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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공항에서 영종 공항에서 2년의 군 생활을 보낸 나는, 공항에 갈 일이 있으면 항상 정해진 시간보다 넉넉하게 일찍 도착해 옛 일을 떠올리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곤 한다. 며칠 전 공항에 가게 되어, 말년 시절 저녁을 먹고 나면 사회에 나 가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산책을 하곤 하던 딱정벌레 모양의 교통센터 쪽을 찾았다. 순찰하는 척 하며 시간을 때 우는 데 제격이었던 긴 에스컬레이터를 오락가락 재미삼아 타고 있는데 인근에 새로 생긴 전시물이 눈에 띄었 다. 다가가 보니 해외여행 시 반입과 반출해서는 안 되는 물건들을 따로 전시해 두고 있었다. AK-47과 같은 소총 이야 당연히 들고 타서는 안 되는 것을 알겠지마는 의외의 것들이 보여 사진을 찍어 보았다. 첫번째로 눈에 띈 것은 소형 권총들. 그 중에서도 특히 열쇠고리형.. 더보기
연말 신치림의 노래 중에서는 저녁 지하철의 고단함을 잘 그린 을 제일 좋아하긴 하지만, 학교 근처에 살고 있는 내 퇴근길은 골목에 도보. 그 중 서문에서 삼 분 가량 내려가다가 갑작스레 왼쪽으로 열려 있는 작은 골목 은 사계절 어느 시간에 렌즈를 갖다 대어도 마음에 와 닿는 사진을 푹푹 토해낸다. 거주는 서문, 공부는 문과대, 유흥은 홍대 인근이라 연대에 다니면서도 좀처럼 지날 길 없는 삼거리. 요 몇 년 사 이의 트리들 가운데 가장 모양이 예쁘게 나와준 올해의 크리스마스 트리도 이제 곧 내려가겠구나 싶어 책을 읽 다 산책삼아 가 보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0년대 초반의 서커스 텐트 같았던 트리. 의도한 것은 아닌데 찍고 보니 꼬깔 모자를 쓴 호머 심슨 같이 나왔다. 별 내용 없는 근황 .. 더보기
석득 늦은 새벽, 문과대의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집에 가기 위해 짐을 쌌다. 전열기 앞에 앉아있다 보니 뻑뻑해진 눈을 비벼가며 1층으로 내려갔는데, 로비의 사방 문이 모두 잠겨 있었다. 몇 달 전, 문과대에 대도둑이 출몰하여 새벽 한 시 이후로는 문을 잠궈두었던 적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항의 탓인지 딱히 이유 같지가 않아서 그랬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24시간 개방으로 돌아갔는데, 주말이라 잠겨 있었던 것일까. 시계를 보니 네 시 오십 분이었다. 다섯 시 쯤엔 수위 아저씨가 첫 순찰을 도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십 분 정도야 뭐, 하며 소 파에 앉았다. 문과대의 1층은 말하자면 네모난 국자 모양이다. 국자 부분이 소파와 자판기 등이 있는 로비이고, 국자와 국자 손잡이가 연결되는 부분에 .. 더보기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이틀이 지났다. 전국 최종 투표율은 75.8%로 이명박 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지난 17대 대선의 63.0%에 비해 10% 이상이 상승해, 이 선거에 몰린 국민적 관심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과는 새누 리당의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씨가 약 1,580만 표를 얻어 51.6%의 지지율로 당선되었다. 양강 구도의 한 축이었 던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48.2%의 지지율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표 차이는 약 백만 표였다.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정밀한 분석은 후일을 기약해야 하겠지만, 승패의 향배는 50대의 표에 있었다는 것이 선 거 직후부터의 중론이다. 20대의 65.2%와 30대의 72.5%라는 투표율은,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대선 전의 열기 어린 예측에 미치지 못한 것은.. 더보기
18대 대선 하루 전날 저녁 일곱시 반 투표하러 인천 간다. 더보기
