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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The King's Speech 박찬욱 감독의 다음 영화에 출연한다는 콜린 퍼스의 더보기
다녀왔다. 엄마가 입원을 했다. 목이 아픈 것 반, 좋은 병원에 자리가 난 것 반이라고 했다. 박지성이 선전을 해서 더 유명해졌다 는 한방 병원은 송래에 있었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 신촌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며칠 날씨가 풀리나 싶었 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머리 위로 눈이 내렸다. 중동역 근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놀이공원이 있다. 크기는 초등학교 운동장의 반만큼이나 될지 어떨지, 버스를 타 고 지나가며 볼 수 있는 것은 관람차와 청룡열차 정도이다. 원래는 어떤 모양이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본 바로 는 항상 양쪽으로 이차선 도로와 공사판을 두고 사이에 끼어 있었다. 말하자면, 양 옆의 도로가 빵, 공사판이 햄인데 그 사이에 들어간 치즈나 상추 꼴로 정작 놀이동산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더보기
110313, 홍대 치츄우, BAR Sha 비교적 따뜻해져 걷기 좋은 토요일 밤에 도환 형과 홍대를 누볐다. 놀이터 근처의 클럽 사이로는 반팔 티셔츠를 입은 청춘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1차는 요새 약속만 생기면 가열차게 찾아대는 치츄우, 2차는 홍기에게 추천받 은 BAR Sha. 치츄우의 주종목이기도 하고 요새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와슈(和酒). 주종별로 비교적 크게 차이나는 가격에 비해 맛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아 곧 손에서 멀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제사 끝내고 음복하는 백화수복과 크 게 다른 맛의 술은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다음에 갈 때엔 일본식 소주를 시도해 볼 생각이다. 이 날의 가장 큰 수확인 마구로 다다끼. 내 손에 이끌려 함께 치츄우를 찾았던 이들 가운데 잘 선곡된 음악이나 조용한 분위기 등을 극찬.. 더보기
남한산성 오랜 계획 없이 가 보게 된 남한산성. 사람들이 많은 것은 날이 아직 다 풀리지 않은 탓에 오히려 반가웠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 가운데 흑백 필터로 찍은 돌탑 사진이 어쩐지 마음에 들어 올린다. 석고로 붙인 것일까. 밀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등산로 입구의 많은 식당 가운데 하나에 들어가 닭볶음탕을 시켜 먹었다. 사만 오천 원이지만 맛은 끝내줬다고 해야 할지, 맛은 끝내줬지만 사만 오천 원이었다고 해야 할지 기세가 호각인 식사였다. 막거리 넉 사발을 함께 먹고, 얼근해 져서는 식당의 바로 옆에 있는 남한산초등학교 교정을 한 바퀴 돌고 내려왔다. 더보기
In Treatment 십 년 전에, 극본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적극적인 대화의 형태로 이루어졌지만 실은 인물들끼리 전혀 상대방의 말을 듣 고 있지 않는 연극의 한 역을 맡았다. 대사 가운데, 자신이 길게 늘어 놓은 이야기의 결말이 무언지를 물어보는 사람들 에게 '그것은 당신들이 찾아야 해요.'라는 것이 있었다. 관객은 둘째 치고 나 자신도 연극이 끝나도록 그 의미를 못 찾 았기 때문에, 결국은 '악어는 설탕을 먹어요'처럼, 혹은 연극의 제목이지만 끝내 등장하지 않는 '대머리 여가수'처럼, 그 극에 수없이 등장하는 의미 없는 말 중 하나로 치부하고 잊고자 했었다. 이제 와 되돌아 보면, 그 대사야말로 그 연 극의 핵심이자, 곧 대화라는 것의 핵심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젯밤 요새 열올리던 미드 의 첫번째 시즌 마지막.. 더보기
