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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2003 연극과 인생 신입생 맞이 비정기공연, 굿닥터입니다. 새로 사온 삼국무쌍에서 김진섭이 견희로 위나라 엔딩을 봤단다. 사온 사람도 아직 엔딩을 안 봤는 데, 게이머로서의 매너도 없는 사람 같으니. 새로 시작한 여포의 손맛이 호쾌하다. 이제 네시간후면 공연이 올라간다. 달뜨기 쉬운 마음을 가라 앉히려 홈페이지에 잠시 들러 보았다. 글자의 모음인 이 글에서, 나는 나중에 읽으며 가슴언저리부터 단전 세치 아래까지 찌잉하고 조여 오는 이 기분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까. 뒷풀이에서 멋진 선배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써 두었던 편지를 대부분 잃어 버렸다. 일부러 감 동을 주려고 그들의 대사가 주로 나오는 대본을 한장씩 찢어 캐릭터도 그려 보고 해 주고 싶은 말도 써 보고 했는데. 세장 남고 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세 놈만 줄 수도 없고, 그냥 다음 공연 끝나면 줘 야.. 더보기
다시, 공연 전날이다. 연신원 터에 설치했던 야외무대의 잔재를 치우고, 새로이 공연을 하게 된 합창연습 실에 무대설치를 한 뒤 마지막 연습을 해 보고 아이들을 보낼 것이다. 거기에 다시 앉아 나는 무슨 생각을 할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지금 생각으로는 하숙집서 하다 말고 온 삼국무쌍3의 다음 판 해결법을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나야말로, 진정한 삼국무쌍이로니!' 흑흑, 조운 멋쟁이. 더보기
미랑을 말하는 짧고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 ...미리 말해 두지만, 이건 내 얘기다. 이 곳에 올라오는 이야기들 중 어느 것 하나 내 얘기가 아닌 것 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근래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꾸며가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들게 되어 어쩐지 완벽하게 사적인 이야기는 올리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주춤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 다. 어쨌든, 이건 내 얘기다. 그리고 이건 미랑이 얘기다. 며칠전 준비해 간 발표에서 '잘잤니, 미랑아'로 시작 했던 것처럼, 이 글의 처음도 그녀를 생각하며 쓴다. 결국 이건, 미랑이와 나와의 얘기다.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 그녀의 아버지가 될 분은 권씨였다.그래서 미랑이는 권씨다. 안동 권씨라고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명문의 후예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던 적은 많지 않다. 태어나기로.. 더보기
어울림 - 미랑 - 생각해보면 대호랑 나는 정말 다른 부류의 인간인 듯도 하다. 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 대호가 일기 써달라는 글을 보고, 보자마자 그냥 무시했다-_- 난 낯을 상당히 가리는 편이라 모르는 사람이 한명만 있어도 얘기를 잘 안하는 편인데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내 글을 본다고 생각해 보니 불편해졌다-_- 그렇다. 난 사회성이 좀 부족하다-.-) 난 글발 말발이 없다. 난 적극적이지 않다. 난 남자친구(이성친구)를 사귄 경험도 많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스킨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 아하하-_-) 내 주변 친구들 or 내 남자친구는 우연히 신촌에서 최대호를 목격하게 되거나 혹은 내게 최대호 관련 얘기를 들으면 신기해 한다. " 네게도 그런 친구가 있구나! 우와! 보통 니 친구.. 더보기
