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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6

 

 

'틈'이 없다.

 

틈이란 사이의 시간이다. 더 딱딱하게 정리하자면 목적이 정해진 시간 사이의 시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요즘에는 하다 못해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때려부술 뿐인 게임을 하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지친 머리를 쉬게 하기 위해서이다. 뜨개질로 모자를 뜨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 느지막히 결혼을 하여 첫 아이를 갖게 된 친구에게 신생아용 모자를 선물하기 위함이다. 회사원들보다 훨씬 넉넉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문득 앉아 계산해 보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등을 정리하고 났을 때 목적이 없는 시간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이것은 물리적인 진실이다. 그러니까 혼자 편안하게 잡상을 즐기고 그것을 갈무리해 일기장에 글로 남길 여유 또한 별로 없다. 요새 왜 이렇게 일기를 안 쓰게 되지, 하고 자문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여전히, 남의 눈에서 보자면 시간은 없지 않다. 그러나 '틈'이 없다. 목적과 틈 사이의 밸런스. 요새의 숙제이다. 인생의 핵심은 목적인가 틈인가.

 

하나마나한 말일 수도 있지만, 온라인 상에 일기장을 15년 간 써온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따금 왜 쓰는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그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술김을 빌은 간졸한 사고라도 일단은 정리해 두는 것이 하나의 계단이라 여겨 또 하나 헛된 기록을 갈무리해 둔다. 2016년 3월 중순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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