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첩 썸네일형 리스트형 150403, <V3>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 그리기 네 번째 시간. 이번에는 그리고 싶은 그림보다는 그림을 그려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 그렸다. 받는 사람이 좋아할만한 그림은 무엇일까 궁리하다 고른 것이 일본의 특수촬영물 캐릭터인 '가면 라이더'의 한 주인공. 받을 사람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하는 내 사촌형이다. 사촌이라지만 양가로 합쳐 이십여 명이 넘어가는 다른 모든 사촌들과의 친교를 더해도 형과의 관계에는 비할 수 없을만한, 친형과 다름없는 사이이다. 때만 되면 본인이 쓰던 최신 전자기기와 게임기를 물려주는 산타 영감이기도 하다. 어릴 때 봤던 가면라이더의 몸통 색깔은 메뚜기 같은 녹색이었지만, 쿠팡에서 산 색칠공부가 바다 그림이었기에 파란색 계열의 색들이 워낙 많이 남아서 파란색 쪽으로 칠해봤다. 원작의 고증.. 더보기 150401, <센과 하쿠> 색칠공부(http://chleogh.tistory.com/2052)를 하고 난 뒤 자신감이 붙어, 스스로 그림을 그려 보기로 했다. 붓과 아크릴 물감, 그리고 캔버스를 새로 샀다. 위의 그림은 세번째로 그린 것이다. 얼마 전 이 재개봉하여 무척 재미있게 보았는데, 그 설정 원화들을 자료로 갖고 있어 그 가운데 하나를 뽑아 그렸다. 여러 원화들 가운데에서도 이 그림은 특히 좋아하는 것이어서 수 년 전 마카로 그림을 그리기에 처음 도전할 때에도 그렸던 적이 있었다. 원화가 애당초 러프한 스케치 수준이어서 금세금세 선을 딸 수 있었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특히 즐거웠던 것은, 하늘에 날아가는 하쿠의 색을 따로 칠하지 않고 그 주변을 칠해서 하얀 바탕색 자체로 표현하고 싶었던 애초의 구상이 생각보다 보기 좋게 .. 더보기 150210,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랜만의 아트하우스 모모. 을 보러 바쁜 중에 잠깐 혼자 왔던 것이 마지막 방문이었다. 이날 본 것은 디지털 리마스터링 판. 일이년에 한 번쯤 무척 피곤할 때, 집에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만화영화를 재생 목록에 쭉 올려두고 음악만 듣는 일은 있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십여년만의 일이다. 예전에 재미있었으니 지금도 어느 정도 재미있겠지, 로 생각했는데, 우스운 장면에서는 소리를 내어 웃고 감동적인 장면에서는 눈물이 났다. 이외로 예전에 보았을 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세밀한 감정표현, 풍부한 신화적 요소 등까지 눈에 띄어 무척이나 즐거운 관람이었다. 즐거운 영화를 보았고 또 새로 산 굵은 펜이 있어서 원화를 따라 그려보았다. 선이 반듯반듯해서 치히로(센)보다 훨씬 그리기 쉬웠던 하쿠. 더보기 140911, <가오나시> 풀네임은 '일하기는 싫고 교토에나 놀러가고 싶은 마음에 그려본 가오나시'. 십수년 전 처음으로 을 보았을 때엔 왜 저런 캐릭터가 인기를 끌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특유의 낮은 신음소리 나 굼뜬 동작이 귀엽나봐, 정도로만 여겼는데, 그 뒤로 수십 차례나 따라 그려볼 기회가 생기면서 캐릭터 디자인 상으로도 그만한 인기에 값할 만한 완성도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더보기 140812, < 로빈 윌리암스 (1951-2014) >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죽었다. 현지 경찰은 사인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한다. 슬픔의 감정을 가장 능숙하게 다루었던 코미디언이었던만큼 그 퇴장도 영화의 한 장면인 것만 같다. 