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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가 있는 주이다. 이 일기에 쓰려고 그렸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으로 부합하는 뜻이 있다 여겨져 함께 올린다. 시덥 잖은 감상이나 꾸며낸 미사여구를 적는 것이 마음에 거슬려,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 적어 둔다. 더보기
오월 봄이 오자마자 순식간에 여름으로 넘어가려는 기세이다. 딱 문집 한 벌하고 사전 몇 권만 붙잡고 어 디 옆구리에 좋은 계곡 하나 낀 절 같은 데 몇 달 틀어박혀 있으면 좋으련만. 더보기
사월의 마지막 날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일을 자세하고 길게 쓰다가, 다시 읽어 보며 괜한 말이나 나만 재미있는 말을 다 쳐내고 보니, '돈 찾으러 은행 갔다가 잔액이 부족해 돌아 나오는 길에, 재질이 튼튼하고 모양이 예뻐 언젠가 쓰려고 몇 개 바지 뒤춤에 꽂아 두었던 빈 봉투를 소매치기 당했다'로 줄일 수 있었다. 쓸 말만 남기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는데, 숨 돌리고 다시 읽어 보자 기억을 위해서든 재미를 위해서 든 일기에 굳이 쓸 것은 없는 문장이라 그마저도 지웠다. 요새 일기가 뜸한 것은 이 때문이다. 더보기
꽃 사진 더디 오는 봄에 슬쩍 핀 꽃을 봐도 심드렁했는데, 메일로 전해 받은 꽃 사진을 보고 크게 마음이 동 했다. 훌륭한 사진가로의 왕도는 자뻑이라 생각하며 남의 사진일랑은 일단 폄하부터 하고 보는 나이 고, 사진사 또한 내 마음 속의 리스트에 정식 데뷔한지는 얼마 되지 않는 초짜임에도 대단한 사진이 라고 생각하게 되는 한 컷이었다. 더보기
'국론출산 - 야간분만' 첫 회를 보았다. 딴지일보에서 주관한, 경기도지사 야권 후보 단일화에 관한 토론인 '국론출산 - 야간분만'을 다시보 기로 보았다. 토론 중 유시민 씨의 '경기도 지사 출신 치고 대권에서 승리한 사례가 없었다'는 말처럼 경제적으로는 알토란 같았을지 모르되 전국적인 정치적 인지도의 획득 면에서는 그간 그리 주목받 지 못하는 자리가 경기도지사였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자신의 몸을 제외하고는 동료든 당이든 일 단 칼끝을 쑤셔넣고 보는 현 도지사 김문수 씨의 잇단 실정과 실언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후보가 이 상적으로 단일화되었을 경우를 상정했을 때조차 선거 결과 예측은 박빙으로 나온다. 그런 이 자리 에, 안동섭 씨가 '운명처럼' 끼어들고 심상정 씨가 있는대로 입을 빼물고 유.. 더보기
안양에 다녀왔다. 둘째 고모가 암으로 입원해 있는 안양의 병원에 다녀왔다. 엄마는 자기 몸도 편치 않으면서 고모와 고종 사촌들을 위해 닭죽을 쑤고 사천 짜장 양념을 만들었다. 둘째 고모는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큰 고모와 함께 집안의 유명한 뚱뚱이이다. 십여 년 전 내 첫 연극을 보러 왔던 두 분이 함께 올라서자 그 튼튼한 무대용 덧마루가 우지끈 내려앉은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48kg라고 했다. 네 명의 고모들 은 골수 최씨답게 대체로 풍이 센 편이라 나는 고모들의 말이라면 일단 걸러서 듣는 편인데, 그럼에 도 암 말기의 환자가 이번에 퇴원하면 무슨 일이 생겨도 다시 병원에는 안 올란다, 하고 말하는 데 에는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고모는 항암 치료를 받는데도 머리숱이 많으시네요, 전 서른 되더니 머리가 막 세고 빠져요,.. 더보기
왕경태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의 평일에 마침내 안경을 맞추러 가려고 한다. 독서와 오락을 좋아하고 노트 북을 내내 끼고 사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항시 1.0 이상의 고공비행을 누려오던 복 받은 시력 의 혜택을, 이제는 영영 잃어버렸다는 것이 인정하기 싫어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이다. 쓰기 시작하면 내내 쭉 달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아무리 노력해도 연구자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를 상쇄하려는 수 작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싶은 심정 등의 부차적인 이유 등도 있었으나, 학업을 넘어 일상에까지 심각 한 불편함이 생겨날 정도가 되어 숙제를 하듯 맞출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앉아서 떠올려 보니 주위의 친한 사람들 중 백에 아흔 댓 쯤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 눈의 인 생길로만 말하자면 탕아의 편력이라는 이름에 부끄.. 더보기