창밖에는 비오고요 일은 많고요 구제역에 관한 이번 주 백분 토론을 틀어 놓고 마감이 코 앞인 입력 작업을 다닥다닥 하고 있는데, 패널들의 목소리 새 로 후두둑 소리 들린다. 주말엔 비 온다던 날씨 뉴스가 생각나 창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밤비 내린다. 얼어서 내 리거나 내리면 얼어 버리던 지난 겨울의 매서운 기운은 가고, 내리는 것은 첫사랑이나 이십 대의 신촌 밤이 떠오르는 다습한 봄비. 조만간 감상을 쓰려 하는 한글 캘러그래피 책 에서 '봄'자와 '비'자를 집자(集字)해다 가 합쳐 썼다. 더보기
2월 19일, INK 모임, 홍대 치츄우(地中) 본래는 군의관으로 입소를 앞둔 승호의 전별식이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못 오게 되어 얼마 남지 않은 기상이의 생일 파티를 했다. 왼쪽부터 여진, 현관, 정현, 홍기, 기상. 이번 차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나는 사진을 찍었다. 케익은 여진 이가 사 왔고 나는 선물로 책을 한 권 준비했다. 사진의 장소는 홍대의 숨은 이자카야 치츄우(地中). 분위기는 좋았지 만 술값이 엄청 나왔다. 칼날같은 턱선 자랑하는 전임 회장님의 옆얼굴. 선진 안주 지식을 전파해 주신 강 선생님과 주안의 얼짱 심 선생님. 케익 커팅. 치즈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아주 맛있었다. 커플과 커플이 아닌 사람의 차이. 친구 커플이 잠시 사진 찍는 동안도 주고받는 애정을 멈추지 않는 것은 여하튼 친구 로서는 기쁜 일이다. 더보기
2001년 가을, 연극과 인생 제 17회 정기공연 <대머리 여가수> 대학로에서 를 관람하고 와 어제의 일기를 쓰고, 10년 전 내가 이 연극을 하던 때 연출이셨던 경호 형 에게 예전 생각이 난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메일에 세 장의 사진을 첨부해 답장을 주셨다. 공연 중에는 촬영을 자제해 주길 부탁했고, 사실 그 때엔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사진이 남아 있는 지 궁금하지만 아무튼 크게 기뻤다. 위 사진은 소방대장의 등장 장면으로, 벨이 울리면 사람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에서 마침내 승리한 스미스 부인과 마틴 부인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좌절하는 마틴 씨의 내면 연 기가 빛난다. 본명은 셜록 홈즈인 하녀 메어리의 주제넘은 등장. 마틴 부부와 스미스 부부가 마뜩찮아하는 가운데 소방대장은 그의 '첫 불을 꺼 준' .. 더보기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 관람 영화가 시작하기 전 대학로 나다 안의 커피숍에 앉아 티켓에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영화는 '피나 바우쉬'라는 유명한 현대 무용가가 그녀의 대표작인 '콘탁트호프'라는 작품을 청소년들에게 공연하도록 하는 것이 전부인 다큐멘터리였는 데, 내용의 대부분이 연습 장면과 개별 인터뷰이고 딱히 인물 간 갈등이라고 할 것도 없었음에도 등장 인물들의 몸짓 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동감 때문에 관람이 아주 즐거웠다. 각종의 예술 장르를 접하는 데에 대체로 관대한 편이라고 자평하면서도 현대 무용만큼은 아마도 관심을 갖는 일이 없을거라 여겼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몇 작품 정도는 접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더보기
나무 사이 뱀 한 마리 지나간다 절로 시구같은 말 한 마디 뽑게 만드는 사진 한 장. 내가 찍었더라면 좋았을 걸. 부럽다. 더보기
꿈을 꾸었다 아침 해를 보고 잤다가 오후에야 일어나던 수면 습관이 삼십 분 한 시간씩 차츰 늦춰지다가 급기야 몇 개월만에 열한 시 취침, 여섯 시 기상의 새마을 인간이 되었다. 어딘가의 찌라시 과학상식에서 인간의 수면 주기는 실은 25시간이기 때문에 24시간에 맞춰 매일 반복되는 '규칙적' 취침 시간이란 실은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읽은 바 있는 나는 이러한 생활에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루가 길어졌다든지, 야식을 먹지 않으니 소화불량이 없어졌다든지 하는 장점이 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없지 않 은데,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꿈을 적게 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낮에는 커튼으로 창을 가려도 사방이 환하기 때문에 가수면 상태가 길어져 꿈이 많았던 것은 아닌가 추측을 해 본다. .. 더보기
