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10 썸네일형 리스트형 선물 선물을 준 사람으로부터 일본 여행의 사진을 건네 받았다. 선진국 가운데에서는 가장 가고 싶은 나라여서 관심을 가지고 보는 중에, 얼마 전 받은 선물이 찍혀 있는 이 사진을 보고 적잖게 놀랐다. 책과 문구류 사이에서 혼자 어색 하게 서 있는 이 선물은 고향에서는 본인 못지 않은 신화들을 간직하고 있을 듯한 친구들의 중앙에 자랑스레 거하 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 인도여행을 다녀왔을 때, 지인들에게 다즐링에서 산 차나 작은 카마수트라와 함께 인도의 엽서, 그리고 카드에 그들의 이름을 써서 갠지스 강과 함께 찍은 사진을 모두 묶어 기념품으로 건네었었는데, 대체 로 맨 마지막의 선물이 가장 호응이 좋았다. 스스로는 기획과 효과 모두 좋았구나, 하고 간단히 자평하고 넘어갔던 것이 이렇게 받는 입장이 되고 보니 그 .. 더보기 Project 'D-zine' 일기장에 내 일기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들께 글을 받아 함께 싣고 싶다는 것이 오래 전부터의 계획이었다. 처음 구상을 했던 7,8년 전에는 받고자 하는 글의 내용에 대해 기껏해야 그들의 연 애담이라든지 나와의 추억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성질의 것 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인생 경험이나 기획력 등, 아무튼 총체적 깜냥이 그 정도였던 탓이다. 결국 몇 차례의 설득이나 회유 등에 힘입어 몇 편의 글을 모셔다 실어 보았으나 당시의 홈페이지에서 컬트적 인기를 누리고 있던 미랑의 글만 어느 정도 반향이 있었을 뿐 나와 기고자의 소소한 추억으로 남고 유야무야 되고 말았었는데. 관리가 용의한 포털로 블로그를 옮기면서 지금쯤 한 번 실행해 볼까 어쩔까 하고 뭉기적거리고 있던 차에, 결정적인 .. 더보기 선물 도쿄에 다녀오신 마스터스 디그리 리께서 선물로 사다 준 괴생명체. 우뢰매 2쯤에서 본 듯한 물건이지만, 재래 시장 에서 물건을 판매하던 아주머님의 구전으로는 무려 일본 동북 지방의 신화를 담고 있다 한다. 지식 있는 분들의 아낌 없는 제보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원전을 숙지한 사람도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된 형태일 것이라는 의견에 가열 차게 한 표 던진다. 더보기 밴쿠버의 송 여사 카나다에 가 계신 송 여사께서 사진을 몇 장 보내줬다. 신촌도 버겁던 우리가 갠지스에 갔네, 밴쿠버엘 갔네 서로 사진을 보내고 국제 전화를 하고 하는 것은 참으로 눈물겨운 일이다. 다달이 적지 않은 돈 타 쓰던 프로젝트의 마지막 봉 급을 지난 달 말에 받으면서 한 동안은 큰 돈 쓰는 일 벌이지 말아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송 여사께서 함께 오로라를 보 러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와 마음이 술렁술렁한다.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단비'라는 코너에서 4주간 방영해 준 몽골 특집 편을 보며 석사 논문 끝내면 역시 몽골로 가야겠다 의심 없었는데, 오로라라는 단어에 넋이 나갔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봐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지희와 함께 보면 정말 기쁠 것 같다. 본문과 관련 없이, 사진은 카나다 국.. 더보기 우리는 명탐정 콤비 이사 오고 처음 쓰는 일기. 이전 일기장은 첫 화면에 최신 일기만이 떴기 때문에 항상 표지가 바뀌는 책 같아 좋았는데, 여기는 여러 편의 일기를 드래그해서 주욱주욱 훑어볼 수 있게 되어 있어 글이 가볍게 취급받는 것 같아 좀 아쉽다. 제목 글씨체도 그렇고 본문 글씨 색도 그렇고, 여러가지 숙제가 생겼다. 아무튼, 새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더보기 2010년 3월 28일 강릉, 윤선 형의 결혼식 생각이 많았던 때인데, 형의 결혼식 덕분에 강릉을 찾아 동해 바람도 쐬고 오랜만에 1반 사람들도 만나고, 의미 있는 하루였다. 경포대에 오 분 정도 머물렀을 뿐인데 머리가 성황당 나무처럼 되어 버 려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더보기 강풀의 <26년> 나온지 4년이나 지난 강풀의 을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읽었다. 픽션이고, 웹툰이고, 게다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만화가다. 