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 중 한 명에게, 지금 당장 드림 카 한 대가 갑자기 주어진다면 어떤 차를 고르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
었다. 지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람보르기니 한 대를 받아서 팔고 모닝을 사겠다고 답했다. 무의미한 공상 게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례한 답안이었지만 내심으로는 우문현답이라고 크게 감탄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을 낼 수는
없었다. 우리는 람보르기니 팔고 모닝을 사고 난 차액이면 서울의 어디쯤에 전세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추가
로 토론을 하였다.
질문을 고안하며 먼저 생각했던 나의 답안은 다이하츠의 코펜과 피아트의 친퀘첸토, 그리고 BMW의 미니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셋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무엇을 고를까 혼자만의 무의미한 공상 게임을 다시 시작하다가,
십 년 전 쯤이라면 이렇게 답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십 년 전이라면 나는 아마도 배트맨의 배트
카, 백투더퓨처의 드로리안, 전격Z작전의 키트, 그리고 고스트바스터즈의 엑토 모빌 중에 무엇을 고를까를 골똘
히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속죄의 마음으로 무릎 꿇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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