변변한 영어학원 하나 없는 인천에서 혼자 영어 공부해 보겠다고 자막없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수백 번 돌려보 던 소년기의 기억이 있다. 그 가운데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언제나 즐거웠던 장면은 에서 그가 더빙을 맡은 캐릭터인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오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내게는 가장 친근한 목소리의 배우 가운데 한 명 이 되어, 서른이 넘은 뒤로도 이따금 피곤해질 때에는 유투브에서 그의 이름난 스탠딩 코미디 씬들을 찾아 듣곤 했었다. 그 목소리와 몸짓, 그리고 독특하게 일그러지는 웃는 입매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 더보기 140809, <마르코> 커피숍에 앉아 그렸다. 원화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를 구상하면서 그렸던 그림과 설정들을 모은 에서. 주인공인 마르코가 돼지로 변신하기 전의 모습을 그렸던 것 같다. 더보기 140807, <오도바이> 간헐적으로 도지는 상사병. 전기자전거를 산 뒤로는 한동안 잠잠했는데 갑자기 몰린 강의와 휴일마다 이어진 태 풍 탓에 보름 정도 못 탔더니만 금세 오도바이 병이 도졌다. 보는 것 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오랜만에 펜을 꺼 낸다 마커를 꺼낸다 소란을 피워가며 그림을 그렸다. 작년 한 해 내내 꽂혀있던 벤리 110 말고, 올해부터 이상 스레 눈에 자꾸 밟히는 혼다 수퍼커브. 그 튜닝작품 중의 하나를 따라 그렸다. 그리면서 새삼 느낀다. 지극히 효 율적인 디자인은 지극히 아름다운 디자인이기도 하다. 못 타더라도 갖고는 싶다. 사놓고 안 탈리도 만무하지마 는. 혼내줄 사람이 자리에 없는 것은 슬픈 일이긴 하다. 더보기 140202, <겨울 왕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에 오랜만의 흥행을 가져다 준 을 3D로 관람했다.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다 가 재미삼아 검색해 보니 영화 속 유명한 장면과 팬들이 그려서 올린 주인공 그림 등이 이미 많이 올라와 있었 다. 그 중 쉽고 빠르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골라서 그려봤다. 윗 그림은 당근 매니아 김당근에게, 아랫 그 림은 흠뻑 이입해 영화를 본 김자매에게 보냈다. 더보기 140107, <대만의 다쨩> 노란색 우비가 잘 어울리는 다쨩을 위해 그렸다. 원화는 다쨩이 찍어 온 대만 사진. 유명한 사진이나 그림을 원 화로 하지 않고 나만이 가진 사진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라 무척 즐거웠다. 그러나 배경이 있는 그림에는 함부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소중한 깨달음도 함께 얻었다. 더보기 131117, <월동 계획> 뻥튀기 패딩잠바에 헛돈 쓰지 말고 틈나면 잠을 자자. 더보기 131117, <현장포착>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을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인기 캐릭터 '가오나시'가 쓴 가면의 입 모양은 사실 콧구멍이다. 더보기 131003, <多恩> 개천절 휴일을 맞아 마실을 다니다가, 인사동길 어귀에서 무료로 붓글씨를 쓰게 해 주는 행사를 발견. 잠깐 서서 써봤다. 영치기영차. 쓰면서 무엇을 위한 행사인지 물어보니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모금 행사라 한다. 큰 붓으로 먹물 잔뜩 써 놓고 그냥 가는 것도 머쓱해 돈을 넣기는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속았다는 느낌이 좀 들었다. 은혜 많이 받으시라고 '多恩'. '多思'라고 착시될 수 있으니 주의합시다. 