보다는 나은 효과가 나와주었다. 밑으로 '갸악' 소녀가 흘끗 보인다. (문득 궁금해 검색을 해보니 탐구생활은 1997년까지 시행되었다 한다. 각종 만들기 기법이나 서바이벌 기술 등이 실려 있어서 어찌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교과 과목보다 삶에 더 쓸모가 있었는데. 괜히 아쉽다.) 왼쪽 눈과 왼쪽 볼의 표현이 좀 아쉽고, 더 능숙한 그라데이션이 아쉽지만, 이 이미지는 시간이 허락되면 앞으로도 종종 연습해볼 생각이라 만족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더보기
150517, <하티> 다시 자리를 고쳐앉고 그린 것은 코끼리 하티.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코끼리와 고래입니다. 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그린 코끼리의 이름은 무조건 하티이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하티'는 힌두어로 코끼리라고 한다. 그러니까 '코끼리 하티'나 '하티 더 엘리펀트' 같은 표현은 사실 '코끼리 코끼리'인 셈이다. 코끼리 매니아인 만큼 코끼리를 재미나게 표현한 그림이 있으면 무조건 쟁여두고 언젠가 그릴 것을 다짐하는 편인데, 이번엔 오랜만에 잘 건졌다 싶은 이미지가 있었다. 그대로 따라그리기만 해도 무조건 성공이다. 본래의 이미지가 강력하니까, 배경에 여러가지를 실험해봐도 되겠다 싶어서 물을 잔뜩 탄 옅은 초록색의 선을 교차시켜 정글숲을 표현해봤다. 결과는 실패. 확실히 색 맞추는 센스는 전혀 없다. .. 더보기
150517, 슥슥 4연작 이 날 나는 총 아홉 점의 그림을 그렸다. 좋아서 하는 짓이라지만 앞의 석 점에서 새로 도전하는 기법에 신경을 쓰느라 진이 좀 빠지기도 했고 계속 앉아있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해서, 쉽게쉽게 그릴 수 있는 그림 그리며 기분전환을 하기로 했다. 일빠따는 지난 번에 슥슥 그려서 큰 성공 거두었던 의 고양이. 밑그림 연습도 별로 안 하고 그렸던 그 그림이 주변으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던 탓에 건방 떨면서 또 한 번 그렸다가 비율부터 크게 망했다. 게다가 방금 전에 배웠던, '수성 붓펜에 바니쉬를 칠하면 번진다'는 사실을 잊고 또 한 번 슥 칠한 덕에 붓펜으로 그린 고양이 수염이 번져버렸다. 고양이는 수염이 생명인데. 미안미안. 두번째는 기타 그림. 이 그림에서는 어두운 바탕색을 캔버스 전면에 칠해놓고 그 위에 다.. 더보기
150517, <해바라기> 이번에 연습할 것은 묽게 칠하기. 아크릴의 장점이 두터운 때깔이라길래 지금까지는 듬뿍듬뿍 칠해왔는데, 물을 많이 타면 수채화 같은 느낌이 날지, 밑의 연필선은 어느 정도나 드러나는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배경과 가운데는 얼른얼른 칠하고. 하기사 천하의 아크릴이래도 어쨌든 안료이니까 물을 많이 타면 묽어지겠지. 바랐던 만큼의 맑은 느낌이 나와주었다. 투명한 느낌을 요하는 그림을 그릴 때 참고해야겠다. 다시 보니 좀 심심하긴 하다. 배경과 꽃잎은 건드릴 수 없으니 해바라기 꽃씨를 색다르게 표현할 방법을 궁리해봐야겠다. 더보기
150517, 팔레트 나이프 연습 다음은 언젠가 도전해봐야지 하고 사두었던 팔레트 나이프. 본래는 이름 그대로 팔레트의 물감들을 섞거나 혹은 팔레트에 눌어붙은 물감을 긁어 떼어내는 용도의 미술 도구인데, 이것으로 그림을 그리면 독특한 표현이 가능해서 팔레트 나이프로만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있다. 팔레트 나이프로 그림 그리기의 기초 중 기초. 둘 이상의 물감을 팔레트 나이프의 각기 다른 부분에 묻혀서 캔버스 위에 '바른다'. 첫 시도라 지저분한 부분이 많지만 물감이 쌓이는 질감과 칼을 놀리는 손길에 따른 자유로운 움직임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본래는 이 색 저 색 섞어가며 여러 차례 연습해 보려고 했지만 한번에 들어가는 물감의 양을 보고 식겁해서 오늘은 여기까지. 기법에 맞는 그림을 떠올리게 되면 물감 값만 수만 원 들어가더라도 한 번.. 더보기
150517, <해바라기> 시간이 넉넉히 난 일요일. 캔버스도 많이 주문했겠다 그리고 싶었던 그림 마음껏 그리며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리퀘스트 받은 것 중에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해바라기부터 도전하였다. 해바라기는 주로 이 근처의 색들을 사용해 그려볼 생각이다. 나는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많은데, 그 중에 특히 감조차 잘 안 잡히는 것이 그라데이션이다. 궁리를 하다가 궁여지책으로 동양화의 농담법을 응용해보기로 했다. 동양화에서 농담을 표현할 때에는, 붓의 가운데에는 묽은 먹을 먹이고 붓 끝에는 짙은 먹을 먹여서 한 번에 죽 긋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붓 끝에 노란색을 묻히고 붓 가운데에 오렌지색을 묻히면 나름의 그라데이션이 표현되지 않을까 추정하였다. 앗 하고 놀랄 정도로 효과가 나지는 않았지만 한 .. 더보기
