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썸네일형 리스트형 . 사람이 터 잡고 이름을 붙였을 뿐 그곳의 하늘에도 가을은 흐른다. 시월 초 강남역. 더보기 오늘 야권 후보가 단일화된다. 만약 박영선 씨로 단일화되고, 시장선거에서 나경원 씨와 같은 인물에게 패배하면, 나 는 적어도 내년의 총선에서는 민주당에 단 한 표도 던지지 않겠다. '원내에서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의 유일한 비 토이니까'도 정도가 있지. 양심도 민심도 모두 잊고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도대체 한나라당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더보기 원순 씨 펀드 박원순 씨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선거법정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박원순 펀드에 십만 원을 기탁했다. 연금리 3.58%.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음료수 몇 병을 사서 면식없는 주위 사람들과 나누어 먹은 것 말고는 시민 사회에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어 본 적이 없는 나인지라 시작 치고는 큰 금액이지만, 최저 기탁 금액이 십만 원 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한 번도 정규직이었던 적이 없는, 앞으로도 계획 없는 이가 내는 십만 원이지만 꼭 이겨 달라고 우악스런 부탁은 하지 않겠다. 잘 써 주시라. 본적은 여전히 인천이지만 영종도에서의 군 생활 2년을 빼고는 내내 서대문구에서 살아왔다. 투표권이 없다고 해서 '원순 씨'에게 응원을 보낼 자격 또한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지자체장을 대권으로 가는 포.. 더보기 VOPO 에게 신촌 굴다리부터 연희 삼거리까지는 벽이나 자재함, 길바닥 등에 그라피티가 드문드문 이어져 있다. 적게 잡아 도 수십 점 정도의 작품이 눈에 띄는데, 글씨의 삐침이라든지, 캐릭터의 눈 모양새라든지를 잘 살펴 보면 특히 재주가 좋은 몇 명의 작가를 발견할 수 있다. 위의 작품은 오늘 오전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것으로, 연대 정문을 기점으로 하여 오른 쪽으로 가는 도로에 많 은 흔적을 남긴 작가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작품을 보았을 때에는 어, 그 친구 걸 또 찾았네, 하고 잠깐씩 서서 글씨체를 감상해 보는 재미를 갖는데, 이 경우는 조금 고민이 됐다. 사진의 오른쪽에는 연세대의 운동장으로 진 입하는 쪽문이 있는데, 이 거울은 특히 나가고 들어오는 차량들에게 진입로의 교통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설치 한 것으로.. 더보기 2006년 10월 인도에 다녀온 뒤로는 가을 바람이 불면 갠지스 강이 생각난다. 여전히, 수중에 돈이 넉넉히 있어도 해외여행 은 부자들이나 가는 거라고 홍콩조차 가지 못 하는 깜냥인데, 생각해 보면 신기하다. 인도 여행은 준비할 때부 터 돌아올 때까지 한 번도 그것이 신기한 결정이라거나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야할 곳에 가서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학교의 서문 밖에 있는 내 방으로, 노천극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고전의 응원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부럽 고 배가 아파 쌓인 일 제쳐두고 블로그의 재미있는 글들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지금 인도 여행을 하고 있는 이 가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쓴 일기를 읽었다. 요새 세상에는 이 억을 준 사람은 감방에서 추석을 보내는 판에, 십 수 억을 받고도.. 더보기 <귀신 소리 찾기> 컨디션이 좋은 날 봐야지, 집중해서 볼 수 있는 날 봐야지, 더 더운 날 봐야지 하고 내처 미루다가 끝내 여름이 가도록 못 본 단편영화, . 