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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9

재개장 이 계정의 실제 주인이신 大 99 어윤선 님의 은총을 입어, 닫힌지 보름만에 다시 홈페이지를 열게 되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폐를 끼치곤 하는 것이 죄송하여 조만간 포털에서 만들 수 있는 홈페이지 로 이사갈 것을 계획 중이다. 홍기는 티스토리를 추천해 주었다. 닫히기 전부터도 그랬지만, 2009년 들어서는 한참이나 일기를 쓰다가 다시 지우는 일이 대다수이다. 잘 찍은 사진이나 열심히 그린 그림에 비하면, 별 내용이 없는 몇십 줄의 글은 오히려 안 쓰니만 못 한 것처럼 느껴진다. 취향이 변하는 것인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인지, 쉼표가 덜 들어가고 주술 관계가 확실한 문장이 점점 마음에 든다. 아직, 쓰지는 못한다. 일기를 못 쓰고 있어도 사진과 같이 잘 놀고는 있었다. 연말 분위기를 타고 서울의 이.. 더보기
삼청동 고양이 얼마 전 종로 나들이에서 삼청동의 골목 가판대를 지나다가 저 단단히 발기한 꼬리가 마음에 들어 샀 다. 받을 사람은 정하지 않았지만 본디 선물을 하려고 산 것인데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주 보다 보 니 그만 정이 들어 주저앉히고 말았다. 더보기
화나고, 무섭고, 밉다. 애독하는 딴지일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에 얽힌 비화'라는 기사를 읽었다. 당시 노제의 기획 자, 연출자와의 인터뷰인데, 이 정권이 얼마나 졸렬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는지, 그 리고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들이 어떻게 공포를 내면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새삼 일깨워줘서 화가 울 컥 났다. 주적인 대악당이 있고 그를 해치우는 것이 사회의 발전에 거름이 된다는 인식이 있으면 영 웅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러나 졸렬하게, 밥줄을 끊고, 사회적인 관계를 끊어놓고, 그것에 저 항하는 것이 아무런 소득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준다면 집권 세력의 의지가 관 철되는 것은 더욱 용이할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입을 모아 무식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며 하찮디 하찮은 쥐에 비.. 더보기
12월 3일, 서울유람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회의가 경복궁 근처의 음식접에서 있었다. 밥을 다 먹고 나온 시간이 두 시, 신촌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저녁 때 서당에 가기는 어중간한 시간이라 근처를 산책하다가 바로 구기동으로 가기로 했다. 경복궁과 삼청동의 길 사이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있노라니 예전 생각이 많 이 났다. 다행히 날이 춥지 않아 보이는 것에만 신나하며 걸을 수 있었다. 더보기
신호탄 음식점으로 향하는 길에 지나치면서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던 전시회. 국립 현대 미술관의 '신호탄'. 수업 시간에 억지로 끌려간 것을 제하고 미술작품의 전시회에 내 발로 가는 것은 렘브란트 전시회 이후 5년만이고, 혼자 보러 가는 것은 태어나 처음이다. 무료관람이기도 했고, 긴긴 경복궁 길에 딱 히 화장실이 안 보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들어갔다. 더보기
