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정의 실제 주인이신 大 99 어윤선 님의 은총을 입어, 닫힌지 보름만에 다시 홈페이지를 열게
되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폐를 끼치곤 하는 것이 죄송하여 조만간 포털에서 만들 수 있는 홈페이지
로 이사갈 것을 계획 중이다. 홍기는 티스토리를 추천해 주었다.
닫히기 전부터도 그랬지만, 2009년 들어서는 한참이나 일기를 쓰다가 다시 지우는 일이 대다수이다.
잘 찍은 사진이나 열심히 그린 그림에 비하면, 별 내용이 없는 몇십 줄의 글은 오히려 안 쓰니만 못
한 것처럼 느껴진다. 취향이 변하는 것인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인지, 쉼표가 덜 들어가고
주술 관계가 확실한 문장이 점점 마음에 든다. 아직, 쓰지는 못한다.
일기를 못 쓰고 있어도 사진과 같이 잘 놀고는 있었다. 연말 분위기를 타고 서울의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며 즐겁게 술을 마셨다. 가족 망년회만이 남은 이제에서야 돌아보고 말하는 것이지만, 한참 마
시고 있을 때에는 명치 근처가 어쩐지 딱딱해진 것같은 느낌이 들어 철렁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다
시 기분좋게 멀렁멀렁. 연말의 사진은 이후에 차차 올리기로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여야 할 석사 논문에는 작지만 확실한 전기가 있었다. 활로를 찾지 못한 채 그저 한
문 공부의 의미만을 갖던 번역 작업에, 여러 선배님들의 도움에 힘입어 방향성이 생겼다. 요새는 어
딜 가나 논문의 제재인 문집 복사본과 연필, 그리고 지우개를 들고 다니며 구두를 떼고 지우고 떼
고 지우는 일을 계속한다.
다시 집을 찾아 기쁘다. 사랑을 하고 있을 때에나 노해서 기염을 토하고 있을 때에나, 군대에 있을
때에나 인도에 있을 때에나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익숙한 이 곳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
시 쓰고 그릴 수 있게 된 것이, 정말로 기쁘다. 그런 12월 30일. 이제 정말로, 내일 모레면 서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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