조근태 현암사 회장 별세 오랜만에 쓰는 일기가 또다시 부음이라 마음이 무겁다. 군입대 관련 문제와 진로 문제 등의 고민을 떠안은 채 동문 합동 공연인 의 기획으로 악전고투를 하고 있던 2003년 초, 연세대 철 학과 출신인 고인은 우리가 후원을 받기 위해 들어갔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연습 시간을 쪼 개 돈을 부탁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수십 만원을 쾌척해 주었다. 기획이었던 나는 현금을 수령하고 팜플렛에 실을 현암사 광고 컨셉 등에 대해 듣기 위해 이후 현암사를 몇 차례 방문 하여 차를 얻어 마시거나 좋아하는 책을 얻는 등 더 두터운 후은을 입었다. 고택의 대청이나 서당의 너른 공부방처럼 높은 마루바닥을 깔아 놓은 사장실에서 무릎꿇고 앉아 인생이나 성공에 대해 듣던 기억이 난다. 큰 베스트셀러를 몇 번이나 .. 더보기
조경철 박사 별세 '아폴로' 조경철 박사가 오늘 오전 열 시에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보았다.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 었다니 고작 십여 분 남짓한 거리에 있었던 셈이다. 평생에 단 하나 이공계열에 관련된 직업을 희 망한 때가 있다면 학생과학에 실린 그의 칼럼을 보며 천문학도를 꿈꾸던 유소년기 뿐이었다. 2000년 이후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에 대한 평가는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볼 때까지 유보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별과 하늘에 대한 깊은 외경은 반 이상이 그에게 빚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셨을 때 신자들의 마음이 이랬지 않을까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아니 면 토이 스토리의 버즈 더 라이트이어처럼 먼먼 은하계 너머까지 자유롭게 날아다니시길 바라며 또 하나 마음.. 더보기
3월 4일 일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정리하다가, 작년 오월에 그러모아 두었던 그의 영상 더미를 찾았다. 사 지 늘어뜨리고 누워서 눈만 굴리는데도 손끝이 저릿저릿하고 눈이 젖었다. 그 사람은 그렇게 힘든 일이 많았는데도 웃는 영상이 왜 그리 많을까. 웃는 얼굴을 보면 더 마음이 아프다. 지나간 사람은 둘째치고 산 사람 중에도 남 걱정 할 때가 아니지만, 이성적으로 스스로를 설득한다고 해서 어찌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오는 오월에는 봉하에 가자. 더보기
봄이라도 와라 인천에 내려온 뒤로 두통이 멎질 않는다. 강건한 편은 아니지만 지병이나 오랜 통증 등에 시달리는 일 없이 비교적 편안히 살아온 일생이라 내내 지끈거리는 그 느낌이 낯설고, 아주 불편하다. 그 외로, TV나 컴퓨터 등의 밝은 화면을 잠시만 쳐다봐도 눈 안쪽이 욱신거리는데 다음주 쯤 병원에 가 보려 고 한다. 병원이 새 건물이라도 환자는 어딜 가나 환자다. 앉아 있으며 듣는 이야기라고는 모조리 처량하기 그지없는 것들인데, 여유를 갖고 들을 때에야 안 됐다 동정도 하고 열심히 살아야지 용기도 내는 것 이지, 심신이 피곤한 판에 사방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해대면, 그러면 안 되는 줄 알고 있으면서도 무 척 짜증이 나고, 때로 울컥 화도 난다. 얘기해서 스스로 기분이 좋아질 것도 아니고 듣는 사람이 해결 책을 내 .. 더보기
