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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0

난로






는 뻥. 실은 방에 있는 조리용 전열기이다. 교양 떨고 싶은 아침엔 스크램블 에그와 베이컨을 익혀 주고 눈내리는 밤엔
 
교토 어디인 것마냥 가쓰오 우동을 끓여주기도 하는, 30대 독신귀족의 마음 속 세계화 파트너이다. 호흡기가 좋지 않

은 나는 건조한 시기가 오면 머리맡의 물컵에 항상 물을 채워 놓는다든지 수건을 적셔 널어 놓는다든지 하는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데, 라면을 끓여먹고 난 뒤 옛 생각이 나 장난을 쳐 봤다.


가습기가 없던 시절에 가정에서는 빨래줄을 방에 걸거나 대야에 물을 떠 놓거나 하는 방안이 있었지만 교실에서는 난

로 뚜껑에 물을 붓는 것 외에 딱히 수가 없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긴 하나 위험하다면 위험한 일이라 담임 선생님

만이 주전자를 쥘 권한을 갖고 있었는데, 6학년 때의 어느 쉬는 시간에 물이 구슬처럼 튀는 모습이 재미있어 마구 뿌

려 대다가 조금 일찍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에게 걸렸다. 선생님은 벌로 한 시간동안 난로 앞에 무릎꿇고 앉아 있을 것

을 명했다. 지금같으면 아동 학대로 뉴스에 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추억이라 아련해지다가도, 또 한편으로
 
그 선생님이 특정 부잣집 아이만을 편애했다는 음모론의 강한 신봉자인 나로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보할까
 
싶기도 하다.


긴 일기를 쓰려고 했다기보다 일기 쓰기에 동영상 첨부 기능이 있길래 시험삼아 적어봤다. 잡음도 많이 섞이고 해서

앞으로 올릴 때에는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치-익 하는 소리를 듣는 어떤 사람의 마음에, 이 맘때 쯤

이면 오전수업 시간표가 온통 크리스마스 카드 쓰기였던 국민학교 시절이 떠오른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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