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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4대강 자전거길

1. 4대강 아라자전거길 - 진짜로 시작

 

 

 

아라자전거길의 출발점은 아라서해갑문, 종착점은 아라한강갑문.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아라뱃길을 고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코스이다. 지도에서도 대체로 직선 코스를 한참 달리게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잠시 달리다가 다리를 올라가게 되어 내려다 보니 저 멀리 서해갑문이. 인천 토박이로서 갑문을 바라보며 괜한

 

감상에 젖다가 갑문 왼편으로 멀리서도 잘 보이는 쌍망치를 보고 나니 다시 출발할 마음이 확 든다.

 

 

 

 

 

 

 

직선에 직선, 직선에 직선. 자전거를 아주 오랜만에 다시 타게 된 나 같은 사람한테는 라이딩의 기초 기술들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는 좋은 코스다. 자전거 도로가 널찍하고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아 연인끼리 천천히 함께

 

달려도 좋을 것 같다.

 

 

 

 

 

 

 

 

자전거길 내의 명승지, 관광지 안내에도 나와 있던 아라폭포. 도로의 젖은 부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지나가면

 

작은 분말들이 시원하게 덮친다. 얼굴에 뿌리는 수분 화장품을 전신에 뿌리는 것만 같다.

 

 

 

 

 

 

 

 

사진으로는 휘떡휘떡 지나갔지만 집에서 검암역을 향해 출발한 때로부터 이미 세 시간이 흘렀다. 밥 때는 아니

 

나 하지 않던 운동을 하니 괜스리 배가 고파 싸 간 간식을 먹었다. 전날 학생들로부터 받았던 고급 초콜렛 과자

 

들. 모모. 토마스. 요긴하게 잘 먹었다.

 

 

 

 

 

 

 

화면으로 다시 보니 '이런 사진 왜 찍었지'싶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아유, 아유, 싫다, 싫어, 소리를 연발하며 찍

 

었던 한 컷. 한 쪽 방향으로 내내 달리다가 높이 솟은 계양대교를 통해 반대편으로 건너야 하는 곳이었다. 경미

 

한 고소공포증을 잠시 소지하고 있는 나로서는 식은땀 나는 순간이었다.

 

 

 

 

 

 

 

점차 가까워지는 한강갑문. 차량도로 너비에 길가엔 꽃들이 피어 있고. 아주 좋았다. 이 날 달린 길 중에 제일 좋

 

았다.

 

 

 

 

 

 

 

20km 달려 도착한 한강갑문.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 '다음 여의도는 15km란다'라는 표시가 눈에 띈다. 에잉, 맘

 

편하게 쉬지도 못하게. 누가 여의도 15km 남은 줄 모르나. 나도 500원 주고 지도 샀다고.

 

 

 

 

 

 

 

 

두 번째 스탬프. 있는 힘을 다해 꾹 찍었지만 도장의 여기저기가 닳아 잘 안 나왔다.

 

 

 

 

 

 

 

 

흐릿한 도장이 불안해 주위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 인증샷도 찍었다. 여의도 15km든 낙동강 300km든 아무

 

튼 난 안 될거야 아마, 라는 심사 덕분에 초연한 표정 나와줬다. 해가 뉘엿뉘엿해서 귀중품 2,3호 쯤 되는 라이방

 

은 가방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나중에 한강을 달릴 때 잡벌레들이 몇 차례나 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밤에도 선

 

글라스는 써야 하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여의도 행 15km를 떠나기 전에 잠시 현실도피형 망중한.

 

 

 

 

 

 

 

 

현실이 가혹할수록 망중한은 깊어지지. 덕분에 올해 최고의 꽃사진 나와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