靑空 새로 쓰기 시작한 토렌트로, 그간 여러 경로로 구해 봐도 성공할 수 없었던 Blue Hearts의 전집을 다운받았다. 많이들 알고 계실 Blue Hearts의 노래는 '린다, 린다, 린다'이지만, 내가 구하고 싶던 한 곡의 노래는 靑空였다. 독음은 아오 소라. 아오이 소라가 아니다. 여행 가방보다 훨씬 큰 기타를 들고 다니던 코타. 바라나시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인데, 인도 여행을 떠나며 기타를 시 작했다는 터무니없는 연주자였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옥상은 옆 숙소의 옥상과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경관이 좋아 두 숙소의 투숙자들은 밤마다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했다. 나는 대개의 여행자들보다 술을 잘 하는 편 이었고, 코타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새벽녘이 되면 둘만 있는 것을 발견.. 더보기
잡기 민주당은 이 때다 싶어 '증세 없이 무상 복지'니 같은 소리나 하고 있고, 한 술 더 떠 한나라당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고려 없는 복지는 위선'이라질 않나. 국회의원이 되면 매일 아침 돈이 퐁퐁 솟아나는 지갑이라도 주는지, 자기 전 가 만히 누워 있어도 오르가즘을 주는지, 지독들 하다. 와중에 결국 전원 무혐의 처리된 스폰서 검사들 중 PD 수첩에 의해 직격탄을 맞았던 박기준 전 검사가 '허위사실에 의 해 근거해 처분받은 면직은 부당하다'며 면직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결과는 패소였지만, 세금을 들여 특검을 운 영하고도 결과는 전원 무혐의이니 개중 가장 티가 나는 사람까지 복직을 시켰다가는 무슨 화를 입을까 두려웠겠지, 하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든다. 예전같으면 결과는 볼 것도 없는 일이고, 그런 짓을.. 더보기
겨울밤 혼자 식사를 하면, 너무 빨리 먹기 때문에 종종 가벼운 체기를 갖는다. 불규칙한 수면 주기와 함께 건강을 해치는 주범 일 것 같은 그런 습관도, 자기 전 한 병 먹는 맥주 때에는 아주 고마울 때가 있다.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마시면, 이런 기분이 되기까지 몇 병은 지나야 할 것이다. 지난 일기에 쓴 것처럼 마시기 전에 겨울 창문 바깥에 두었던 맥주는,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레 차가워진 것 이라 왠지 더 신나고, 더 맛있는 것 같다. 옥장판에 엉덩이 지지며 바싹 구운 훈제 오리를 먹고 맥주를 마신다. 맥주는 무려 멕시코 산. 부러울 게 없다. 더보기
여기는 툰드라 신촌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입학을 하기 위해 오다니던 10년 전 이후 처음 본다. 장 보러 다녀오는 길마저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탐험, 그 난이도는 내쇼널 지오그래픽이다. 에스키모가 먹다 남은 생선을 눈 사이에 묻어두듯, 내창과 외창 사이에 귤이나 맥주를 놓아두고 이따금 생각이 나면 꺼내어 먹는다. 따뜻한 방에서 눈내리는 광경을 보며 세계 각지의 맥주들을 마시는 재미란 각별한 것이지만, 남은 음식 뿌려주며 얼굴을 익혔던 동네 고양이들은 마음에 밟힌다. 오늘 마시려고 놓아둔 맥주는 선물받은 칭따오, 안주는 마트에서 할인 스티커 붙여 사 온 훈제 오리. 고양이 들을 초대해서 함께 반주하고 싶은 밤이다. 더보기
새해 소원 작년 12월 31일부터 다음 날인 1월 1일 새벽까지 진행되었던 Countdown Fantasy 콘서트. 내 신년 소원은 무려 락 & 롤. 현실은 감기 걸릴까 무서워 편의점도 몰아서 한 번에 간다. 부산에 90여년만의 추위가 몰아쳤다고 하고 10년 서울 생활에 그렇게 깽깽 언 한강은 처음 봤다. 주위엔 감기에 안 걸린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쉬운 한 때. 여남은 팀이 차례로 나와 삼십 분에서 한 시간 가량 공연을 이어갔던 위의 콘서트에서는 그렇게도 바랬던 W & Whale 의 '오빠가 돌아왔다'와 자우림의 '아저씨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를 들을 수 있었다. 이외로 국카스텐의 무대 매너에 감동하여 요새는 내내 귀에 달고 다니는 중. 음악만 듣자니 좀 심심하긴 하다. 더보기
