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방으로 이사를 오면서 방 안에 꼭 두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였던 큰 화분. 쌀 사러 나갔다가 연말 할인 찬스를 잡아
돈을 아낀 기념으로 샀다. 키워보고 죽이지 않을 정도는 된다 싶으면 점점 큰 것들을 사 보려고 한다. 사진으로는 많이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 손뼘으로 두 번이라 보기도 흐뭇하고, 나무보다 비싼 새하얀 사기 화분도 빤딱빤딱한 것이
정갈해 보여 자꾸 쳐다보게 된다. 물을 주면 화분에서 머금는 소리가 나는데, 위쪽에 깔린 자갈이 내는 소리와 아래쪽
의 흙이 내는 소리가 각각 다르다. 귀를 대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음이 적지않게 편안해진다. 나이를 많이 먹고 돈
많이 벌면 책보다 화분이 더 많은 서재와 과일나무와 계절 꽃들이 그득그득한 텃밭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