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끌어오던 석사 논문을 마치고 3년 과정의 우클렐레 전문 학교에 들어가기로 했다. 끝까지 수강할 수 있을지는 모
르겠지만 처음 등교를 하는 아침의 기분은 아주 즐거웠다. 교내의 다른 반은 평범한 고등학교와 다를 것이 없었다. 까
까머리의 사내녀석들과 단발의 소녀들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원숭이들처럼 꺅꺅 소리를 지르며 복도를 뛰어다니
고 있었다.
ㄱ자로 꺾어진 복도를 돌자 '우클렐레 반'이라는 명패가 보였다. 시작한지 몇 분이 지나, 교실에 이미 앉아있던 학생들
이 뒷문을 열고 들어가는 나를 일제히 쳐다 보았다. 자리를 찾아 주섬주섬 앉는데, 콧수염을 기른 선생님이 자기소개
와 연주를 시켰다.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며 쭉 둘러보니 15-6명의 학생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이름과 나이, 그리
고 비교적 뒤늦게 학교에 들어가게 된 이야기를 말하고,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곡인 'Build me up buttercup'을 쳤다.
스트로크를 과하게 했던지 중간에 줄이 끊어졌는데, 학생들이 모두 왁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도 웃으면서 이
참에 우클렐레의 현 가는 법을 배워 보자고 하며 내 자리 주위로 모이도록 했다. 선생님과 내가 마주보고 앉고, 학생들
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데, 마주앉은 선생님의 바로 뒤에 서 있던 여학생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씩 하고 웃어 주었
다. 예쁘다. 저 사람과는 잊지 못할 어떤 이야기가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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