좋은 날 좋은 사진 찍는 것이라 활짝 웃 으며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물은 종이에 '다은'이 아니라 'free tibet'이라고 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표정 이. 그래도 자꾸 웃어버릇해야 언젠가는 예쁜 얼굴 나오겠지 하고 용기 낼란다. 더보기 130730, <그랜드 피아노> 만 20대의 마지막 해가 시작된 예비 피아니스트에게 생일카드를 쓰며 삽화로 그렸다. 원화는 시마다 토라노스케 의 . 전자 키보드를 생일 선물로 준비하면서부터 카드에 그릴 피아노 그림의 원화를 여기저기에 서 틈틈이 수집하였는데, 와중 출판사의 책소개에서 본 의 그림체가 무척 독특하여 구입하게 됐 다. 인물이나 배경을 묘사한 다른 그림들도 추후에 이 블로그를 통해 다시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뭐라 해도 가장 눈이 갔던 것은 피아노 본체를 표현하는 기법. 낡음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부분부분 빛이 비 친 것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덕분에 새로운 가르침 익히며 즐겁게 그렸다. 더보기 130704, <손> 발단은 한 포털에 인기 게시물로 올라와 있던 이 사진. 설마 되겠나 싶으면서도 과정이 워낙 명확하게 나와 있길 래 언젠가 시도해 보아야지, 하고 갈무리해 둔 바 있었다. 담배갑 은박지에 그림 그리던 박수근 선생을 생각하며 피자스쿨의 피자박스 윗판 안쪽에 그려보기로 한다. 일단 완성작은 이것. 잠시 기분전환 삼아 슥슥 칠해본 것이라 중간 과정도 찍지 않았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라 면야 그런대로 봐줄만 하긴 하지만 영 찜찜해서 원화와는 무엇이 다른가 살펴보았다. 제일 중요한 차이점은 특 히 입체감이 생겨나는 부분, 그러니까 '바닥'과 '손 모양'이 만나는 지점의 처리법이었다. 그냥 죽죽 칠해나간 내 그림에 비해, 원화는 설렁설렁 그린 것 같지만 확대해서 살펴보면 직선과 곡선의 접점마다 그림자가 지는 듯한 .. 더보기 130626, <raining jellybeans> 우연히 위의 원화를 보았을 때부터 언젠가 도전하리라 마음먹었던 프로젝트였다. 하늘에서 젤리빈이 내리다니, 귀엽기도 해라. 준비물은 액자와 순간접착제, 흰 도화지, 그리고 때깔 좋은 젤리빈. 많지 않은 시간 때문에 난제는 젤리빈이었는 데 다행히도 연희동의 자주 가는 동네형 마트 안에 수입상품점이 있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어차피 색깔 좋은 것으로 몇 개만 골라내어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작업 중 짬날 때마다 하나씩 주워 먹었다. 계피맛 젤리빈이 있다는 것은 태어나 이 때에 처음 알게 되었다. 여기쯤 두어야지, 하고 예습을 해 보았다. 원화에서는 전체 그림에 비해 젤리빈의 크기가 작고 귀여운데, 액자 의 크기에 맞춰 잘라둔 도화지에 실제 젤리빈을 올려놓아보니 생각보다 조금 컸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더보기 130531, <발레리나> 반디앤뷰 어워드로 받은 반디앤루니스 적립금이 제법 쌓였다. 액수로만 따지자면야 다른 일들로 버는 돈의 크기 에 비할 바 아니지마는 마음으로는 무척이나 뿌듯한 돈이어서, 내게 필요한 책보다는 평소 신세를 지는 귀한 사 람들에게 건넬 선물 책을 사기로 했다. 그 중 한 권이 오늘인 2013년 6월 3일에 독후감을 올린 . 만학의 발레리나 지망생을 위해 샀다. 건네는 말을 쓰기 위해 속표지를 들춰보니 마침 새까만 색이어서, 언젠가 은펜으로 그려서 건네주고자 했던 발 레리나 이미지를 그려보았다. 이미지는 해당 발레리나에게 선물로 건넨 바 있는 발레리나 펜던트의 모양에서 따 왔다. 손도 손이지만 다리를 그냥 선으로만 표현하면 원래 이미지의 아름다운 질감이 사라질 것 같아 걱정했는데, 막상 그려놓고 보니 성실 하게.. 더보기 130515, <춘원과 구보> 현대 한국소설을 강의할 때 사회와 작가가 작품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나는 항상 춘원 이광수의 과 구보 박태원의 로 수업을 시작한다. 