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14 썸네일형 리스트형 세밑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지 한 달하고 보름 정도가 넘었다. 그 사이, 나는 학생들의 기말고사를 맞아 강의가 없는 3주 가운데 17일을 사용해 일본의 교토에 다녀왔다. 사회인 치고는 상당히 길었던 일정이라 귀국하자마자 다녀오는 동안 접어두었던 일들을 정신없이 처리하고, 또 잠시나마 한갓진 틈이 나면 정리도 못한 사진 더미와 연습장에 끄적인 여행기 따위를 들춰보며 여흥을 음미하고 지냈다. 마침 많은 준비가 필요했던 강의가 당일에 취소되어 갑작스레 시간이 났고 또 문득 생각해보니 최근 몇 년 가운데 가장 쉽지 않았던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 짧게나마 기록을 남겨둔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할 터이니, 내년에는 부디 복을 좀 많이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부디 새해 복 많이.. 더보기 카페 그녀 집으로 가기 전 잠시나마 몸 좀 녹여두고 출발하려고 들른 카페 꼼마에서. 에어컨 옆에 숨어있는 수 짱을 만났 다. 오랜만에 만난 사연 있는 사이처럼 마주보고 서서 한참 있다가 왔다. 더보기 냉장고 도둑에게 부치는 글 월세에 살면서 겪는 골치아픈 문제 가운데 하나는 공동 냉장고의 음식을 훔쳐먹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비누나 샴푸를 다른 사람이 쓰는 게 싫다면 내 목욕바구니를 만들어 놓고 화장실로 샤워하러 갈 때마다 들고 다니면 된 다. 하지만 음식은 그럴 도리가 없다. 고시원에 살 때엔 그럴 일이 없었다. 한 층에 4-50명이 사는 터라 애당초 냉장고에 자리도 없었고, 조금 과장해 서 말하자면 음식을 넣어둔 뒤 삼십 분만 있다가 가 봐도 없어져 있는 터라 아예 쓰질 않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는 양의 음식만 사든지, 혹은 남더라도 방 안에 놓아두었을 때 상하지 않는 종류의 음식만을 사던 기억이 난다. 지금 사는 월세집으로 온 지는 사오년 여가 됐다. 그간은 1년에 한두 차례 정도, 그러니까 좋게 봐주자면.. 더보기 2014년 10월 27일 이제 멀지 않은 언젠가부터는 몇 개의 멜로디와 그룹 이름, 그리고 요절한 천재 뮤지션 등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주워섬기지 않고서는 그를 설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음을 울린 노래도 몇 곡이나 있지만 특히 머리에 뱀을 새긴 뒤로는 그를 형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지 애틋한 마음이 드는 그의 화법도 이제는 들을 수 없 다. 신해철. 향년 46세. 더보기 포장마차 퇴근길에 지나면서 항상 손만 빨던 포장마차. 시간이 난 틈을 타 마침내 가보았다. 등이 왔다갔다할 정도로 바람 이 썡썡 부는 날이었지만 오랜만에 먹는 물것 안주와 뜨끈한 독구리 한 병 덕에 훈훈하게 한 차 잘 먹었다. 청주 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더이상 말이 끌지 않는데도 계속 마차라고 부르는 것은 참 멋진 게으름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며칠이 지난 뒤 지나가다보니, 천막이 쳐져 있었다. 다리 밑의 노천 포장마차라는 특색이 가리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지만 눈이 펑펑 오는 겨울 날 찾는 재미를 떠올려 보니 그 또한 나름의 맛이 있겠다 싶었다. 오늘 귀가길에 총총 걸음으로 지나다 흘깃 쳐 다보니 다리의 바로 밑에서 장사하던 것이 조금 옆의 골목길로 옮겨져 있었다. 혹 찾을 분은 참고하시라. 더보기 멋쟁이 예전에 어떤 소녀로부터, 자기 인생의 목표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 참 이상한 계획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인데, 오늘 낮 버스에서, 저런 모습을 목표로 살아야겠다, 고 생각하게 되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인상적인 문구를 읽으셨는지 격정적인 손놀림으로 책을 탁, 탁 치는가 하면 이따금 고 개를 젖히며 작게 웃기도 했다. 