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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여기는 툰드라




신촌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입학을 하기 위해 오다니던 10년 전 이후 처음 본다. 장 보러 다녀오는 길마저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탐험, 그 난이도는 내쇼널 지오그래픽이다. 에스키모가 먹다 남은 생선을 눈 사이에 묻어두듯,

내창과 외창 사이에 귤이나 맥주를 놓아두고 이따금 생각이 나면 꺼내어 먹는다. 따뜻한 방에서 눈내리는 광경을 보며
 
세계 각지의 맥주들을 마시는 재미란 각별한 것이지만, 남은 음식 뿌려주며 얼굴을 익혔던 동네 고양이들은 마음에

밟힌다. 오늘 마시려고 놓아둔 맥주는 선물받은 칭따오, 안주는 마트에서 할인 스티커 붙여 사 온 훈제 오리. 고양이

들을 초대해서 함께 반주하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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