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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어이가 없다. 자신과 자신의 편의 기분, 이익을 위해 사람이 턱턱 죽어나가는데도 꿈쩍 안 하고 미사일을 쏴 댄다. 버러지만도 못 한 놈. 학생운동이나 인권보호를 하는 사람들만이 화를 낼 문제가 아니다. 인간으로서, 수천년의 '문명'이라는 것을 이어받고 있는 인간으로서 문명이 시작될 무렵과 하나 달라짐이 없음에 분노하고 화를 내야 할 것이다. 합당하고도 논리적으로 부시의 야심을 지적하는 반전의 논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죽어 나자빠 진 어미를 붙잡고 우는 아이, 그 아이의 주위로 지나가는 모래바람, 그 바람에 아이가 느꼈을 조그 만 추위, 목이 찢어져라 울어대는 통에 성대에 느껴지는 고통, 눈물이 끼어 흐릿하게 보이는 세상, 그것들 중 단 하나라도 직접 상상하고 눈물을 머금으며 화를 내야 할 것이다... 더보기
비가 옵니다 비가 오면 그 사람이 생각나는 깔끔쌔끈 대학생. 비가 오면 요상한 목소리의 트랜스픽션 노래를 들어댈 동물원 아자씨. 비가 오면 롤러코스터 노래를 틀어 놓고 초를 피워 놓을 자폐여학생. 비가 오면 오거나 말거나 한달도 안 남은 군생활에 흐뭇하실 동사무소 윗층 아자씨. 비가 오면 빨래를 걷어야 하는 신촌자취생. 비가 오면 남들도 약속 취소되겠거니 하고 신나하고 있을 msn 중독자. 그리고 비가 오면 허리가 아파 과외가 가기 싫은 스물셋 꼰대. 다 같이, 나름대로 cheer up. 아즈망가 바보 삼자매가 응원을 보냅니다. 더보기
2002년 가을, 대전. 사진은 대전의 송가 고옥입니다. 지난 학기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고전문학의 이해'수업에서 허경진 교수님과 함께 갔던 답사에서 찍은 사진이지요. 한복 입은 규수의 허리선처럼 도동실 내려오 는 기왓선이 멋져 줘서 같이 간 노땅 선배가 찍어준 거랍니다.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저때 머리가 아주 가관이지요. 내일쯤 올릴 교수님과의 술자리 사진에서는 대단히 적나라하게 나와 있습 니다. 억지춘향격으로 오게 된 국문과이지만 고려할 수 있었던 답지들중 가장 축복받은 선택이었음을 나날이 절감하게 됩니다. 수업내용도 그렇고, 교수님들도 그렇고, 학교생활도 그렇고. 답사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허경진 교수님이 근래에 펴 내신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사대부 한평생' 이라는 책을 사서.. 더보기
선배 최대호 연극과 인생에 또 새얼굴들이 들어왔다. 제 20회 공연 합동평가회의 뒷풀이에 참가 했다가 그대로 환영식을 받아낸 03학번 이수진양, 김수진양, 석훈군(미안 성을 까먹었다.). 십대의 중반에 겸양의 힘을 체험하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그것들 전부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이따금 좋은 인상을 위해, 혹은 남들 앞에서 튀어보이지 않기 위해 마음에도 없이 겸손한 말을 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배라는 말 앞에서는, 나는 정말이지 무력해진다. 이것이야말로 겸양이 아니라 진심이다. 무엇이 선배라는 말을 규정하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나는 도무지 대답을 찾을 수가 없다. 혹은 일정한 단어의 조합으로 정의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나의 신입생 시절에 선배들을 보고 느꼈던, 그들 이 선배.. 더보기