????ȭ 나는 특히 마지막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이런 액자 대우를 받을만한 정물이오, 시침 뚝 떼고 걸려 있었다. 제목도 해설도 없었지만 이 정도 그림이라면 '속도에 치인 현대인에 대한 날카로운 풍 자'와 같은 교과서적 해설이라도 납득해 줬을 것이다. 더보기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 두 번째 그림은 개그콘서트 시그널에서 말풍선 뿜어내는 걔 아닌가? 아무튼 잭슨 폴록 짝퉁처럼 벽 에 페인트를 흩뿌려 놓거나 방 하나의 장판과 벽지를 몽땅 뜯어 쇠락한 공장처럼 만들어 놓고 돌 몇 개 가져다 놓는 등의 설치 미술보다는 훨씬 보는 것이 즐거워 사진을 찍었다. 더보기
본문을 읽기 전에 무엇을 그린 것인지 상상해 주기 바란다. 이 그림은 사실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어둑어둑한 방 안에 이 그림이 가장 큰 한 면을 모두 차지하 고 있어 나는 깜짝 놀란 뒤 한참을 쳐다 보고 있었는데, 그저 출입구 안내원인 줄 알았던 여학생이 어느새 스윽하고 다가와 '샹들리에예요'라고 속삭였다. '아니, 두 귀신 그린 거 아닙니까?"라고 내가 묻자 학생은 비전공인 사람의 눈이 다 그렇지 뭐, 그래도 미술은 즐기면 되는 것이니 괜찮아요, 하 는 눈으로 날 보며 따스한 척 웃음을 건네 주었다. 스스로의 예술안에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나 는 마침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국인 두 명과 외국인 세 명에게 샹들리에가 아니라 귀 신을 그린 것이 아니냐고 물어봤지만, 그런 시선도 다 있군, 하는 리액션만 다섯 번 더 .. 더보기
책상 사실 전시장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책상이었다. 전시품이 아니고, 관람객들이 잠깐 앉아 쉬면서 브로슈어를 다시 뒤적이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하는 곳이었는데 두 남녀가 나란히 앉아 책 을 읽고 있는 모습이 아주 예뻤다. 언젠가는 배우자와 함께 꼭 저런 책상을 함께 만들어 집에다가 놓고 싶다고 생각했다. 더보기
아트 큐브 아트 큐브라는 건물 위에 있던 조각상. 자세는 아마도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자세 중 하나인 마 리아와 예수를 참고한 듯 한데, 두터운 철갑의 외곽선 처리가 마리아를 남성처럼 보이게 했고, 몸 에 비해 다소 큰 머리와 엉덩이와 다리 사이의 연결 부위가 예수를 여성처럼 보이게 했다. 별 의미 없이 그냥 자세만 따 온 것일까? 한참을 쳐다봐도 알 수 없었다. 찻집같으면 들어가 커피라도 마시 면서 기회를 보아 물어보았을 것인데, 출입구부터 돈없는 대학원생일과 반대의 자력을 갖는 '화랑'의 분위기가 느껴져 빈궁한 발길을 돌렸다. 더보기
표지판 종로경찰서 건너편의 건널목 어귀에 서 있던 표지판. 어떤 허풍쟁이길래 이런걸 만들 생각을 다 했 을까. 덕분에 신호 기다리는 동안 시드니까지의 거리가 파리나 런던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는 의외 의 정보를 얻었다. 더보기
교보 문고 경복궁에서 광화문을 거쳐 인사동까지 걷고 나니 발바닥이 뜨거워서 오랜만에 교보 문고를 찾았다. 가장 먼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5권을 찾아 구석에 앉아 읽었다. 나는 평소 를 제한 그 의 소설을 읽으면 멍청이가 된다고 거들먹거리는 말을 내뱉지만 실은 작품군을 몰래몰래 모두 읽어 온, 나름의 애독자이다. 불량식품처럼 끊기 어려운 맛이 있다. 지난 여름에 교보 문고를 찾았을 때 에는 4권까지만 출간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뒷내용을 궁금해하며 손가락만 빨았던 것인데, 5권은 좀 손가락 빨만한 가치는 없었던 것 같다. 후일에 좀 편한 곳에서 읽을 것을 기약하며 6권을 뒤로 하고, 경은 양이 추천해 줬던 와 오노 나츠메의 만화책을 몇 권 뒤적거 렸다. 사진의 장난감은 나오는 길에 크리스마스 카드 가판대 근처에 서 있.. 더보기