아홉시 언저리 뉴스 내일의 날씨입니다. 현재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서울지역 내일 날씨는 오전에 80%, 오후에 100%의 확률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일 공연입니다. ...제기랄. 내일 공연인데. 날씨탓에 이렇게까지 감정을 움직이는 일이 있을 줄이야. 덕분에 어제 새벽까지 낑낑대고 만들었던 무대 다 철수시켰다. 연기하자 말자 말하는 과정에서 아이들끼리 감정 상하는 일도 생기고. 진인사 대천명. 진인사 대천명. 사마의를 호로곡에서 놓친 제갈량의 탄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걸까. 더보기
5월 27일, 화요일. 남의 일기 공모는 나중에 다시 한 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거 기다리다가 제가 일기를 못 쓰고 있거든요. 부탁한 분, 두고 봅시다. 제 때 해 준다고 해 놓고서는... 연극이 막판입니다. 다섯번째이지만, 아직도 정말이지 그 말을 입밖으로 뱉어낼 때에는 단전 근처가 싸하니 아려 오면서, 참, 한편으로 좋고 한편으로 싫은 묘한 느낌입니다. 아냐, 아직 막판 아닐거야, 아직 아닐거야, 하다가 '이제 막판입니다'하고 뱉어내는 그 순간. 너무 기가 막혀 모두 웃을 수밖에 없는 그 순간. 연극이 주는 매력적인 순간들 중 하나죠. 야외무대에서 작업을 하고 있노라니 무악에서 작업을 할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저 런 생각을 해서 무악에서는 도저히 고안해 낼 수 없는 장치들을 만들어 보기.. 더보기
사진-일기 를 공모합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나도 거기에 일기 한 번 써 보고 싶어! 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전 이 홈페이지의 관리기능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말씀을 안 하시고 일기를 쓰셔도 뭐 딱히 규제하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모르시는건지 다들 예의가 있으신 건지 다행히 주인장한 테 말없이 올라간 일기는 없군요. 이 사진 올리고 거기에 맞는 일기 써 주쇼! 라든가 그냥 내가 한 번 써 보겠소! 도 괜찮습니다. 들어오 는 신청수나 내용등을 고려해 (절대 검열은 없습니다.) 개인에게 통지해 드리면 그 날에 맞추어 일기 를 올려 주시거나 사진을 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슨 상품이라도 줄 것처럼 썼지만, 실은 부탁 드리는 성격이 더 센 겁니다. 윤선이형의 백수일기도 좋고, 허수군의 대공원 공익일기도 좋.. 더보기
이것도 언젠가는 기억의 하나로 날아가겠지 속해 있는 연세대학교의 인문학부 1반에서는 근래에 있었던 한 선배의 후배에 대한 폭행사건이 초유 의 관심을 끌고 있다. 초유의 관심이라는 단어가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을 오락거리로 전락시키는 듯 하여 다른 단어를 한참동안 궁리해 보았으나 그 사태와 관련한 익게에서의 작태들에 대해 장문의 글을 쓰고 난 뒤라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점점, 말의 무게가 느껴진다. 한마디 한마디를 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만큼 자라나는 느낌이고, 그만 큼 자라는게 싫은 느낌이다. 언젠가, 그래도 선배는 생각한 걸 소신있게 말하는 편이잖아요라는 말 을 들은 적이 있다. 몇번씩이나 고쳐서 순하게 올린 글을 읽고 나서 하는 그 말에, 점점 더 한 몸의 안위를 생각하는 자신이 불쌍하고 그런 글마저도 용기 있는 글로 보아준 후.. 더보기