근황 밀려 있는 일들을 일단락 짓기 위해 서울에 잠시 올라왔다. 황망하게 옷을 꿰입느라 난장판이 되 었던 방 모습이 그대로여서, 주섬주섬 청소를 하고 빨래를 했다. 내려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노트 북에 일단 쟁여두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거나 몸이 그 자리에 가 있어야 하는 일들은 못 하겠노 라고 사죄의 메일을 보냈다. 방학을 한 뒤로 뜸하게 찾아 더욱 낯선 연구실에 들러, 책상을 정리하 며 병원에서 읽을 전공 서적들을 몇 권 챙기고, 문득 보니 당번이 돌아왔길래 청소를 했다. 은행과 행정 일 등을 내일 오전 내로 마치고, 다시 내려가려고 한다. 오랜만에 차분히 일기를 쓸 수 있게 되 어 이런저런 근황과 잡상들을 길게 쓰다가, 괜한 말을 다 한다 싶어 모두 지우고 그저 일정만을 적 는다. 더보기
2월 11일 엄마가 내일 갑작스레 수술을 하게 됐다. 몇 년 전부터 이맘때쯤이면 추운 날씨 탓인지 스스로 못 견 뎌서든 사고를 당해서든 입원을 하는 일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의사가 수술을 강권했다 한다. 엄 마는 내게 수술 때 옆에 있어 달라고 말했다. 엄마는 남의 일이라면 조용히 돕지만 자신의 일이라면 부끄러워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물어보니 역시나 가족 한 명은 수술실 밖에 있어야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말한 것이라 했다. 혼자 해도 됐더라면, 아들이 서울 가서 무슨 대단한 일 이나 하는 줄 아는 우리 엄마는 수술이 끝나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끝내 아 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원에 올라온 뒤로, 남들 보기 시간 많은 직업이라 그랬는지 친척들의 입원에 가족의 대표.. 더보기
1월의 마지막 날 며칠 전, 그 다음 날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락할 곳이 아주 많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 는데, 일어나 휴대폰을 보고는 알람을 맞춰 놓은 시간보다 여섯 시간이나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일 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이 곳 저 곳에 사과의 말과 함께 용건을 전하고 개인적인 문자를 몇 건 보낸 뒤 누워 있다가 몇 시간 뒤에야 새벽에 뭔 짓이냐는 출근길 직장인 친구의 첫 답장을 받았다. 그 날 하루야 별 일이 다 있네 하고 웃고 말았는데 시간만으로는 지금이 언제인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이런 일이 며칠째 겹쳐서, 이제는 일어나면 AM/PM부터 먼저 보고 하루의 일정을 계산한다. 일기를 쓰고 있는 오늘도 예측 대실패. 덕분에 잠 한 숨 못자고 일하게 생겼다. 더보기
all high 몇 달에 걸쳐 서서히 정상인들과 같은 시간대로 돌려 놓았던 생활 사이클이, 한동안 공식적 일정이 없었던 탓에 며칠 만에 예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아침 열 시에 자고 오후 네 시쯤 일어나는 생활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음 주에 마침내 여러 가지 오전 모임이 이어지기 시작해 단기간에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분 안에 맥주 사병. 돈 없던 이십대 초반에 빨리 취하기 위해 자주 행 하던 음주행위이지만, 아직도 거뜬히 해치울 수 있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마약한 기분이라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오늘은 이만. 요샌 비밀이 좀 많다. 더보기
근황을 적는다 요새는 글도 그림도 마음처럼 나오질 않는다.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 지웠다 하다가, 생각나는대로 근 황을 적는다. - 영화 '셜록 홈즈'를 봤다. 오랜만에 다시 접한 가이 리치의 영상은 반가웠지만, 원작인 소설과 닮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로서 지루한 영화라는 것이 문제여서, 오랜만에 찾은 영화관 이라 두근두근했음에도 클라이막스에서 숙면하고 말았다. 나는 대단히 관대한 셜로키언이라 저 장면 이 틀렸느니 저 설정이 틀렸느니 하는 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주드 로의 왓슨 캐릭터 메 이킹은 정말 빗나갔다고 생각한다. - 시간을 들인 '셜록 홈즈'가 파울이었기 때문에, 아이맥스로 '아바타'를 보기로 했다. 정상적인 시 간에는 도저히 .. 더보기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Vol 2. 최대호(30, 대학원생) 어린이 : 흰 곰이 머리 거죽만 벗고 엎드려 석고 대죄를 하고 있어요. 더보기