직접 작품을 논하기 전에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의 가정 환경, 인생관 등을 설명하는 데 꽤 긴 시간을 보내는데, 이 때 사진이나 영상 등을 잠시 보여주는 것은 수강생을 집중시키는 데 꽤나 효과가 있다. 물론 계속 띄워놓으면 강사인 내가 아닌 화 면으로 주의가 흘러가서 방해가 되는 탓에, 어지간히 수업 분위기가 어지럽지 않은 이상 좀처럼 쓰지 않는 일종 의 극약 처방인 셈인데. 이번 학기에 나가고 있는 고등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중간고사가 끝난 뒤 가르치는 반이 바뀌었다. 큰 흐름을 잡 아놓아서 작은 애드립 하나로도 수업 분위기를 잡을 수 있게 .. 더보기 130426, <아이언 맨> 의 관람을 기념하며 그렸다. 골판지에 마커. 골판지 자체의 옅은 황갈색 때문에, 칠을 하다 보면 마커의 본래 색이 잘 나오질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하지만 아이언 맨의 경우에는 싸구려 종이에 인쇄되던 원래의 수퍼히어로 만화 같은 색감이 들어서 오히려 더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왔다. 맨눈으로 보면 별다른 효과가 나지 않지만 어플의 효과를 적용해 보면 성과가 있을 것 같아, 마커를 몇 차례 덧칠해서 가벼운 음영을 입혀 보았다. 아래부터는 어플 효과를 입힌 결과물. 이번에도 역시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옛말은 거짓부렁. 신기함과 기쁨을 받는 대신 성취감은 좀 빼앗기는 기분이 다. 더보기 130416, <고양이만도 못한 사랑> 크기도 성별도 다른 고양이들도 이렇게 서로 보듬고 자는데, 사랑에 좀 더 많은 노력을 투기하라는 준엄한 질책 받고는 오체투지를 하며 그렸다. 그림의 모델은 연희동 이웃사촌인 조 작가님의 반려 고양이 두 마리. 큰 러시안블루가 '검치', 작은 코리안 숏헤 어가 '모래'. 단, 모래는 이름을 부르는 것만 들어봤기 때문에 모래인지 모레인지는 모른다. 모래색이라 모래라 고 붙이지 않았을까 멋대로 추측하면서 일단 모래라고 쓰기로 했다. 다행히도 선으로 따기가 쉬워 금세 그렸다. 검치의 프라이버시와 '현실적 감각'을 위해, 그리는 과정에서 그의 덩치를 조금 줄였다. 여기서부터는 어플느님들의 강 같은 은총. 하지만 이 첫 번째 은총은 사실 -뻐기는 것이 아니라- 강 정도의 은총 은 아니었다. 이전에 낙서를 하면서 우.. 더보기 130405, <For Anna> 디즈니랜드도 가고 싶고 칸 영화제도 가고 싶은 사춘기 소녀를 위해, 66회 칸 영화제 포스터를 보고 따라 그렸 다. 이번에야말로 사진 어플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더보기 130313, <사탕나무> 철사제 헌팅 트로피를 완성한지 약 3주가 지난 뒤.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마침내 선물 제작에 돌입하였다. 연대 서문의 숙소에서 도서관까지의 짧은 길에도 가지각색 사탕 선물의 가판대는 줄을 이어 있었지만, 선물이란 모름 지기 가격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이야말로 헐벗은 인문학도의 참된 마음가짐. 이번 조형물의 기획의도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 사탕이 조형물의 일부일 것. 둘, 사탕을 다 빼 먹고도 여전히 나름의 의미를 갖는 하나의 조형물일 것. 이외로 전체 인테리어와 조화되지 않으면 언제든 분리수거할 태세를 갖추고 계시는, 받는 분의 냉혹한 취향까지 존중할 것 정도가 추가로 고려되었다. (마지막 의도는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재료는 헌팅 트로피 제작과정에서 그 단맛을 톡톡히 본 공예용 철사 4종과 평범한.. 더보기 130220, <헌팅 트로피> '헌팅 트로피(Hunting Trophy)'라는 것이 있다. 단어가 낯설어서 그렇지 위의 사진만 보면 누구나 알 법한, '사냥 한 짐승의 머리 박제장식'을 이르는 말이다. 사자나 표범의 경우도 이따금 구경할 수 있지만, 여러 자료를 통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사슴이나 순록, 버팔로 등의 종류이다. 