잡감난상 해가 정수리를 비출 무렵이면 땅에서 열기가 올라오려 하는 늦은 오월에야, 드디어 때늦은 춘풍이 불지도 모를 기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요새는 혼자 즐거운 시간이 늘어간다. 예전에 살던 집에 가서 가져온 디지털 캠코더, 찍어 놓았던 물건들을 돌려 보며 적어도 오늘에서는 지난 대학생활에 후회 없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실이 기쁘다.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꼬마이건, 오랜 기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이건, 사람의 하루는 단 한 사람 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더보기
서비스 서비스! 근래 일기에 사진이 없어 읽기 싫다는 어떤 버르장머리 없는 분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아니, 왜 남 일 기에 감놔라 배놔라래, 하면서도 그동안 안 쓴 사진들을 찾다가 문득 하드 구석에서 찾아내어 올립 니다. 사진은 2003년 2월, 연세대학교 인문학부 03 새내기 배움터에서. 딸랑 석달전인데 지금이랑 많이 달라 보이네요. 더보기
일요일 오후 과외에 가기 전에 부모님이 백화점에 들러 여름바지를 사 줬다. 해가 갈 수록 예쁜 옷을 골라내는 데 에 둔감해지는 자신과 그런 자신에게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 자신에게 조금 한심해 했다. 진모 형만큼 신경쓸 것 까지야 없지만 깔끔하게는 입고 다녀야 할텐데. 원, 영 신경 안 쓰인단 말이야. 옷을 사러 가는 길에 백화점 앞에 있는 건널목에서 색깔 있는 비비탄을 주웠다. 색깔 비비탄을 주 운 날과 그 뒤의 며칠간에는 좋은 일이 있다는 것은 내 오랜 미신이다. 게다가 이번엔 남색이었다.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 좋아지는 남색. 그래서 바지도 남색 면바지로 골랐다. 과외집 근처의 지하철역에 도착한 시간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백화점에서부터 늦지 않을까 종종친 걸음덕분에 정작 과외집 근처에 이르렀을 때에는 평소보다.. 더보기
???? 화요일. 대동제 개막행사, 자전거 타고 국회까지 달리기. 중도 앞에서 서강대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그 기분을 언제 또 맛보랴. 귀중한 경험을 했다. 수요일. 대동제 민중장터. 아주 오랜만에 필름이 끊겼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주먹이 찢어진 걸 보고 놀 랐는데 후에 듣기로는 눈에 띄는 가로수와 차의 백미러들을 몽땅 때리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심지어 는 달리는 버스에 욕을 하며 따라가 백미러를 때리고는 도망갔단다. (도망갈 정도로 겁이 났으면 때 리질 말지.) 목요일. 새로 산 오락 디스가이아를 하느라고 아카라카를 못 갔다. 혼자 방안에서 꺄악꺄악 소리를 질러 가 며 즐겼으므로 과히 아깝지는 않다. 쑥쑥 자라난 캐릭터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을 뿐. 정리하자, 정리. 정리! 그리고 당분간 음주시 약간 자제. 더보기
프리챌 <연극과 인생> 커뮤니티에 있는 <굿 닥터> 공연 관련 글 모음. -2002년 8월 10일 후배님들, 열심히 할게요. 아는 거 없지만, 어쨌든 열심히 할게요. 연출님, 열심히 할게요. 이 안의 연기를 이끌어 내어 주세요. 기획님, 열심히 스폰서 뗄게요. 다들, 잘 부탁해요. 살얼음 위에 서 있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다음 스텝을 위해 한 발을 들어 봅니다. 다들이요. 선배님들, ....와서 술 좀 사줘요...이번주에 뒷풀이 딸랑 한 번 했어요.... -2002년 8월 10일 연극과 인생 제 19회 공연. 연출 김진섭 기획 안재철 캐스팅 이경아 김신각 이나연 류왕수 최대호 송지희 보조출연 최빛나 김현경 스탭보조 복원준 천경아 이윤주 신보미 여러번의 시행착오와 무모한 기획회의 끝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 지켜보아 주시는 여러분들의 격려.. 더보기
오, 감동! 연애고 뭐고 다 필요없다. 얼른 기말고사 끝내고 무쌍 3랑 이거 들고 잠적해야지. 도환옹, 복받으 시우. 늘그막에 좋은 일 하나 하시는구려. 더보기