도서관에서 멍때리며 도서관 3층을 휙휙 걷던 도중, 무언가가 무의식 중의 시선을 붙잡는 바람에 지나쳤던 길 그대로 뒷걸 음질 종종 쳐보니 빈 서가에 콘돔이. 십여 년의 재학 중 문과대에 안 간 달은 있어도 도서관에 안 간 달은 없고 그러니만큼 어지간한 별꼴달꼴은 다른 학생들보다 더 보았으려니 했는데. 얼마전 어떤 칼럼에서, 외식할 돈도 영화볼 돈도 모텔 갈 돈도 없는 요즘의 2,30대 미혼에게 연애는 (자취방에서 하는) 섹스다, 라는 글을 읽은 적 이 있었다. 돈이 없으면 섹스로밖에 서로 보듬어줄 수 없는 그 비루한 청춘에의 연민과 풍자가 담긴 홍보물이 었을까. 오늘은 1211, 투표일이 여드레 남았다. 더보기
신터 클라스와 피트 크리스마스 트리를 다시 꺼내면서, 작년에 했던 장식을 그대로 다는 것이 재미없게 느껴져 트리 밑에 놓을 그림 한 점을 그려봤다. 메인 모델은 만화가 정철연 씨의 유명 웹툰 의 주인공 마조와 새디. 한 장만 그렸 고 가정에만 전시하는 등 상업적인 목적은 전혀 없으니 도용을 알게 되어도 용서해 주셨으면 한다. 오른쪽의 새디가 입고 있는 것은 '신터 클라스(Sinter Klaas)'의 의상이다. 신터 클라스는 발음의 유사성에서도 보 이듯이 산타 클로스와 마찬가지로 성 니콜라스(St. Nicholas)로부터 발원된 캐릭터이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그 리고 네덜란드 령 식민지였던 국가들에서 산타 클로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옛 뉴암스테르담, 지 금의 뉴욕에 정착한 네덜란드 출신 청교도들이 신터 클라.. 더보기
초겨울 광장시장 먹거리로 이름나 사람이 붐벼도 억척스런 이모님이 연신 농담을 하여도 시장에 가면 쓸쓸하고 그리워 마음께와 사타구니가 꼭 옥죄는 기분이 든다. 젊은날 여름밤에 친구들과 왁자지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안타까움보다는 언젠가의 노년에 찬 바람 불면 함께 늙은 친구 한 명과 구석에 앉아 있고 싶다는 기대가 좀 더 컸다. 더보기
깨달음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읽어야 할 책이 있어 학교의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나 검색을 해 보니 대출되지 않은 상태로 있었다. 집에서 도서 관까지는 걸어서 십여 분 거리이고 원하는 책이 꽂혀있는 데까지 가는 데에는 십오 분에서 이십 분 정도면 충분 하지만, 인기있는 책의 경우에는 그 사이의 시간에 대출되어 버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얼른 주섬주섬 옷을 입고 도서관 입장과 도서 대출을 위해 학생증을 챙긴 뒤 나는 총총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에 도착해 출입 기계에 학생증을 대었는데 뿌-, 하는 소리가 났다. 파란 시그널에 삑, 하는 단음이면 통과, 붉은 시그널에 뿌-, 하는 장음이면 통과가 아니다. 학생증 단면에 기스가 날까봐 씌워 놓은 카드 덮개 때문일까 싶어 그것을 벗기고 다시 대 보았지만 역시 뿌-, .. 더보기
<붉은 돼지>, Savoia S.21 해묵고 때지난 생일 선물로 모형 비행기 Savoia S. 21을 받았다. 갖고 싶다고 생각한지는 십오 년 쯤, 이 선물을 준 이로부터 기약을 받은 것도 수 년 쯤 됐다. 이천 년대 초중반의 어디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Savoia S.21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92년 작 에서 주인공 돼지인 마르코가 타는 비행정이다. 위키백 과에 의하면 1920년대에 실존하였던 비행정을 참고하였다 한다. 밀리터리나 애니메이션에 관한 여러 블로그를 찾아보니 실제 모델 그대로라는 의견도 있고, 애당초 가상의 모델이었으며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에 맞 게 변형하였다는 의견도 있다. 사랑하는 기체에 대해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고 싶긴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그 모양대로 나와준 것만으로도 아무려나 좋았다. 미야자키 .. 더보기
