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09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난하구나 공부도, 수양도. 더보기 息 이십대 후반은 반성으로 가득하다. 각오가 부족해 또다른 후회거리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도가 지 나쳐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한숨 돌리고 생각해 보면 무엇 하나 가르침 되지 않는 것이 없다. 본성이 아닌 고로 자신과 남이 모두 편안해 하는 지점을 찾지 못해 항상 위태위태하 지만, 그래도 기꺼워하는 바를 말하고 실천하더라도 여전히 만족할 수 있는 때가 되기까지는 돌아 가지 않겠다. 첩경은 없고, 있더라도 취하지 않는다. 적어도 서른까지는, 하고 다짐했던 시작. 이제 일 년 남았다. 사 년을 지켰으면 사십 년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더보기 2월 4일 장례식 절차를 다 마치고 일주일여 만에 돌아왔을 때에는 당장이라도 고금의 학문을 통달할 수 있을 것처럼 위안감을 줬던 연구실 내 자리였는데, 다시 오래 앉아 있다보니 좋은 노래 나왔다고 멍하니 수십 번씩 듣는가 하면 이따금 드는 몹쓸 생각인 서울까지 와서 집도절도 없이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마음에 쓸쓸해지기도 하고, 아무튼 간사한 물건이다. 내일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중간 점검차 전주에 내려간다. 날이 풀렸으니 좋은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 와야지. 더보기 2월 무언가를 쓰기는커녕, 논문이 아닌 보통의 책을 읽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눈은 TV자막을 읽 듯 몇 행을 넘기기 일쑤이고 자판에 익숙해진 손가락은 한 획조차 곱게 긋지 못한다. 잘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이 그저 인도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 몇 시간에 걸쳐 인도 꿈 을 꾸었다. 석사가 끝나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다시 한 번 외국에 가고 싶다. 더보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눈 오는 구정날. 다른 것보다 해마다 명절 때가 되면 엄마가 더 생생히 기억하게 될까봐 안타까웠다. 나이먹고 하게 되는 일은 어릴 때 하던 접시 나르는 일과는 달랐다. 삼일 밤낮을 일하고, 잠깐 자고 일어났는데 몸이 무거워 슬픈 마음도 안 든다. 와 주신 분들이 혹시 보실까,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굳이 일어나 일기를 쓴다. 걱정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더보기 공부하기 싫어요 1 시험이 다가올수록 점점 삶에서 의미를 더해가는 괜한 딴 짓들. 두 번의 방학을 포함하여 1년 넘게 를 한 번 안 그리다가 요새는 매일 한 장씩 그림을 그려대고 있다. 오늘의 공부하기 싫어요 그림 첫 번째는 남미의 어떤 신. 남미의 고대 신 그림들은 어딘가 슬픈 듯한 눈매도 눈길을 잡아 채지만 마 치 만화처럼 내용이 몇 장동안 이어지는 구성도 흥미롭고, 선이 무척 매력적이기도 해서 언젠가 그려 봐야지 그려봐야지 하던 차에 마침 새로 산 이라는 책에 몇 장 있길래 그려 봤다. 애석하게도 본문에서는 정작 이 신이 어떤 신인지 알 수 있는 단서조차 없어 그저 어떤 신으로 쓰고 넘어간다. 언제나와 같이 의도적이지 않은,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대단히 공격적인 파괴와 재해석이 이루어진 탓에 원작은 감히 함께 올리지 않.. 더보기 공부하기 싫어요 2 SCEJ의 야심작 . 파타 파타 파타 퐁. 퐁 퐁 파타 퐁. 더보기 국화차 금매 찌에찌에가 준 국화차. 자리에서 자주 일어나기 싫어하는 습성 탓에 컵이 선식 사면 주는 사은 품 대용량 컵이라 사진은 밉게 나왔지만. 마른 국화 세 송이를 넣고 물을 부으니 들풀향이 화악하고 올라왔다. 