최중식 씨. 아버지는 56년생이다. 아버지에게도 나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실감하기 시작한 것이 아버지의 삼십 대 후반부터였으니 이제 십여년이 되어 간다. 엄마가 약속이 있어 나간 사이, 과외를 가기 전에 집에서 혼자 오락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전화를 했다. 집으로 전화한 것이 아니라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는 것은 좀처럼 없는 일이다. 아버지는 나 주려고 구두를 한 켤레 샀으니 집에 있으면 나가지 말고 잠깐 있으라는 말을 했다. 어제 사 들고 왔던 남녀 세트 향수가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아니면 아직 덥지도 않은데 직직 끌고 다니는 샌들이 눈에 밟혀서였을까. 대가리가 굵어질 무렵부터 아버지가 사 주는 신발은 별로 마음에 드는 적이 없었다. 슬쩍 가서 바꿔 오기도 하고, 신발장에 넣어 놓고 안 신기도 하고. ...신발.. 더보기
고뇌하는 최연출 ...야, 이 레고들아! 더보기
김신각 - '생일선물' 中 아버지 役 ...에, 금방 생각이 난건데 말이다. 너 그러지 말고 차라리 선물로 우산을 하나 받는게 어떻겠니? 콧수염도 기르고 말야. 뭐, 어른이 될 시간은 내년에도 또 얼마든지 있잖니? 내년에 말야.... 더보기
복원준 - '물에 빠진 사나이' 中 작가 役 ...8천원? 8천원이 어디서 거저 생기는줄 알아? 이런 날강도에 사기꾼 같으니라구, 당신같은 사기 꾼한테는, 6천원이상 못내! 공중회전 한다면, 7천원 내지! 더보기
김수진 - '재채기' 中 장관 役 ...나가! 당장 꺼져, 이 바보 멍청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란 말이야! 난 네놈 낯짝을 다시 보고 싶지도 않으니까. 만일, 또 한 번 네놈 상판대기가 내눈에 어른거렸다 하면, 그땐 진짜로 영원히 유배 를 보내 버릴거야! 더보기
정윤주 - '오디션' 中 니나 役 ...아녜요, 제발.. 사실 전 이 오디션을 여섯달이나 기다렸어요. 그리구 여섯달을 기다리기 위한 명단에 등록하느라 석달을 기다렸구요. ...그런데 또 다시 그 명단의 맨 끝에 다시 등록하게 되면 또 여섯달을 기다려야 되고... 그땐 스물셋이니까, 스물두살짜리 역에는 맞지가 않죠.. 더보기
이수진 - '물에 빠진 사나이' 中 건달 役 ...하, 그 양반 뭘 모르시네. 이건 그냥 흔해 빠진 싸구려 오락이 아니라니까 그래요. 내면에 우리의 사회상을 표현하는 뭔가가 있고, 비극이면서도, 보는 이의 눈에 따라서는 아이러니가 들어있는 코메디라 이거죠. 더보기
김효중 - '생일선물' 中 안토샤 役 ...이상하잖아요? 제가 다시 저 계단을 내려와서 길거리로 나올 때에는, 전 이미 아버지의 귀여운 아들 안토샤가 아닐테니까. ...전, 안톤이라는 어른이 되는 거겠죠? 더보기
바른 생활 근래에, 술은 잘 들어가지만 영 몸은 좋지 않은 것 같아 음주가무를 조금 줄여 볼까 하다가 선현의 가르침에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옮겨 적는다. ------------------------------------------------------------------------------------------ 성이 이씨인 호기 있는 장군이 있었는데, 병이 매우 위태로워 의원을 청해서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왼쪽에는 화장을 한 여인을 앉히고 오른쪽에는 악기를 벌려 놓고, 술과 음식을 그 앞에 벌려 놓았다. 의원이 말하기를, "병을 치료하려거든 마땅히 이런 것들을 치워야 합니다." 라고 했다. 그러자 장군은, "내가 조석에 달려 있는 목숨을 연장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들 때문인데, 이것을 치운다면 비록 백년을.. 더보기
... 다른 사람들의 향은 코끝에 머물렀다가는 내 입술끝을 올리고는 흩날려 갈 뿐인데. 당신의 향만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기어이 돌아보게 만드는군요. 더보기