인코딩해서 PMP에 넣어설랑 봤다. 만원버스와 홍대길 등 사람으로 꽉꽉 찬 곳을 지나며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화면으로 보았는데도 보고 난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뒷 목이 뻣뻣하다. 귓구멍에 꼭 맞는 이어폰을 끼고 소리를 들어서 그런 걸 거야, 하고 애써 변명을 해 본다. 그렇 지 않아도 날이 갑자기 추워져 몸이 으슬으슬하던 판이었는데 괜한 짓 했다 싶다. 책 읽기는 틀렸고, 오늘은 일 찌감치 이불 휘어감고 추리소설이나 좀 읽다 자야겠다. 꿈에 나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면 높은 확률로 꿈에 나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어쩔 줄을 모르겠.. 더보기 9월 시국 관찰 - 1 안풍(安風)이 지나갔다.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고, 국립대의 교수인 공무원 신분 으로서는 선거 지원에 나설 수 없으니 적어도 이번 선거와 관련해 안철수 씨가 택할 수 있는 행동은 모두 끝난 셈이다. 그러나 그가 불어넣은, 혹은 그를 통해서 드러난 여론의 한 향배는 거대한 동력을 거의 잃지 않은 채로 잠류하기 시작했다. 박원순이라는 이름으로 일단의 매듭을 지을 때까지 요 몇 달 사이의 흐름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 번에 읽기는 조금 긴 것 같아 두 편으로 나눈다. 이후 호칭은 생략한다.) 1. '안철수'라는 특급 키워드가 나오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던 차기 대선의 핵심어는 '복지'였다는 것을 감안할 때, 포문을 연 것은 박근혜였다. 현 정권이 실정, 혹은.. 더보기 9월 시국 관찰 - 2 4.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안철수의 출마 소식이 전해졌다. 정치경력이 전무하다는 점, 그가 박경철 원장과 진 행하고 있는 '청춘콘서트'의 기획자 중 한 명이 군사정권에 복무했으며 이회창 정권을 창출하려는 데에 일익을 담당했던 이라는 점 등이 인구에 회자되었지만 본인이 의사를 표명하기도 전 그의 지지율은 50%를 상회했다. 그 이전까지 한명숙에 대항하여 집요하게 나경원과의 양강 구도를 형성해 나가던 보수 언론지들은 논조를 잃고 허둥거렸다. 안철수 본인은 예의 수줍은 웃음을 지으면서도 자신에 대한 비난과 지적에 대해 '대한민국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한 경력'을 들어 반박하고 아울러 정치인이 아닌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기의 크기와 내용에 대해 정치권이 오히려 반성해야 한다는 일갈까지 내었다. .. 더보기 송도유원지 지난 7월, 서울 강남역에서 인천 연수동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처음 타 봤다. 버스는 원래 있던 노선을 따라 인천을 구 비구비 돌았을 뿐이지만, 졸업한 고등학교를 지나고 당구를 치러 드나들던 인하대를 지나고 면허 실기시험을 보던 옥 련동을 지나는 그 길이 내게는 마치 추억 투어 기획상품과도 같았다. 차창에 달라붙어 정신없이 구경하는데, 버스는 목적지인 연수동에 닿기 전 마지막으로 크게 돌아 송도유원지를 끼고 달렸다. 부동산 광풍이 불기 전 인천 사람들이 '송도'라고 말하면 대개 송도유원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윗 세대부터 우리 세 대까지 송도는 꾸준히 중고등학교 시절의 소풍지였고 사랑을 고백하는 데이트 장소였고 아이가 걷게 되면 처음으로 데리고 가는 가족 야유회지였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 일기장에.. 