잡담 일기가 게을러서 미안합니다. 이번 학기에는 15학점인데다가, 수업이 대개 오후에 있어서 저녁이 넘어가고 새벽이 되어도 노는 것에 도무지 거칠 것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과 흥청망청 놀고 집에 들어가서는 같이 사는 동기들과 흥청망청 놀고(빛나씨, 깜찍 고스톱 땡큐! 집들이 선물로 받은 것들 중에 단연 군계일학 이로세!), 새벽에 자기가 일쑤입니다. 또 비척비척 일어나 학교에 올라와 수업을 듣고, 다시 신촌에 내려가 놀고. 이러다 보니 도무지 차분히 일기를 쓸 시간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술마시고 일기 를 쓰는 것도 가끔 괜찮은 작품이 나와 그리 싫어하는 행위는 아니지만 지금 사는 집에는 컴퓨터가 없는 탓에 학교에 올라왔을 때에야 일기를 쓸 수가 있습니다. (게임방 가서 돈내면 아깝잖습니까) 그런데.. 더보기
어머님 아침 여덟시에야 전화를 받았습니다. 서울에서 하숙을 하고 있거든요. 인천에는 주말마다 과외를 하러 내려 오는데 이번에는 충전기를 그만 깜빡했어요. 배터리가 다 되어 전화기가 절로 꺼져 버려 아무도 저한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나봐요. 미랑이 아시죠? 인주도 아시고요. 민석이와 함께 다 사랑하는 승학초등학교 2기들이잖아요. 인주가 어젯밤부터 연락을 돌렸다고 하더라고요. 미안하기도 하고 얼이 나간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황황 히 집으로 왔어요. 부평역 근처의 친척형네서 잤거든요. 오랜만에 꺼내들은 정장이예요. 이런 일이 있을 때에만 입게 되는 것 같아 조금 꺼리게도 되는 옷 인데, 어머님, 그거 아세요? 오륙년전에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때부터 입게 되었던 바로 그 옷인데, 되지도 않게 어른 흉내 내는 것처럼.. 더보기
근래 사진입니당. 정말이지 기술의 발전은 놀라 뒤집어질 지경입니다. 이건 03 후배님이 휴대폰으로 찍어 주시고 인터넷으로 보내 주신 사진들입니다. 세상에나. 나도 이 기회에 휴대폰 캐머라 달린 걸로 바꿔 버릴 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니까요. 어울림조 끝나고 나서도 돈이 남으면 한 번 다시 생각해 볼래요. 오늘은 친척형네서 쓰는 일기. 형이 받아놓고 못 본 만화가 있다고 옆에서 재촉해 대는 통에 짧지 만 이걸로 끝. 더보기
딸기가 좋아 피곤했던 심신, 몸과 마음이 인천 집에 돌아와 가득 베어문 커다란 딸기 한 방에 몽땅 refresh. 오늘은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같은 양의 시간과 같은 양의 햇살 아래 자신의 의지 로 이렇게나 다른 날과 다른 삶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축복받은 일입니다. 여러분에게도 3월에는 딸기같은 인연이 시작되길. 더보기
히히 세상에, 03학번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이렇게나 즐거울 줄이야. 한순간 한순간이 배움의 연속 입니다. 나는 얼마나 어린지, 얼마나 생각이 없는지, 얼마나 좁은지.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거기에 서부터 채워나가는 느낌은 이전에 위태위태한 자만의 틀 위에 홀로 서 있던 가슴졸임과는 너무도 다른 즐거운 세계. 나는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많다는 말에 정말로 화가 날 때는 웃음이 터집니다. 헤헤. 나이가 많다니. 세상에. 사랑하는 동기 수, 처음으로 맞는 해피 화이트 데이 축하. 젠장 축하. 더보기
드디어 다 모았다 시아 칸이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덕분에 십수년만에 정글 북 시리즈를 꺼내다가 읽어 보았다. 이렇게나 잊고 살고 있었다니. 세상에나. 원숭이를 싫어하는 것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정글 북 에서의 비열한 캐릭터때문이었음도 십여년만에 기억해 내었다. 갑자기 장난감모으기에 열중하게 되는 요즘이었다. 해피밀도 다 모았으니 다음달 해피밀이 나올 때까지는 후배들과 즐겁게 어울림조.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이 얼마나 좋은지, 각종 악재가 겹치는 도중에도 그들을 보면서 웃게 되는 3월이다. 전공수업 다섯개. 연극하느라고 지난주에는 수업을 못 들어가고 이번주부터 하나하나 듣고 있는데 2학년때 들었던 수업들이 정말 축복받은 셀렉트였다는 것을 매순간 실감하고 있다. 이번 학기는 공부 좀 해야겠는걸. 더보기
