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끝나고 광화문을 지나니 열한 시. 광화문에서 약속이 있긴 했지만 없어도 들를 참이었다. 차기 대권 주자
이자 야권의 최대 파벌 중 하나인 친노계의 잠정적 수장이라지만 시민도 기자도 떠난 열한 시의 광화문 세월호
천막에서는 그도 단식 이틀째의 할아버지였을 뿐이다. 그를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이렇게 적은 사람들과 함께
본 적은 처음이다. 다가가 말을 붙였더라면 함께 앉아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었을,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실례가
될 것 같아 멀리서 찍은 것이다.
일기를 쓴 것도 오래 되었지만 시사에 관한 생각을 적은 것은 더욱 오래 되었다. 지식과 생각이 거칠었음을 인정
하고 더 쌓아나가고 있는 중이라 그렇다. 그러나 한밤중에 고작 몇 명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성경을 넘기고 있는
그를 보니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을 수 없었다. 2014년 8월 20일. 세월호 사건 발생 127일 째. 유민이 아버지 김
영오 씨 단식 37일 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