12월 26일 홍대, INK Family 망년회 망년회 회합에서 오고간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올 해 패밀리 내의 가장 큰 행사로 결정된 것은 현관 이의 결혼. 경건하고 조용했던 승호의 결혼과는 달리 이번엔 본인도 원하니만큼 떠들썩하게 치뤄질 것 같다. 아울러 구성원의 가족들 중에도 현관이의 동생인 현아의 대학 입학이나 승호네 제수씨의 치의학 대학원 입학 등 여러가지의 경사를 맞는 이들이 있다. 연봉 재협상이나 큰 시험 등을 기다리는 다른 식구들에게도 모두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 따로이 일기를 쓸 것은 없는 내용이지만 기상 이 오빠가 너무 터프하게 나와서 이런 한 장쯤은 올려 둬야겠다 싶어 굳이 적는다. 마치 전성기 때 인 1992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지만, 역시 남기상은 나이가 들어야 빛이 나는 타입임이 증명되었다. 더보기
근하신년 새해 첫 자정에 쓴다. 인천으로 내려오며 신년 용으로 따로이 준비한 그림이나 사진 등을 모두 서울 의 노트북에 남겨두고 온 것은 조금 안타깝다. 특별히 기억나는 사건은 없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생각이 많이 변했다고 기억될 한 해를 보냈다. 사 람, 진로, 학업 등에서부터 말투와 행동거지 등의 사소한 것에까지 무엇 하나 바뀌고 있지 않은 것 이 없다. 대체로 과도기라 아직은 마음에 쏙 드는 모습이 없지만 변하려고 하는 의지와 한 걸음마다 고민을 하는 그 과정도, 언젠가 얻게 될 결과로서의 모습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 속 에는 아직도 '라디오의 시간'의 시그널이 흐른다. 평생의 목표 외에, 2010년 리미티드 목표는 '논문 완성'과 '주전 좌익&#03.. 더보기
재개장 이 계정의 실제 주인이신 大 99 어윤선 님의 은총을 입어, 닫힌지 보름만에 다시 홈페이지를 열게 되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폐를 끼치곤 하는 것이 죄송하여 조만간 포털에서 만들 수 있는 홈페이지 로 이사갈 것을 계획 중이다. 홍기는 티스토리를 추천해 주었다. 닫히기 전부터도 그랬지만, 2009년 들어서는 한참이나 일기를 쓰다가 다시 지우는 일이 대다수이다. 잘 찍은 사진이나 열심히 그린 그림에 비하면, 별 내용이 없는 몇십 줄의 글은 오히려 안 쓰니만 못 한 것처럼 느껴진다. 취향이 변하는 것인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인지, 쉼표가 덜 들어가고 주술 관계가 확실한 문장이 점점 마음에 든다. 아직, 쓰지는 못한다. 일기를 못 쓰고 있어도 사진과 같이 잘 놀고는 있었다. 연말 분위기를 타고 서울의 이.. 더보기
삼청동 고양이 얼마 전 종로 나들이에서 삼청동의 골목 가판대를 지나다가 저 단단히 발기한 꼬리가 마음에 들어 샀 다. 받을 사람은 정하지 않았지만 본디 선물을 하려고 산 것인데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주 보다 보 니 그만 정이 들어 주저앉히고 말았다. 더보기
화나고, 무섭고, 밉다. 애독하는 딴지일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에 얽힌 비화'라는 기사를 읽었다. 당시 노제의 기획 자, 연출자와의 인터뷰인데, 이 정권이 얼마나 졸렬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는지, 그 리고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들이 어떻게 공포를 내면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새삼 일깨워줘서 화가 울 컥 났다. 주적인 대악당이 있고 그를 해치우는 것이 사회의 발전에 거름이 된다는 인식이 있으면 영 웅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러나 졸렬하게, 밥줄을 끊고, 사회적인 관계를 끊어놓고, 그것에 저 항하는 것이 아무런 소득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준다면 집권 세력의 의지가 관 철되는 것은 더욱 용이할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입을 모아 무식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며 하찮디 하찮은 쥐에 비.. 더보기