그런 기쁨을 놓치지 않고 살고 싶다. 더보기 학교 앞 시즌마다 바뀌는, 학교 앞 뽑기. 장군님 천만 넘기시더니만 끈끈이한테까지 이름을 올리시는구나. 장군님의 명량 끈끈이가 100원이관대 드래곤 길들이기가 무엇이라고 500원이란 말이냐. 불충한 자들 같으니. 게다가 드래곤 모양도 하나 없으면서. 그러는 끈끈이는 거북선 모양이냐고 반론하면 할 말이야 없지마는. 더보기 근황 몇 장의 사진으로 근황을 남긴다. 어디까지 면책해는지도 말해줘야지. 고등학교 동창들과 홍대에서. 가장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십삼 년만이다. 민석, 봉창, 준철. 틈나면 낙서도. 극렬 호머빠를 위해 그렸다. 길 한가운데서 식빵 굽는 고양이. 미동도 없어서 내가 돌아갔다. 더보기 출발 전에 자전거를 산 뒤로 한참 신나게 뽈뽈 돌아다니다가 한풀이 꺾인지도 석 달 남짓, 짐을 다 싸놓았다가도 전날 밤에 다시 풀어헤친 것만 수 차례였던 새재자전거길로 드디어 떠난다. 아침 여덟 시. 더보기 고맙다 겨울방학 때 또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2학기 내에서의 수업은 한 차례 끝나게 되는 한 반의 마지막 수업에서 받았다.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며 느낀 바를 각기 쪽지에 써서 유리병에 담아주었다. 딱히 쓸 일이 없거 나 쓰고싶지 않은 일이 있거나 해서 특히 일기 카테고리는 비워두는 날이 점점 많아지는데, 이런 일을 써두지 않 으면 무엇을 쓸까 싶어 적어둔다. 값비싼 레고도 자주 받다보면 어느샌가 익숙해지는데 마음만은 받고 또 받아 도 언제나 기쁘다. 고맙다. 업데이트. 일기를 쓰고 나서 다시 한번 하나하나 펼쳐 읽다가 마음에 남는 쪽지가 있어 따로 올린다. 인상을 남기려는 전략이었다면 성공했음을 알린다, 오바. 더보기 생일 머쓱해서 짧게만 쓰고 갑니다. 축하들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축하받을 만한 삶이 되도록 살겠습니다. 더보기 광화문, 문재인 강의가 끝나고 광화문을 지나니 열한 시. 광화문에서 약속이 있긴 했지만 없어도 들를 참이었다. 차기 대권 주자 이자 야권의 최대 파벌 중 하나인 친노계의 잠정적 수장이라지만 시민도 기자도 떠난 열한 시의 광화문 세월호 천막에서는 그도 단식 이틀째의 할아버지였을 뿐이다. 그를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이렇게 적은 사람들과 함께 본 적은 처음이다. 다가가 말을 붙였더라면 함께 앉아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었을,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실례가 될 것 같아 멀리서 찍은 것이다. 일기를 쓴 것도 오래 되었지만 시사에 관한 생각을 적은 것은 더욱 오래 되었다. 지식과 생각이 거칠었음을 인정 하고 더 쌓아나가고 있는 중이라 그렇다. 그러나 한밤중에 고작 몇 명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성경을 넘기고 있는 그를 보니 기록으로 남겨.. 더보기 안나 생일 축하해. 더보기 긴장 풀지 마라 언제나 보고 있다. 더보기 뻥 까지 마 대학로 노변의 텅 빈 술집에서. 더보기 거리에서 버려진 트롬 곰을 여기저기에서 자주 본다. 처음에는 내 마음이 신산해서 유난스레 잘 발견하는 것이거나 우연 히 내가 사는 곳 근처에 많이 버려지거나라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몇 년 전 붐이어서 이 집 저 집 으로 들어갔던 트롬곰이 이제는 유행이 지나거나 털이 빠지거나 아니면 전세집 바꾸는 이삿길에 부담이 됐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일제히 버려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트롬곰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구조적인 변 화상인가 보다, 하고. 이번의 트롬곰은 짝이 있었다. 짝이 있으니 덜 쓸쓸해 보였는데. 