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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9

기적의 다이어트 근래 신변에 일이 있어 몸과 마음을 좀 쓰고 났더니 3주만에 7kg이 빠졌다. 일정한 주기를 두고 차 근차근 재어 온 것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몇 주만에 체중계에 올라가 본 것이라 계기판에 뜨는 낯 선 숫자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본래 얼굴에는 살이 찌는 편이 아니어서 겉으로는 크게 티가 나 지 않아 거울을 보면서도 몰랐던 모양이다. 배가 나오려 하는 것이 꼴보기 싫기도 하고 집안의 가족 력이 대체로 비만, 혈압 등과 관련되어 있어 언젠가는 꼭 감량해야지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운동이 나 식단 조절 등의 건강한 과정으로 얻은 결과가 아니라서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더보기
인도에서 온 사진 지금은 델리의 빵굽는 마을에 계신다고. 사진의 흔들림까지 과연 인도 느낌 농후하다. 더보기
10월 10일 토요일 오늘은 고등학생들의 논술 시험이 있다고 해서 저녁 다섯 시 반까지 연구실 출입이 통제되었다. 느 지막히 일어나 밥을 먹고 석양을 업고서는 올라오는 길에 아름이를 만났다. 스무 살들은 정말 부쩍 부쩍 예뻐진다. 십 년째 실감하고 있는, 연세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진리로 남을 것만 같다. 교정은 이미 조용했다. 시험이 다섯 시 반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내의 정리가 모두 끝나는 것이 다섯 시 반이었던 모양이다. 연구실에 도착하여 선풍기를 옆으로 치워두고 다시 히터를 꺼냈다. 며칠 전부터 생각만 하고 귀찮아서 미뤄 두었던 일이다. 올 해는 겨울이 일찍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가 참외와 사과를 까 먹었다. 여름 방학부터 쭉 저녁에 일어나 아침에 자는 생활을 하다보 니 그 시간에 여는 식당을.. 더보기
인천의 달 2009, 10, 03. 소니 H-50. 더보기
추석, 산에 가는 길 집안에선 한참 일할 나이. 더보기
최은서 아버지는 칠남매라 내게는 사촌이 열다섯 명 있지만, 다른 집들에 비하면 유달리 사촌간의 관계가 없었다. 평생 만난 횟수를 합해 봐야 열 번 안짝인 사람도 있고, 가장 친한 사람을 굳이 뽑으라고 해 도 집안의 큰 일 때나 잠깐 만나 존대말 비슷한 반말로 근황이나 묻는 정도였다. 최씨 성을 단 친사 촌들과는 그래도 방학마다 만나 큰 집이 있는 시골에서 뛰어 노는 유년기를 함께 보냈는데, 그나마도 스무 살이 넘어서부터는 인생이 다르고 화제가 다르다 보니 제사 때나 잠깐 보고 말 뿐이었다. 두어달 전 인천에 잠시 내려왔다가 나와 세 살 터울인 운호 형이 딸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큰고모의 장남인 태훈이 형이 아들을 낳은 것이 이십수년 전의 일이다. 집안에는 이미 다음 대의 아이 들이 즐비하였다. 집안의 화.. 더보기
아버지, 작은 아버지 아버지의 밭으로 가는 길에서. 더보기
도환 형의 고양이 여전히 새끼이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 데리고 왔을 때에는 제 몸도 못 가눠서 웍, 하고 놀래키면 도망 가다 자빠지곤 했었는데 고작 보름만에 제법 고양이 태가 배었다. 장난삼아 무척 높은 곳에 올려 두 면 중간에 발디딜 곳을 찾아 펄쩍펄쩍 뛰어내리기도 하고, 장난을 치다가 질 것 같으면 발톱을 세우 기도 하는 등 얄미워질 태세를 본격적으로 갖추는 중이다. 추석 연휴에 잠시 도환 형의 집을 찾아 놀던 중 일일이 상대하기 귀찮아 책장의 4단 쯤에 올려두고는 오락에 몰두하느라 까맣게 잊고 있다가, 책장 앞에 앉아있던 내 목덜미로 뛰어내리는 바람에 정말 앗, 하고 깜짝 놀랐다. 철렁한 가슴도 가슴이지만 저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모 양인지 발톱을 잔뜩 세우고 있었던 터라 목덜미에 생채기가 났다. .. 더보기