중학생은 보지 마라 지난 9일 국회 교과위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김태년 의원에 의해, 국사편찬위가 천재교육에서 펴낸 역사교 과서의 87년 6월 항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이한열 씨의 사진을 수정하도록 권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사편찬 위원회는 권고의 사유가 "학습자가 중학생임을 고려해 직접적이고 참혹한 사진 제시에 대해 재고려"를 요망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수정을 '권고'하였을 뿐이라면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그닥 큰 쟁점으로 보이지 않지만, 김 태년 의원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검정교과서로 채택돼야만 공신력 있는 교과서 업체로 인정받을 수 있 고, 참고서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명목적으로는 권고이지만, 사실상 수정지시로 받 아들여진다.' 이 사진은 결국 명동성당의 사진으로 교체되었다. 'Y.. 더보기
생일빵 10월 1일부터 4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 2차 세계문자올림픽에서 한국의 한글이 지난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을 수상하였다. 2위는 인도의 텔루구 문자, 3위는 알파벳이 차지하였다. 경쟁은 각국의 학자들이 30 분간 자국 고유문자의 우수성에 대해 발표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는데, 미국, 인도, 수단, 스리랑카, 태국, 포르투 갈, 이 여섯 나라의 심사위원들이 문자의 기원과 구조·유형, 글자 수, 글자의 결합능력, 독립성 등의 기준을 통해 해당 문자의 우수성을 평가하였다고 한다. 마침 한글날 즈음에 전해진 이 소식에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환호 의 목소리와 함께 현재 국경일인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눈여겨 볼만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올림픽의.. 더보기
메일 정리를 하다가 지난 여름의 강의 사진을 찾았다. 매일 아침 출근해야 했던 방학 중 방과후 수업이 끝나갈 무렵에 신이 나서, 학 생들에게 잠시 포토 타임을 준 뒤 찍은 사진을 내 메일로 보내도록 하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에는 소정의 상 품을 지급한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장을 올린다. 당일 수업은 한중록과 사씨남정기. 더보기
LEGO 21016 숭례문 취미를 취미라 하지 못하는 나의 홍길동 레고 생활. 그나마 남들 앞에서 조심스럽게나마 고백할 수 있도록 숨통 을 틔워준 것은 주로 유럽의 건물들을 본딴 제품번호 '10000'번대와, 오늘 소개할 '20000'번대의 명품들이다. 20000번 대는 일명 'Architecture' 시리즈로, 각국의 건축학적 랜딩마크들을 선정하여 레고의 기본 모양 블록들 로, 그것도 되도록 적은 수로 특징을 재현해 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다른 레고 제품들 또한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아키텍쳐 시리즈는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훈장이라도 되는 듯 도도한 가격표를 자랑한다. 일반 레고가 구찌라면 아키텍쳐 시리즈는 샤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 가운데, 올 해 출시되어 한국의 레고 팬들에게 거대한 화제를.. 더보기
두 번째 반디&view 어워드 지난 5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독후감에 이어, 이번에는 얼마 전에 썼던 제임스 길리건의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가 반디&view 어워드에 선정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9월 2주차의 열 개의 선정작 중 하나였는데, 댓글로 연락을 받은 며칠 뒤인 오늘 사이트를 방문해 보니 이미 9월 3주차의 독후감들이 올라가 있 었다. 굳이 왜 그 두 개였을까 나름으로 생각을 해 보니, 두 독후감은 비교적 분량이 길다는 것과 정치 도서를 다루었 다는 것 말고도 해당 도서의 표지 사진 외에 표와 그래프 등의 이미지를 추가로 삽입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단 순히 가독성이 높아진 탓인지 고맙게도 정성을 읽어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글로 돈을 버는 것은 즐거 운 일이다. 오천 원이 두 번이라 만 원.. 더보기