12월 3일, 서울유람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회의가 경복궁 근처의 음식접에서 있었다. 밥을 다 먹고 나온 시간이 두 시, 신촌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저녁 때 서당에 가기는 어중간한 시간이라 근처를 산책하다가 바로 구기동으로 가기로 했다. 경복궁과 삼청동의 길 사이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있노라니 예전 생각이 많 이 났다. 다행히 날이 춥지 않아 보이는 것에만 신나하며 걸을 수 있었다. 더보기
신호탄 음식점으로 향하는 길에 지나치면서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던 전시회. 국립 현대 미술관의 '신호탄'. 수업 시간에 억지로 끌려간 것을 제하고 미술작품의 전시회에 내 발로 가는 것은 렘브란트 전시회 이후 5년만이고, 혼자 보러 가는 것은 태어나 처음이다. 무료관람이기도 했고, 긴긴 경복궁 길에 딱 히 화장실이 안 보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들어갔다. 더보기
????ȭ 나는 특히 마지막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이런 액자 대우를 받을만한 정물이오, 시침 뚝 떼고 걸려 있었다. 제목도 해설도 없었지만 이 정도 그림이라면 '속도에 치인 현대인에 대한 날카로운 풍 자'와 같은 교과서적 해설이라도 납득해 줬을 것이다. 더보기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 두 번째 그림은 개그콘서트 시그널에서 말풍선 뿜어내는 걔 아닌가? 아무튼 잭슨 폴록 짝퉁처럼 벽 에 페인트를 흩뿌려 놓거나 방 하나의 장판과 벽지를 몽땅 뜯어 쇠락한 공장처럼 만들어 놓고 돌 몇 개 가져다 놓는 등의 설치 미술보다는 훨씬 보는 것이 즐거워 사진을 찍었다. 더보기
본문을 읽기 전에 무엇을 그린 것인지 상상해 주기 바란다. 이 그림은 사실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어둑어둑한 방 안에 이 그림이 가장 큰 한 면을 모두 차지하 고 있어 나는 깜짝 놀란 뒤 한참을 쳐다 보고 있었는데, 그저 출입구 안내원인 줄 알았던 여학생이 어느새 스윽하고 다가와 '샹들리에예요'라고 속삭였다. '아니, 두 귀신 그린 거 아닙니까?"라고 내가 묻자 학생은 비전공인 사람의 눈이 다 그렇지 뭐, 그래도 미술은 즐기면 되는 것이니 괜찮아요, 하 는 눈으로 날 보며 따스한 척 웃음을 건네 주었다. 스스로의 예술안에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나 는 마침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국인 두 명과 외국인 세 명에게 샹들리에가 아니라 귀 신을 그린 것이 아니냐고 물어봤지만, 그런 시선도 다 있군, 하는 리액션만 다섯 번 더 .. 더보기
책상 사실 전시장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책상이었다. 전시품이 아니고, 관람객들이 잠깐 앉아 쉬면서 브로슈어를 다시 뒤적이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하는 곳이었는데 두 남녀가 나란히 앉아 책 을 읽고 있는 모습이 아주 예뻤다. 언젠가는 배우자와 함께 꼭 저런 책상을 함께 만들어 집에다가 놓고 싶다고 생각했다. 더보기
아트 큐브 아트 큐브라는 건물 위에 있던 조각상. 자세는 아마도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자세 중 하나인 마 리아와 예수를 참고한 듯 한데, 두터운 철갑의 외곽선 처리가 마리아를 남성처럼 보이게 했고, 몸 에 비해 다소 큰 머리와 엉덩이와 다리 사이의 연결 부위가 예수를 여성처럼 보이게 했다. 별 의미 없이 그냥 자세만 따 온 것일까? 한참을 쳐다봐도 알 수 없었다. 찻집같으면 들어가 커피라도 마시 면서 기회를 보아 물어보았을 것인데, 출입구부터 돈없는 대학원생일과 반대의 자력을 갖는 '화랑'의 분위기가 느껴져 빈궁한 발길을 돌렸다. 더보기
표지판 종로경찰서 건너편의 건널목 어귀에 서 있던 표지판. 어떤 허풍쟁이길래 이런걸 만들 생각을 다 했 을까. 덕분에 신호 기다리는 동안 시드니까지의 거리가 파리나 런던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는 의외 의 정보를 얻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