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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靑空





새로 쓰기 시작한 토렌트로, 그간 여러 경로로 구해 봐도 성공할 수 없었던 Blue Hearts의 전집을 다운받았다. 많이들
 
알고 계실 Blue Hearts의 노래는 '린다, 린다, 린다'이지만, 내가 구하고 싶던 한 곡의 노래는 靑空였다. 독음은 아오
 
소라. 아오이 소라가 아니다.


여행 가방보다 훨씬 큰 기타를 들고 다니던 코타. 바라나시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인데, 인도 여행을 떠나며 기타를 시

작했다는 터무니없는 연주자였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옥상은 옆 숙소의 옥상과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경관이 좋아

두 숙소의 투숙자들은 밤마다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했다. 나는 대개의 여행자들보다 술을 잘 하는 편

이었고, 코타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새벽녘이 되면 둘만 있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 잦았는데, 정신을 차리

고 쳐다보면 코타는 항상 한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 곡이 Blue Hearts의 靑空. 코타의 유일한 연주곡이었다. 뒷통

수에 깍지를 끼고 누워서 갠지스 강을 쳐다보고 있으면, 코타는 이따금 '어때?'하고 묻곤 했다. 나는 '나아지고 있어'

라고 답했다. 일어로 묻고 영어로 답했기 때문에, 서로 같은 내용을 말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여행을 다녀온 직후부터 구하고 있었으니, 꼬박 4년만이다. 일본에 다녀오는 사람이나 일본 mp3를 많이 다운받는 이

들에게 부탁해도 구할 수 없던 것을 스스로 얻고 나니 무척이나 뿌듯했다. 막상 들어본 원곡은 조금씩 나아지던 코타

의 솔로 기타보다는 좀 느끼하고 덜 감동적이었지만, 그래도 가슴이 다시 뛰기에는 충분했다.


제대 후에 바로 떠났던 인도 여행은 사실 그 당시의 삶엔 별 도움이 안 됐다. 정체불명의 열병으로 한동안 고생했고,
 
제대 후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랬던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에게 어느 정도 상처를 줬던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있

던 목돈을 쓸어넣은 바람에 복학생활이 무척 곤궁했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지금 와서 靑空을 듣고 있으면, 참, 가길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든다. 30대의 어느 날에, 기타까지는 엄두가 안 나고, 우쿨렐레를 들쳐메고 몽고나 남미로 훌쩍
 
떠날 용기를 여전히 갖고 있길, 그리고 마흔이 되어 그 때 가길 참 잘했다고 자평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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