유후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보았다. 그렇지, 그래야지. 엽기적인 그녀나 조폭마누라가 백만을 넘었으면 이정도 영화는 삼백만 가볍게 넘어 줘야지. 아주 잘 짜여진 소품을 보는 기분이었다. 몇년정도를 기억할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시즌 동안은 그 영화가 문득 기억날 만한 기분 좋은 영화. 덕분에 인천 CGV가 가격을 500원 인상했다는 비보를 까먹어버렸으니. 에헤헹. 게다가 오늘은 장난감을 열개가 넘게 사는 쾌거가 있었다. 과외하는 아이네 집에 가는 길에 있는 1000냥 백화점이 엄청 커서 한 번 가야지, 가야지하고 있던 차에 오늘까지만 장사한다는 말에 냉큼 들어갔는데, 세상에 이런 천국이라니. 가난뱅이의 두 눈에는 감격이 방울로 져 맺히고. 되게 부자들만 해 놓고 사는 것 같은 목욕.. 더보기
할 줄 알어? 꿈에 박지윤님이 나왔다. 저 옷은 아니었지만, 그 껌을 찌-익 늘인 사진 그대로 나와서 건들건들대며 물어봤던 것 같다. '야, 할 줄 알어?' 잠에서 깨어 창밖을 보고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뱉었다. ...봄이네. 더보기
???? 정신을 차릴 즈음인 것 같습니다. 주말에 충전하고 일기도 매일매일 써야지요. 오늘은 인천집에 03후배들이 와서 놀다 갔습니다. 인천애들이라 잠시 불러 봤는데 몇시간 안 되었는 데도 재미있고 피곤하고 하여 역시나 나이가 든걸까, 하고 잠시 되잖은 생각을... 한놈은 아직 안 가 고 옆에서 뒹굴뒹굴, 생긴건 둥글둥글. 미련쟁이 효즁. 설여사, 미안하오. 영화는 못 보러 가겠구려. 지금이 두시 반인데 아홉시는 무리라오. 다음주부터는 필살의 어울림조. 다 죽었다. 더보기
어쿠 야아...며칠 자리 비운 건 알고 있었지만 1주일이나 훌쩍 지나 버렸다니... 잘 아시겠지만 연극 준비에 정신이 없는 중입니다. 오늘은 첫 공연을 마쳤고요, 마음이 편한가, 하고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거대한 흐름이라 잠깐 쉰다고 그 밖으로 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산다는 증거로 하나. 가보시구랴. http://woman.nate.com/date/fresh/advice.asp 끝나고 나면 다시 매일 일기 쓸게요. 기사, 제목이 참 재수없죠? 더보기
초청장 3월 3일, 4일, 5일 늦은 네시와 일곱시에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4층 무악극장에서 연극동아리 '연극과 인생'의 제 20회 정기공연 을 상연합니다. 원작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연출 김재엽, 기획 최대호로 이어지는 황금의 스탭라인. 차분한 마음으로 사뿐사뿐 다녀가십쇼. 더보기
2003 연극과 인생 공연 <꿈의 연극> 팜플렛 中 '기획의 글' 기획의 글을 쓰고자 앉았는데 뭔 이야기를 써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아 다른 기획들은 뭐라고 변을 토하셨는지 지금까지 모아 놓은 팜플렛들을 바리바리 쌓아 놓고 읽어 보았더랍니다. 힘들게 기획하는데 마음의 지주가 되어준 누구야 사랑해라는 애정만발 러브레터도 있었고 기획이야말로 연극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위대한 경구도 있었고 오늘아침에는 계란 후라이를 먹었다는 일상다반사 도 있더랍니다. 가만 앉아 생각해 보니 애인은 없어도 누구야 고마워할 만한 사람들도 몇이나 있고 나야말로 이번 연극의 1등공신이노라는 말도 대뜸 해 볼만 한 것 같고 오늘 아침에는 식사대용으로 발렌타인데이 쪼꼬레또를 먹었다고 써도 왠지 뭔 생각이 있는 것처럼 뽀대 나 줄 것 같기도 하더랍니다. 그래도 어쩐지 기획스러운 말을 써 줘야 기획.. 더보기
