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도 성별도 다른 고양이들도 이렇게 서로 보듬고 자는데, 사랑에 좀 더 많은 노력을 투기하라는 준엄한 질책
받고는 오체투지를 하며 그렸다.
그림의 모델은 연희동 이웃사촌인 조 작가님의 반려 고양이 두 마리. 큰 러시안블루가 '검치', 작은 코리안 숏헤
어가 '모래'. 단, 모래는 이름을 부르는 것만 들어봤기 때문에 모래인지 모레인지는 모른다. 모래색이라 모래라
고 붙이지 않았을까 멋대로 추측하면서 일단 모래라고 쓰기로 했다.
다행히도 선으로 따기가 쉬워 금세 그렸다. 검치의 프라이버시와 '현실적 감각'을 위해, 그리는 과정에서 그의
덩치를 조금 줄였다.
여기서부터는 어플느님들의 강 같은 은총. 하지만 이 첫 번째 은총은 사실 -뻐기는 것이 아니라- 강 정도의 은총
은 아니었다. 이전에 낙서를 하면서 우연히 연필과 색연필을 섞어서 채색하고는 어플의 효과들을 적용해 봤더니
얼룩덜룩한 것이 마치 고양이 무늬처럼 보이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는 의도했던 결과라고
거들먹거리고 싶다.
여기서부터가 오병이어 급의 은총. 이 정도 되면 이미 내 작품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마하트마 간디나 스티브 잡
스의 어머니가 자식을 보며 느끼는 것이 이런 감정이 아닐까?
마지막 은총. 이것은 어떤 사진과 그림이든 폴 세잔의 화풍처럼 보이게 해 주는 어플의 손길을 받은 것이다. 다
른 때에는 어플의 효과를 먹인 결과물들을 올렸지만, 이번엔 위의 그림을 보다보니 정직하게 실토해야겠다는 마
음이 들어 원화를 맨 위에 폭로해 두었다. 단 자비가 있으시면 굳이 화면을 다시 올려 보시지 않기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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