다음날 지나다 보니 그 짝은 없어지고 하루 새 부쩍 때가 탄 얼굴의 하얀 트롬곰이 새끼를 안고 있었다. 더보기 싹 털렸어 친구네 동네가 금요일 밤 자전거로 놀러가기 딱 좋은 거리에 있었다. 좋은 동네였다. 4차로를 중심에 두고 대로 변의 오목조목한 가게들부터 거주단지로 가는 길 골목골목에 아늑해 보이는 선술집이 조로록 늘어서 있는, 안 온한 느낌의 동네였다. 자전거를 대로변의 펜스에 묶어놓고 대여섯 시간 잘 놀고 돌아와 보니 앞뒤로 뗄 수 있는 액세서리가 몽땅 사라져 있었다. 뗄 수 있는 것이라지만, 어쨌든 나사로 고정시켜 놓은 것들이라 술마시고 지나가던 사람이 아, 저거 예쁘네 하고 서는 툭 떼어서 들고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장비는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합치면 십만 원 가량의 물품 이지만 자전거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그 정도의 가치가 있어보이는 물건이 아니다. 거기에 주차를 시켜놓은 곳이 훤한 가게 앞이라.. 더보기 우리는 지금도 진화한다 지구인. 더보기 왜 그런 데 있어 밤 되면 추운데. 더보기 으앙 4대강 자전거길의 코스들 중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100km 이하는 모두 마쳤고, 이제 남은 것은 시외버스 로 이동해야 하는 최소 1박 2일짜리들. 장거리 레이스에 튼튼히 대비하려는 마음으로 준비한 이 주의 자전거 용 품은 바로 라이딩용 패드 속바지이다. 주문한지 이틀만에 득달 같이 도착해주었다. 엉덩이 부분을 감싼 하트 모 양의 패드만 보면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뒤집어서 안을 들여다 보면 한층 우스꽝스럽다. 로봇전사의 복근 같기도 하고 발정 난 보노보의 엉덩이 같기도 하다. 많은 제품들 가운데 특히 이 상품을 고른 것은 다른 어떤 상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립선 강화 패드'라는 광고 문구 때문. 실상은 전립선 부분의 패드가 강화되었다는 것이겠지만 어쩐지 입고있다 보면 전립선이 강화될 것 같은 느.. 더보기 140530, 제6회 지방선거 사전투표 각급 자치단체의 장과 위원 및 교육감을 선발하는 제 6회 지방선거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일을 따다 6.4 지방선거라고도 부르는 이번 제 6회 지방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선거일의 5일 전인 5월 30일과 4일 전인 5월 31일 양일 간에 걸쳐 사전투표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투표일 당일 본적지에서 투표를 할 수 없었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미리 부재자 투표를 시행한 적이 있지만, 부재자 투표의 경우에 는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일정 수 이상이 모여야 하는 등 여러가지의 제약이 있었다. 한편 이번부터 시행되 는 사전투표제는 5월 30일, 31일 간 전국 어디서나 자신이 방문할 수 있는 투표소에 가 투표를 할 수 있게 한 제 도이다. 관내의 유권자는 물론 관외의 유권.. 더보기 오늘의 한강 정말 저 멀리서 봉준호의 괴물이 넙죽넙죽 다가올 것 같은 구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햇살이 늦봄 꽃잎처럼. 어쨌든 살아서 이런 길을 자전거 타고 지나는 것만 해도 지복 아닌가 싶다. 더보기 한강에서 산책 삼아 자전거 끌고 나오기는 처음. 한강 쳐다보면서 이런저런 생각한다. 오랜만에 아이폰으로 쓰려니 어렵다. 더보기 5월 26일 가디건이나 가벼운 점퍼와 같은 봄옷들을 한 바퀴 돌려 입을 틈도 없이 그림자가 새까매졌다. 조금만 더 지나도 한낮의 여유로움 같은 소리는 못 할 것 같아, 마침 세일 중인 오렌지 쥬스 큰 통을 사서 홀짝홀짝 마시며 천천히 걸어간다. 슬프거나 괴로운 마음의 한 조각도 붙일 수 없도록 좋은 날씨인 것은 조금 원망스럽다. 더보기 혼신의 퇴근탐험 벼르고 벼르던 전기자전거를 마침내 샀다. 오래 전 블로그에도 소개한 바 있었던 알톤 사의 이스타26s이다. 