연말, 연초 정국 1. 연말에 즈음하여 이명박 현 대통령께서는 내년 예산의 30% 가량이 복지 분야에 쓰이게 된 것을 언급하며 '우리나 라는 이제 복지국가라도 불러도 좋을 것 같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2. 박근혜 씨가 모교인 서강대와 인근의 연세대를 포함하여 이른바 '신촌 지역'의 교수들을 규합해 씽크탱크인 '국가 미래 연구원'을 출범시킴으로써 2012년 대선의 예상 주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깃발을 들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 방 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상임위원이자 종합 편성 채널(이하 종편)의 심사 위원장을 맡은 이병기 씨가 해당 연구원 의 발기인으로 참여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종편의 주된 수익모델은 광고에 의한 수입인데, 광고시장은 기존의 3사 간에도 이미 과다한 경쟁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 더보기
근하신년 마침내 서른이 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풍파가 많았던 한 해라 올 해에 스스로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라면 대 체로 심드렁해졌다는 것을 꼽겠다. 크게 슬프거나 고뇌하지 않게 된 대신, 뛸듯이 기쁘거나 숨이 멎을 것처럼 놀라는 일도 적어졌다. 세상살기는 편해지고, 꿈자리는 비루해졌다. 그런 한 해라도, 한 해는 한 해. 빼거나 버리는 일 없이 쌓 아두었던 갑자 위에 턱 얹어두고 새 해 타먹으러 간다. 올리는 사진은 동백섬 앞바다의 일출 사진. 때로 날이 흐리고 구름이 많아 비추는 곳이 좁아지더라도, 해는 반드시 빛을 드리운다. 그건 변하지 않는다. 이 당연한 사실에 위로받을 이가 적지 않은 한 때인 것으로 안다. 사진을 그대로 새해 인사 삼아 부친다. 더보기
한밤 창 밖 연극의 뒷 무대같은 연희동 오밤중. 한참을 쳐다봤다. 더보기
화분 큰 방으로 이사를 오면서 방 안에 꼭 두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였던 큰 화분. 쌀 사러 나갔다가 연말 할인 찬스를 잡아 돈을 아낀 기념으로 샀다. 키워보고 죽이지 않을 정도는 된다 싶으면 점점 큰 것들을 사 보려고 한다. 사진으로는 많이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 손뼘으로 두 번이라 보기도 흐뭇하고, 나무보다 비싼 새하얀 사기 화분도 빤딱빤딱한 것이 정갈해 보여 자꾸 쳐다보게 된다. 물을 주면 화분에서 머금는 소리가 나는데, 위쪽에 깔린 자갈이 내는 소리와 아래쪽 의 흙이 내는 소리가 각각 다르다. 귀를 대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음이 적지않게 편안해진다. 나이를 많이 먹고 돈 많이 벌면 책보다 화분이 더 많은 서재와 과일나무와 계절 꽃들이 그득그득한 텃밭을 갖고 싶다. 더보기
난로 는 뻥. 실은 방에 있는 조리용 전열기이다. 교양 떨고 싶은 아침엔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을 익혀 주고 눈내리는 밤엔 교토 어디인 것마냥 가쓰오 우동을 끓여주기도 하는, 30대 독신귀족의 마음 속 세계화 파트너이다. 호흡기가 좋지 않 은 나는 건조한 시기가 오면 머리맡의 물컵에 항상 물을 채워 놓는다든지 수건을 적셔 널어 놓는다든지 하는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데, 라면을 끓여먹고 난 뒤 옛 생각이 나 장난을 쳐 봤다. 가습기가 없던 시절에 가정에서는 빨래줄을 방에 걸거나 대야에 물을 떠 놓거나 하는 방안이 있었지만 교실에서는 난 로 뚜껑에 물을 붓는 것 외에 딱히 수가 없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긴 하나 위험하다면 위험한 일이라 담임 선생님 만이 주전자를 쥘 권한을 갖고 있었는데, 6학년 때의 어느 쉬.. 더보기