공연 8일전, 최기획. 추적추적 빗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매우 친한 후배를 대상으로 야한 꿈을 꾸어 버렸다. 꿈에서 깨어 비오는 창밖을 보며 피식 웃고 도로 잠이 들었다. (내용이 아주 내실있어서였을까.) 홀몸인 후배에게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잠시 미안. 바쁜 가운데 여유를 찾는 연습은, 바쁜 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므로 나름대로 좋은 경험으로 삼기 위해 하루하루 또 열심히 살아간다. 이번주에는 그 과정에 실수도 많고 생각하면 몸서리쳐지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조금씩 여유로와지는 자신을 보며 그것들도 하나의 기회였음을 다시 생각한다. 후우-. 살아있다. 살아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다행히도, 가슴 뿌듯하게도 오늘의 내게 그 말은 위안이다. 살아있길 잘했다. 더보기
아아.. 언제나와 같은 연극연습. 그나마 오늘은 조금 잘 풀려 주었다. 그런데 연습이 끝나갈 무렵 (언젠가 의 일기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지난 연극 '굿 닥터'를 관람하러 왔다던) 지난 여자친구가 왔다. 전 혀 예상을 하지 못 했던 바이고, 연습에 오는 대부분의 외부인들과 연락을 취하는 것이 주로 내가 하는 일이기에 놀라움이 더했다. 영 좋지 않은 마음을 안고 내려가다가 좋지 않은 때에 후배를 만났 다. 정말로 예뻐하는 동생인데, 신촌에 살다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하는 통에 어제 오늘 연습을 못 왔던 녀석이다. 그런데 신촌에서 활보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얄미운 마음이 들어 평소에 하던 대로 쥐어박았는데, 그것이 분했는지 팽 울면서 가는 바람에 그녀석과 같이 있던 02학번들에게서는 따가운.. 더보기
03학번을 만나다. 즐거웠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암역에서 내려 만수동 까지 한 후배를 걸어서 데려다 주었는데, 1학년때의 기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그렇다고 믿고 있었을 뿐임을 소스라치게 놀라며 알게 되었다. 1학년이 얼마나 대책없게 착한지, 하고 있는 말들을 들으면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나이가 든 탓일까, 아이가 이해하지 못 할 말은 하지 말자, 지금은 일단 그 생각대로 학교생활을 하도록 내버려 두자, 라는 생각을 했다. 길보. 인천놈들이 올망졸망한 것들로 세 놈이나 있었다. 대길보. 03들이 02학번같아 보인다고 그래 줬다. 역시 새로 자른 머리가 먹어 준 것이다. 어이쿠야 길보. '선배는 착하고 좋은 사람 같아요.' 드디어 컨셉생.. 더보기
산책 문학의 수많은 장르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세개정도만 꼽으라 한다면 아마도 수필은 반드시 그 목록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수필은 그 소재를 취함에 있어서 사소함에 눈길을 주는 것이, 정말이지 여유롭고 멋진 삶의 기록인 것만 같아 항상 마음이 동한다. 산책을 했다. 좋아하는 친구와 동네를 휘 한바퀴 돌며 시시덕거리다가 금새 들어왔지만 그 별볼일 없음이 얼마나 편안했는지 모른다. 긴 글로 산책길을 묘사해도 좋겠지만, 이 세 줄이 나 개인에게 얼 마나 큰 의미를 갖는 것인지. 오늘은 일진이 영 안 좋았다. 대학와서 그대는 무엇을 배우고 행하였는고, 라고 누군가 물어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연극과 연애인데, 그 연극을 한다는 것이 정말이지 힘겹게 느껴지는 하루였던 것이다. 좋아.. 더보기