더보기 방통위와 여성부에 문의 드립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비누를 덜 닦았는지 손에서 수건이 미끄러져 우연히 위와 같은 형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저 는 단순히 홈페이지에 큰 트롬 곰을 가지고 있음을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는데, 혹 음란물에 해당하거나 성경적 가치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시간이 되시면 위 사진을 판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리가 좋지 않아 엎드려서 사진을 찍다 보니 의도치 않게 특정 부위가 더욱 강조된 위 사진의 경우, 음란성의 수위가 더 높아지는지 혹은 성경적 가치에 한층 위배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더보기 트램폴린 얼마 전 경기도에 사는 선배님 댁에 놀러 갔다가 동네에 있는 트램폴린을 보았다. 부자집 애들이 뜰에 놓고 뛰는 한두 명 짜리 말고 천막 지붕에 쇠파이프 기둥으로 된 구식 트램폴린이었다. 실제로 운영을 하고 있는 트램폴린을 보는 것 은 십수 년 만의 일이다. 차를 얻어타고 이동하는 중이라 사진을 찍거나 내려서 구경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여남은 명 의 아동들이 길길이 뛰어대는 모양새를 쳐다만 봤다. 열 살 무렵까지 살던 연립주택 마을에는 아주 작은 공터가 있었다. 공터래봐야 사실은 건평이 조금 넓은 집터 정도인 데 주위의 건물들이 헐리고 또 올라가는 와중에도 그 터는 내내 비어있어, 뽑기 장수와 잉어엿 장수, 솜사탕 장수들이 낮부터 진을 치고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고, 한가운데의 가장 좋은 자리에는 트.. 더보기 생일 오늘 밤이 넘어가면 만으로 서른. 경건한 마음으로 자축하며 낙지를 그렸다. 더보기 청송 심씨와 반남 박씨 요새 강독하고 있는 홍한주의 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을 번역하게 되어 그 결과를 옮겨 적는다. 전고의 세세 한 고증 등에서는 부족한 실력 탓에 흠이 있을지 모르나 대강의 문맥을 전달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여긴다. 작 업을 마치고 나서 추가로 공부를 하는 도중에 이미 훨씬 좋은 번역들이 많이 나와 있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스스로 옮 긴 것이 가상하기도 하고 읽는 이 가운데 혹 이전에 이런 사실을 몰랐던 분이라면 재미삼아 접할 법한 이야기라 생각 하여 윤문해서 올린다. ...세종께서 새로이 즉위하셨을 때 태종께서는 상왕의 자리에 있었다. 박은은 총애를 받아 태종 곁에서 일을 맡고 있었 는데, 안효 심온이 세종의 장인인 것을 시기하여 마침 그가 중국에 사신으로 간 틈을 타 백방으로 근거 없는 비방을 퍼.. 더보기 8월 22일 홍대 벼룩시장, 한강 플로팅 스테이지 우쿨렐레 콘서트 서늘한 바람에서 추석의 느낌이 났던 어제보다는 더웠지만 그래도 불볕더위는 확실히 넘긴 일요일을 틈타 홍대 앞과 한강을 쏘다녔다. 홍대 앞 놀이터의 벼룩 시장에서, 부채에 선택한 문구의 캘러그래피를 써 주거나 미리 만들어 놓은 엽서를 파는 분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름을 물어 보고는 즉석에서 작은 명함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확대해서 올려 놓으니 큰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이다. 내 이름을 써 준 것이 기분 좋기도 하고 공짜로 뭔가를 받고 보니 뭐라 도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래의 엽서를 구입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다시 꺼내어 보니 결국은 작은 종이에 글 자 두 개 쓴 것에 불과했다. 사람 좋은 얼굴로 첨단 마케팅 전략을 발휘하였구나, 깨닫고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른 사.. 더보기 활 활에 관한 얕은 지식과 추억을 한데 얽어 일기를 쓰다가, 글과 함께 올리기 위해 다운받은 사진을 다시 보고는 모두 지 워버렸다. 우주적 아름다움의 저 한 획 앞에서 꾸며낸 말뭉치가 다 무어냐. 총포와 도검류를 비롯한 여타의 무기와 병 기에는 예비역으로서의 심심한 관심만을 갖고 있지만 활만은 은퇴한 뒤 꼭 한 자루 만들어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 내 가져오던 차에, 영화 을 보고는 욕정이 다시 한껏 치솟아 검색을 해 보았다. 