새로운 길 질질 끌어오던 석사 논문을 마치고 3년 과정의 우클렐레 전문 학교에 들어가기로 했다. 끝까지 수강할 수 있을지는 모 르겠지만 처음 등교를 하는 아침의 기분은 아주 즐거웠다. 교내의 다른 반은 평범한 고등학교와 다를 것이 없었다. 까 까머리의 사내녀석들과 단발의 소녀들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원숭이들처럼 꺅꺅 소리를 지르며 복도를 뛰어다니 고 있었다. ㄱ자로 꺾어진 복도를 돌자 '우클렐레 반'이라는 명패가 보였다. 시작한지 몇 분이 지나, 교실에 이미 앉아있던 학생들 이 뒷문을 열고 들어가는 나를 일제히 쳐다 보았다. 자리를 찾아 주섬주섬 앉는데, 콧수염을 기른 선생님이 자기소개 와 연주를 시켰다.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며 쭉 둘러보니 15-6명의 학생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이름과 나이, 그리 고 비교.. 더보기
부산 다녀왔으예 1박 2일의 짧은 일정에 비해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기 때문에, 후에 일기를 쓸 때 잊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여정만을 간단히 적어둔다. 삼백여 장의 사진을 편집하고 그에 딸린 글을 쓰는 것은 푹 자고 난 뒤로 미룬다. 16일 10:00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 탑승. 동반석. 12:30 부산역 도착. 부산 지하철 탑승. 부산은 지하철 기본비용이 990원. 13:30 숙소인 한화리조트 도착. 짐을 푼 뒤 택시를 타고 달맞이고개로. 택시는 기본요금. 14:00 달맞이 고개의 '面食家'에서 점심식사. 해물짬뽕과 볶음밥. 15:00 산책 시작. 달맞이 고개부터 해운대를 거쳐 동백섬 입구를 지남. 17:00 바다가 잘 보이는 커피 빈스에서 일몰 감상. 18:00 숙소 인근의 홈플러스에서 광어회와 과일 구입. 19.. 더보기
최군의 최근의 취미생활 우쿨렐레 (Ukulele) 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우쿨렐레를 찾아 보면 여러 개의 설명이 나오는데, 대강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쿨렐레 : 류트족에 속하는 4현의 발현악기. 우쿨렐레란<뛰는 벼룩>을 뜻하는 하와이어이다. 1870년대에 포르투갈 인에 의해 도입되었다고 한다. 태평양 포르투갈계의 폴리네시아인 사이에 유행하며 형태는 기타를 작게 한 4현의 악 기이다. 주로 하와이언 음악에 활용되는데 간단하게 화음을 얻을 수 있어 가정 악기로도 널리 보급되고 있다. 종류는 스탠더드 말고도 테너, 바리톤 등이 있다. 위에서 테너와 바리톤 등으로 제시된 종류의 기준은 크기와 음색이고, 모양에 따라 일반형, 즉 기타의 축소형과 사진 에서 내가 들고 있는 파인애플 형으로 나뉜다. 실제 나는 소리에는 별 차이가.. 더보기
리영희 선생님 별세 웃고 계신 사진이 있어 다행이다. 요사이 빠져 있는 취미가 있어 일기장 돌보기를 소홀히 하느라, 며칠이나 차이가 나 는 부음인데도 이렇게 연이어 올리게 됐다. 그래도 적어두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작은 아버지는 집안의 윗 대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나오셨다. 일찌감치 공부로 길을 잡은 내게 다른 조카들보다는 조금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는데, 회사에서 인재로 뽑혀 일본으로 장기 해외 근무를 나가시던 때 갖고 계신 천여 권의 책 들을 우리 집에 맡긴 데에는 모종의 기대가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청소년기의 나는 거기에서 '전환시대의 논리'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만났다. 선생을 마음의 은사로 섬겼던 세대와는 못해도 반 세대 정도의 차이를 갖지만 오 마이뉴스나 미디어오늘도 없었고 하다못해 십이년 .. 더보기
코미디 배우 레슬리 닐슨 별세 향년 84세. 사인은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이라고 한다. 중학교 3학년의 겨울,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루고 온 뒤 등교를 해도 수업이 없던 때에, 학교의 후진 TV를 통해 처음 보았던 '스파이 하드'의 충격이 아직도 기억난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배역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코믹 스파이에 대한 동경은 이후 '오스틴 파워스'의 마이크 마이어스와 '겟 스마트'의 스티브 카렐로 옮겨 갔지만, '무서운 영화' 시리즈와 '수퍼 히어로'등의 패러디 무비에서 녹슬지 않은 감을 뽐내시는 모습을 보며 항상 기뻐해 왔는데. 