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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0

2월 11일

엄마가 내일 갑작스레 수술을 하게 됐다. 몇 년 전부터 이맘때쯤이면 추운 날씨 탓인지 스스로 못 견

뎌서든 사고를 당해서든 입원을 하는 일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의사가 수술을 강권했다 한다. 엄

마는 내게 수술 때 옆에 있어 달라고 말했다. 엄마는 남의 일이라면 조용히 돕지만 자신의 일이라면

부끄러워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물어보니 역시나 가족 한 명은 수술실 밖에 있어야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말한 것이라 했다. 혼자 해도 됐더라면, 아들이 서울 가서 무슨 대단한 일

이나 하는 줄 아는 우리 엄마는 수술이 끝나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끝내 아

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원에 올라온 뒤로, 남들 보기 시간 많은 직업이라 그랬는지 친척들의 입원에 가족의 대표로 혼

자 가야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모두 죽을 병이었고, 그들 중 반 이상은 내가 보는 데서 죽었다. 천

성이 심약한 나는 덕분에 갑자기 걸려오는 가족의 전화에 깜짝 놀라고, 그냥 싫은 정도였던 병원 냄

새에 속이 메슥거리게 되는 습성이 생겼다. 그래도, 이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욕먹을 말인

것은 알지마는, 내 부모가 아니라 결국 남의 부모였기 때문에 그럭저럭 견뎌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엄마의 수술실 밖에서 하루종일 혼자 있어야 하게 되고 보니, 엄마는 큰 병이 아니고 수술이 잘 되면

더 건강한 일상을 갖게 될 수도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내 엄마라 속상하고 울 것 같고 예수님이라

도 찾아대고 싶은 간사한 심정을 어쩔 수가 없었다. 창밖에 눈이 펑펑 오는데 아무 생각도 못하고

아무 느낌도 못 받고 그냥 쳐다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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