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위의 원화를 보았을 때부터 언젠가 도전하리라 마음먹었던 프로젝트였다. 하늘에서 젤리빈이 내리다니,
귀엽기도 해라.
준비물은 액자와 순간접착제, 흰 도화지, 그리고 때깔 좋은 젤리빈. 많지 않은 시간 때문에 난제는 젤리빈이었는
데 다행히도 연희동의 자주 가는 동네형 마트 안에 수입상품점이 있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어차피 색깔 좋은 것으로 몇 개만 골라내어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작업 중 짬날 때마다 하나씩 주워 먹었다.
계피맛 젤리빈이 있다는 것은 태어나 이 때에 처음 알게 되었다.
여기쯤 두어야지, 하고 예습을 해 보았다. 원화에서는 전체 그림에 비해 젤리빈의 크기가 작고 귀여운데, 액자
의 크기에 맞춰 잘라둔 도화지에 실제 젤리빈을 올려놓아보니 생각보다 조금 컸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생각보다 잘 붙지 않아서, 젤리빈을 붙이는 데에만 순간접착제 한 통을 다 썼다. 젤리빈 위아래로 원화의 문구에
약간의 수정을 가해 새로 쓴다.
종이가 얇기 때문에 그대로 액자에 넣으면 젤리빈의 무게를 못 이기고 휘지 않을까 싶어, 액자의 뒷판에 그림을
그대로 붙여버렸다. 떨어지지 말라는 마음에 순간접착제를 넉넉히 썼는데, 붙이고 나서 보니 순간접착제 부분의
종이가 심하게 울어 있었다. 생각지 못한 낭패.
액자의 안쪽에 원래 끼워져 있던 유리가 있었다. 뒷판과 이 유리 사이에 사진을 끼워넣게 되어 있는 것인데, 내
그림은 입체이기 때문에 이 유리는 버리기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 만들고 나서 액자의 바깥쪽에
유리를 겹쳐보니, 그냥 이렇게 새로 접착시켜버리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 단계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신의 한 수.
그러나 지병인 수전증과 초보자의 서투른 손놀림으로 인해 괜한 짓이 되고 말았다.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아무
튼 이러구러 완성.
남은 젤리빈은 언젠가 어디엔가 써먹으려고 아껴 두었던 푸딩 병에 담고.
기록으로 뻥치기 사진 두 장을 찍은 뒤 선물로 증정. 철저한 기획 의도와 효율적인 공정 시간 등 여러모로 평가
받을 만한 점이 있었던 프로젝트였으나 마무리 작업에서 다소간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역삼동 마더 테레사께
서 기쁜 마음으로 수납해 주셨으니 나로서도 만족. 이제는 젤리빈이 잘 붙어있기만을 빌어주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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