나는 사슴과 그 비슷하게 생긴 동물들에 대해서는 뚱해 보이는 콧등 때문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그 뿔에 대해서 는 큰 흥미를 갖고 있다. 유년기에 읽었던 에서 뮌히하우젠 남작이 사슴 뿔에 버찌나무 를 키우며 버찌를 따먹었다든지, 청소년기에 접했던 에서 일본 전국시대의 맹장 혼다 헤이하치로가 그 투 구를 사슴 뿔로 장식하였다든지 하는 이야기 등에서는 정말이지 사타구니가 저릿저릿한 기묘한 호기.. 더보기 130312, <드림 카> 얼마 전 지인 중 한 명에게, 지금 당장 드림 카 한 대가 갑자기 주어진다면 어떤 차를 고르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 었다. 지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람보르기니 한 대를 받아서 팔고 모닝을 사겠다고 답했다. 무의미한 공상 게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례한 답안이었지만 내심으로는 우문현답이라고 크게 감탄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을 낼 수는 없었다. 우리는 람보르기니 팔고 모닝을 사고 난 차액이면 서울의 어디쯤에 전세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추가 로 토론을 하였다. 질문을 고안하며 먼저 생각했던 나의 답안은 다이하츠의 코펜과 피아트의 친퀘첸토, 그리고 BMW의 미니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셋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무엇을 고를까 혼자만의 무의미한 공상 게임을 다시 시작하다가, 십 년 전 쯤이라면 이렇게 답하지 않았을텐.. 더보기 130202, <무지기(無支祁)> 우임금의 치수에 관한 글을 읽는데 무지기(無支祁)에 관한 언급이 나오길래, 좀 더 자료를 찾아 글을 쓰고 테라 다 카츠야의 손오공 그림을 본따 그림을 그렸다. 글의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chleogh.tistory.com/1742 원화에서 손오공의 머리칼은 좀 더 촘촘하게 칠해져 있는데, 나는 공부하던 중 잠깐의 틈을 내 그리는 터라 일일 이 칠을 채워넣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텅 비워놓으면 원화의 가장 멋진 맛 중 하나인 머리털의 역동성이 전혀 살아나질 않아서, 시험삼아 붓펜의 끝을 굵게 찍어눌러 보았다. 종이 위에 그려진 결과물은 비워놓은 것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였지만, 수정 어플리케이션으로 손을 좀 보자 실력에 과분한 결과가 나왔다. 나무를 깎아놓은 듯 한 질감이 느껴지는데, 이를 더.. 더보기 130117, <그림자 없는 아이> 세상에 전하는 말에 의하면, “늙은 사람의 아이, 귀신이 낳은 아이, 꿈 속에서 잉태하여 낳은 아이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라고 하나, 이는 시골 사람들의 어리석은 말로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하지만 옛 책에 증거가 있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응소(應劭)의《풍속통(風俗通)》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류(陳留) 땅의 아흔 살 먹은 부유한 노인이, 소작인의 딸을 첩(妾)으로 삼아 한 번 관계를 갖고 나서 죽었다. 후에 그 첩이 아들을 낳자, 본처의 아들이 첩에게 말하였다. "우리 아버지는 연세가 많아서 성교를 할 수 없었을 것인데, 한 번 동침을 하였다고 어찌 아들이 생기겠소. 당신 이 밖에서 음란한 짓을 해 놓고 우리 집안을 더럽히려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는 서로 재산을 놓고 다툰 .. 