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라이더이자 블로거인 이준휘 씨의 2014년 신작. 부제는 '제주도 일주에서 국토종주까지 자전거여행의 로망을 실현시켜주는 전국 테마별 자전거여행지 55곳 완벽가이드'. 제목 그대로 (국내) 자전거여행의 가이드북이다.
책은 '프리뷰'를 제하고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55개의 자전거여행지가 하나의 꼭지를 이루어 10개의 장에 나뉘어 있는 셈이다. 10장 가운데에는 '서울 근교'나 '인천 섬코스', '중부지역'과 같이 지역별로 나뉘어진 카테고리도 있고 '캠핑&라이딩'이나 '기차와 자전거여행', '국토종주'와 같이 테마별로 나뉘어진 카테고리도 있다.
이 블로그에서 독후감 카테고리가 아니라 다른 카테고리도 읽어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최근에야 자전거 타기에 흥미를 붙인 내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읽게 된 책이다. 가이드북인만큼 책을 읽으며 실용적인 정보들을 섭취하고 혹 내용이 알차면 한 권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대출했을 뿐이다. 독후감까지 쓰게 된 것은 저자의 상냥함 때문이다.
상냥함은 '프리뷰'에서부터 빛난다. 저자는 이런 책을 기획하고 구성한 전문 필자가 아니다. 스스로 자전거여행이 좋아서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그 컨텐츠가 쌓여서 한 권으로 묶어내게 된 '매니아'이다. MTB와 로드 바이크를 한 대씩 구비해 두고 주말마다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는 저자에게, 자전거를 탈 때엔 무슨 옷이 좋은지, 바퀴가 펑크 나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는 지하철은 몇 호선 몇 호선인지, 버스 화물칸에는 자전거를 어떻게 넣어야 고장나지 않는지 등은 너무 익숙해서 말하는 것조차 귀찮은 내용들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주 시시콜콜한 것까지 사진을 곁들여가며 자세히 설명해준다.
이런 것들은 글로 내어놓으면 아주 사소해보이는 내용이지만 실제로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들에게는 딱히 물어볼 곳도 없고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는 정보들이다. 시간을 많이 들여 자전거여행 블로그들을 탈탈 뒤지다 보면 편린적으로 접할 수 있기는 하지만 알고 싶은 만큼의 정보를 한번에 깊이 알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자전거를 구입하기 전 나름 자전거 블로그들을 많이 돌아댕겨 봤다고 생각하는 나도, 자전거 살 때 자전거랑 자물쇠만 사면 됐지 뭘 유난스럽게, 하고 생각했다가 엉덩이가 까지고 나서야 패드 속바지를 사고 허벅지를 홀랑 태운 뒤에야 발토시를 샀다.
본문에서 특히 상냥함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부분은 도입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하나의 자전거 코스를 설명하며 나름의 기준을 설정하여 점수를 매겨 라이더들이 각기 수준에 맞추어 대비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한 예시를 살펴보도록 하자.
하나의 코스는 크게 '난이도', '접근성', '소요시간'의 세 요소로 설명된다.
'소요시간'의 경우에는 자전거 여행을 소개하는 짧은 신문기사에도 등장하는 내용이고 대부분의 자전거 어플에서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접근성' 같은 경우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한편 실제로 여행에 미치는 영향은 꽤 큰 요소이다. 서울에서는 몇 시간 걸리는지, 시외버스나 기차의 배차 시간은 어떤지, 현지의 터미널에 도착해서 자전거 코스까지는 어떻게 이동하는지 등등의 정보는 무척 유용하다. (단 모든 출발점을 반포대교로 삼고 있어, 출발 시의 정보에 한해서는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는 라이더들이 참고할 수 있는 바가 적다.)
주행거리, 상승고도, 최대경사도로 나누어 설명한 '난이도'도 섬세한 배려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주로 강변을 따라가기 때문에 평탄한 길이 많은 4대강 국토종주길과 달리 다른 자전거길들은 산악지형이 많은 국토의 특성 덕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편이다. 페달을 밟아 올라가기에는 너무 심한 오르막을 만나 땡볕 아래 고개를 숙이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본 라이더라면 누구나 상승고도, 최대경사도 등이 얼마나 소중한 정보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고통은 매우 보편적인 것이어서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는 '끌고 올라간다'는 뜻의 '끌바'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한 꼭지의 도입부에서 큰 정보들이 주어지고 나면, 이어지는 3-6페이지에서는 감성적인 내용이 섞인 라이딩 감상, 전체지도, 변곡점마다 따로 지명을 일일이 적어준 등고선,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실제 사진이 첨부된 코스 내비게이션, 인근의 숙박 및 휴양시설 소개까지 정말로 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정보가 빽빽하다.
자전거 타고 매일같이 출퇴근이나 산책만 하지 말고 우리동네 밖으로 한 번 좀 나가볼까 하는 이들에게도 첫 발걸음을 내딛게 하는 용기를 줄 수 있겠지만, 특히 4대강 국토종주의 대부분의 코스가 본문에 소개되어 있어 국토종주를 준비하거나 준비하는 꿈을 꾸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나도 태풍과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가볼까 말까 하고 있던 점점 나태해지던 가슴에 이 책으로 다시 불을 질렀다. 뿐만 아니라 종주를 마치고 나면 인증도장이나 스티커 없이 그냥 나 혼자서 즐거워서 가보고 싶은 코스도 잔뜩 생겼다. 자전거나 여행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한동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독서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기철, <국민은 적이 아니다> (헤르츠나인. 2014, 4.) (3) | 2014.07.05 |
---|---|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메디치. 2014, 2.) (2) | 2014.07.05 |
정혜윤, <마술 라디오> (한겨레출판. 2014, 5.) (2) | 2014.06.30 |
정혜윤, <그의 슬픔과 기쁨> (후마니타스. 2014, 4.) (0) | 2014.06.24 |
최강욱 外, <옹호자들> (궁리. 2014, 4.) (2) | 2014.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