의외로, 딱히 큰 마음을 먹지 않고도 보급형이라면 한 자루 정도 살 수 있고, 혹여 공돈이 생긴 경우를 틈탄다면 제법 멋을 낸 작품도 눈독을 들일 수 있을 법한 가격대였다. 상시는 아니고 이따금 이벤트 성으로 하는 모양이지만 활 박물 관 등에서 소정의 돈을 내고 나만의 활을 만들 수.. 더보기 아마도 올 해의 마지막 납량 팔월의 중순을 막 넘긴 지금, 아직도 뙤약볕에 돌아다니다가는 지치기 딱 좋긴 하지만 그래도 볕의 끝맛은 무자비한 한여름이 아니라 고추 말리는 향 나는 초가을이다. 납량의 납納은 들이다, 는 뜻이고 량凉은 서늘하다, 라는 뜻이다. 합치면 '서늘함을 들이다'는 말로, 우리말이 있을까 해서 찾아보니 '서늘맞이'라는 예쁜 말이 있었다. 사전에 기재된 표준어이니 자주 써도 좋겠다. 위의 사진은 언젠가 써먹어야지 하고 받아두었던 KBS '전설의 고향' 포스터. 요새같은 날씨의 추세라면 올 여름에도 못 써먹고 넘어갈까 싶어 마침 딱히 쓸 것이 없는 날에 올린다. 얼핏 보면 별 거 없지만 처녀귀신의 눈과 표정을 찬찬 히 뜯어보다 보면 서늘함이 스물스물 들어온다. 역시 구관이 명관. 옛 시리즈 가운데 '내 다리 내놔' .. 더보기 에라이 치토스처럼 결연한 표정으로 언젠간 짓고 말거야, 하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그려 두었던 땅콩집. 무척 못 그린 그림 이라 혼자서만 가끔 쳐다보는 재미거리로 삼았는데, 오늘 연합뉴스의 한 기사를 읽고 어처구니가 없어 에라이 하고 올 린다. 다음은 기사 전문이다. 한나라당이 20대 중반께 결혼하는 남녀에게 임대주택 분양이나 전세금 융자 등에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저출산대책특별위원회인 '아이좋아 특위' 위원장인 임해규 의원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찍 결혼하는 사람 에게는 임대주택이나 전세자금 융자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남녀 결혼 연령이 5년 마다 2년씩 늦어지는 모양새"라며 "현재 초산연령이 30세인데 이를 27세까지 앞당긴다는.. 더보기 크림치즈 베이글 한참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던 때, 연습을 구경하러 오는 OB들이 주로 손에 들고 있던 것은 던킨 도너츠의 12개 들이 한 상자였다. 요새는 한 상자가 모두 같은 맛인 크리스피 도넛이 생겨서 서로 싸울 일이 없지마는, 던킨 도너츠의 상자 는 대개 형형색색의 다른 맛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상자를 여는 순간에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상대적으로 인기 가 떨어지는 도너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맛있는 음식에 먼저 달려든다거나 마지막 남은 한 점을 냉큼 먹는다거나 하는 것과 같이 식탐을 보이는 일에 몹시 수줍어 하는 편이다. 십여 년 전에는 그런 성향이 한층 더했던 탓에 영 맛을 볼 수 없는 몇 종의 도너츠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크림치즈 베이글은 부스러기조차 구경할 수 없는 일이 다반.. 더보기 동아일보의 '한중일 마음지도' 위 그림은 '인종별 매력적인 얼굴'에 관한 기사에서 캡쳐해 두었던 것. 제목만 읽었을 때에는 피부색 등과 같이 인종별 로 생각하는 미의 기준의 차이야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걸 실제의 얼굴로 스테레오 타입화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막 상 그림을 보면서는 한국의 전형적 미인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굴 밑의 나라 이 름을 가려 놓고 물어봤더라도 맨 오른쪽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광대뼈의 높낮이, 쌍커풀의 유무 등과 같이 서로의 외 형적 특성을 구분하는 데 있어 한중일 3국도 확실한 차이를 갖는구나, 하고 재미있어 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한 글을 읽은지 몇 달이 지난 오늘, 포털을 통해 접한 동아일보의 한 기사에서 극동 아시아 3국이 서로의 내면적 인 면에 대해 이성으로서.. 