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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0

봄이라도 와라

인천에 내려온 뒤로 두통이 멎질 않는다. 강건한 편은 아니지만 지병이나 오랜 통증 등에 시달리는

일 없이 비교적 편안히 살아온 일생이라 내내 지끈거리는 그 느낌이 낯설고, 아주 불편하다. 그 외로,

TV나 컴퓨터 등의 밝은 화면을 잠시만 쳐다봐도 눈 안쪽이 욱신거리는데 다음주 쯤 병원에 가 보려

고 한다.


병원이 새 건물이라도 환자는 어딜 가나 환자다. 앉아 있으며 듣는 이야기라고는 모조리 처량하기

그지없는 것들인데, 여유를 갖고 들을 때에야 안 됐다 동정도 하고 열심히 살아야지 용기도 내는 것

이지, 심신이 피곤한 판에 사방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해대면, 그러면 안 되는 줄 알고 있으면서도 무

척 짜증이 나고, 때로 울컥 화도 난다. 얘기해서 스스로 기분이 좋아질 것도 아니고 듣는 사람이 해결

책을 내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면 굳이 말할 것이 없다. 똑같은 짓 하기가 싫어, 칭얼댈 것이 잔뜩 되

어도 일기를 못 쓰는 요즘이다. 곧 좋아지면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소식 전해 드리게

되리라 생각한다. 건강한 몸과 즐거운 삶을 갖고 기다려들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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