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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4대강 자전거길

4. 4대강 남한강자전거길 - 충주로 가자

 

 

 

 

지난 번에 적은 바와 같이, 당일치기로 가능했던 아라자전거길과 한강자전거길(서울), 그리고 북한강자전거길의

 

종주가 다 끝나고 이제 남은 것은 최소한 1박 2일 이상의 코스들 뿐. 이틀의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렵지만 막상 시

 

간이 난다 하더라도 체력 관리와 같은 중요한 문제서부터 버스로 자전거 나르는 것은 어떡할 것인지, 도중에 바

 

퀴에 펑크가 나면 대처할 줄도 모르면서 어쩌겠다는 것인지 등의 세세한 문제까지 고려할 것이 많아, 다음 종주

 

는 적어도 여름이나 지나야 도전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오래 전부터 일정표에 나와 있던, 주중의 이틀 휴가를 눈 앞에 두고도 내 심정은 여전히 그랬다. 무리하다 큰 코

 

다치지 말고 깜냥에 맞춰서 찬찬히 진행하자. 나중이 되면 체력도 자라나 있을 테고 혹 같이 갈 사람이 생겨 있

 

을지도 모르니 여러 모로 자연스럽지 않겠나.

 

 

 

하지만 휴가 전날, 늦게 일어날 생각으로 새벽이 반이 넘도록 책을 읽다가, 아라뱃길에서 처음 종주를 시작하던

 

날 갑작스레 들었던 울컥함이 다시 또 도졌다. 아니, 내 깜냥이 어때서. 그리고 깜냥이니 시간이니 따지면서 차

 

떼고 포 떼면 300km도 넘는 낙동강자전거길은 언제 가 보려고. 자전거 사기 전부터 여기저기에서 귀동냥한 정

 

보면 충분하고, 그래 봐야 집 밖에서 하룻밤 자는 건데 몸과 마음에 뭐 그리 필요한 게 많으려고.

 

 

 

그래서 출발했다! 아라자전거길, 한강자전거길(서울), 북한강자전거길에 이은 네 번째 종주길. 남한강자전거길.

 

 

 

 

 

 

 

 

 

남한강자전거길은 실은 서해갑문부터 충주댐까지 이어지는 한강자전거길의 일부이다. 위의 지도에는 '한강종주

 

자전거길'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거점으로 말하자면 경기도 남양주시 팔당역 근처의 '능내역' 인증센터에서 충

 

청북도 충주시의 '충주댐' 인증센터까지 이어지는 약 130여 km의 길이다.

 

 

 

 

 

 

 

 

 

조금 큰 지도로 보면 이렇다. 남양주시의 '능내역'에서 시작해 양평군의 '양평군립미술관'을 지나 여주의 '이포

 

보', '여주보', '강천보'의 세 보를 통과하여 충주시의 '비내섬'을 거쳐 충주시 외곽에 있는 '충주댐'에 도착하게

 

된다.

 

위로는 북한강자전거길과 연결되고, 아래로는 '충주댐' 근처의 '충주탄금대'서부터 시작하는 약 100여 km의 '새

 

재자전거길'과 연결된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코스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남양주 출발 - 충주 도착'과 '충주 출발 - 남양주 도착'이

 

다. 휴일에 출발했던 지난 번과는 달리 평일 중에 떠났던 이번의 종주에는 어떤 코스로 가야하는지 크게 고민이

 

되지 않았다.

 

 

 

남양주에서 출발해 충주로 갈 경우, 종주를 마친 뒤 충주버스터미널에서 서울로 오면 강변역에 있는 동서울터미

 

널에서 내리게 된다. 휴일이었다면 2호선을 이용해 집 근처의 홍대입구까지 올라오면 되지만, 평일 서울지하철

 

1-9호선에는 자전거 탑승이 안 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살고 있는 서대문구 연희동까지 약 23km를 자전거로 와

 

야 하는데, 종주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니 체력도 스마트폰 배터리도 무엇보다 전기자전거 배터리도 여력이

 

있을까 걱정됐다.

 

 

 

그래서 먼저 충주까지 이동한 뒤 남양주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일단 남양주에 도착하면 용산까지 가는 중앙

 

선이 있는데 이 중앙선은 서울지하철 1-9호선과 달리 오전 7-10시, 오후 5-8시의 출퇴근 시간만 피하면 자전

 

거 탑승이 가능하다. 쭉 타고 종점인 용산까지 오면 집까지 고작 9km. 비교적 편안하게 여행의 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이쪽 길을 택하기로 했다.

 

 

 

 

 

 

 

 

 

집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 고저차 전혀 없는 한강변 길이긴 하지만 그래도 23km면 4대강 자전거길에서 왠만한

 

구간 하나 급이다. 일찍 출발해야 하겠다.

 

 

 

 

 

 

 

 

네이버 지도 어플로는 2시간 반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일반이 8000원 정도,

 

우등이 11000원 정도. 배차는 식사 시간을 제하고는 20분 간격이라니 서울에서 충주 가는 양반이라면 마음

 

편하게 먹도록 하자.  

 

 

 

 

 

 

 

 

 

버스터미널까지 1시간 넘게 달려야 하는 것이라 서너 시간 가량 자고 일어나 재빨리 짐을 쌌다. 그래봐야 물통

 

조금 더 큰 것 넣고 갈아입을 티셔츠와 양말 하나씩 더 넣었다. 출발 전에 집 앞에서 한 장. 먼 길을 다녀올 때마

 

다 조금씩 더 애착이 생기는 내 자전거.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이름을 붙이는 심사를 좀 알 것 같다.

 

 

 

 

 

 

 

 

 

자전거 다시 탄지 한 달도 안 되는 주제에 이제는 한강변에선 지겹다고 사진 한 장 안 찍는 거드름을. 한 시간 반

 

달려 동서울터미널.

 

 

 

 

 

 

 

 

 

바로 출발하려는 버스는 우등이었다. 이십 분 더 기다렸다가 일반을 탈 수도 있었지만 시간도 아끼고, 가격 차도

 

고작 삼천 원인 판에 호사 한 번 누려보자 싶어 우등을 탔다. 시외버스에 자전거를 싣는 것은 처음이고 또 내 것

 

은 전자전거라 일반 자전거에 비해 차체 중량도 두세 배 나가는 까닭에 걱정을 했었는데, 걱정했던 만큼 적당

 

히 힘들었을 뿐 걱정보다 훨씬 더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힘이 안 들었다는 말은 아니다.

 

 

 

 

 

 

 

 

아침부터 설쳐댄 터라 깝빡 기절했다 깨어보니 어느새 충주. 자전거 종주길을 다니며 가장 많이 느끼는 것 중 하

 

나는, 오려면 다 이렇게 쉽게 올 수 있구나, 이다. 이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