150509,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번 그림의 원화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갈 때마다 눈에 밟히는, 나쓰메 소세키의 현암사본과 똑같은 표지를 사용한 알라딘 단독 판매 수첩에서. 그닥 비싸지도 않고 몹시 마음이 끌리는 표지이긴 하지만 집에 이미 안 쓰는 수첩이 많아서 사기가 꺼려졌다. 먼저 써야 할 수첩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중이라 하나하나 다 쓰고 나면 이 수첩은 종이가 누래진 다음에나 제 순서를 받을 것 같아서. 생각해 보면 표지 안의 수첩은 어디 가나 볼 수 있는 흔한 그냥 수첩이니, 말하자면 마음에 든 것은 오로지 표지 때문 아니었겠나. 그럴 바엔 그리면 그만이지. 마음 먹고 나서 보니 모양도 실루엣이라 선을 따기 쉽겠고 색도 두 개 뿐이라 칠이 어렵지 않겠다 싶었다. 슥슥 슥슥. 나는 꼬리가 두꺼운 고양이를 좋아한다. 원화보다 약간 두.. 더보기
150509, <RED DEAD REDEMPTION> 오늘 그려볼 그림은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 'RED DEAD REDEMPTION'의 원화 중에서 따왔다. 'RED DEAD REDEMPTION'은 뛰어난 그래픽과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는 게임으로, 정해진 목표와 엔딩이 있긴 하지만 플레이어는 반드시 그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 몇 시간 동안 숲에 숨어서 지나가는 동물들을 관찰해도 되고, 말 한 마리에 몸을 맡긴 채 며칠 동안 미대륙을 횡단해도 된다. '황량함'과 '쓸쓸함'의 정서를 어떤 문화 상품보다도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 게임이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 중 한 장면을 그려보려 한 것이다. 이번에는 색다른 시도를 해 봤다. 주인공의 실루엣을 다른 종이에 미리 그린 뒤 오려내어, 캔버스 위에 대고 칠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번거롭지만.. 더보기
150430, <몬스터 주식회사 4연작> 각기 다른 크기의 캔버스를 새로 여섯 장 주문했다. 둥둥 두들겨보니 재미있는 소리가 난다. 오래 전부터 그리고 싶었던 의 주인공 '마이크 와조스키'를 그렸다. 첫번째는 원작의 색에 가까운 녹색 계열로. 두번째는 푸른색 계열로. 그림도 레고와 비슷하다. 따로 하나만 있을 때보다는 여러 개를 같이 놓았을 때 더 보기 좋다. 에랏 앉은 김에, 하고 남은 파란색 계열 물감들을 모두 섞었다. 남은 물감이라는 것은 새로 산 물감 세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샀던 색칠공부 놀이에 함께 따라온, 작은 플라스틱 병에 색깔 별로 담긴 물감을 말하는 것이다. 이걸 얼른 다 써야 새 물감을 쓰짓, 하고. 섞어놓고 보니 어릴 적에 갖고 놀던 얌체공이 떠오른다. 100원짜리 얌체공은 단색이지만 200원 이상 하는 것 중에는.. 더보기
150328, <유메지의 여자> 두번째로 도전한 아크릴화. 이번에도 유메지의 작품을 따라 그렸다. 유메지의 그림은 애당초 그림에 넉넉한 품이 있어서 따라 그리는 과정에 다소간의 실수가 있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이 마음 편했다. 오랜만의 사진 어플 뻥튀기. 애당초 이런 느낌으로 그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꼬. 뻥튀기 두 번째. 이 뻥튀기는 색이 너무 어둡지만 캔버스의 질감이 잘 살아나는 매력이 있어 함께 올려두기로 했다. 더보기