손 가락 빨며 이런저런 뉴스와 블로그 기사를 검색하고 마침내 이 모델로 정했던 것이 1년도 전의 일이다. 돈이 생 겼다고 다시 다른 전기자전거들을 기웃거릴 필요는 전혀 없었다. 동네 산책길에 지나치며 기웃기웃거리던 전기자전거 판매점에 전화해 보니 작년 겨울 양천구로 이사를 했다 한 다. 집 앞에서 사 난짝 들고 오는 것보다야 불편하겠지만 이 참에 먼 동네에서 사자마자 타고 귀가를 해볼까, 생 각하니 그 또한 나름의 재미가 있겠다 싶다. 다운 받아놓고 생각날 때마다 자전거로 여기 가려면 어떻게 가지, 저기 가려면 어떻게 가지 하고 만지작거리던 네이버 길찾기 어플, 드디어 제대로 한 번 써먹는다. 서울.. 더보기 꿈 나는 꿈을 자주 꾸고, 그 가운데 한 편의 이야기로서의 재미가 있는 것은 이 일기에 적기도 한다. 일기로 쓰지 않 는 꿈들도 앞뒤가 맞지 않아 그렇지 그 나름으로는 감동이든 스릴이든 충분한 거리를 두고 감상할 만한 재미가 있다. 그런데 오늘 평생 꾼 꿈 중에 가장 끔찍하고 슬픈 꿈을 꾸었다. 가장 싫어하는 사람, 가장 보고싶은 사람, 슬픈 일, 무서운 일, 끔찍한 감촉 등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원래는 서로 연관이 없는 것들인데 오늘 꿈 속에서는 잘 연결되어 있어, 이렇게 내용이 허무맹랑하다니 역시 꿈이었구나, 하고 그 상황에서 깨어나올 수가 없었다. 자 고 일어난지 몇 시간이 지나도록 가슴이 두근거리고 발걸음이 엇나가는 일은 처음이다. 어쩌다 한 번이래도 이 런 꿈을 꿀 바에야 평생 꿈을 꾸지 않는 편이.. 더보기 요즘엔 정신을 차려보면 대체로 발을 쳐다보고 있다. 정신을 차리지 않는 사이에 밑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보기 귀신 꿈 대낮에 책상에 기대어 앉아 졸다가 꿈을 꾸었다. 꿈에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해가 뉘엿뉘엿 지는 무렵 학교 앞의 도로에 서 있었다. 앗차, 집에 가야지, 하고 나는 학교 쪽으로 몸을 돌렸다. 고작해야 백 미터 안짝일 거리를 걷는 동안 해는 삽시간에 졌 다. 학교를 올려다 보니 불 켜진 교실이 많지 않았다. 꿈 속의 나는 교실이 3층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앙 계단을 이용해 1층부터 올라가는데, 선생님과 학생 들이 띄엄띄엄 내려오고 있었다. 복도의 불이 다 꺼져있어 몸의 윤곽만 보일 뿐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안녕, 안녕 히 가세요, 라고 인사해 보아도 그들은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천천히 갈 길을 갔다. 팔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눈에 띄었다. 3층에 올라섰을 때 기분은 .. 더보기 비밀은 지켰나 지구인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더보기 얼티밋 워리어 (1959-2014) 전세계의 프로레슬링 협회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단체인 미국의 WWE에는 상근하는 시나리오 작가만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당대 미국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적 코드를 감안하여 선수들을 선역과 악역으로 나누고 갖자에 맞는 캐릭터와 필살기를 부여한다고 한다. 적어도 WWE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우리가 보고 있는 경기는 '가장 진짜 같은 가짜'이다. 따라서, 경기 내에서의 '경기력'은 우리가 경기력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자연스레 연상하는 근력, 순발력 등의신체 능력과는 조금 다르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레슬링 자유형 금메달을 획득하고 이후 프로레슬링 선수로 전업한 커트 앵글은 그 이력이 증명해 주듯 신체 능력에 있어서는 여타 선수를 월등히 압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런..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