더보기 심야의 탐험 이것의 정체는 마지막에. 색감이 좋아서 순서를 거슬러 일단 올린다. 오랜만에 가회 갤러리에 갔다. 가는 길인 북촌에 차 한 대 안 다니길래 대충 예상은 했지만 아예 텅텅 비어있을 줄은 몰랐다. 점원 분들도 내 음료를 서빙해 준 뒤로는 야외석에 나가 자기들끼리 한가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어 결국 내가 가게를 본 꼴이 됐다. 오늘 가회 갤러리의 전시물은 모형 기차와 돌 하우스(Doll House).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가회 갤러리는 사장님과 점원들이 엄청나게 친절해서 딱히 그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 명이 가서 고작 차 한 잔씩 시켰을 뿐인데 구경하는 우리를 따라 다니며 설명해 주랴, 돋보기 가져다 주랴, 가격 알려주랴 바쁘면서도 우 리보다 훨씬 즐거워 보였다. 아무.. 더보기 대관람차 태풍이 몰고 온 비가 내려도 전자기기 가득한 방 안에 있으면 연신 땀이 난다. 학교 뒷산이 지척에 보이는 위치라 문만 열어두면 산바람이 내려온다. 산동네 사는 기쁨 만끽하면 좋겠지마는 가내에서는 대체로 정글소년 모구리처럼 벌거벗 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는 나는 오가는 다른 방 사람들에게 굳이 보일 모습은 아니라 생각해서 그저 창문만 열어 둔다. 바람보다 벌레가 더 많이 들어오는 꼴이라 마음의 위로만 될 뿐이다. 와중에 먼먼 나라로 떠난 지인에게 반가운 메일을 받았다. 평온한 안부와 함께 온 사진은 석별의 선물로 내가 건네었 던 대관람차. 오르골 기능이 있어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들을 수 있다고 하여 기꺼이 샀던 것인데 막상 택배로 받아보 니 레퀴엠 비슷한 클래식이 나왔다. 처연한 멜로디 탓에 먼.. 더보기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간에 이 정도로 끝낼 수 있다면 아무튼 평균 내서 괜찮은 하루가 아니었겠나, 생각한다. 더보기 화석 늦은 귀가 중에, 작은 동산 하나 정도가 날아간 집 앞 공사판에서 트리케라톱스의 화석같은 중장비를 보았다. 한편으 로 흉물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쓸쓸해 보이는, 기묘한 느낌의 피사체라 땀으로 끈적해진 몸을 움직여 찍어 보았다. 더보기 개천에서 용 찾기 매 주 보지는 않고, 이따금 구미가 당기는 제목이 걸리면 찾아 보는 . '개천에서 용 찾기' 편은 지난 봄 에 다운받아 놓고 별 내용 있겠나 싶어 미뤄두었던 것인데, 지난 주인 7월 29일 방송된 '김제동-박경철-안철수' 2편 을 보고 흥을 가라앉히지 못해 다시 꺼내어 시청했다. 같은 프로그램이라 무의식적으로 재생시키긴 했지만, 1편에 이 어 점차 공고한 삼각편대를 이루어가는 김박안 트리오의 활약을 보고 난 뒤라 얼마나 재미있겠나 싶었는데, 별 내용 없더라도 일기를 쓰고 싶어질 정도로 흥미롭게 봤다. 인트로 장면. 개천이라도 여러 개 있을텐데 일부러 청계천에서 찍질 않나, 개천에서 난 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 개하면서 각하도 슬쩍 끼워넣질 않나, 아무튼 분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더운 .. 더보기 본 꼼쁠레아노, 까멜로. 낙타가 나오는 영화를 찍고 있다. 아무데나 침을 찍찍 뱉는 고약한 성격에, 낙타 주제에 가끔 보면 껌을 씹고 있질 않 나, 출신도 사막 횡단 등의 대업(大業)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잔심부름 용이었던 듯 하지만, 그래도 내 영화에선 당 당한 주인공. 애초의 사업 계획서는 아이폰으로 찍은 단편이었는데 들어간 제작비 뽑으려면 아이맥스에 걸어야 하게 생겼다. 아무튼, 새로 그린 그림이니 언젠가 '화첩' 카테고리에도 올릴 것이지마는 오늘이 마침 낙타의 생일이라 일기 장에 먼저 올린다. 생일 축하해, 낙타야. 더보기 토요 미스테리 극장 놀토가 없던 90년대 학생들의 고된 토요일의 끝에 큰 위안이 되어주던 . 배우 전무송 씨가 특유 의 음산하고 지친 목소리로 진행을 보았던 일종의 재연 프로그램이다. 