150311, <유메지의 '인형사'>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산 색칠공부 놀이 후, 캔버스와 붓, 그리고 아크릴 물감을 사 스스로 그림을 그려 보기로 했다. 순서가 바뀌었는데, 앞서 올렸던 '센과 치히로' 그림은 세번째, '가면 라이더' 그림이 네번째, 그리고 오늘 올리고 있는 그림이 첫번째로 그렸던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군대에 있을 때부터로 어느덧 십여 년 전의 일이지만 그 이후로도 연필, 볼펜, 붓펜 등으로 도구만 바뀌었을 뿐 기본적으로는 색이 없거나 적은 그림을 주로 그려왔다. 선 만으로 사물과 구상을 표현해내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기도 했으나 채색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통과 붓 등을 마련해 두고 앉아 본격적으로 채색을 하는 것은 고교 졸업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물감을 주문하는 일부터가 즐거웠다. 첫 시도에.. 더보기
150403, <V3>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 그리기 네 번째 시간. 이번에는 그리고 싶은 그림보다는 그림을 그려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 그렸다. 받는 사람이 좋아할만한 그림은 무엇일까 궁리하다 고른 것이 일본의 특수촬영물 캐릭터인 '가면 라이더'의 한 주인공. 받을 사람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하는 내 사촌형이다. 사촌이라지만 양가로 합쳐 이십여 명이 넘어가는 다른 모든 사촌들과의 친교를 더해도 형과의 관계에는 비할 수 없을만한, 친형과 다름없는 사이이다. 때만 되면 본인이 쓰던 최신 전자기기와 게임기를 물려주는 산타 영감이기도 하다. 어릴 때 봤던 가면라이더의 몸통 색깔은 메뚜기 같은 녹색이었지만, 쿠팡에서 산 색칠공부가 바다 그림이었기에 파란색 계열의 색들이 워낙 많이 남아서 파란색 쪽으로 칠해봤다. 원작의 고증.. 더보기
150401, <센과 하쿠> 색칠공부(http://chleogh.tistory.com/2052)를 하고 난 뒤 자신감이 붙어, 스스로 그림을 그려 보기로 했다. 붓과 아크릴 물감, 그리고 캔버스를 새로 샀다. 위의 그림은 세번째로 그린 것이다. 얼마 전 이 재개봉하여 무척 재미있게 보았는데, 그 설정 원화들을 자료로 갖고 있어 그 가운데 하나를 뽑아 그렸다. 여러 원화들 가운데에서도 이 그림은 특히 좋아하는 것이어서 수 년 전 마카로 그림을 그리기에 처음 도전할 때에도 그렸던 적이 있었다. 원화가 애당초 러프한 스케치 수준이어서 금세금세 선을 딸 수 있었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특히 즐거웠던 것은, 하늘에 날아가는 하쿠의 색을 따로 칠하지 않고 그 주변을 칠해서 하얀 바탕색 자체로 표현하고 싶었던 애초의 구상이 생각보다 보기 좋게 .. 더보기
150210,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랜만의 아트하우스 모모. 을 보러 바쁜 중에 잠깐 혼자 왔던 것이 마지막 방문이었다. 이날 본 것은 디지털 리마스터링 판. 일이년에 한 번쯤 무척 피곤할 때, 집에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만화영화를 재생 목록에 쭉 올려두고 음악만 듣는 일은 있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십여년만의 일이다. 예전에 재미있었으니 지금도 어느 정도 재미있겠지, 로 생각했는데, 우스운 장면에서는 소리를 내어 웃고 감동적인 장면에서는 눈물이 났다. 이외로 예전에 보았을 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세밀한 감정표현, 풍부한 신화적 요소 등까지 눈에 띄어 무척이나 즐거운 관람이었다. 즐거운 영화를 보았고 또 새로 산 굵은 펜이 있어서 원화를 따라 그려보았다. 선이 반듯반듯해서 치히로(센)보다 훨씬 그리기 쉬웠던 하쿠. 더보기
6. 자체 정비 6일차.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우비가 내린다. 전날 빨아서 밖에 널어놓은 빨래는 모두 잘 젖어 있었다. 마지막까지도 항상 신기했던 풍경. 교토에서 본 일본인들은 정말로 남과 녀, 노와 소를 막론하고 자전거를 엄청나게 잘 탄다.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것은 노상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한 손에 우산 들고 한 손으로 샌드위치를 먹는다든지, 한 손에 아이팟을 들고 다른 손으로 맥주를 마신다든지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자전거를 잘 탄다기보다는 생에 대한 애착이 적은 편이라고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방으로 돌아가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봤다. '지구호'의 도미토리 룸은 17인실이다. 인도 여행을 할 때에도 이 정도 크기의 도미토리 룸은 본 적이 없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