나는 나쁜 남자 오지마. 오면 물려, baby. 더보기
What the happiness is. This one goes out to all you guys I need and love and remember and wanna be with all the time. Love from the very bottom of my heart. Very bottom, babies. I'm here bacause I like to be here. 더보기
블루스 비트 어제, 드디어 1주일 내내 밤낮으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스폰서가 끝났습니다. 뗀 스폰서들 정리 하는 일도 남았고, 팜플렛 디자인에 글들 받아 정리해 넣는 일도 남았지만 일단 배우들이 발로 뛰며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일은 끝나 기획으로서, 같은 배우로서 너무 기분이 좋아 아주 조금의 술에 기분 좋게 취해 버렸습니다. 단 한 사람의 예외없이 모두 좋아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대학 와서 처음으로 맞는 순간. 취하면 안 돼, 취하면 안 돼, 가 아니라 취하면 취하는 거지, 하고 자유롭게 마시는 순간. 새벽에 들어와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첫사랑의 꿈을 꾸는 것은 그러고 보니 오랜만입니다. 다시 만 나던 그 때. 이 여자는 사귀어야만 하겠다라고 생각했던, 지금까지 인생에 세번도 없었던 순.. 더보기
사랑해 베이비 더보기
시계는 새벽 1시 53분에서 54분을 넘기는데 그 움직임이 섬뜩하다 복잡한 것들이 용트림치고 섞이는 가슴이 잠을 허락치 않아 뒤척거리다 시인지 산문인지 몇 줄 끄적 이는 것이 한장을 넘어가고 두장을 넘어가고 세장을 넘어간 뒤 무슨 내용인지 다시 한 번 주욱 읽어 보니 도무지 내용이라고는 없는 것이 시인지 산문인지 한장을 읽고 두장을 읽고 세장을 읽어봐도 여전히 모를 소리만 나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글이랍시고 언제 다시 일기를 쓰게 될지 몰라 하루에 두편쓰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주욱주욱 컴퓨터에 옮겨 적어 보고서 화면으로 다시 보니 여전히 시인지 산문인지 내용은 없는 터라 짧게나마 요약을 하려 주제문을 찾고 찾아 줄이고 또 줄이니 단 네 글자가 남았는데, [일모도원] 해는 저물고 갈길은 먼데 어디에 서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이 내 복잡한 심정이 저리 간단히도 훌쩍 표현되는가 하.. 더보기
( )에게 미안. 바빴어. 바쁜 중이다. 이번 연극의 기획님이시거든. 연극의 양대산맥 연출과 기획, 그 중의 기획. 대기획 최기획. 연극을 한참 하고 있을때가 대학에 들어온 이후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때이기는 하지. 그래서인지 연극때문에 한참 힘들때에는 일기를 쓰는 것이 조금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어. 기대고 기대어 사람이라지만, 나는 아직도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는 것이 멋적어. 어쩐지 쑥스럽고, 그래. 내가 쑥스럽다거나 부끄럽다는 말을 쓰면 사람들은 잘 안 믿지. 하지만 그래. 여하튼 그래서, 힘들면 힘들수록 나는 되도록 혼자 힘으로 버텨 나가는 편인데, 그런게 나도 모르게 쌓이잖아. 그걸 풀어줄 사람이, 요즘엔 없어. 단순히 여자친구를 말하는 게 아니야. 예전에도 많았던 건 아니지. 어쨌든 그래. 횡설수설, 오.. 더보기