전무송 씨는 영화 에서도 나레이터 역할 의 배역을 맡은 바 있는데, 아마도 감독이 이 프로그램을 보고 캐스팅한 것이 아닌가 싶다. 1회부터 60회까지 모아놓 은 화일을 누가 올려놓았길래, 언젠가 보겠거니 하고 다운을 받아두었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에어컨이 나오는 집에서 며칠을 자다가 다시 신촌 방으로 돌아왔다. 내 돈 주고 살았던 방 중에 서는 마음 속 왕좌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 없는 연희동 귀족집이었는데, 18'c 바람일랑은 추억에 묻고 선풍기 옆에 앉 아 있자니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단 말인가 하는 존재론적 의문이 든다. 양로원 .. 더보기 다녀왔습니다. - 혹독했던 지난 겨울에 전기 장판을 낙타의 안장처럼 두르고 마침내 살아남았던 것처럼, 인천에서 가지고 온 대나무 자리를 침대 위에 깔아두고는 잠시라도 떠나지 않는다. 함께 비비적거려 새끼를 낳을 수만 있다면 지금쯤 대나무 자리 부족에서 완장 하나 정도는 너끈히 달었을 것. 아무튼, 하루가 그러하니 오로지 하는 일이라곤 떠나지 않는 것 뿐이라 게시를 할 사진도 없고 따로 정리할 생각도 없어 또 잡스런 일기를 쓰게 됐다. - 예비군 후기. 혹서기라고 설렁설렁 해 주기는 했지만, 설렁설렁 하더라도 혹서기였기 때문에 탈진을 면할 수는 없었 다. 더워서 잠깐 흐르는 맑은 땀 말고, 몸의 양분 다 빨아먹은 진득한 땀이 군복을 모두 적셔 개고 오리고 열심히 먹어 대었던 여름나기 음식들이 말짱 헛수고 됐다. 그렇게.. 더보기 예비군 5년차 재학 중일 때에는 대학원생도 대학생으로 분류되어 1년에 8시간, 하루에 걸쳐 예비군 훈련을 받고 돌아오면 그만이었 다. 같은 학부, 같은 과끼리 배치되기 때문에, 서로 잘 몰랐던 동기나 선배와도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하루짜리 소울 메이트가 되어 돌아오기도 했었다. 5년차인 올 해, 재학중이어야만 참여할 수 있는 학교 프로젝트들도 끝나고 해서 기 본 등록금 아껴보겠다고 휴학을 했더니만 득달같이 일반 예비군 훈련이 나왔다. 4시간, 6시간, 8시간으로 각기 다른 3 일에 걸쳐 참가를 해야 하는데, 8시간 짜리를 두 차례 안 갔더니만 인천의 본가로 상근 아저씨가 와서 그러다간 벌금 맞는다고, 내일 모레인 목요일에는 꼭 나오라며 으르렁 거리고 갔다고 한다. 귀찮아 하는 내게 몇 차례고 전화를 걸어 확인을 .. 더보기 힙합에 이 한 몸 바치리, for real 다짐했었던 십 년 전의 사진. 이제의 나는 중산층에 편입되고자 미드 템포의 재즈를 듣는다. 거울을 볼 때마다 특히 입꼬리가 점점 내려가 나이들어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던 차에, 김정운 박사의 강의 가운 데 '한국 남자는 웃지를 않아서 볼이 일찍 처진다'는 말을 듣고 좀 웃고 다녀야 되나 어쩌나 고민이 됐다. 아버지의 생 신을 축하하기 위해 들른 인천에서, 방의 서랍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십 년 전 공연의 팜플렛. 심술맞게 생긴 건 나이 탓이 아니었구나, 하고 살던 대로 살기로 했다. 안 웃기면 안 웃고 말지 뭘. (큰 상관 없지만) 오늘 있었던 작은 일화 하나. 상경하기 위해 삼화고속엘 탔는데, 건너편 좌석 쪽에 앉은 여성이 아주 큰 소리로 무슨무슨 보이프렌드라는 가사가 끊임없이 나오는, 정말 끊임없이.. 더보기 7월 13일 - 주소를 알려준 사람은 많아야 열댓 명이고, 이전에 비해 딱히 더 재미있는 내용을 쓰는 것도 아닌데 조회수가 차츰 올라가더니 마침내 백 근처를 맴돌게 되었다. 처음에는 좋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매일 일기를 써야 되나 이거, 남들이 재미있어 할만한 내용 써야 되나 이거, 같은 간사한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사진 한 장 없이 에랏 근황 적는다. 에랏 근황의 미덕은 문단 앞에 - 하나 붙였다는 핑계 대고는 전혀 연결되지 않는 글들을 마음대로 써지르는 것. 안팔리 는 과자만 잔뜩 든 선물상자 되겠다. - 시험이 끝난 상원과 종각에서 만났다. 술을 못 마시는 친구와 만나는 것이긴 하지만, 설마 진짜로 스타벅스 한 가운 데에 앉아 네 시간을 떠들 줄은 몰랐다. 어깨에 근력 잔뜩 들어간 연애 업계의 연금술사님께.. 더보기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