도서관에 2권까지 있었기에 두 권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없는 3권, 완결편은 포털 다음의 만화 코너에서 봤다. 마지막 편까지 보았는데, 자정을 넘긴지 30분쯤 지난 2010년 7월 10일 오늘의 댓글이 있었다. 그림 되게 못 그리는, 어느 형이 머릿 속에서 자기 혼자 다 만 들어낸 이야기인데도, 사람이라면 이렇게 화를 내고 우는구나. 죽기 전에 망월동은 꼭 가보련다. 더보기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내사 사건 지난 주 MBC PD수첩에서는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2008년 사기업의 임원인 민간인 김종익 씨를 사찰하고 근무 기업에 회계 장부 등을 요구하여 마침내 사임시킨 사건을 취재 보도하 였다. 발단은 해당인이 이명박 현 대통령의 BBK 관련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시킨 데에서 부터였다. 이 행위에 대해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적용시키고자 한 죄목은 '명예훼손'이었으나 조 사를 실행한 경찰에서 증거 불충분의 결과를 내리자 '공금 횡령'이 추가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절차가 무시되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무원의 기강 단속과 사기 진작'을 위한 기관으로 민간인에 대한 내사를 진행할 법적 권한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내사의 과 정에.. 더보기 여름비가 오는둥 마는둥. 덕분에 사방이 내내 실내 수목원 같다. 그래도 새벽에는 제법 맺혀서 내리길래 산 책 나갈 때 카메라를 끼고 갔다가 한 장 건졌다. 손으로 쓰질 못하고 입으로 읊지를 못할 뿐이지 마음 은 온통 시詩다. 더보기 스프링 목마 스물 다섯에 주공 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신 아버지는 내 나이 무렵에 연립 주택을 얻었다. 반지하와 옥탑방은 세를 주었고, 마당에는 나무대에 주렁주렁 걸쳐 놓은 포도나무와 때도 없이 열매 를 맺는 앵두나무가 있었으니 스스로 중산층의 자제라고 생각하고 자라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방과 후나 휴일에는 항상 한두살 터울의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구슬치기나 다방구 같은 놀이를 했다. 일방통행 1차선 하나만 건너도 남의 동네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라 이 편 저 편 먹고 싸움질을 했던 것 도 다반사였다. 아무튼, 뭘 해도 재미가 있었다. 우연하게도 딱 동기들만 모인 날에는 흔치 않았던 맞 벌이 집의 어느 구석에 모여 병원놀이를 하던 기억도 난다. 지금이라면 뉴스에 날 일이다. 하지만 방학을 막 하고 난 뒤, 그러니.. 더보기 정국 관찰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지휘 보고 및 위기 대응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은 군이 의도를 가지고 TOD 영상을 편집하였으며, 군이 사고 며칠 전 북한의 잠수정으로 보이는 물체를 인식하였음에도 상부에 '새떼'로 보고하도록 조치하였다는 사실 등을 공식 발표하였다. 모두, 약 열흘쯤 전에 있었던 선거 때만 하더라도 입에만 올렸다간 '북한을 욕해야지, 북한을 상대로 열심히 국방을 지키고 있는 같은 편에 의혹을 제기해서 어쩌자는 것이냐'는 답변을 받기 일쑤였던 '괴담'들이다. 야권 후보로 출마해 시장과 도지사에 당선된 이들간에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흐름이 형성되었다고 들었다. 진보 성향 포털의 기사들에서 얻은 정보를 종합해 보면 거칠게 다음과 같.. 더보기 2010년 6월 2일, 오후 08시 우연한 일이겠지만, 큰 선거가 있을 때에는 아버지와 대낮부터 술을 마셔 왔다. 충북의 안희정과 강원의 이광재, 그리고 투표에 참여한 인천의 송영길은 확정이라고 하고, 서울과 경 기는 접전이라고 한다. 고향인 인천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 지역이라, 오후에 2번이 우세하다 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면서 인천이 이 정도면 서울하고 경기는 됐다, 싶었는데, 역시나 부동산 센 지역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서울은 현재 시각까지 오세훈 현 시장과 한명숙 후보가 0.4% 차이라 고 하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경기는 김문수 현 도지사와 유시민 후보 간에 5% 차이라니 유빠 로서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젠 큰 일 할 궤도에 올라선 사 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듬직한 포석 .. 