론리 플래닛 <인도> 2010년 판 가이드 북으로서의 본래적 용도보다 괴한 가격을 위한 호신용이나 근력 증진용으로서의 효용을 더 욱 뽐내는 론리 플래닛. 판의 2010년이 나왔길래 감개무량하여 사진을 찍어보았다. 난생 처 음 가는 해외여행에 밤새 론리 플래닛 뒤져가며 군생활 말년의 무료함을 달래던 것이 어느덧 3년 전 의 일이라니. 지금 인도로 떠나는 모든 이들의 앞길에 무한한 공갈과 사기가 가득하길 바란다. 그 것이 그들의 영혼을 살찌게 하리니. 더보기
장갑 종로에서 구기동으로 돌아오는 길에, 중간에 갈아타는 곳인 불광 역의 재래 시장에서 장갑을 샀다. 남자 치고는 커녕 영장류 치고도 손이 작은 편인 나는 딱 맞는 장갑을 찾기가 무척 어려운 편인데, 바람이 갑자기 불기 시작해 별 생각없이 색깔만 보고 빨리 집어든 장갑이 의외로 손에 딱 맞아 좀 놀 랐다. 버스를 기다리며 찬찬히 살펴보니, 히말라야(의 근처)에 올라갈 때 너무 추워 부랴부랴 샀던 장 갑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갑은 추운 산길에 꽤나 의지가 되었지만, 같이 갔던 셸파가 자기 물건을 히말라야에 묻으면 히말라야의 신령 비슷한 이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서 당 시 소지하고 있던 물건 중 가장 싼 것이었다는 이유로 며칠만에 이별을 하고 말았다. 후에 캘커타 에 가서 셸파들이 사람들이 묻.. 더보기
7022번 버스 고작 점심부터 저녁까지인데 모험과 환상이 가득했던 하루. 마지막에 서당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 데 버스 안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져 있어 화들짝 놀랐다. 사람이 많아 붐비는 통에 사진은 한 장밖에 찍지 못했지만 아주 재미있어서 내릴때까지 두리번두리번거렸다. 그런 버스가 간혹 있다는 것을 전해 들었을 때엔 무덤덤했는데 직접 타보니 롯데월드 야간개장에 간 것처럼 아주 신이 났다. 더보기
석사 4학기, 일상. 얼마 전에 이사를 했다. 그래봐야 같은 고시원에서 방만 옮긴 것 뿐이지만, 관처럼 몸이나 겨우 누 일 수 있었던 방에서 침대와 침대만큼의 공간이 더 있는 방으로 옮긴 것은, 내 개인의 일상에 있어 서는 큰 변혁이다. 덕분에 집에서도 공부를 할만한 자리가 생겨 요새는 연구실을 뜸하게 찾는다. 밤마다 긴 시간을 들여 하고 있는 것은 석사 장르의 제재인 제문의 번역이다. 제문은 애제류의 하 위 장르인데, 제사를 지낼 때에 '유세차-'로 시작하여 낭송하는 정체 불명의 주문이 제문의 대표적인 종류이다. 우리 집은 아직도 때가 되면 큰집에 모여 제사를 지내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제사 날이 되면 한복을 꺼내어 입고 제문을 써 내려가던 장면이 기억에 생생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엎드려 고개를 .. 더보기
11월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20대의 마지막 달이 시작된다. 더보기
11월 25일 올드 이글스 對 핫독스 전 그제였던 11월 25일 목동 야구장에서 신세계 백화점 사회인 야구단 'Hot Dogs'와 경기를 가졌다. 결과는 20대 7로 석패. 그러나 경기 내용과 상관없이 목동 야구장에서 야구를 해 보았다는 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야구 소년들은 출발하기 전부터 흥분해 있었지만 올드 이글스를 시작하기 전까지 가장 흥미없는 스포츠 중 하나로 야구를 꼽았던 나는 막상 선수 대기실과 덕아웃에 들어서서야 실제 경기장의 위용을 실감하였다. 그라운드는 어찌나 푹신푹신한지, 하루 종일 슬라이딩 캐치를 연습해 도 좋을 것 같았다. 더보기
과학 기술의 발전이란 참으로 무시무시하다. 육안으로는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저 스냅을 궤적이나마 잡아내다니. 이러다간 총알도 찍힐 노릇이다. 더보기
사실은 지명 타자 신세. 그나마도 4회부터. 시합 내내 주머니에서 손을 뺀 시간보다 넣고 있었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분하면 야구 잘해야지 뭐. 더보기