어쿠, 졸려서 길게 못 쓰겠네. 비교적 싸다고 생각되는 가격에 새 휴대폰을 구입했다. 워낙 갑자기 산 거라 아직도 얼떨떨하지만 붙잡고서 이렇게 저렇게 갖고 놀고 있자니 기분이 무척이나 좋다. 들어오는 길에 오랜만에 미랑이와 만나 동네 술집에서 환담을 나누었다. 후후, 쑥쑥 자라렴. 미랑 아. 날 밟고 뛰어넘어가. 밤에는 ...이라니, 원 나도 그만 혹해 버렸지. 그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릴게. 디지털 카메라, 아깝긴 하지만 형님이 연애하신다는데 어쩔 수 없지. 다음에 찍어서 올리자. 나뚜르, 맛있네. 더보기
심야영화를 보다. 과외하는 아이가 중간고사 기간이라 하여 금요일 수업을 미루었다. 덕분에 금요일의 열시까지 언젠 가 연출이 되면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연기지도법을 실행해 보고, 연습이 끝난 뒤에는 사내녀석들과 (흑흑) 정동스타식스로 심야영화를 보러 갔었다. 영화 세편을 연속해서 보는데도 만원밖에 안 하는 데에는 정말 깜짝 놀랬다. 자리도 꽤 편안한 편이 어서 두번째 영화부터는 세자리를 차고 앉아 한 자리에는 짐을 놓고 두 자리에 비스듬히 누워 양말까 지 벗고 영화를 보았다. 2관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적당한 크기로 안온한 느낌을 주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지만 에어콘을 틀어 주지 않아 무척 더웠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한편만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밤을 새워 영화를 보니까 신발을 벗는 것은 예사고 바.. 더보기
정말이네 점심을 먹기 위해 간 신촌 아웃백, 빵과 함께 나온 로즈베리 잼에서 그녀의 입술맛이 났다. 오월이다. 더보기
야호 '현대사회와 문학'에서 쪽지시험을 보는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을 읽기 위해 유종호 교수님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째고 언더우드씨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있다가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눈감고 즐기며 문득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을 속삭이다. '5월에 속아서 연애를 해 볼까...' 1년이 지나 다시 이 글을 읽게 되었을 때 단순히 신선한 글자들의 모임으로 읽히는 것이 아니 라 오늘의 햇살, 나무사이로 비껴드는 바람, 아늑한 벤치, 손등을 간지럽히는 개미, 사이사이 지나가는 사람들과 사람들, 사람들의 웃는 얼굴, 이 모든 것이 한 장의 사진처럼 다시 떠올랐으면 좋겠다. 사진 제목은 5월에 속아서 연애를 해 볼까. 5월이다. 야호. 더보기
?? 정말이지 바쁘고 재미나고 정신없는 며칠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고요. 오늘 밤에라도 시간이 나면 돈주고 PC방 가서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플렌티인데. 일단 제일 먼저 레포트 급으로 써야 할 글은 장문의 영화 취향 비슷한 것과 정신세계가 아무 관련이 없다는 반론. 여하튼, 금일휴업. 더보기
춘희야, 빨간옷도 잘 어울려 우리동네에 있는 만화가게에서는 만화책을 200원에 빌려준다. 권당 400원인 신촌의 딱 반값이라 인천집으로 들어 올 때에는 항상 열권정도를 빌린다. 소파에 누워서 보기도 하고 음식을 먹으며 보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때는 가족들이 다 잠든 새벽에 침대에 배를 대고 엎드려 읽을 때와, 뜨거운 물에 우유를 부어 놓고 몸을 담근 채로 읽을 때 이다. 오늘은 어쩐지 날씨가 꿀꿀해서 때목욕이 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지난번에 사 두었던 고무오리인형들을 띄워놓고 있자니 그 녀석들이 자꾸 욕조 밖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주우려고 하다가 만화책 한 권을 그만 물속에 퐁당하고 말았다. 너무 흠뻑 젖어서 식겁한 나 머지 남은 만화책은 목욕을 다 끝내고 나서 읽기로 했다. 할 일이 없어서 오리들을 툭툭 치며 천장을 보고 있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