더보기 오월이 간다 훈풍도 몇 번 없이 초여름이 왔다. 걷어야지 마음 먹었던 시간에도 젖어 있는 일이 잦았던 빨래였는 데, 모두 바짝 말라 있는 어떤 날이 갑자기 찾아왔다. 우거진 가로수를 천천히 질러 가도 안경을 걸 친 콧잔등엔 땀이 찬다. 겨울 노래는 이어폰에서 빠진지 오래고, 봄 노래도 종종 넘겨 버리게 된다. 아직도 닷새나 남았지만, 오월은 아주 오래 전에 지나가 버린 기분이다. 더보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가 있는 주이다. 이 일기에 쓰려고 그렸던 것은 아니지만, 나름으로 부합하는 뜻이 있다 여겨져 함께 올린다. 시덥 잖은 감상이나 꾸며낸 미사여구를 적는 것이 마음에 거슬려,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 적어 둔다. 더보기 오월 봄이 오자마자 순식간에 여름으로 넘어가려는 기세이다. 딱 문집 한 벌하고 사전 몇 권만 붙잡고 어 디 옆구리에 좋은 계곡 하나 낀 절 같은 데 몇 달 틀어박혀 있으면 좋으련만. 더보기 사월의 마지막 날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일을 자세하고 길게 쓰다가, 다시 읽어 보며 괜한 말이나 나만 재미있는 말을 다 쳐내고 보니, '돈 찾으러 은행 갔다가 잔액이 부족해 돌아 나오는 길에, 재질이 튼튼하고 모양이 예뻐 언젠가 쓰려고 몇 개 바지 뒤춤에 꽂아 두었던 빈 봉투를 소매치기 당했다'로 줄일 수 있었다. 쓸 말만 남기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는데, 숨 돌리고 다시 읽어 보자 기억을 위해서든 재미를 위해서 든 일기에 굳이 쓸 것은 없는 문장이라 그마저도 지웠다. 요새 일기가 뜸한 것은 이 때문이다. 더보기 꽃 사진 더디 오는 봄에 슬쩍 핀 꽃을 봐도 심드렁했는데, 메일로 전해 받은 꽃 사진을 보고 크게 마음이 동 했다. 훌륭한 사진가로의 왕도는 자뻑이라 생각하며 남의 사진일랑은 일단 폄하부터 하고 보는 나이 고, 사진사 또한 내 마음 속의 리스트에 정식 데뷔한지는 얼마 되지 않는 초짜임에도 대단한 사진이 라고 생각하게 되는 한 컷이었다. 더보기 '국론출산 - 야간분만' 첫 회를 보았다. 딴지일보에서 주관한, 경기도지사 야권 후보 단일화에 관한 토론인 '국론출산 - 야간분만'을 다시보 기로 보았다. 토론 중 유시민 씨의 '경기도 지사 출신 치고 대권에서 승리한 사례가 없었다'는 말처럼 경제적으로는 알토란 같았을지 모르되 전국적인 정치적 인지도의 획득 면에서는 그간 그리 주목받 지 못하는 자리가 경기도지사였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자신의 몸을 제외하고는 동료든 당이든 일 단 칼끝을 쑤셔넣고 보는 현 도지사 김문수 씨의 잇단 실정과 실언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후보가 이 상적으로 단일화되었을 경우를 상정했을 때조차 선거 결과 예측은 박빙으로 나온다. 그런 이 자리 에, 안동섭 씨가 '운명처럼' 끼어들고 심상정 씨가 있는대로 입을 빼물고 유.. 더보기 안양에 다녀왔다. 둘째 고모가 암으로 입원해 있는 안양의 병원에 다녀왔다. 엄마는 자기 몸도 편치 않으면서 고모와 고종 사촌들을 위해 닭죽을 쑤고 사천 짜장 양념을 만들었다. 둘째 고모는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큰 고모와 함께 집안의 유명한 뚱뚱이이다. 십여 년 전 내 첫 연극을 보러 왔던 두 분이 함께 올라서자 그 튼튼한 무대용 덧마루가 우지끈 내려앉은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48kg라고 했다. 네 명의 고모들 은 골수 최씨답게 대체로 풍이 센 편이라 나는 고모들의 말이라면 일단 걸러서 듣는 편인데, 그럼에 도 암 말기의 환자가 이번에 퇴원하면 무슨 일이 생겨도 다시 병원에는 안 올란다, 하고 말하는 데 에는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고모는 항암 치료를 받는데도 머리숱이 많으시네요, 전 서른 되더니 머리가 막 세고 빠져요,.. 더보기 왕경태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의 평일에 마침내 안경을 맞추러 가려고 한다. 독서와 오락을 좋아하고 노트 북을 내내 끼고 사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항시 1.0 이상의 고공비행을 누려오던 복 받은 시력 의 혜택을, 이제는 영영 잃어버렸다는 것이 인정하기 싫어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이다. 