출루 본래는 위의 사진만 올려도 겸손하게 출루하는 타자의 모범적 표정을 표현하기에 충분했을 것이지 만, 그냥 저 사진만 올렸다가는 보는 사람마다 모두 삼진을 먹고 쓸쓸히 벤치로 돌아오는 장면이라 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는 제발저림 때문에 굳이 출루 인증 사진을 올린다. 세 번의 타석 인생 중 한 차례 출루하였던 이 귀한 볼넷 인생길의 마지막은 3루로 향하던 중 비명횡사. 달리는 동안 3루수 자 식의 손이 갑자기 부러지기라도 해서 세이프가 되길 그렇게 바랬는데. 야구의 신이 눈앞에 있었다 면 15cm 앞에서 민섭이한테 배운 포크볼을 대가리로 던졌을 것이다. 더보기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나는 를 소설로 읽은 적이 없다. 80년대의 유년기에 월간잡지 '보물섬' 에 이희재 씨가 만화로 연재했던 것을 읽은 것이 전부이다. 그나마도 보물섬은 워낙 만화만 가득했기 때 문에 부모님이 사 주기를 꺼려했던 것도 있고, 거친 펜 터치나 비루한 일상의 묘사 등이 둘리나 하 니, 펭킹 라이킹 등의 명랑 만화에 익숙한 꼬마의 눈에는 낯설었던 것도 있어서 딱히 챙겨 보는 만화 는 아니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꿈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음탕한 노래를 부르거나 아주 걸진 욕 을 입에 달고 사는 주인공만 봐도 이 작품이 딱히 아이를 위한 것은 아니었던 듯 하다. 나는 갈보라 는 단어를 이 만화에서 배웠다. 그 가운데, 주인공 제제가 예쁜 색지를 볼 때마다 모아서 이어 붙여 큰 풍선을 만들었는데.. 더보기
청계천에 다녀왔다. 웹 산책 도중 보게 된 세계 등불 축제의 사진들이 너무 예뻐서 나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할 일이 적지 않은 일요일 밤을 통째로 들여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청계천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찾 은 인사동을 걷는 것도 즐거웠고 지인과 전통 찻집에 앉아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도 무척 마음에 와 닿는 시간이었지만, 혹한기의 영종도를 연상케 하는 날씨 탓에 정작 등불 구경은 잰걸음으로 지나가 며 사진을 찰칵찰칵 찍는 것으로 끝나 버렸다. 동행한 정재령(28) 님께서는 단지 추운 날씨 뿐만 아 니라 1주일간의 영국 여행에서 돌아와 월요일부터 출근을 해야 하는 현실에 크게 심기가 불편해 계셨 고, 아울러, 종종 언급하다시피 재령은 이번에 결혼한 허수와 동기이며 또한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직장 상사이기도 한데, .. 더보기
2009 서울 세계 등불 축제 추워서 손이 떨려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애당초 전시물이 많지 않아 담고 싶었던 건 다 카메라에 넣어 왔다. 포토샵으로 좀 보정을 했더니 현장에서 봤던 것보다 지나치게 잘 나와서 나는 좀 분한 마음이 들었다. 더보기
허수의 결혼식, 강남역 삼성전자 별관, 11월 7일. 삼성전자 별관의 5층에는 하나의 결혼식장과 그에 딸린 신부 대기실 등의 방만 있어 매우 조용하였 고, 식장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청첩장을 확인하여 하객만 통과시켜서, 근래 가 본 결혼식 중에는 가장 정갈한 예식이 되었다. 사회로서 따로이 여러 멘트들을 준비해 갔지만 예식장의 도우미가 식순에 맞추어 써진 사회사를 넘겨 주었고, 무엇이 그리도 급했는지 한 순서가 끝날 때마 다 옆에서 다음 말할 것들을 재촉해대는 통에 주어진 것만을 거의 그대로 읽었다. 내 입장에서는 다소 불만이었지만, 번잡스러운 일을 싫어하는 신부와 식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하객들에게는 그 속도 와 효율성에 있어 인상적인 결혼식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신랑에게 신 부를 등에 태우고 팔굽혀 펴기를 하며.. 더보기