그로 인해 세상에 뿌려진 웃음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없으면 좋을 사람이나 없어야만 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판에, 있 어서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꼭 있어야 했던 사람이라는 무거운 호칭은 드려도 아마 당신께.. 더보기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 사건의 공식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언론사 별로 임시로, 혹은 각자의 사상적 차이로 '남북 연평도 포격전', 또는 '북 연평도 도발'등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기를 쓰고 있는 오늘인 2010년 11월 23일 화 요일 오후 2시 34분, 북한이 서해의 연평도에 수십 여 발의 해안포를 발사하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최소 백발, 많게는 이백 발에 이르렀다고 한다. 합동참모부는 우리 군이 13분이 지난 2시 47분, 80여 발의 대응사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병장과 이병, 두명의 군인 사상자가 나왔으며, 민간인 포함 중경상자는 현재까지 이십여 명에 이른다. 연평도 주민들 은 여덟시 반 경 연안부두로 대피했지만 두 명이 행방불명 중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서해 5도 지역에 진돗개 하.. 더보기
쪽잠 꼭 자야 하고, 몸 상태로도 푹 자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밤에 갑작스레 깨어 내내 잠들지 못하면, 나는 만났어야 했지 만 만나지 못 했던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거나, 겪었어야 했는데 겪지 못 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삼십 분도 못 자고 깨 버린 새, 자기 전 읽었던 마츠모토 타이요의 [吾]가 꿈에 나왔다. 더보기
태율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잘 때 몸에 무언가 걸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때문에 사놓고도 쓰지 않던 수면 안대를, 호기심 삼아 착용하게 된 뒤로 이사온 뒤 원치 않게 일반인 스케쥴에 맞춰졌던 수면 시간이 다시 아침해와 함께 잠드는 것으로 돌아갔다. 커텐 을 치지 않고 자더라도 걱정 없다. 눈을 뜰 때까지 천지는 무사 깜깜이다. 덕분에 꿈을 꾸는 일이 다시 많아졌다. 아마도 비정상적인 시간에 수면을 취하는 탓에 얕은 잠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 이다. 그러던 며칠 전이다. 아주 즐거운 꿈을 꾸어서 웃으며 일어났는데 잠시 물을 마시는 사이에 까먹어버렸다. 꼭 기억을 해 내고 싶었기에 미간을 찌푸리고 머리를 굴려 봐도 영 떠오르질 않았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며 나도 모르게 노 래를 흥얼거렸는데, 뜬금없는 동요가 입에서 흘러 나왔다.. 더보기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인분 투척 사건 요사이는 정국에 관한 일기를 잘 쓰지 않는다. 생색내기에 그쳤을 뿐이고 그나마 생색도 제대로 못 낸 G20이나 영부 인 로비 사건, 청와대 대포폰 사용, 삼성의 MBC 도청, SSM법의 파행적인 통과 등 하나하나 몇 편씩 일기를 써도 모자 랄 사건들이 매 주 터지는 판이지만 결국 법 위에 서는 자들이 있다는 것만 다시금 확인하는 결과로 수렴되기 때문에 진이 빠져 버린 것이 큰 원인이다. 덕분에 여름까지도 활발하게 읽고 이리저리 곰씹어보던 사회과학 서적들도 날이 추워지면서 뜸하게 잡 는다. 몇 달 전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 놓았던 책들의 도착 소식이 문자로 전해지면, 이제는 귀찮음을 부끄러워 하면서도 귀찮 다. 와중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60대의 남성이 인분을 투척하다가 잡혔다는 뉴스를 읽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