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혹은 누군가에게의 연서
배현숙씨. 날씨가 더워졌습니다. 여름밤에 이따금 부는 찬 바람에서도 칼같은 냉기가 아니라 습윤한 색향(色香)이 느껴집니다. 이것은 해안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바람인데, 당신도 아직 인천에 있어 그 바람을 맡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갑작스런 질문이겠습니다만, 그래도 맨 앞에서 날씨 얘기까지 돌려 돌려 예의를 차려 두었으니, 그렇게까지 놀라시진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난 지금 피아노와 치---치---소리가 나는 재즈곡을 듣고 있습니다. 아주, 행복하다는 얘기죠. 대답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가 아니고 그냥, 묻고 싶은 겁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당신은, 어떤 사람이죠? 나 자신에게 물어 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내가 다니던 인예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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