마지막 예비군 6년차의 마지막 예비군 훈련이 끝났다. 제대 후 8년까지는 예비군 소속이지만, 예비군 7년차와 8년차는 훈련을 받지 않기 때문에 6년차 훈련이 끝난 나는 이제 전쟁이 나지 않는 한 더이상 군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 이번 훈련은 오후 한 시부터 여섯 시까지의 시청각 교육이었다. 하지만 나는 두 시에 훈련장을 나왔다. 지난 8월 , 본적지인 인천시 관교동의 예비군 동대에서는 동명이인, 그러니까 다른 최대호의 훈련 일정을 나에게 통지하 였고 덕분에 나는 인천까지 헛걸음을 한 일이 있었다. 일정을 쪼개어 올 여름의 폭염을 뚫고 갔다가 시간을 날리 게 된, 게다가 원래대로였다면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군복을 시원하게 집어던질 예정이었던 나는 입 밖 으로 말을 내진 않았지만 표정에 있는대로 독이 올랐고, 광경.. 더보기
그 카페 서문 인근에 살지 않을 때조차, 밤의 모습이 아름다워 이따금 찾곤 하던 언덕 위 그 카페가 없어졌다. 입구에 샹 들리에가 매달려 있고 통유리로는 항상 드문드문 손님들이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보이던, 정원에는 따로 이 놓여진 벤치와 그 위로 포도 가지가 낭창낭창 드리워진 그림 같은 곳이었다. 언젠가 귀한 사람들과 함께 와 보리라 다짐하면서도 이 카페 말고는 올 일이 없는 곳이라 찾지 못했고, 나 혼자 있을 때에는 돈을 쓰지 않는 편 이라 수백 번의 귀가길에도 눈동냥만 했을 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십여 년 신촌 생활의 짝사랑이 무너지 는데는 이삼일이면 충분했다. 사진을 찍은 것은 팔월 중순의 일. 한 달 여가 지난 지금 부지에는 커다란 구덩이와 그 위를 덮은 거대한 철골 구 조가 있다. 모양.. 더보기
얇은 흰 선 고전 번역원의 수업을 듣는다. 오후 2시부터 4시 45분까지 하나, 잠시 쉬었다가 6시 반부터 9시까지 하나, 이렇 게 다섯 시간 쯤을 월요일과 금요일 두 번 듣는다. 생계를 위해 교실에는 늘 있어 왔으되 칠판을 바라보고 앉는 것은 못해도 2년여 만의 일이다. 저쪽과 이쪽을 가 르는 것은 작게는 단지 쳐다보는 방향일 뿐인데 마음에는 전에 없던 여러가지 갈래가 생긴다. 책 아래 숨겨둔 스 마트폰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위아래로 놀린다든지, 선생님 말씀 중에 좀 듣기 싫거나 재미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위와 같은 낙서를 하고 있다든지, 수업 중에는 필요한 부분만 적당히 필기하다가 시험 범위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빛내며 쓰고 있다든지. 모두, 내가 강단에 서 있을 때라면 눈에 걸리는 즉시 일갈을 날리던 짓들.. 더보기
곰아저씨 시간에 쫓겨 종종걸음을 치던 때에 길에서 만난 곰아저씨. 멈춰 서서 한참을 보았다. 시간 내어 내 돈 주고 들어간 전시회에서도 나도 모르게 한참을 그 앞에 서있게 되는 작품은 별로 없다. 아저씨를 버린 그 자리엔 새로운 행복이 들어찼을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라이방 책과 레고 말고는, 비싸거나 말거나 나는 딱히 갖고싶은 물건이 없는 편이라 대체로 편안히 지낸다. 와중에 오래 전부터 갖고 싶었으나 엄두 내기 어려웠던 것을 하나 꼽으라면 마음 속 비밀이었던 라이방. 칠십 년대나 팔십 년대 등의 옛 사진에서, 자세나 머리가 구식인 것은 보았어도 라이방이 빛나지 않는 것은 보지 못했다. 서른두번 째의 생일에 받았다. 첫번 째 라이방. 태어나길 잘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길고양이 며칠 전 고양이 관련 내용이 잔뜩 나오는 우석훈 씨의 을 막 읽고 허리나 펴 볼까 하여 나가 본 집 앞에서 그간 보았던 것들 중에 가장 예쁜 새끼고양이를 찍을 수 있었다. 고향에서 싸온 갈비를 반찬으로 저녁을 먹다가 새끼 생각이 나서 비계와 힘줄을 드문드문 남겨 다닐 법한 돌담 위에 널찍하게 뿌려두었다. 태어난 첫 해 에 폭염과 폭우를 모두 겪고도 잘도 살아남았구나. 