근황 방이 건물 외벽과 가장 가까워 외풍이 심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했는지, 고시원의 원장 형이 전기 장 판을 줬다. 덕분에 요새는 누워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을 속여가며 장판에 허리 지지는 것이 하루 중의 가장 긴 일과이다. 아무리 그래도 일기를 쓴지 1주일이나 지난 것은 몰랐다. 괜찮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연구실로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아 올릴 수가 없게 됐다. 오늘은 지난 한 주간 있었던 일들을 글로만 간단히 적으려 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지난 주말 인천을 찾아 겨울옷들을 챙겨왔다. 부피가 커서 여러 벌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당장 몸이 따뜻한 것 말고도 어느새 눈에 설어진 옷들을 다시 걸치고 나서는 것이 무척 기분 좋다. 엄마가 새 청바지를 사 줬는데, 지퍼가 아니라 단추.. 더보기
내일은 홈런왕 세미나가 끝나고 사람들과 찾은 타격 연습장에서, 날아오는 50 개의 공 중 딱 하나, 발을 내딛고 허리 를 돌리고 왼팔은 원을 그리며 휘두르고 오른팔은 받치다가 중간에서 떨어지고 공을 배트 끝에서 흩 뿌리는 순간까지, 붕, 하고 한번에 연결되는 순간이 있었다. 발끝부터 배트와 궤적, 그리고 날아가는 공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 느낌. 1루와 2루 사이 클린 히트. 유격수도 못 잡는 코스. 얼마나 연습을 안 해 봤으면, 50 개 쳤다고 왼손의 배트를 잡는 부분이 전부 까졌다. 덕분에 별렀던 입력 작업도 다음 주로 넘어가게 생겼고, 몇 달 전 공을 잡다 중지의 손톱이 빠진 오른손에 왼손까지 이 꼴이 나 머리도 제대로 못 감게 되었지만, 몇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손끝의 그 느낌이 생생하다. 50 개 중 하나면.. 더보기
사진은 잘 나왔지만... 23일 과천에서 있었던 올드 이글스 첫 공식경기, 對 야쿠르트 전에서 4타석 2삼진, 1유격수 플라이, 1유격수 앞 땅볼. 결과적으로 베이스 한 번 못 밟아봤다. 시합 전일 신촌의 타격장을 찾아 홀로 연습 을 하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날아오는 공의 열 개 중 세 개도 못 때리는 자신의 실력을 이미 파악하 고 있었기에 공격 방면에서의 실책은 기실 스스로 실책이라고 여기지 않았지만, 좌익수로서 엉뚱한 곳에 송구하거나 평범한 땅볼을 알까기하여 대량 실점을 허용한 것 등은 마음에 크게 남았다. 신경 을 쓰던 부분에서 또다시 실수를 한 것에 스스로 실망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단체경기에서 팀 원들에게 폐를 끼친 것이 죄스러워 이후로는 공이 날아와도 선뜻 달려가지 못할 정도로 몸이 굳고 말았다. 농구 등의 다른 운.. 더보기
올드 이글스 단체사진 화질이 좋지 않다. 용량이 큰 화일을 무리하게 줄인 탓일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새로 홈페이 지를 만들 때엔 좀 더 큼직큼직한 사진들을 여러 장 올리고 싶다. 아무튼, 올드 이글스 첫 공식경기 의 단체사진. '천하무적 야구단'을 볼 때마다 가장 손발이 오그라들었던 장면은 일반인을 상대로 한 분량 뽑기 예능 씬이나 페르소나를 보는 듯한 마르코의 실책이 아니라 대전 상대로 소개되는 팀들이 군인처럼 줄서서 '무슨무슨 팀, 화이팅!'이라고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이었는데, 막상 유니폼 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니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이것이 유니폼의 힘인가, 나는 생각했다. 더보기
시월, 종로. 2월에 출산을 앞두고 계시는 뚜껑 어머님과 종로에서 찍은 사진. 뒤의 마티즈만 아니라면 학회 차 동 유럽에 다녀왔다고 뻥쳐도 좋을 법한 한 컷이다. 매양 신촌서 어슬렁거릴 것이 아니라 종로 쪽의 구 석길을 잘 뒤져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외출이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