쓰기 시작하면 내내 쭉 달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아무리 노력해도 연구자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를 상쇄하려는 수 작이라는 비난을 피하고 싶은 심정 등의 부차적인 이유 등도 있었으나, 학업을 넘어 일상에까지 심각 한 불편함이 생겨날 정도가 되어 숙제를 하듯 맞출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앉아서 떠올려 보니 주위의 친한 사람들 중 백에 아흔 댓 쯤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 눈의 인 생길로만 말하자면 탕아의 편력이라는 이름에 부끄.. 더보기 조근태 현암사 회장 별세 오랜만에 쓰는 일기가 또다시 부음이라 마음이 무겁다. 군입대 관련 문제와 진로 문제 등의 고민을 떠안은 채 동문 합동 공연인 의 기획으로 악전고투를 하고 있던 2003년 초, 연세대 철 학과 출신인 고인은 우리가 후원을 받기 위해 들어갔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연습 시간을 쪼 개 돈을 부탁하러 다니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수십 만원을 쾌척해 주었다. 기획이었던 나는 현금을 수령하고 팜플렛에 실을 현암사 광고 컨셉 등에 대해 듣기 위해 이후 현암사를 몇 차례 방문 하여 차를 얻어 마시거나 좋아하는 책을 얻는 등 더 두터운 후은을 입었다. 고택의 대청이나 서당의 너른 공부방처럼 높은 마루바닥을 깔아 놓은 사장실에서 무릎꿇고 앉아 인생이나 성공에 대해 듣던 기억이 난다. 큰 베스트셀러를 몇 번이나 .. 더보기 조경철 박사 별세 '아폴로' 조경철 박사가 오늘 오전 열 시에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보았다.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 었다니 고작 십여 분 남짓한 거리에 있었던 셈이다. 평생에 단 하나 이공계열에 관련된 직업을 희 망한 때가 있다면 학생과학에 실린 그의 칼럼을 보며 천문학도를 꿈꾸던 유소년기 뿐이었다. 2000년 이후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에 대한 평가는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볼 때까지 유보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별과 하늘에 대한 깊은 외경은 반 이상이 그에게 빚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셨을 때 신자들의 마음이 이랬지 않을까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아니 면 토이 스토리의 버즈 더 라이트이어처럼 먼먼 은하계 너머까지 자유롭게 날아다니시길 바라며 또 하나 마음.. 더보기 3월 4일 일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정리하다가, 작년 오월에 그러모아 두었던 그의 영상 더미를 찾았다. 사 지 늘어뜨리고 누워서 눈만 굴리는데도 손끝이 저릿저릿하고 눈이 젖었다. 그 사람은 그렇게 힘든 일이 많았는데도 웃는 영상이 왜 그리 많을까. 웃는 얼굴을 보면 더 마음이 아프다. 지나간 사람은 둘째치고 산 사람 중에도 남 걱정 할 때가 아니지만, 이성적으로 스스로를 설득한다고 해서 어찌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오는 오월에는 봉하에 가자. 더보기 봄이라도 와라 인천에 내려온 뒤로 두통이 멎질 않는다. 강건한 편은 아니지만 지병이나 오랜 통증 등에 시달리는 일 없이 비교적 편안히 살아온 일생이라 내내 지끈거리는 그 느낌이 낯설고, 아주 불편하다. 그 외로, TV나 컴퓨터 등의 밝은 화면을 잠시만 쳐다봐도 눈 안쪽이 욱신거리는데 다음주 쯤 병원에 가 보려 고 한다. 병원이 새 건물이라도 환자는 어딜 가나 환자다. 앉아 있으며 듣는 이야기라고는 모조리 처량하기 그지없는 것들인데, 여유를 갖고 들을 때에야 안 됐다 동정도 하고 열심히 살아야지 용기도 내는 것 이지, 심신이 피곤한 판에 사방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해대면, 그러면 안 되는 줄 알고 있으면서도 무 척 짜증이 나고, 때로 울컥 화도 난다. 얘기해서 스스로 기분이 좋아질 것도 아니고 듣는 사람이 해결 책을 내 .. 더보기 근황 밀려 있는 일들을 일단락 짓기 위해 서울에 잠시 올라왔다. 황망하게 옷을 꿰입느라 난장판이 되 었던 방 모습이 그대로여서, 주섬주섬 청소를 하고 빨래를 했다. 내려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노트 북에 일단 쟁여두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거나 몸이 그 자리에 가 있어야 하는 일들은 못 하겠노 라고 사죄의 메일을 보냈다. 