너도 나도, 열심히 하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독도의 호랑이 양 거대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과 임기말 속속 재조명되는 각종 비리에 관한 정치 이슈, 방송사 파업의 후유증에 관한 사회문화 이슈, 노사 '갈등'에 관한 경제 이슈 등 무엇 하나 작다고 할 수 없는 화제들에 각종의 분석이 난 무하여, 별로 다를 것도 없는 내 생각을 한 마디 덧붙이느니 차라리 속도를 따라가는 데에 힘을 써도 모자랄 한 때이다. 게다가 공약으로 최저임금 두 배 인상을 내세운 여당의 한 대선 경선 후보가 토론 중 최저임금이 얼마인 지 아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는 뉴스 등을 접하다 보면, 그닥 귀하다고 할 수도 없는 내 시간이지만 이 런 일에 하나하나 일기를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피로감에 사로잡힌다. 비리가 어쨌네 정책이 어떻네 아무리 책 읽고 기사 찾아 진지하게 비평하면 .. 더보기
먹고 산다. 직접 겪었던 것 중에 가장 끔찍했던 열흘 여의 폭염마저도 한 방에 기억에서 잊게 해 준 바가지 폭우의 뒤. 그 더 위를 이겨가며 집에서 차려 먹기가 귀찮아 에어컨 나오는 식당을 찾아 매식을 하는 식생활을 이어온 덕에, 쌀통 이 빈 것은 보름이 넘었는데도 그냥저냥 지냈다. 큰 비가 온 뒤로 자정이 넘으면 이따금 서늘한 바람이 몇 줄기 쯤 부는 틈을 타, 소소한 반값 상품을 주워들으러 나서는 밤의 마트 쇼핑에서 10kg 도정미를 업고 왔다. 돈을 주 고 물건을 사는 것은 똑같은데, 두루마리 휴지와 쌀을 살 때에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어쩐지 더 절실해진 다. 새 쌀의 첫 끼니는 해가 진 뒤의 늦은 저녁. 막 지은 쌀밥의 김과 끝물의 비냄새가 섞인 밤바람에, 돈을 벌어 밥을 해 먹고 사는 것의 무게가 새.. 더보기
한라봉이 있는 아침 팔월의 일거리는 아침 일곱 시 전 출근. 새벽 여섯 시에 샤워를 하고 나와 잠시만 있어도 몸에 맺힌 것이 덜 닦은 물인지 새로 난 땀인지 모를 지경이었던 지난 주와는 달리, 하늘 한구석에 어둑어둑한 자락이 아직 남아있기도 한 이번 주의 아침이다. 일터까지는 버스를 세 대 갈아타는데, 가장 오래 타는 370번은 종점에서 타느라 항상 자 리가 있다. 빼앗길 걱정 적은 뒤쪽 자리에 편하게 앉아 차창으로 조금씩 강해지는 햇발을 피해가며 제주도에서 온 한라봉을 먹는다. 오늘은 목요일. 앗차 하고 까먹었던 하루를 빼고는 매일 아침 챙겨 먹어 세 개를 먹었는데, 세 번 다 과즙이 흰 티셔츠에 뚝뚝 떨어진 것을 나중에야 발견할 정도로 넋 놓고 먹었다. 더보기
Buon compleanno, la lana. 안 놓을거야. 더보기
어젯밤 연구실에 새벽까지 홀로 있다가 집으로 가는 길에, 불을 끄기 전 놓고 온 것이 없나 돌아보는데, 등 뒤에서 검은 물체가 눈 바로 앞까지 갑자기 확하고 달겨들었다. 정체는 연구실에 놓아두기만 하고 쓰지 않는 것이 아까워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던 배드민턴 채. 앗 하고 소리를 지르며 놀란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더보기
그 용기 장하구나. 강남역 교보문고 앞.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백일몽 팬티만 입고 새벽 바람을 맞아가며 책을 읽다가 여름 감기에 덜컥 걸려들어, 기력 회복을 위해 팔자좋게 대낮 에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대사막에서, 양 편으로 거대한 산맥이 끝도 없이 이어진 사이로 한가닥 구불구불 뻗은 길을, 카우보이가 말 타듯이 스쿠터를 타고 계속해서 달려가는 꿈이었다. 수십 년 전의 비디오 게임처럼 똑 같은 장면만이 이어지고 이따금 굴러오는 건초 더미를 피해서 천천히 달리기만 하는 것인데도 무척이나 평온하 고 또 즐거웠다. 전혀 모르던 장소에 가고 싶다거나, 장애물 없이 시원하게 좀 달려보고 싶다는 것은 요새의 무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 하여도 그리 틀린 말이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몇 시간이고 달리면서 '인도 인도 인도사 이다 사이다 사이다 노땡큐' 노래를 흥얼거린 것은 무슨 .. 더보기
좋은 세상이구나 우리 때에는 이런 교재가 없었어.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미안해 그 마음, 나는 받아주지 못하겠어.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