서울 가는 길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역작 에서, 목욕을 꺼려하는 무사시에게 다른 어떤 이가, 목욕을 하면 평소에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일순간 풀어진다, 너도 나도, 그때가 싫은거다, 그런 대사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당시 만나던 사람에게 나도 그래서 목욕이 하기 싫은거다, 라고 농담이나 할 뿐 이었는데. 짧은 추석연휴가 끝났다. 목요일의 민추 수업이 휴강했던 덕분에 연휴이거나 말거나 별 상관이 없는 내게도 꽤 긴 시간이 주어졌는데, 꼭 해야 할 일이나 해두면 좋을 일을 내팽개치고 인천으로 왔다가 이제 올라간다. 서울에서만 지내다 보면 작은 일 하나하나에 집착하여 고민하고, 압박을 받곤 하게 되어 학기중에도 나는 이따금 부러 인천을 찾아 긴장을 풀고 가곤 한다. 인천에서는 자거나 걷기만 해도 대범해지는 덕이다. 그런데 .. 더보기
3년 전, 바라나시 근래의 받은 메일함은 대학원의 행정 업무나 중앙 도서관의 예약도서 도착통보 따위로 가득하다. 굳 이 옛 기록을 뒤져, 함께 연극을 하던 사람들이나 인도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 안부의 메일을 보냈 다. 하나하나 보내며 새삼,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고, 또 얼마나 빠르게 잃어버렸는가를 절감 한다. 맘 같아서는 석사 논문의 전기가 될 이번 겨울 방학도 몽골부터 인도까지 옛 사람들과 함께 유 유자적 유랑하는 데 홀랑 써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더보기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차창 밖에 가을비가 내린다. 사실은 커피맛 스카치 캔디의 접사를 찍다가 실패한 사진이지만, 비 오는 날의 버스 창 밖이래도 얼 추 먹힐 것 같아 시침 뚝 떼고 올린다. 하루종일 비가 자작자작 왔다. 더보기
???? 넓이는 군대 내무반의 한 자리보다 좁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을 그간의 거주지 중 손에 꼽을 정도 로 만족하게 만드는, 하교길의 골목. 여름에도 새벽이면 운치있는 곳인데, 요 며칠새 가을로 넘어가 면서 가로등의 빛이 더 짙어졌길래 사진을 찍어보았다. 전등 아래에 서서 눈을 감고는 좋아하는 노 래를 한 곡 온통 듣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있으면 시멘트 벽 사이 어디선가 가을벌레가 찌륵찌륵 운다. 삼사분 정도 가만히 서 있으면, 몸을 감싸는 것은 딱 견디는 게 오히려 즐거운 정도 의 추위이다. 지난 금요일에, 일주일의 일과 중 가장 즐거운 활동인 야구단 연습을 하던 도중 손톱을 다쳤다. 특히 서투른 내야 바운드 공 잡기를 연습하다가 눈 앞에서 불규칙하게 튀는 공에 손톱이 세게 맞 은 것이다. 처음에.. 더보기
최대호, 두 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별 일 없이 살고 있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오시는 부모님께 카메라를 빌려 드리는 바람에 사진을 못 찍어서기도 하고, 아무튼 이래저래 일기 쓰기에는 썩 좋지 않은 환경이 계속되었다. 오늘도 딱히 쓸 일은 없었지만 엄마가 옛 사진을 찍어 둔 것이 메모리 카드에 남아 있 길래 재미삼아 올린다. 이십 수년 전임에도 대여섯 살 무렵부터의 사진을 보면 특히 눈을 포함하여 이미 지금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그 전의 사진은, 엄마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다른 애 를 찍은 것이라고 해도 그대로 믿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MC나 마피아쯤 되어야 걸칠 수 있는 추 리닝 패션에 주목. 무려 1983년이다. 더보기
9월 9일. AM 06:30 계속되는 컨디션 난조 탓에 일찍 누웠음에도 서너 시간 밖에 못 자기도 했지만, 다른 해를 생각해 봐 도 예비군 날 아침에는 언제나 피곤했다. 군복에 몸을 우겨넣고 있으면 꿀꿀한 생각도 많이 나고. 툴툴, 툴툴, 거리면서 군화 직직 끌고 나간다. 더보기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희동 쪽에 살게 되면서 요사이의 산책은 홍대를 향하는 일이 많아졌다. 사람 많은 것이 정신 사나 와 정작 홍대 앞까지는 가지 않지만, 어정쩡한 위치 때문에 예전에는 쉬이 가지 못했던 홍대 인근의 헌책방들에 들르기도 하고, 신촌에서 몇 발짝 벗어난 곳에 인천의 한갓진 동네 같은 거리가 있어 신 기해 하며 걷기도 하고, 아무튼 즐겁다. 와중에 재미있는 곳을 발견했는데, 망한 가게에서 만화책과 비디오, DVD 등을 납품받아 상설로 판매하는, 일종의 중고 도매점이 그곳이다. 주로 구입하는 것은 만화책인데 당장에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도 한 주나 두 주 가량 기다리다 보면 어느샌가 권당 오백 원에서 천 원 사이의 가격으로 책꽂이에 꽃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컴퓨터로나 돌려 보던 만화책을 직접 손에 .. 더보기