유년시절 저녁 먹으러 집에 돌아가는 길의 석양이 기억나기도 하고, 군에 있을 때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하며 걷던 부대 근처의 영종도 갈대밭도 생각나고. 오늘은 일어나면서부터 코끝에 떠 오르던 한 냄새가 무엇인지 궁금해 궁금해 하다 하루가 다 갈 즈음에야 기어이 기억해 낸, 말하자면 냄새가 하루의 토픽이었던 날이라 감흥이 더했다. 더보기 호주 기념품 석사 수료를 고작 한 학기 남겨두신 빛나는 지성 성아사 선배님께서 얼마 전 다녀오신 호주 마실의 기념품으로 하사한 오리너구리. 잠깐씩 가지고 놀 수 있는 물건들이 잡다히 널려 있는 내 책상 위에 서 며칠째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군림해 계시다. 무척이나 졸립던 한 밤 무심코 가져다 얼굴에 비비 다가 그 부드러운 촉감에 그만 그대로 엎어져 자고 말았다. 선배님의 증언에 의하면 무척이나 비쌌 다고 한다. 그런 줄 아는 수밖에. 죽기 전에 호주 가 볼 수나 있을까 모르겠네. 더보기 대학원 동기들 친애하는 허 감독님과 진엽 양. 셋 다 마신 것에 비해 어처구니없이 피곤해 해서 함께 찍은 사진은 없 다. 비록 다음날엔 다들 병났지만, 공부해야지 작심하고 들어온 직장에서 새벽까지 쾌하게 술을 마 실 수 있는 사람들을 동기로 만난 것은 과외의 소득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큰 복이다. 체력 회복하는 대로 개학 전에 제대로 다시 마셔야지. 힘들 냅시다. 더보기 1월 17일 토요일 주말의 연구실은 고즈넉해서 좋다. 저녁이 되면 일요일이라도 신촌에 거주하는 석박사들이 스물스물 찾아들지만 오전이라면 나체로 공부하고 있어도 볼 사람이 없다. 문과대생이면 누구나 공감하듯이 외솔관은 영 잘못 지어진 건물. 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에는 며칠 전 왔던 눈이 그대로 쌓여 있다. 옛 글을 읽다가 눈을 들어 보면 푸른 소나무에 눈이 쌓여있고, 와 같이 낭만을 즐기면 좋겠지만 애석 하게도 연세대는 주말에 난방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중앙난방시스템이라 항의를 할 수도 없다. 괜한 녹차만 축내는 가운데 고작 오십여 번 남은 이십 대의 한 주말이 잘도 지나간다. 더보기 신년 근황 일기를 오랫동안 쓰지 않아서인지 괴 방문자들이 늘어만 간다. 나는 생계를 위한 입력을 계속 하는 한편으로 각종의 잡무와 곧 있을 한문교육기관의 시험에 대비하며 여전히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 바 쁘게와 정신없게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은 같을지 몰라도 실제로 살아내는 사람에게는 대단한 차이 를 갖는 말이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몸 주위를 둘러싼 물결이 어디로 흐르는지 파악해 보려 애 쓰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물 속에서 자기가 어디로 쓸려가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생활이 이 러니,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관계야 고마울 따름이고 내 쪽에서 새로운 관계를 -아주 작은 것이라 도- 만들어 내기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와중에도 역시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사람 뿐이 다. 짧은 휴식에도 사람들이 채.. 더보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일이 닥치면 일을 하느라, 시간이 나면 쉬느라 정신이 없군요. 그 사이의 것들, 예를 들면 독서라든 지, 산책이라든지 등등의 일은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2007년의 마지막 날에는 그래도 뭔가 계획 이나마 세워 보려고 시도 정도는 했었는데, 2008년은 그저 아버지와 흡족하게 술 한 잔 한 것으로 마 무리 짓고 쭉 이어갑니다. 이젠 정말 서른 즈음에를 불러도 아무 부끄럼 없는 스물 아홉 살. 믿기지 않는 이 기분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모두 한 살씩 더 드신 친애하는 청장년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