애거서 크리스티 '빨간 책' 소장목록 출판사는 해문출판사. 앞의 번호는 책별로 매겨진 일련번호입니다. 1번부터 80번까지, 총 80권이죠. 0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05. 나일강의 죽음 06. ABC 살인사건 07.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09. 장례식을 마치고 11. 예고살인 13. 커튼 16. 엔드하우스의 비극 26. 구름속의 죽음 28. 테이블위의 카드 29. 비밀결사 38. 쥐덫 40. N 또는 M 61. 잠자는 살인 62. 코끼리는 기억한다 67. 리스터데일 미스터리 68. 엄지손가락의 아픔 80. 운명의 문 이렇게 해서 가지고 있는 책은 현재 총 열여덟권. 그리고 헌책방 등에서 보이는 대로 꾸준히 사 모으고 있습니다. 추천작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 살인사건', '비밀결사.. 더보기
춘향 애도문. 방명록에서 누군가의 글에 답으로 달아둔 글을 읽으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요사이 '다리 찢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새로 시작한 연극에는 연출을 비롯하여 스탭, 배우 등 여러가지 방면 에 졸업생 및 고학번 선배님들이 대거 참여하십니다. 덕분에 선진 기술등을 많이 전수받고 있는데 요, 예전에 하던, 달리기에 이은 PT체조등 근력키우기 일색이었던 체력훈련에서 벗어나 주로 신체 의 유연성에 포인트가 맞추어진 단련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무대위에서의 연기에 거침이 없어진다는 것은 연기의 세계에서 단순하고도 위대한 진리이지요. 그러다 보니 상체 굽혀 땅바닥에 손대기나 다리 벌리고 엉거주춤 앉아 양어깨 굽히기 등의 여러가지 훈련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더보기
잡을 테면 잡아봐 유승준이 선전했던 모 회사의 광고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catch me if you can'을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이 났던 것은 (과연 감독이 스필버그라는 것을 모르고 봤을 때도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까는 또다른 의문이었지만) 연출의 힘이었다. 근래에 한국영화, 외국영화들을 극장에서 그리고 비디오,TV로 접하며 '아! 저것은 연출의 힘이다'라고 절로 탄식하게 하는 부분부분들이 있었 는데 이 영화는 일일이 지적할 수 없을만큼 전체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그런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별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하나의 유기체처럼 잘 짜여져 있었다. 덕분에 실내가 더웠던 것 과 다음에 나올 장면을 예측하며 토론해 대는 연인들을 빼면 오랜만에 편한 기분으.. 더보기
유치찬란 과외 못 구해 속이 상해 있을 my pal 미랑도, 새 호를 얻어 힘차게 인생을 살아 나갈 학진군도, 20년씩이나 살아서 장수거북이가 된 기분이라는 오만한 경아양도, 새 둥지를 틀고 새 삶을 시작하는 도환옹도, 새해의 꼭두새벽부터 사람 가슴철렁하는 문자 보내준 련도, 또다시 한판 같이 구를 댑따소중동기 왕수 진섭(세트로 묶어서 미안)도, 학교에서의 한 발걸음이 그대로 인생에서의 한 발걸음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신부장님도, 본인이 물어다 준 소개팅에 가슴떨려 하고 있을 대공원 아자씨 수도, 새 홈피 관리에 여념 없으신 승규옹도, 올해도 연인의 좋은 라이벌이 되어 줄 시학의 미녀군단 나비님 안개님도, 멋진 홈피 신규개장에 빛나는 엔디님도, 화려했던 외국생활의 여파로 삶이 버거울 심오빠도, 한살씩 더 잡수신 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