9월 3일 석사 과정의 마지막 정규 학기인 이번 4학기에는 수업이 하나 뿐인데, 그나마 첫 주부터 휴강되는 덕에 나는 아직도 저녁에 등교하고 아침에 하교하는 낙을 누리고 있다. 그러니 스윽하고 곁에 와 선 가을을 남들보다 빨리 느끼는 것도 정한 이치. 세상의 온갖 가을은 모두 끌어다 안는 천성 탓에 별 것 아닌 일도 가슴에 움푹 깊은 상처나 인생의 반환점이 되고, 별 것 아닌 생각도 천추의 한이나 대 오각성이 되기 일쑤인데, 글로 정리하다 보면 또 별 것 아니라 일기에 며칠째 한 줄도 적지 못했다. 써봐야 의미가 없어 날린 것 뿐이지 정작 자판으로 쳤던 것은 8월 내 일기에 썼던 양과 비슷할 정 도일 것이다. 그렇게까지 쓸데없는 글을 쓰는 것도 용하다. 할 일은 많아 심사에 치이면 곤란한 이번 가을이지만, 조용히는.. 더보기
8월 31일 월요일 계속 해 오던 한문 수업의 과목 조교 외에, HK 사업단의 보조연구원을 맡게 되었다. 세 시간을 앉아 있자니, 괜히 업무 하는 척 하며 슬쩍 나가 음료수 사 먹고, 화장실에서 거울 한 번 더 보고 하는 일들 이 오랜만에 즐겁게 느껴졌다. 군대 시절에나 느껴봤던, 인생 망치는 불량식품 즐거움. 항상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공휴일에조차 편히 쉬지 못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앉아서 시간 채우는 직업 안 택하길 잘했다, 고 생각했다. 문집 총간의 목차를 순서대로 일정량만 복사하면 되는 10분 가량의 업무가 오늘의 과제였는데, 하고 있자니 아무 의미없이 백과사전을 베껴쓰고 돈을 받던 '빨간머리 클럽'의 그 주인공 아저씨가 생각이 났다. 더보기
생일 스물 아홉 살의 생일. 아침 댓바람부터 축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바쁜 사회인과 직장인들 을 위해 축하와 선물은 두고두고 받을 작정이니 생일 당일날 못 해 주면 그만이라는 얄팍한 소릴랑 말고 충실히 준비들 해 주기 바랍니다. 더보기
가자 갑자원으로 현실은 가서 쉬자 고시원으로. 더보기
8월 21일 국문과 야구단 올드 이글스 연습 선선한 가을 날씨라 연습하기 아주 좋았다. 아직도 형편 없지만, 실밥에 두 손가락을 걸치고 힘껏 던지면 뭔가 손 끝에 느낌이 올듯말듯 하는데, 그 기분이 아주 좋다. 더보기
하늘인지 바다인지, 신촌, 090821. . 더보기
암호는 다정하라 서른을 넉 달 앞에 두고, 꽤나 오래 잠자고 있던 내면의 부활. 굽어있던 허리도 쭉 펴지고, 그러다 보 니 배도 조금 들어간 느낌. 중요할 때엔 어김없이 전신에 퍼지는 인천의 피. 새벽 한 시에 신촌역서 외솔관까지 풀스피드로 질주. 아주 기분좋은 뻐근함과 상쾌함. 090823 선릉역 발 철갑탄 한 방. 더보기
새신랑 소울의 동반자,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문 1반 01학번 허 수, 드디어 결혼. 11월 7일. 더보기
여행 다른 사람에게 줄 선물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으로는 마지막으로 샀던 귀걸이.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석사 논문을 끝내고 나면 귀에 달고 몽골로 훨훨 날아가리라 다짐하며 구입했던 것인데, 울란바 토르 행 비행기 표를 사기 위해 기르던 돼지 저금통의 배를 결국 석사 마지막 학기의 등록금에 보태 기 위해 째고 말았다. 눈물이 장강처럼 주룩주룩. 주머니에 동전이 있어도 항상 지폐로 계산하며 하 루의 거스름 돈을 쩡그렁 쩡그렁 넣는 것이 낙이었는데. 사립 대학교의 대학원 온 내 잘못이지 뭘. 아는 사람이 프놈펜에서 문자를 보내줘서 새삼 생각이 나 꺼내 보았다. 언젠가 끼우고 휭휭 날아갈 날이 오겠지. 더보기
2009 08 18 인천과 선동렬, 그리고 고인을 얽어 잡스러운 글이라지만 끙끙대고 써서 잠시나마 올렸다가, 당신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표현해내는 데에는 못 미쳤다 여겨져 모두 지워버렸다. 고인이 누운 세브란스가 연구실에서 걸어 십여분 남짓이 걸리는 거리에 있다. 새벽 즈음에 책을 덮 고 멀찌감치서나마 보고 오려고 한다. 김대중 선생님의 서거에 애도를 표한다. 더보기