방학을 한 뒤로 뜸하게 찾아 더욱 낯선 연구실에 들러, 책상을 정리하 며 병원에서 읽을 전공 서적들을 몇 권 챙기고, 문득 보니 당번이 돌아왔길래 청소를 했다. 은행과 행정 일 등을 내일 오전 내로 마치고, 다시 내려가려고 한다. 오랜만에 차분히 일기를 쓸 수 있게 되 어 이런저런 근황과 잡상들을 길게 쓰다가, 괜한 말을 다 한다 싶어 모두 지우고 그저 일정만을 적 는다. 더보기 2월 11일 엄마가 내일 갑작스레 수술을 하게 됐다. 몇 년 전부터 이맘때쯤이면 추운 날씨 탓인지 스스로 못 견 뎌서든 사고를 당해서든 입원을 하는 일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의사가 수술을 강권했다 한다. 엄 마는 내게 수술 때 옆에 있어 달라고 말했다. 엄마는 남의 일이라면 조용히 돕지만 자신의 일이라면 부끄러워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물어보니 역시나 가족 한 명은 수술실 밖에 있어야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말한 것이라 했다. 혼자 해도 됐더라면, 아들이 서울 가서 무슨 대단한 일 이나 하는 줄 아는 우리 엄마는 수술이 끝나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끝내 아 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원에 올라온 뒤로, 남들 보기 시간 많은 직업이라 그랬는지 친척들의 입원에 가족의 대표.. 더보기 1월의 마지막 날 며칠 전, 그 다음 날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락할 곳이 아주 많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 는데, 일어나 휴대폰을 보고는 알람을 맞춰 놓은 시간보다 여섯 시간이나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일 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이 곳 저 곳에 사과의 말과 함께 용건을 전하고 개인적인 문자를 몇 건 보낸 뒤 누워 있다가 몇 시간 뒤에야 새벽에 뭔 짓이냐는 출근길 직장인 친구의 첫 답장을 받았다. 그 날 하루야 별 일이 다 있네 하고 웃고 말았는데 시간만으로는 지금이 언제인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이런 일이 며칠째 겹쳐서, 이제는 일어나면 AM/PM부터 먼저 보고 하루의 일정을 계산한다. 일기를 쓰고 있는 오늘도 예측 대실패. 덕분에 잠 한 숨 못자고 일하게 생겼다. 더보기 all high 몇 달에 걸쳐 서서히 정상인들과 같은 시간대로 돌려 놓았던 생활 사이클이, 한동안 공식적 일정이 없었던 탓에 며칠 만에 예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아침 열 시에 자고 오후 네 시쯤 일어나는 생활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음 주에 마침내 여러 가지 오전 모임이 이어지기 시작해 단기간에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분 안에 맥주 사병. 돈 없던 이십대 초반에 빨리 취하기 위해 자주 행 하던 음주행위이지만, 아직도 거뜬히 해치울 수 있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마약한 기분이라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오늘은 이만. 요샌 비밀이 좀 많다. 더보기 근황을 적는다 요새는 글도 그림도 마음처럼 나오질 않는다.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 지웠다 하다가, 생각나는대로 근 황을 적는다. - 영화 '셜록 홈즈'를 봤다. 오랜만에 다시 접한 가이 리치의 영상은 반가웠지만, 원작인 소설과 닮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로서 지루한 영화라는 것이 문제여서, 오랜만에 찾은 영화관 이라 두근두근했음에도 클라이막스에서 숙면하고 말았다. 나는 대단히 관대한 셜로키언이라 저 장면 이 틀렸느니 저 설정이 틀렸느니 하는 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주드 로의 왓슨 캐릭터 메 이킹은 정말 빗나갔다고 생각한다. - 시간을 들인 '셜록 홈즈'가 파울이었기 때문에, 아이맥스로 '아바타'를 보기로 했다. 정상적인 시 간에는 도저히 .. 더보기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Vol 2. 최대호(30, 대학원생) 어린이 : 흰 곰이 머리 거죽만 벗고 엎드려 석고 대죄를 하고 있어요.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