더보기 130112, <김수항이 죽기 전날 밤 귀신 꿈을 꾸다> 문충공 김수항은 용모가 매우 수려하였다. 일찍이 한 마리 나귀를 타고서는 한 동네를 지나가는데, 역관 집안의 딸이 창문 틈으로 그를 보고서는 마음으로 흠모하게 되었다. 그를 지아비로 삼고자 생각하였지만 입 밖으로 내 기가 어려워, 마침내 병에 걸려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 아비가 캐묻자 딸은 비로소 이유를 말하였다. 아비는 이야기를 다 듣고 김공을 찾아가 인사한 뒤 딸을 거두어 처로 삼아주기를 청하였다. 김공은 성격이 본래 강직하여, 그 딸의 행실이 바르지 못한 것을 크게 질책하였다. 아비는 두려워 벌벌 떨면서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딸은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을 삼키며 죽고 말았다. 후에 김공은 대신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탄핵을 받아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유배 몇 년 후에.. 더보기 130110, <지퍼를 내리는 손> 한참 책을 읽다가 요의를 느끼고 화장실에 가보면 바지의 지퍼가 이미 열려 있다. 전에 열고 안 닫았을 수도 있 고 공부를 하다가 막혔을 때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열었을 수도 있으니 별스럽게 여기지 않고 튼실히 끝까 지 올리는데, 몇 시간이 지나 다시 화장실에 가 보면 지퍼는 어느새 또 내려가 있다. 바지의 문제인가 싶어 다른 바지를 입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 나는 사람이 공부에 열중하였을 때 그가 앉은 의자 밑에서 스윽하고 손을 올려 지퍼를 살살 내리는 귀신의 정체를 눈치채었다. 더보기 121223, <Headless> 업데이트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메인 화면에는 노출시키지 않지만, 옆의 카테고리 중 에는 각별한 정이 있다. 처음에는 한문 공부를 위해 원문을 번역하면서, 나도 재미있고 읽는 사람도 재미있는 내용은 좀 옮겨둬도 좋겠다 싶어 괴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을 골라 실었던 것 뿐인데, 이제는 공부의 한 주제로 무척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와중, 내용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봐도 재미있겠다 싶어 이야기 중 하나인 '머리 없는 사람'을 그려 봤다. 그림 체는 모로호시 다이지로 선생의 에서 참고하였다. 카테고리에 실어놓은 이야기의 대강은 다 음과 같다. 먼 동쪽 지방에서, 한 병사가 싸우다 죽었다. 머리가 땅에 떨어졌는데도 죽지 않고 그 머리를 들고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는 비록 썩게 되었지만 그 몸은 살아서 자.. 더보기 121211, <거북이> 대선 후보 2차 TV토론을 보면서 그렸다. 모델은 책상 위의 거북이 피규어. 때이른 한파로 대기업에서는 20도 이 상 난방을 못하게 하는 바람에, 타이핑을 할 수 있도록 손가락 끝만 나와 있는 장갑이나 상사의 눈을 피해 사용 할 수 있는 USB 연결용 소형 전열기구들이 잘 팔린다고 한다. 이런 때엔 하루종일 남국의 바다를 헤엄치는 것이 일인 거북이 팔자가 백 배는 나은 것만 같다. 더보기 121210, <피자, 호머 심슨> 왕 큰 피자를 먹어본 기념으로 슥슥. 다음 일정 때문에 시간이 촉박해 밑그림도 없이 후딱후딱 그리다 보니 팔 길이 비율은 전혀 안 맞는다. 그림은 Mick Jones's Pizza 박스 안쪽에 크레파스로. 하얗고 큼직한 판이 탐스러워 그냥 버리기엔 아깝길래 그려 봤다. 박스의 아랫판은 피자치즈가 곳곳에 스민 탓에 눈물의 분리수거. 한 변의 길이는 손바닥과 손가락을 합친 것의 세 배 정도. 무릎에서 복숭아 뼈 정도로, 실제로 보면 압도적이다. 두툴두툴한 질감이 있어서 그리며 짧은 시간이나마 몹시 즐거웠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