8월 17일 월요일 석양을 보면서 학교로 나오는 길에 함께 가는 할머니와 손자를 보았다. 꼬마는 킥보드를 타고 있었는 데,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땅바닥을 힘껏 차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고, 할머니는 그 뒤에서 아이구, 잘 한다, 아이구, 잘한다를 연신 외쳐주고 있었다. 오르막에서 킥보드를 운전한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엄청나게 힘든 일이고, 엄청나게 위대한 성취이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큰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었을 것이다. 좋겠다, 나는, 내 친구들은,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도 아무도 칭찬 안 해 주는데. 개강을 앞두고 팽개쳐 놓았던 일거리들을 붙잡으면서 수천 곡의 mp3를 플레이어에 걸어 놓았다. 연구실에 아무도 없었던 덕에 외국 노래가 나올 때에는 가사를 보며 연습하기도 하고, 왕년의 댄스 음악이 나올 때에는 2002 클럽.. 더보기
개학 인용 문구에 각주를 달기 위해 책장에서 책을 꺼내려고 하는데, 거미 한 마리가 뽑을 책의 근처에 앉 아 있었다. 비키라고 책장 아래 부분을 툭툭 쳤는데도 거미는 움직이지 않았다. 입김으로 몇 차례 불어보고 나서야, 죽어 있음을 알았다. 아는 거미였다. 뻥치시네,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매일같이 연구실에만 열댓 시간을 앉아 있다보면 책만 붙잡고 있더라도 책 바깥의 많은 정보들을 습득하게 된다. 예를 들면, 몇 시쯤 되면 수위 아저씨 가 순찰을 도니 귀신 발소리와 착각하지 않아도 좋은지, 외솔관 뒷 산의 새들은 몇 시쯤 일제히 울기 시작하는지 등등. 죽은 거미는 방학이 시작될 무렵 갑자기 나타나 왕성한 속도로 거미줄을 치기 시 작했다. 처음의 며칠동안은 주목해서 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을만한 곳에 줄을 치고.. 더보기
0810-0811 중미산, 동방고전문학회 사실은, 전국동방노래자랑 중미산 편. 더보기
받은 선물, 유소년기에 유난히도 많이 만났던 졸부들, 재산의 증식 폭과 반비례했던 그들의 인격, 그래서 함께 싫어하게 된 졸부네 집의 특성, 번쩍번쩍한 옻칠 가구, 뻔한 내용의 표구, 일관성 없는 컨셉의 장식 장, 그러나 그 중에서도 단 두가지 부러웠던 것, 대각선으로 선 양철제 미니카, 그리고 꼭두각시 인형 군대처럼 키 높이로 줄서 있던, 양주 미니어처. 이십대의 중반이 넘어서야 마침내 한 번 다녀온 해외 여행, 알게 된 유용한 정보, 기념품으로는 양주 미니어처가 좋다, 싸니까, 입국 때에 간편하게 사면 다른 기념품들처럼 여행 내내 들고 다니지 않아 도 되니까, 술 싫어하는 한국 사람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알게 되어도, 주위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게 된 나이가 되어서, 큰 장식장의 한 칸 을 반쯤 채울만.. 더보기
연세대학교 국문과 야구단 재학 중인 국문과의 고전문학 분과에 야구단이 창설되었다. 수가 많지 않은 남자 연구자들끼리 운동 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취지인데 주된 발기인 두 분이 열렬한 야구 팬이었던 탓 에 운동은 야구로 한정되었다. 축구야 군대 가면 어차피 질릴 때까지 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스무 살의 최대호에게 네가 언 젠가 야구단에 속하게 될거야, 라고 말해주면 절대로 믿지 않았을 것이다. 속칭 짬뽕이라고 부르는 주먹야구나 중고교 시절에 그야말로 친목 도모를 위해 좀 했을까, 내내 서 있거나 앉아 있다가 잠깐 치고 잠깐 달리는 것의 어떤 부분이 즐거운 것인지, 나는 이 종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실은, 이해할 필요도 없었다. 81년 생인 내 청소년기의 스포츠는 슬램 덩크와 연고전으로 대표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